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화에서 점점 살쪄서 불어버린 익준이 비쥬얼.. 노노..

질투의 화신 때 정도가 적당하니 그 정도로 생각해주시길..

























안정원x이익준

























토요일 오전 8시.

알람 없이 본능적으로 눈을 뜬 정원은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고 잠시 눈을 꿈뻑이며 주변을 살폈다.

제 방은 아니지만 익숙한 장소.

가슴에 둘러져있다가 몸을 일으키는 바람에 배꼽으로 떨어진 누군가의 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


정원은 전 날 운이 좋게 일찍 끝나 익준의 집으로 와서 뒹굴었던 것을 떠올리고 피식 웃었다.

익준과 함께 정시퇴근 하는 일이 거의 드물었기에 두 사람은 퇴근하는 순간부터 함께 하고, 저녁을 먹고 우주를 재우자마자 침대에서 붙어먹었다.

침대 옆에 놓인 작은 쓰레기통엔 사용한 콘돔 몇 개가 버려져 있었는데, 그 개수가 증명하듯 익준은 시체처럼 잠든 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익준아..?"

"... 커어어... 흐응...."



코까지 골며 골아떨어져있는 익준에 정원은 여전히 웃는 얼굴을 한 채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번의 섹스 후 씻지도 않고 잠든 탓에 온 몸은 찝찝했고, 그로인해 정원은 일어나자마자 욕실로 직행해 샤워부터 했다.

겉보기엔 동안이어도 이제 40인 나이를 증명하듯 꽤 더워진 날씨에도 정원은 따끈한 물로 온 몸을 씻어냈고, 개운한 기분으로 물수건을 만들어 와 익준의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워낙 바쁘다보니 같이 밥을 먹는 것은 물론이고, 함께 있는 것 조차 평일에는 여의치 않아 주말에나 붙어먹다보니 한 번 섹스를 하면 최소 3번 이상은 할 정도로 불타올랐다.

그 덕에 익준은 항상 섹스한 다음 날엔 점심까지 시체처럼 잠만 자야했다.

처음엔 남의 몸을 닦는게 어려웠던 정원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능숙하게 익준의 몸을 닦았고, 지금은 샴푸티슈까지 사 머리까지 씻겨주기에 이르렀다.


시체처럼 자는 익준을 요리조리 굴려 시트와 이불을 갈고, 세탁기에 더러워진 빨랫감을 넣어 돌린 정원은 또 아주 익숙하게 주방으로 가 우주에게 먹일 아침을 차리기 시작했다.

맵지 않은 백김치에 계란후라이, 소세지 등을 굽고 간단하게 국까지 끓인 정원은 잠이 깨 칭얼대는 우주의 목소리를 듣고 얼른 들어가 아이를 번쩍 안아든 채 달래며 주방으로 나왔다.



"우주~ 잘 잤어요?"

"응.. 아빠는?"

"어어, 아빠는-"

"아직도 자는구나. 배고파요 삼촌."

"하하, 그래. 밥먹자 밥!"



이젠 우주 조차도 주말 아침에 정원이 있는 것에 익숙해져 그를 꼭 끌어안은 채 눈을 비비고, 식탁 의자에 앉자마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정원도 전 날의 노동 아닌 노동으로 밥을 고봉으로 퍼 와 먹기 시작했다.

우주는 이젠 익준과 대화하듯 어색함 없이 정원에게 종알종알 어린이집에서의 일들을 자랑하고 떠들어댔다.

정원은 그런 우주가 너무 귀여워 광대를 내리지 못 한 채 밥 한 술 뜨고, 우주의 볼을 쓰다듬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젠 그냥 같이 사는 부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익준의 집에 있는 정원은 자연스러워진 상태였다.



-



"익준아, 이제 점심 때야 이만 일어나-"

".. 으응.. 음.. .... 하 허리아파.."

"밥 먹자. 응? 얼른 일어나라니까~"

".. 하.. 그럼 나 좀 옮겨.."

"이리 와."



오전 11시 50분.

밥도 먹지 않은 채 여전히 자고 있는 익준이 걱정 된 정원은 우주와 놀아주다가 결국 방으로 와 그를 깨웠다.

아침과 똑같은 자세로 아무런 미동 없이 자고 있던 익준은 정원의 손길에 눈을 뜨고, 저를 옮기라며 정원에게 양 팔을 뻗었다.

물론 정원은 그 말에 바로 익준을 안아들었고, 반쯤 풀린 눈을 꿈뻑대며 익준은 정원의 손길에 따라 식탁까지 들린 채 이동했다.



"아빠 일어낫따! 근데 아빠는 어른인데 왜 삼촌한테 안겼어?"

"응, 이 삼촌한텐 괜찮아~ 우주 밥은 먹었어?"

"아까 삼촌이 밥줬어! 그리구 이따가 돈까스 해준댔어"

"와 좋겠네~ 이젠 네가 우주 아빠같네 아주.."



