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그 한심하다는 얼굴로 대표님이 말했다. 입을 벌리기도 전에 예상이 되는 그 단어.


"바보입니까?"


보통은 '바보'까지만 말하는데 오늘은 의문형이네. 나한테 질문을 한거니 난 거기에 대해 답을 했다. 


"아뇨. 정의감이 넘치는 시민이죠."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아요. 자기 상황을 보면서 해야죠."


가시가 돋힌 말에 반박을 하려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대표님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심하다는 표정은 사라지고 살짝 슬픈 얼굴이 되었다. 미묘한 차이지만 나는 알아볼수 있다. 대표님이 손을 뻗어 내 이마를 만졌다. 


"더 다치면 어쩔뻔 했어요. 자기 몸을 스스로 아껴요."


"네....죄송해요."


조금 무리하긴 했다. 눈이 내린 다음날, 유모차가 미끄러운 언덕길에서 넘어지는걸 막으려다가 그만 발목을 대차게 삐었다. 그래도 아기가 무사했으니 다행이지. 아기 엄마가 브레이크를 잡고 다른 손에 짐을 잠깐 고쳐드는 사이에 낡은 브레이크가 고장난거 같다. 비록 일주일간 왼쪽다리에 반기브스를 하게 되었지만 눈물 범벅으로 뛰어오던 아기 엄마를 생각하면 꽤 뿌듯하다. 그리고 병원비도 내준다고 하고 따로 선물도 받았다. 난 아기엄마에게서 받은 태블릿피씨를 대표님 눈앞에 들어보였다.


"후후후. 이거 주고 갔어요. 무려 저번달에 나온 최신형! 그리고 유기농 쥬스도 잔뜩 주고 갔어요. 아, 냉장고에 있는데 하나 드실래요?"


"바보."


마침내 그의 손가락이 내 이마를 튕겼다. 평소보다 살짝 세서 아프다. 불만스럽게 이마를 만지며 대표님을 보자 그가 병원 침대에 걸터 앉으면서 말햇다. 앞에 의자도 있는데 굳이 침대에....라고 생각하지만 분별력있게 말은 하지 않았다. 


그가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푹 쉬어요. 비행기표랑 호텔은 위겸한테 취소하라고 할테니까."


"네? 안되요! 저 갈수 있어요! 뼈가 다친거 아니구 그냥 살짝 삔건데..."


의사가 말하길 염좌로 인대가 늘어났다고 했다. 심하지 않지만 그냥 놔두면 늘어난채로 굳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의사가 권하는대로 반깁스를 한것뿐이다. 살짝 아플뿐이지 별로 심하지도 않다. 난 재차 괜찮다고 말하려 했는데 대표님의 표정이 정말로 험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내게 뭔가 말하진 않고 고개를 돌렸다. 아....진짜 화났다. 대표님의 이런 모습은 거의 처음보는거 같은데....미팅떄도 이런 모습을 본적이 한번도 없다. 독설을 하고 냉정하게 말하긴 하지만 이런 행동은 보인적이 없는데....대표님이 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걸었다. 전화 상대는 위겸씨였다. 


"나야. 모레 비행기표랑 부다페스트 호텔 예약 전부 취소해. 그래 전부. 어, 그것도 취소하도록."


안돼...그것만은....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바쁜 대표님이 4박5일이나 할애해서 휴가를 냈다. 우리는 30일에서 31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비행기를 타고 부다페스트로 가서 새해를 맞기로 되어 있었다. 안돼.....안돼!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대표님......"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또 전화를 거는거 같았다. 정말 1초도 날 보지 않는다. 표정이 냉랭하기 그지 없다. 


"접니다. 네, 이택언입니다. 네. 염좌에 좋은 음식이 있다면 부탁합니다. 아뇨, 제가 아니라 친구가 다쳤습니다. 네....네. 그럼 부탁합니다. 위겸이 전화할겁니다."


