※사네탄, 마사사네 살짝 포함





月見: 3




오니의 오 자만 들어도 격렬하게 혐오하는 사네미에게 카마도 네즈코는 귀살대에 절대 들어와선 안 되는 존재였다. 덤으로 제 오니 여동생은 다르다며 항변하는 카마도 탄지로도 귀살대 검사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탄지로를 싫어하는 이유를 지나가던 제3자가 묻는다면 시나즈가와 사네미는 열변을 토할 것이다. 군대의 엄격한 규율이 몸에 배어있는 그에게 눈 부라리며 할 말 하는 하극상 성격과 때로는 정반대로 헤프게 웃어대는 면모. 아는 누군가를 연상시켜서 그런지, 탄지로를 볼 때마다 쓰디쓴 위액이 솟구쳐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뒈져버리라고 저주할 정도로 싫어했는데, 정말 뒈지려는지 탄지로가 오니 무리 앞에 서서 죽음을 자처하는 걸 보고 사네미가 외쳤다.

"야!!!!!!!!!"

오니의 날카로운 손톱과 히노카미카구라가 맞붙었다. 맹렬한 공격을 내세워 덤벼드는 소년이 위태로워 보였다. 이 돌머리 새끼야. 처음부터 세게 나오는 건 나 잡아먹으슈 하고 홍보하는 격이라고! 침을 뱉고 사네미는 검을 고쳐잡았다.

"물러서!!!!"


그늘진 곳에서 어두운 기운을 잔뜩 흡수한 오니는 지주급 검사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강했다. 희귀혈 덕분에 퇴치하는 데 겨우 성공한 사네미는 폐허투성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추장스런 그 새끼가 보이지 않아 불안했다. 들개처럼 이리저리 파헤쳤다. 그 녀석을 떠나보냈을 때 발현됐던 트라우마가 다시 도질까 봐 마음을 졸이면서. 젠장. 하여간 말은 도무지 알아쳐먹지 않아가지고.

허억. 허억.

숨을 거칠게 내쉬며 돌덩이 치운 끝에 피로 물든 이마가 보였다. 절반이 붉게 물든 얼굴을 보자마자 사네미는 탄지로를 끌어안고 흔들었다.

"야, 일어나. 정신차려, 새꺄!"

마사치카를 빼닮은 소년이 그의 품 안에서 죽은 듯 눈을 감고 있었다. 씨발, 씨발. 어째서 그 바보자식이 떠오르는 거야. 왜 그 자식과 똑같이 생겨가지고 날 불안하게 만드는 거지. 죽지 마. 두 번 다시 돌아가기 싫은 그 때를 떠올리게 하지 말란 말야!

"으으으으...."

깨어났다. 신음소리에 사네미는 내심 안도했다. 걱정한답시고 반동적으로 퉁명스런 말투를 내뱉었다.

"씨발. 그러게 왜 상관 말 씹고 멋대로 굴었냐...!"
"으으으..."
"사정 대충 들었다. 더 이상 무리하지 말고 코쵸한테 가ㅈ-"

탄지로가 사네미의 옷깃을 쥐었다. 힘없이 쥔 손은 피 묻은 상태에서 파르르 떨고 있었다. 부르튼 입술이 힘겹게 말을 내기 시작했다.

"..유씨...기유...씨에겐 알리지 말아...주세...."
"뭐?"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탄지로는 고개를 떨군 채 쓰러졌다.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였지만 사네미는 또렷히 들었다. 물의 호흡 구사하는 새끼들은 사형이나 그 사제나 원래 이렇게 답답해 터졌나. 지들끼리 생긴 일 가지고 애꿎은 딴 사람 병신만드네. 짜증과 걱정과 조급함이 뒤숭숭하게 섞인 마음을 뒤로 한 채 사네미는 급히 탄지로를 업고 달렸다. 제 옷에 피가 묻건 말건 그에겐 신경 밖의 일이었다. 머리 위를 맴돌며 염탐하는 늙은 까마귀도.


