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간론파/코마히나] 기준



 “너는 참 아름다워.”

 “다른 칭찬은 어때?”


 어째서? 아름답다는 건 최고의 칭찬이야. 코마에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아침마다 만나는 식당에서, 해변까지 함께 걷다 보면 나오는 히나타에 대한 칭찬은 아름답다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다. 이곳의 누구보다도 아름답지 않다, 는 것은 히나타 자신이 뼈저리게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외모를 떠나 어떠한 부분에서도 기억나지 않는 초고교급이라는 존재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초조함과 불안감에 가득 찬 그가 외칠 수 있는 말은 적었다. 논리적인 반박을 하기에는 코마에다에게 따라갈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아름답다는 말은 다른 여자애들에게나 해줘.”

 “물론 그녀들도 아름다워.”

 “그렇다면 나한테 하는 걸 그만두라 이 말이야!”

 “왜? 아름다운 희망을 보고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 잘못이야?”


 코마에다의 표정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감정이 가득했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하는 히나타에게 역으로 질문을 보낸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히나타는 코마에다에게 결국 말려 들어가 할 말을 잃고 만다.

 다시 생각해봤다. 코마에다가 아름답다 하는 것에 틀리거나 말이 되지 않는 부분은 없었다. 그저 받아들이는 히나타의 문제였다. ―그는 아름답지 않았으니까.


 “어찌 됐건. 나한테 아름답다고 하는 말은 그만해.”

 “헤에. 아쉽지만, 히나타군이 이렇게나 싫어하니 그만둘게.”


 진심으로 안타까움이 묻어나오는 목소리였다. 이쯤 되면 어째서 코마에다와 해변을 같이 걷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만 돌아갈까, 그렇게 생각한 히나타가 걸음을 돌렸을 때였다. 코마에다는 문득 히나타의 손을 잡아 왔다. 강하게 채는 느낌이 아닌 부드럽게 손을 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는. 누군가 이렇게 손을 잡아준 적이 있던가? 계속해서 짧은 의문들이 히나타를 잠식했다. 손을 잡혔다는 놀람에 쳐내기까지의 행동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뭐야.”

 “잡고 싶어서, 아! 나 따위가 손을 잡아서 싫겠지. 미안.”

 “이상한 녀석.”


 말 그대로의 이상한 녀석이었다. 묘한 친근감에 마음을 열고 싶어도 항상 코마에다가 밀어낸다. 종잡을 수가 없다, 는 히나타가 느낀 코마에다 나기토에 대한 첫인상이자 현 인상이다. 손을 쳐내고 멍하니 노을이 지는 수평선을 따라 걷는 둘에게 침묵이 돌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노을이야말로 아름다운 게 아닌가.


 “진짜 아름다운 건, 저런 걸 말하는 거야.”

 “히나타군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노을인 거야?”

 “……기준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내게 있어 아름다움은, 히나타군같은 사람들을 말하는 거야.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그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지.”


 코마에다는 멈춰섰다. 노을에 꽂힌 시선과는 다르게 입에서는 다른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나는 동경하진 않는다 했잖아? 그래도 말이야. 순수한 감탄과 사랑은 그 누구보다 지지 않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는 내게 완벽히 아름다움의 기준에 부합해. 미의 기준이라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노을이 아름답지 않다는 뜻이야?”

 “내 눈앞의 히나타군보다는.”


 코마에다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아주 천천히, 손을 잡았던 것처럼 부드럽게 고개를 숙이고 몸을 숙여 모래사장에 온몸을 묻는 자세를 취했다. 덩달아 멈춰진 히나타의 발끝에 손을 뻗는 그는 망설이고 있다. 고개까지 숙여버려 어떠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잡고 싶어 하지만 잡지 않는다는 의미. 닿을 수 없는 거리 속 희망. 히나타는 코마에다에게 너무나도 아름다운 존재이기에 손댈 수 없는 성역이다.


 “아아, 이렇게 고개를 쳐박고 있어도 빛이 나. 눈이 부셔. 히나타군의 희망은 어느 정도인 걸까?”

 “몰라. 일어나 빨리.”

 “사랑하고 있어.”

 “……윽! 그만둬! 가버린다?”

 “상냥하기도 해라. 알겠어, 얼른 일어날게. 내가 히나타군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모래범벅이 된 머리를 들어 올리는 코마에다의 표정은 천차만별로 변해나갔다. 히나타의 다리에서 상체로 올라오는 시선에는 기쁨이, 눈을 마주치게 된 순간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황홀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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