전화를 끊고 그는 어딘가에 메세지를 보낸다. 위겸씨겠지.....난 그가 쳐다봐 줄떄까지 계속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는 나를 쳐다보지 않은채 메세지를 보내면서 말했다. 


"푹 쉬고 있어요."


"대표님."


"나중에 연락할께요."


그가 냉담하게 몸을 돌리려고 해 나는 깁스를 한것도 잊어버린채 급하게 침대에서 나오려 했다. 그러나 깁스한 다리쪽이 평소 다리의 무게와 달라 쿵하고 바닥에 찧었다. 힉....이거 괜찮은 거겠지? 별로 아프진 않지만. 그 소리에 대표님이 돌아보았는데 또 어이없다는 얼굴이었다. 아 진짜 오늘 저표정 많이 보네. 순간 나도 욱하는 감정이 솟아 그에게 말했다. 


"일부러 아니라구요. 사사건건 그런 표정으로...."


"조심하라고 한지 몇분 지났죠? 정말 이 바보."


그가 또 내 볼을 힘껏 꼬집었다. 난 볼을 꼬집힌채로 노려보며 말했다. 


"그거 취소하지 말아요! 나을꺼야! 무슨 일이 있어도 그전에..."


"유연씨.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말아요. 정말이지 당신은...."


그때 전화가 울려서 그가 그제서야 내 볼을 놓고 말도 안되는 소리 말라면서 으름장 놓았다.


"그리고 제발 조심좀 해요. 제 소원입니다."


"내 소원은 부다페스트 가는거라구요!"


그러나 그는 무심하게 돌아서서 전화받으며 나가버렸다. 그의 등짝이 사라지는걸 보면서 나는 애꿋은 베개에 화풀이 했다. 싫어! 부다페스트! 얼마나 기다렸는데! 8월부터 오늘까지 계속 이것만 기다렸다고....정말로.


"아......같이 야경 보고 싶었는데....."


눈물 나올꺼 같다. 이정도 발목 삔걸로 4개월 넘게 기다린 여행을 못가다니. 진짜 눈물 나온다. 와.....직장인의 휴가는 삶의 목표이자 희망이란 말이지. 그게 지금 꺾여 버렸다. 게다가 대표님은 휴가가기 정말정말정말 힘든데...


"거짓말....이건 다 거짓말이야."


하지만 내 잘못이니 어디 화풀이할데도 없다. 확실히 반깁스한채로 해외여행 가는건 많이....무리겠지. 게다가 유럽은 계단이 많고 길이 불편한곳이 많다. 게다가 계절적으로도 좋지 않고. 으흑....하지만 4개월전부터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가고 싶은것도 많고, 먹고 싶은것도 많고, 계획한것도 많단말야. 대표님이랑 둘이 하고 싶었던것이 많다.


"너무해....바보 같은 유연. 왜 다친거니."


결국엔 자책하면서 울먹이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서 머리를 다듬으면서 들어오라고 했을때 들어온 사람은 위겸씨였다. 엄청 빠르네. 게다가 저 과일바구니....엄청 크네. 위겸씨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괜찮냐 물었다.


"다리가 부러졌다면서요? 세상에 어떻게 다치신거에요?"


"아뇨....부러진거 아니에요. 살짝 삔거에요."


"정말요? 와, 다행이다! 이거 어디다 둘까요?"


위겸씨를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도 속속 문병오기 시작했다. 유영씨는 마감이 밀려서 어쩔수 없었다고 내게 양해를 구했다. 나도 사정뻔히 아니까 뭐라할수 없지. 방송가가 원래 그렇다. 다른 직원들이랑 서준이도 오고 다음날엔 대학 친구들도 다녀갔다. 생각해보니 대표님은 진짜로 빨리 왔네. 엄청 바쁘셨을텐데.... 나랑 있는 동안에도 계속 전화가 왔지. 난 한숨을 쉬었다. 대표님의 상냥함은 항상 조금 돌아서 내게 닿는다. 






"흐음, 내일 비행기표가 있대요? 31일인데? 아니, 비행기표는 그렇다치고 숙소는요?"