*****


토미오카 기유는 칸자부로의 안내를 받으며 나비저택을 향해 달려갔다. 평소의 차분하고 냉정한 수주와 동일인물 맞나 싶을 만큼 그의 발걸음은 매우 빨랐고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이마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그의 조급함을 대변하였다.

동료의 저택 앞에 다다라 들어서기 직전이었다. 문이 열리기 무섭게 상처투성이 얼굴과 마주쳤다. 자길 노려보는 상대 앞에서 기유는 표정을 굳혔다. 귀살대에서 사이 안 좋기로 알려진 풍주와 수주 간에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비켜라, 시나즈가와."
"카마도 보려는 거냐?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을 걸."
"무슨 뜻이지?"
"너 꼴도 보기 싫다던데."

자신을 싫어하기에 사네미가 같잖은 소리 마다 않는다는 걸 아는 기유는 그를 스쳐 지나가려 했지만, 사네미의 어깨에 가로막혔다.

"싫다잖아."
"비켜."
"사제가 걱정되는 모양이지?"
"시나즈가와"
"내가 카마도 그 새끼 싫어하는데, 저렇게 몸 막 굴려 뒈지려 하는 건 못 봐주겠다. 뭣 때문에 안달났는지 모르겠지만 너한테 알리기 싫어하는 거 보면 너랑 연관있는 것 같네."

아픈 사람 신경 건드리지 말고 꺼져. 사네미는 기유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맞은 부위가 아팠다. 기유는 말없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에도, 몇 일 뒤에도 기유는 변함없이 내쫓겼다. 탄지로 군에겐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시노부가 웃는 얼굴로 기유를 단호하게 돌려보내곤 했으니까. 심해같이 깊고 푸른 눈동자는 탄지로가 누워있을 어딘가를 향해 바라보다 이내 나비저택을 나섰다.

수주저택 대문이 열리자마자 여자가 어서오라며 마중하였다. 달빛 담은 눈매를 살짝 휘어 눈웃음 지으면서 오늘도 그 귀여우신 분은 괜찮으신지를 물었다. 기유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미안하지만 혼자 있고 싶군."

기유가 방에 들어가고, 여자는 그가 서 있던 자리를 오랫동안 내려다보았다. 하얗고 투명한 피부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굳게 닫힌 입술과 은빛 눈동자에 무언가의 결심이 어려있었다.


*****


꿈을 꾸었다. 검은 손들이 촉수처럼 튀어나와 자신을 향해 뻗는 꿈. 그들을 마주하는 탄지로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감에 도취된 웃음이 아니었다. 죽음을 앞둔 자만이 지을 수 있는 처연한 웃음. 온몸의 장기를 불태우려는 듯 태양의 호흡을 몸 안에 가득 싣고 달려들었다. 기괴한 웃음소리와 비명, 검은 피가 탄지로를 덮쳤다. 두렵기는커녕 편안했다. 이대로 잠식되어 영원히 잠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네즈코든, 친구들이든.

그리고...


"ㅌ...지로...탄지로...."

물같이 청아한, 그렇게나 그리웠던 미성이 들렸다. 눈을 떴다. 목소리의 주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젠이츠와 이노스케가 앉아 탄지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닭똥같은 눈물이 탄지로의 얼굴을 적셨다. 무리하지 말라는 아우성에도 탄지로는 힘겹게 몸 일으켜 친구들을 마주하였다. 간만의 떠들썩한 분위기가 웃음을 자아냈다. 한동안 웃을 일 없었던 소년은 타인이 알고 있던 밝은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똑똑.

작은 노크소리가 움직임을 멈춰세웠다. 문고리가 돌려지고 문이 열렸다. 쭈뼛거리며 모습을 드러낸 익숙한 얼굴을 보고 탄지로는 입꼬리를 내려뜨렸다.






그저 생각날 때마다 썰을 끄적일 뿐인 지나가던 나그네(?)

샘쌤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