식탁 의자에 살포시 내려앉은 익준은 정원에게서 밥그릇과 수저를 넘겨받으며 그를 잠시 노려봤다.

정원은 그에 피식 웃으며 저 또한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야, 우리.."

"어어, 와 근데 너 갈 수록 요리 는다. 국 제대론데?"

"애들한테 말할까?"

"..? 커흑, 콜록, 뭐, 뭐??"

"아 조심 좀 해- 우리 사귀는거, 애들한테 말하자고."



익준은 생각지도 못 한 말에 잠시 국이 코로 나오는 불필요한 경험을 하며 정원을 쳐다봤다.

그와중에 배는 고파 밥과 반찬을 집어먹으며 익준은 되물었다.



"진짜? 진짜로?? 애들한테 말해도 돼??"

"어, 그럼 진짜지 가짜냐.. 그냥- 이젠 좀 몰래하기 지치기도 하고.."

"난 찬성이지. 아니, 진작 떠벌리고 싶었지!! 아, 요 이쁜 것. 어후~ 내가 그 동안 얼마나 답답했는지 아냐!! 난 진짜 좋아!! 언제 말할거야??"



정원은 대놓고 좋아하는 익준을 보며 피식 웃어보이곤 바닥을 보이는 익준의 국그릇을 들어 새로 퍼다주며 말을 이었다.



"그것까진 아직 모르겠구.. 적당히 애들 있을 때 말하자."

"좋다좋다. 아~ 난 네가 평생 말하자 소리 안 하면 어쩌나 얼마나 걱정했는데-"

"뭐, 평생? 하하, 너 나랑 평생 만날거야?"

"뭐야, 넌 아냐?"

"그럴리가 있냐, 그럼 나 예쁜 짓 했으니까- 우주 이따 낮잠잘 때.."



오물거리며 밥을 열심히 먹는 익준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정원이 끈적하게 말하자, 익준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더니 그 손을 매섭게 쳐냈다.



"안 돼 나 죽어. 꺼져 임마. 가서 우주 데리고 놀이터나 다녀 와. 훠이!"



정색하며 거절하는 익준에 정원은 쩝.. 하고 입맛만 다시며 거실에서 만화영화를 보던 우주를 데리고 터덜터덜 나갔다.

그 모습에 정색하고 있던 익준은 결국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남은 밥을 먹어치웠다.



-



"하 드디어 큰 수술들 끝냈다. 요 근래 진짜 몸이 다섯개였음 좋겠다 생각했다니까?"



상추 쌈 두개를 포개 고기를 세 점 얹은 송화가 쌈에 넣을 편마늘을 집으며 말했다.


5인방이 오랜만에 밥을 먹는 화요일 저녁이었다.

이미 준완은 양 볼을 다람쥐마냥 부풀리고 고기를 씹고 있었고, 석형은 맛있게 익은 삼겹살이 가득한 불판을 핸드폰으로 찍어 누군가(제 엄마겠지만.)에게 보내고, 메세지를 하는 중이었다.

송화는 지난 2주 동안 10시간이 넘는 수술을 총 5번을 하고, 자잘한 수술과 응급수술 등을 해낸 자신에게 보상하듯 고기쌈을 입안 가득 밀어넣으며 곧바로 다음 상추쌈을 만들고 있었다.



"와, 야 파절이 꼭 넣어 진짜 맛있다."

"웅? 웅웅."

"너네는 입 안에 음식이 좀 없어지면 말을 해."

"으음~ 그럼 쟤네 한 마디도 못 해."

"... 그렇지."



입에 음식을 한가득 넣은 채 대화하는 준완과 송화에게 핀잔을 주던 익준은 석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열심히 고기를 굽는 정원과 눈이 마주쳤고, 이제 막 맛있게 익은 고기들이 늘어나자 또 먹깨비들이 먹기 전에 한 점이라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큰 고기 하나를 집어 정원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 모습은 퍽 다정했고, 별 생각 없던 두 사람은 잠시 정적 된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 했다.



"뭐야? 이익준 너 원래는 우리가 음식 먹어치우기 전에 네 입으로 음식물 넣던 새끼 아녔냐?"

"..? 뭐?"



그래서 준완의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그 말에 잠시 당황했다.

정원의 입에 고기를 넣어주고, 젓가락 끝을 살짝 문 채로 잠시 굳은 익준은 기회다 싶어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뭐, 사귀는데 이 정도도 못.. 못 해??"

"...?"

"어?"

"뭘 해?"



그 말에 다시 정적이 흘렀다.

정원은 고기가 입에 들어온 후 부터 그대로 굳어 아직 못 움직이는 상태였고, 입에 한가득 쌈을 넣어 씹고 있던 송화는 놀란 토끼눈으로 익준과 정원을 번갈아 보다가 사레가 들어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준완과 석형 또한 자신이 들은 말이 무슨 말인지 잠시 이해하지 못 하고 멍청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정원은 이렇게 얼레벌레 말하는게 아닌, 제대로 진지하게 공개를 하고 싶었던지라 지금 이 상황이 꿈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익준은 그 반응들을 보고 잠시 멈췄다가 피식 웃음을 작게 터뜨리더니 더 뻔뻔하게 말했다.