난 위겸씨가 가져온 표3장을 보면서 말했다. 각기 다른 목적지의 비행기표 3장. 위겸씨는 다 준비되어 있으니 빨리 고르기나 하라면서 재촉했다. 


"이것저것 할게 많다구요. 유연씨 말대로 내일은 바쁜날이니까."


"으음....하지만 셋다 안 끌리는걸요."


중국,일본,대만. 결국에 갑자기 떠날수 있는건 근처 나라들 뿐이구나.차라리 괌이 있었다면 거기를 골랐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부다페스트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컸던터라 저 세나라 모두가 맘에 차지 않는다. 동유럽....부다페스트의 야경... 눈내리는 야경....대표님에게는 비밀로 했지만 현지인들이 잘가는 로컬 식당도 예약했는데. 물론 진즉에 취소했다. 난 한숨을 쉬면서 됐다고 했다. 


"대표님께는 감사하다고 전해줘요. 그냥 이번 기회에 집에서 푹 쉬시라고 전해주세요."


"네엣? 그게 무슨 소리에요 유연씨. 정말 안 가실꺼에요? 셋다 괜찮은 곳이라구요!"


위겸이 무척 놀라긴 하지만 어쩔수 없는걸. 정말 셋다 가고 싶지 않다. 거길 가느니 집에서 푹 쉬고 싶다. 집에서 밀린 DVD보고 치킨 시켜먹고 캔맥주 마시고 크흐~ 생각만해도 행복하네. 좋아! 이번 휴가는 그런걸로 하자. 하지만 위겸씨는 펄펄 뛰면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셋다 좋은곳이라고요. 대표님이 신경쓰래서 제가 얼마나......"


"위겸씨 정말로 감사해요. 하지만 정말 가고 싶지 않아요. 저 환자라구요. 대표님꼐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깁스는 오늘 풀었잖아요. 나원참....일단 알았어요. 대표님께 그렇게 전해드릴께요."


위겸씨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사라졌다. 위겸씨가 그렇게 사라진뒤, 1시간하고도 10분정도 뒤에 대표님에게 직접 전화가 왔다. 


"어디 달리 가고 싶은곳 있어요? 국내도 좋은곳 많잖아요. 제주도라던가."


"아뇨....대표님 말대로 이번 휴가는 그냥 푹 쉬려구요. 생각해보니 휴가가 그닥 길지도 않은데 왔다갔다 시간만 다 버릴꺼 같아요. 대표님 말이 맞죠 뭐. 여행지보다 비행기랑 공항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꺼라는 말. 그러니까 요번에는 집에 있을래요."


"......알았어요."


대표님이 의외로 순순히 끊었다. 어라? 안 좋은 소리 할줄 알았는데? 왜이리 순순히 끊으시지? 고개를 갸웃해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위겸씨도 바쁘니 물어볼수도 없고...아무튼 그렇게 마무리 된줄 알았다. 그러나 퇴원수속을 밟고 콜택시를 부르고 있을때 여자 비서가 재등장했다. 음? 이분 화예 인포메이션에 있는분 아니신가?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데리러 왔다고 햇다 하?


"누굴요? 저를요?"


"네. 짐은 이건가요? 의외로 얼마 없네요."


그녀가 내 종이가방을 번쩍 들었는데 핑크빛 네일과 얇은 팔찌가 반짝이는게 눈에 띄었다. 손이 곱네. 인포에서 일해서 그런지 역시 관리가 잘되어있....잠깐, 이런 감상을 하고 있을때가 아니야. 전화기 너머의 콜택시 기사가 여보세요를 반복하고 있었다. 일단 죄송하다고 말하고 급하게 끊었다. 여자 비서를 뒤따라가면서 왜 온거냐 물으니 그녀는 아까랑 똑같은 말을 했다. 


"데리러 왔어요. 차는 바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네?"


