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온: 아... 이제 연결된 건가?

주: (카메라와 패드를 가리키며) 라오원, 지금 이거 뭐 하는 거야?

온: 아쉬, VLIVE라고 들어봤어? 인터넷 방송 같은 건데...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할 수 있어.

주: 전 세계 팬들이라니?

온: 아! 이거 봐. 지금 막 들어오고 있잖아.

주: 어? 숫자가 막 늘어나네?

온: 하하하. 역시 되는 거였어. 아쉬~. 나 좀 대단하지 않음? 이걸 해냈어.

주: 쯧. 이번엔 또 뭔 짓거리인지...

온: 아쉬~. 지금 여기 카메라로 우리 모습이 다 생중계되고 있어. 말 이쁘게 해줘. 응?

주: 뭐? 카메라로 생중계?

온: 응.

주: (작은 소리로) 그럼 미리 말해줘야지. 거울이라도 보고...

온: 하하하. 안 그래도 이쁘기만 한데 뭐. 자 이제 인사하자.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온, 온객행입니다. (어깨로 주자서를 툭 치며)

주: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주자서입니다.

온: 여기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설산에 위치한 저희의 보금자리 무고 안입니다. 잠시 내부를 보여드릴까요? (카메라를 들고 한 바퀴 돌며 주변을 보여 준다) 하하하. 별로 볼 건 없습니다. 예전에 무고였던 곳이라... 워낙 넓고 휑하기만 했죠. 아쉬, 그랬지?

주: 네. 그랬죠. 하지만 천년 가까이 지나면서 저희가 제법 깨끗하게 정리하고 아늑하게 꾸며서 지금은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온: 아, 질문이 막 올라오고 있네요. 정말 천년을 살았냐고요? 아쉬~. 맞나?

주: 아... 정확하진 않아도 아마 그렇지 싶은데...

온: 저희가 육합심법을 터득해서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워지고 나서는 뭐... 쭉 이렇게... 너무 오래되다 보니 햇수 세는 걸 언제부턴가 포기했습니다. 하하하.

주: 그렇습니다. (채팅창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아! 못 믿겠다는 분이 많은데...

온: 믿든지 말든지 그건 본인들이 알아서 하시면 되는 걸로... 하하하.

주: (귓속말로) 라오원, 뭐가 우리 팬이라는 거야? 댓글들이 별로 우호적이지 않은데?

온: (귓속말로) 미안. 사실 이거 해적방송 같은 거야. 팬도 있겠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도 들어와 있어. 그런 사람들은 보다가 나가버릴테니 괜찮아. 

주: (귓속말로) 으이그. 오랜 세월 맨날 뭘 열심히 배우더니 이제 결국 이런 짓까지 하는 거야?

온: (귓속말로) 최근에 배운 인터넷 정보통신기술이 얼마나 재밌는지 넌 모를 거야. 히히히.

주: (채팅창을 흘깃 보다가) 아! 저희 사기꾼 아닙니다. 이 머리 가발 아니고요. 온객행 백발 머리도 진짜예요. 확인시켜 드릴게요. (온객행 머리카락을 갑자기 홱 잡아당기며) 보셨죠? 가발 아니에요. 히히히.

온: 앗! 주자서!!

주: (양손을 들어 올리며) 어쩔 수 없잖아. 가발 아니란 걸 보여줘야 우리 말을 믿을 거 아냐. 하하하.

온: (머리를 몇 번 쓰다듬고) 너무 세게 당겼잖아. 아프게시리. 여러분. 제가 사실 중추절을 맞아 라이브 방송을 하려고 했는데 말이죠. 어제는 무선 인터넷 신호가 제대로 안 잡혀서 오늘 추가 작업을 좀 해야 했어요. 한참 늦어서 죄송합니다.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주: (온객행에게 눈을 흘기며) 너 그래서 어제부터 바쁘게 돌아다닌 거야? 나 혼자 두고?

온: 같이 가자니까 네가 귀찮다고 했잖아.

주: 네가 하도 쏘다니니까 그랬지. 뭐 때문인지 얘기를 해 줬어야지. 하여간 예전부터 비밀이 많아. (팔짱을 끼며) 자꾸 그렇게 속여 봐. 내쫓기는 수가 있어.

온: 아쉬~! 내가 뭘 속였다고 그래? 너 놀라게 해주고 싶어서 그런 거지. 나 이벤트 좋아하는 거 너도 알잖아. 그리고 내가 재밌다고 해도 넌 별로 관심도 안 가져주고. (입을 삐죽 내밀며) 나 서운해.

주: (억울하다는 듯이) 내가 무슨 관심을 안 가져?

온: 맞잖아. 최근 100년 동안 세상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데... 내가 그거 따라잡으려고 정말 노력 많이 하거든. 근데 넌 전자기기는 물론이고 정보통신, 인터넷에는 관심도 없고. 같이 공부하자고 해도 귓등으로 듣고.

주: 취향에 안 맞는 걸 그럼 어떡해.

온: 하지만 요즘 세상에 인터넷을 안 하고는 살기 힘들어. 내가 그동안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여기 전기 처음에 끌어 올 때도 그렇고 말이야. 또 전화며 인터넷이며 무선 기지국에서 전파 끌어오느라고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도와주지도 않고 말야. 내가 그나마 얼리어답터 기질이 있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음 우리는 진짜 이 설산에서 고립되어서 화석 인간이 되었을 거야.

주: 안 그래도 어차피 우리는 화석 인간이야. (채팅창을 보고) 아! 저희 싸우는 거 아니에요.

온: (채팅창을 보고) 하하하. 이런 건 싸우는 축에도 못 드는데. 우리 싸우면 밖에 나가야 해요. 무술로 한 번 대련하기 시작하면 아주 그냥 살벌하게... 