"야야, 오바들 좀 하지 마~ 사귄다고, 한국말 못 해??"

"그니, 그니까.. 너네.. 너네 둘이..??"



준완은 머릿 속에서 그 말을 해석하고 다시 해석하고 다시 해석하며 물었다.

20년지기 친구들이 사귀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저들 둘이 남자라는 것도 생각보다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근데 안정원이랑 이익준이??


사실 5인방 중 누가 붙어먹어도 이해못 할 준완이었겠지만, 저 둘은 정말 이상한 조합이었다.

이혼남 홀애비와 신부를 꿈꾸던 모태쏠로 모태신앙의 조합이라니?



"안정원 너, 너 그래서 갑자기 신부소리 딱 끊은거야???"

".. 어, 그게.."

"야.. 와.. 너네 둘이?? 와..."



석형도 준완만큼 이해하지 못 하는 조합이라 생각했는지, 정원과 익준을 손가락으로 번갈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겨우 물과 사이다로 기침을 멈추고, 입 안에 있던 고기들을 넘긴 송화 또한 거들었다.



"아니, 너네 언제부터야? 설마, 그 위로주..?"

".. 이야.. 채송화 진짜.."

"그 때 부터라고?! 이 미친.. 미친놈들!!"

"왜, 너 호모포비아 뭐 그런거냐?"

"아니 그게 뭔상관이야!! 야!! 니는 홀애비고, 야 너 천주교 아냐??"



준완은 점점 커지는 목소리를 진정시키지 못 하더니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둘이 서로 좋아한다는게 말이 안 됐다.



"야, 너 안정원 예민한거 별로랬잖아!! 넌 임마, 이익준 너무 인싸라 부담스럽다며!!"



지나가듯 서로를 불평했던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던 준완은 결국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과부하다.


그리고 정원과 익준은 그 말에 뜨끔해서는 그 뒷담화에 대해 작데 해명했다.



"그래도 나한텐 이제 안 예민해.."

"야 김준완 너는 그런 말을 왜 하냐? 그리고 지금이랑 그 때랑 같겠냐.."

"와.. 이것들 진짠가본데.."

"아니이, 그럼 진짜지 무슨 이런 뻥을 치겠냐? 야 심지어 우리 우주도 알아 우주도."

"우주도?!"



송화는 다시 놀란 듯 크게 놀라며 물었다.

그에 익준은 덩달아 놀라 움찔 하더니 덧붙였다.



"얘가 주말마다 우리 집에 있는데.."

"와.. 와아..."



혼돈의 카오스였다.

먹깨비 송화와 준완은 밥먹는 것도 까먹은 채 익준과 정원을 계솓 번갈아 쳐다봤고, 석형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마도 석형은 잠시 놀랐다가 금새 그러려니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런 석형을 본 송화는 놀란다고 뭐가 되나 싶은 생각이 번쩍 들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다시 바삭하게 익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너네 근데 그럼 어떻게 합쳐? 아직 우리나라 동성혼 안 되잖아."



그리고 참 송화다운 말을 했다.

동성혼이니 뭐니 그런 생각까지 안 했던 정원과 익준은 그 말에 웃으며 말했다.



"야, 갑자기 무슨 결혼이야~"

"어이구 어이구~ 오래 놀란다 했다, 채송화."

"야 너네 당연히 생각해야하는 문제야 이거- 우리 이제 마흔인데, 연애하면 결혼한다는 생각 해야지! 거기다가 정원이 애 좋아하는거 세상 사람 다 알고, 제대로 합치고 해야 애도 같이 키우고 하지!"

"뭐, 뭐.."



그리고 거기까진 아직 생각 못 했던 둘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 했다.

그렇게 익준과 정원이 우물쭈물 하자, 송화는 손을 뻗어 익준의 팔뚝을 철썩! 때리며 혼을 냈다.



"아무 생각도 없지!! 어휴 진짜. 그리고, 너네 이런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 하면 안 돼. 어?? 아무리 사회가 변했어도, 너네 위치랑 주변 사람들 시선, 이런거 생각 해야지! 그리고 지금 식당에도 다른 손님들이라도 있었으면 어쩌려고!!"



송화는 쉬지 않았다.

그렇게 익준과 정원은 얼레벌레 해버린 커밍아웃으로 인해 2시간 가까이 잔소리를 듣고 혼나야 했다.

한참을 열변을 토하던 송화는 다른 사람들한테 또 커밍아웃 할 생각이 들면 본인에게 먼저 허락받으라는 결론을 지으며 걱정 섞인 잔소리를 겨우 마무리했다.


그리고 준완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정원에게 물었다.



"야, 그럼 너 방 빼. 익준이네서 사는게 낫지 않냐?"



이로써 정원과 익준의 본격적인 동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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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뭐 먹음.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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