병원 건물 밖으로 나왔을떄 익숙한 검은차가 있었다. 진짜잖아....이거 대표님 차잖아? 검은색의 큰차가 썬팅까지 되어 있어 위압적이다. 아, 근데 너무 추워. 밖에 나오니 너무 춥다. 낮인데 입김이 나오네. 여자 비서가 내 종이가방을 기사한테 건네주는거 같았다. 기사는 백을 건네받고 내게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유연씨. 쾌차하셔셔 다행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아저씨가 인사하니까 같이 인사했다. 아저씨는 웃으면서 차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추운데 어서 타시지요.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네?"


당황스럽다 진짜. 그리고 당연한듯 차안에는 대표님이 있었다. 각잡힌 정장차림으로. 하? 오늘은 또 왜저리 잘 차려입었지? 넥타이도 꽤 좋아보이네? 그가 왜 안타냐는 눈빛으로 말했다. 


"추우니까 빨리 타요."


"아....네."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순순히 말을 잘 듣는것일까. 차안은 히터를 틀었는지 꽤 훈훈하다. 밖이 춥긴 추웠구나. 몸이 녹는게 느껴진다. 아, 이게 아니지. 대표님에게 따질려고 하는데 대표님은 내게 눈길도 안주고 창밖의 여자비서에게 수고했다고 말했다. 여자 비서는 가죽장갑을 끼면서 말했다. 


"네 회장님. 그럼 내년에 뵙겠습니다."


"잘 들어가요. 고생했어요."


어....라? 같이 안 가는건가? 기사님이 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헐? 진짜로 두고 가네? 난 왜 같이 안가는거냐 물었다. 


"저분은 화예로 돌아가시는건가요?"


"아뇨. 이대로 오늘 퇴근입니다. 유연씨 데리러 오는게 오늘 마지막 일이었어요."


"네?"


난 차안의 시계를 보았다. 지금 아직 정오가 안됐는데? 대표님은 오늘 오전 퇴근이라고 했다. 아! 마지막 날이라서 그렇구나. 난 여전히 내게는 눈길을 안주고 노트북을 바라보는 대표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대표님도 퇴근이신가요?"


"아뇨. 전 임원 종무식에 참석해야 합니다. 그전에....."


대표님이 드디어 노트북을 덮었다. 나를 돌아봤을때 대표님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아서 긴장했다. 뭐....지. 이렇게 갑자기 불러내서는. 대표님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말했다. 


"내게 화 많이 났어요?"


"아뇨?"


대표님이 한 3초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말하셨다.


"진짜로 화 안났어요?"


"네. 화 전혀 안났어요. 제가 화나신줄 알았어요?"


"네. 전화로는 유연씨 얼굴을 볼수 없으니까요."


"그럼 화상통화 하면 되잖아요."


스마트폰은 뒀다 뭐할거야. 국끓여 먹을건가. 대표님은 그런걸로는 안된다고 했다. 


"직접 보는게 낫죠. 보러 오길 잘했네요."


그러면서 팔을 들더니 내 머리 위로 짚고 얼굴을 가까이 했다. 뭐,뭐야.....대표님의 얼굴이 너무 가까이에 있어 긴장된다.


"대표님....?"


"혈색이 그때보단 좋아졌네. 잘먹고 잘잤나보군."


"으음...병원은 심심하니까...뭐."


솔직히 TV보고 스마트폰이 아니면 진짜 할게 없다. 게다가 1인실이니까. 그래서 하는거라곤 먹고, 자고, 스마트 폰으로 검색좀 하고, 문병온 사람 만나고 그게 다다. 평일이라 문병도 거의 저녁만 온다. 하지만 고작 며칠 있었는데...음... 설마 그새 살찐건 아니겠지? 


"저 살쪘어요?"


"풋."


갑자기 고개를 돌리면서 웃는다. 그러나 0.1초만에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와 그런건 아니라고 했다. 


"건강해 보이고 좋아 보인다는 소리에요. 기사님. 칸막이 올려줘요."