주: 그만해. 보여 달라고 하면 어쩌려고. (채팅창을 보고) 아! 저희 정말 물과 얼음만 먹어요. (온객행을 쳐다보며) 화식을 하면 바로 천인노쇄가 와서. 이렇게 늙지 않고 천년을 살려면 당연히 포기해야 하는 게 있는 거죠.

온: (주자서를 쳐다보며) 맞아요. 근데 아직은 화식을 안 하고 싶어요. 나중에 정말 더는 이렇게 살기 싫을 때 그때 하려고요. 지금은 사랑하는 아쉬랑 천년만년 계속 살고 싶거든요. 히히히.

주: (얼굴을 조금 붉히며) 야! 라오원.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도 되는 거야?

온: 왜? 사실을 말하는데 안 될 이유가 있어? 너도 그렇잖아. 나랑 계속 함께하고 싶잖아. (주자서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아니야? 너 이제 나 사랑 안 해?

주: (온객행의 얼굴을 손으로 밀며) 저리 치워. 이거 생방송이라며. (채팅창을 가리킨다.)

온: (채팅창을 보고) 아쉬야. 팬들이 아까는 싸우는 줄 알고 걱정했더니 지금은 눈꼴시다는데? 하하하하.

주: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고) 라오원. 근데 오늘 생방송은 왜 하는 건데?

온: 아! 참. 그렇지.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사실 중추절을 맞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라이브 방송을 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태국, 미국 등등 전 세계에 저희 팬들이 많다는 말을 들어서요. 어떻게 저희의 존재를 알고 또 그 믿기 힘든 걸 믿어 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막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아쉬~! 그게 뭐지? 믿기 힘든 걸 믿는 용기?

주: 아휴~! 고용! 그렇게 말해줘도 모르냐?

온: 왜 몰라. 잠시 기억이 안 난거지. 하여간 그래서 저희의 존재를 실제로 좀 보여드리고 싶어서 방송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주: 오!! 라오원. 지금 화면에 막 하트가 엄청 쏟아지는데?

온: 하하하. 감사합니다. 사실 중추절, 한국에서는 추석이라고 하죠? 보름달이 환하게 뜨는 날이잖아요. 저희가 또 달하고 인연이 깊어요. 아쉬~. 그렇지?

주: 뭐... 그렇긴 하지.

온: 저희가 달밤에 지붕에서 술을 많이 마셨거든요. 지금은 술 대신 물밖에 못 마시지만...

주: 그게 제일 아쉽죠. 원래 음식엔 욕심이 없는데 술은 꽤 즐겼어요. 근데 술을 못 마시게 돼서 그게 초반에 제일 힘들었죠. 지금은 뭐 이제 술맛이 기억도 안 나니 아무 생각도 없지만.

온: 아쉬~! 난 네가 술보다 나를 선택해줘서 고마워. 술고래한테 그보다 어려운 일이 없었을 텐데. 큭큭.

주: (온객행의 등짝을 한번 때린 뒤) 누구보고 술고래라는 거야? 그리고 어따 너를 비교하는 거야? 술 따위가 너랑 비교가 돼?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어.

온: 아쉬야~~. 우리 미인. 또 아무렇지도 않게 나 감동시키고 있어. 흑흑. (주자서를 폭 끌어안으며) 아쉬! 사랑해!!

주: 라오원. 이거 놔~. (말과는 다르게 그대로 온객행의 품에 안겨서) 지금 생방송 중이라며.

온: 아! 여러분, 저희 잘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다들 행복하게 잘 지내세요. 그리고 혹시나 지금 이 방송을 보시는 분 중에 고상, 조위녕, 엽백의, 장성령이 환생한 분이 있으시면 저희에게 연락 주세요. 보고 싶어요.

주: 그래~~. 정말요. 다들 몇 번씩은 환생했을 텐데... 도통 저희를 찾아올 생각을 안 하네요. 저희는 그 설산에 그대로 있으니 찾아와요.

온: 아!! 물론 이 주변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요. 이 산은 아직 그대로입니다.

주: (채팅창을 보고) 라오원! 여기가 어딘지 알려달라는데?

온: 그건 안 됩니다. 아무나 찾아오시면 안 되니까요. 좀 전에 말한 분들은 여기가 어딘지 아실 테니 굳이 알려드리지 않겠어요.

주: (귓속말로) 라오원, 고상과 조위녕은 모를 텐데...

온: (귓속말로)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여기 위치를 알려줄 수는 없잖아. 그냥 넘어가. 우리 인제 그만 방송 끄자. 너랑 하고 싶은 일이 생각났어.

주: (얼굴을 붉히며 귓속말로) 무... 무슨 일?

온: (씩 웃으며 귓속말로) 그건 방송 끄고 알려줄게. 히히히.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전 세계에 계신 저희 팬 여러분. 중추절은 지났지만 어쨌거나 중추절 기념 설산 VLIVE 잘 보셨나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희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여러분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세요. 아쉬~. 너도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주: 네, 여러분. 저희처럼 속세를 떠나지는 못하시겠지만 어떤 고난이 오더라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저희 생각하면서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온: 그렇지! 그럼, 안녕히 계세요. 언젠가 또 올게요. 아니다. 저희 아마 춘절에 다시 올 수 있을 거예요.

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춘절에 또 한다고? 

온: 응. 그럼!! 여러분, 그때 만나요. 안녕~!

주: ......

온: 너도 얼른 인사해. 응?

주: 어? 어... 그럼 나중에 다시 만나요.

온: (화면을 끄러 가까이 다가오다가) 앗! 아쉬~! 어디 가? 기다...

[뚜........]

 



낮에 VLIVE 보다가 갑자기 쓰고 싶어 썼는데... 이런 뻘글도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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