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뭘한건지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왜 이렇게 시련만 찾아오는건지.. 이사에 대한 생각은 잠시 자포자기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집이 팔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동안  이 집을 보러온 사람은  시어머니로 보이는 사람과 함께 온 아들부부가 있었다.  며느리로 보이는 여자는 어린아가를 아기띠로 안고 있었는데 집을 보러 온 사람은 그들뿐이었다. 그들은 우리처럼  이집과 어울리지 않았는데.. 그들의 표정은 다들 어두웠고 그 표정에서 이집을 보러온 이유를 나름 짐작할수 있었다.  우리가 처음 이집으로 이사 올때처럼 저들에게도 지금 안 좋은 일이 생겨 돈에 맞춰 집을 알아 보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이집에 살고 있는 나에게 궁금한것이 없는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집을 잠깐 둘러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사올 생각이 있으면 꼼꼼하게 이곳 저곳 살펴볼텐데 이 집이 마음에 안들어 대충 눈에 보이는 곳만 확인하고 나가는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당연히 이 집이 마음에 안 들어 이사오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이 사람들이 이 집으로 이사올거라는 얘기를 들었고 나는 조금 놀랐고 어린아가가 걱정되었다. 이사갈 날짜가 정해지고 우리도 바쁘게 이사갈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이사갈 자금이 풍족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최소한, 아무리 못해도, 지금 사는 이 집보다는 나은 집이겠지 하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이 집은 내 생애 최악의 집이였으니까 말이다. 아이가 아파트에 살고 싶다고 했다.  지금 살았던 이 집도 아파트는 아파트인데 아이는 대단지 아파트를 말하고 있었다. 학교근처에 대단지 아파트가  있어서 친구들이 그곳에 많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대단지 아파트라면 적어도 곰팡이는 없겠지 생각하고 아파트를 제일 먼저 돌아봤다. 그런데 재건축 얘기가 돌고 있는 아파트라 그런지 우리가 보는 집들은 하나같이 귀신이 나올것 같이 완전 허름했다. 아파트인데 집안에 벽장같은 것이 보였다. 진짜 아주 오래된 아파트인것 같았다. 전에 살던 아파트도 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지어진 아파트라 꽤 오래된 아파트였다.

 우리집은 이사오면서 싹 다 내부수리를 해서 다른 집들과 달리 괜찮았지만 전세로 살고 있어 수리를 안한 집들은 하나같이 불만들을 많이 갖고  있었다. 내부수리를 싹 한 집은 또 다른 인상을 주었지만 그런 집은 자금이 부족했다. 상태가 별로인 아파트보다는 깨끗한 빌라가 더 나을것 같아 다시 아파트가 아닌 빌라나 연립쪽으로 관심을 돌려 알아봤다.  그러다 단독주택의 2층 집을 봤는데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 1층은 주인집이 살고 우리가 보러 간 곳은 2층인데 방이3개인데 안방은 거실만큼 큰대신 주방과 거실공간이 좁았다. 1,2층이 전부이고 한층에 2집이 사는데 1층에는 주인집부부와 원룸에는 세들어 사는 사람 , 2층에는 우리집과 원룸이 있었는데 원룸에는 오랫동안 아저씨 한분이 살고 있었다. 

원룸에 혼자사는 아저씨가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올수리되어 깨끗하고 베란다는 현관을 통해 나가야해서 빨래 널기는 불편해 보였지만 흡사 전원주택 느낌도 나고 마음에 안 드는것보다 마음에 드는게 더 많았다. 2층에 올라가면 전망도 좋고 내부구조가 좀 불편해 보이기는 했지만 적어도 곰팡이는 없어 보였다. 올수리 되어 집은 이미 비어 있었지만 이사갈 날짜가 많이 남아 있어서 한참을 아직도 곰팡이 냄새 가득한 집에서 생활해야 했다. 그래도 명색이 3층짜리 아파트인데 어쩜 이렇게 곰팡이가 심한지 이사올때 새로산 냉장고도 문짝에 곰팡이가 생겨서 수시로 닦아야했고 새거였던 냉장고도 에어콘도 이집에 와서 상태가 안 좋아졌다. 

 가구들은 다 가지고 갈수 있는건지 가구 뒤 벽에 있을 곰팡이가 어느정도일지 몰랐다. 이 집에 이사올때 아기가 살던 집이여서인지 거실은  아이 취향으로 벽지가 발라져 있었고 작은방은 빨간색장미가 들어간 벽지가 발라져 있었는데 내 취향과 전혀 맞지 않았지만 도배한지 오래되지 않은 상태라 그냥 이사를 왔었다. 그리고 도배에 돈을 드릴만큼 풍족하지도 않았다.  10년동안 살아 정든 아파트와 동네를 떠나 이 동네로 이사올때 얼마나 심란했던지. 우리딸이 초등학교 입학할때라 아이 친구들은 지금 살던 동네보다 좋은 동네로 하나 둘 이사가는데 우리는 더 못한 동네로 이사가게 되어 동네이름 말하기가 너무 너무 창피했다. 



범블비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