칸막이? 뭔소린가 했더니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칸막이가 올라갔다 오....이거 영화에서 보던거. 이런 차에도 있었구나 첨 알았어. 그떄 대표님의 손바닥이 내 얼굴에 닿았다. 그리고 좀더 내쪽으로 바짝 다가 앉으며 말했다. 


"여행 취소한건 미안해요."


"아뇨....이해해요. 저 화 안났다니까요? 아! 그리고 보내주신 흑염소 고기도 잘 먹었어요."


대표님이 다시 빙그레 웃었다. 아, 이렇게 웃는거 너무 좋아. 뭔가 겨울속의 따뜻한 햇살같다. 그가 남김없이 다 먹었냐고 물었다. 


"네에....맛은 그냥 그랬지만."


"잘했어요."


그가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헤헤헤, 이것도 너무 좋아. 하지만 지금 이상황 좀 긴장된다. 차안에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대표님이 각잡힌 정장울 입고 있어서? 난 대표님도 오늘 좋아 보인다고 했다. 


"그래요? 난 사실 좀 덥군."


그러면서 답답한지 목에 넥타이를 당겼는데 손이 굉장히 섹시했다. 와....저 팔목이랑 손가락이 어쩜....원래 이정도로 섹시했나? 나도 모르게 넋놓고 보고 있는데 그가 다시 내쪽으로 고개를 돌려 깜짝 놀랬다. 놀래라...너무 가까이에 있으니까 놀라게 되네. 그가 왜 놀라냐 물었다. 


"죄진거 있어요?"


"그,그런건 없고 물어보고 싶은건 있어요. 왜 갑자기 찾아오신 거에요?"


"화났는지 확인해야 했어요. 그리고 보고 싶으니까."


"네...네?"


대표님이 완전 밀착해와서 나도 모르게 뒤쪽으로 붙었다. 


"대표님?"


그가 손가락을 내 볼에 살짝 갖다대며 말했다. 


"뭘 그리 긴장해? 오늘 이상하네. 유연씨는 나 안 보고 싶었나?"


"보고싶...었지만....그...."


진짜로 긴장된다. 대표님에게 좋은 향기가 난다. 향수냄새? 아닌데? 아무튼 좋은냄새 난다. 게다가 대표님은 원래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인데다 오늘따라 더 멋져 보여서 굉장한 압박감이....라고 느끼는데 더 가까이 왔다. 


"꺅!"


"나원. 안 잡아먹으니까 그만 좀 해요."


대표님이 내 뺨에 손을 떨어뜨리고 약간 물러나며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없으니까 짧게 말한다면서 말했다. 


"진짜로 어디 가고 싶은곳 없어요? 바로 준비 가능하니까."


"어....글쎄요...."


긴장이 조금 풀렸기 떄문일까. 난 장난스레 말했다. 


"그럼 달나라?"


"......,"


대표님의 눈빛이 싸늘했기 때문에 바로 농담이라고 했다. 대표님이 근데 시간조정해 보겠다고 말했다. 


"내일 당장은 못가지만 두달뒤정도면 갈수 있을꺼에요. 여권은 있죠?"


"네? 달나라를요? 근데 거기도 여권 들고 가나요?"


"아뇨. 그건 아니지만 러시아 우주센터는 갈수 있어요. 거기라도 갈래요?"


"....아뇨."


난 또 뭐라고. 놀랬잖아. 대표님이 달나라 간다는 말은 농담같지 않고 진정성있게 들린다. 워낙 무시무시한 사람이니까. 대표님은 그럼 어디 가고 싶냐고 했다. 


"빨리 말해요. 시간 없으니까."


"진짜 없어요. 그냥 집에 있고 싶은데...."


"그럼 전 어쩌구요. 스케줄 다 비웠는데 이제와서 그러면 어쩝니까?"


"어....잠깐....하지만 여행 취소 시킨건 대표님이잖아요. 그럼 여행 취소됐으니까 각자 스케줄...."


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으앗....압박감. 대표님이 다시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라고 유연씨랑 여행 안가고 싶었겠어요? 정말 사람 속 썩이는건...."


