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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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기억에 엄마는 뭐랄까…. 진짜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었다. 그 인생이 너무 불쌍해서, 그리고 그런 사람'들' 밑에서 태어나야만 했던 내가 제일 불쌍해서. 


  내가 자란 곳은 지하실이었고, 밀실이었다. 그러니까 이걸 뭐라고 얘기해야 좋을까. 그러니까, 우리 엄마는 스토커한테 납치된 불쌍한 여자였다. 


  그래서 제일 불쌍한 게 나였다. 스토커, 납치범, 강간범과 그 피해자 사이에서 태어난 게 나였으니까. 내가 제일 불쌍했다. 아, 엄마만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됐을 걸. 그럼 나도 태어나지 않았을 텐데.


  그 생각과 감정은 오래갔다. 하지만 다른 건 아니었다. 엄마의 얼굴이라든가, 차콜색의 시멘트 벽에 내가 그린 그림이라든가, 이틀에 한 번씩 먹을 걸 넣어주던 손의 모습은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기억나는 건 딱 하나였다. 내 얼굴이나 머리칼을 만지는 엄마의 손목에 그인 숱한 붉은자국들. 그것만 떠올랐다.


*


“늦은 시간에 혼자 가는 거 너무 위험하지 않아요?”

“아니요, 전…, 전 혼자가 더 괜찮아요.”


  내 대답에 후원회에서 만난 사장님이 괜히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없는 거 알면서 왜그래. 그런 의미가 명백해서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유태우 알지?”

“…유태우?”



"지옥에서 속상해하겠네.  아빠도 몰라보는 딸이라니."


 우리 아빠 참 불쌍해. 아, 오해는 말고. 난 입양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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