그가 내 코등을 살짝 잡았다. 으앗! 왜이래? 아픈 사람한테. 아니, 깁스는 풀었지만. 대표님을 찌푸리면서 보는데 그가 갑자기 두팔로 나를 껴안았다. 


"꺅!"


"바보."


그가 나지막하게 귓가에 말했다. 참....맨날 바보래. 하지만 지금 이순간은 가만히 있기로 했다. 바쁜 사람이 여기까지 오고, 어제 위겸씨까지 시켜서 비행기표를 3개나 끊고....진짜로 너무 상냥하다. 말은 툴툴 거리는데 행동은 정 반대로 행동한다. 누가 바보일까 정말. 이대로 있고 싶은데 그가 살짝 떨어지면서 덥다고 했다. 음...덥긴 덥네. 창문을 좀 여는게 어떠냐고 했을떄 그가 난 안 덥냐 물었다. 


"코트까지 껴입고 안 덥습니까?"


"아....안엔 별로 안 두꺼워요."


병실이 워낙 따뜻하니까 그냥 니트하나만 입고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꽤 더운거 같아 코트 단추를 풀었는데 대표님이 다시 몸을 기울였다. 


"오늘 진짜 예뻐 보이네."


"네?"


놀리는건가? 화장도 안했는데. 아까 여자 비서는 화장이 세련되고 눈부셨다. 누가봐도 그쪽이 더 예쁠텐데. 그러나 진지한 눈빛이 장난하는거 같진 않다. 그가 내 뺨에 손바닥을 대더니 엄청 예뻐졌다고 했다. 


"별로 변한건 없는데....뭔가 엄청 예쁘네. 병원에서 뭔가 먹었어?"


"글....쎄요. 대표님이 보내주신 흑염소?"


"흠...흑염소에 그런 효능이 있는줄은 몰랐는데."


그가 내게 몸을 기울였다. 얼굴이 정말로 가까워졌다. 거의 키스할듯말듯 하게 가까워졌다. 눈을 감으려 할때 분위기를 깨는 기사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죄송합니다만 5분뒤에 도착합니다."


"시간 남았으면 좀더 돌아요."


"네. 대표님."


대표님이 얕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좀더 있고 싶지만 임원 종무식이 있어요."


"네....어쩔수 없죠."


근데 화예는 마지막날에 하는구나. 보통 28,29,30일에 많이 하던데...음....임원 종무식이라 다른건가. 그리고 점심때 하네?


"네. 저는 간단히 연설하고 시상만하고 나올겁니다. 이건 사진을 찍어야 해서 빠질수가 없네요."


"헤...."


그래서 차려입고 나왔구나. 오늘 아주 멋지다고 하자 그가 다시 소리 없이 미소지었다. 우와, 저렇게 웃는거 너무 좋아. 그가 내 머리칼을 귀뒤로 넘기면서 말햇다. 


"그렇게 웃지 마."


"네?"


예고도 없이 그가 입술을 겹쳐왔다. 입술이 뜨겁고 내 볼에 닿는 대표님의 손도 뜨겁다. 격렬한 키스에 온기가 내게로 전달되는거 같다. 대표님의 혀가 아래 입술을 핥다 곧장 안쪽으로 파고 들어온다. 혀가 서로 얽히면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으음....하....대표님..."


"쉿."


마침내 입술을 떨어뜨린 그가 자기 입술에 검지를 올린다. 손목에 찬 시계가 햇빛에 반짝인다. 마치 꿈속의 장면같다. 그가 내 머리칼을 쓸어넘기면서 귀에 속삭였다. 


"조용히."


그가 다시 입술을 겹치고 격렬한 키스가 다시 시작된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달콤하고 동시에 열정적이고 격렬하다. 오랜만에 하는 키스라 그런지 꽤 신선하고 새롭다. 오늘따라 굉장히...그때 대표님의 손이 내 니트를 걷어 올리려 해서  난 깜짝 놀랐다. 


"대..."


"쉿."


대표님이 내 입을 살짝 막았다가 다시 손을 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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