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 해도 다이무스는 동물을 제법 좋아하는 편이었다. 본디 이렇다 저렇다 좋고 나쁨의 기준이 모호한 그로서는 꽤 이례적이게도 '매우 좋아하는 수준' 에 드는 몇 안되는 대상 중 하나라는 것은 상당한 이슈거리였다. 아마 아주 가까이서 같이 지냈을 거라 자부하는 막냇 동생이 증언한 바에 따르면 '털 달린 동물이 멀리서 지나가기만 해도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수준' 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실제로 다이무스가 동물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가족이 아닌 이상 알 수 없었다. 

 

그가 다니는 회사 내의 동물 출입은 당연히 금지되어 있으며, 은행이라는 그의 직장 역시 동물들의 출현이 높은 곳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여, 그렇다고 그가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도 아니었다. 일단 바로 밑 동생이 그런 동물 자체를 끔찍하게 싫어했으며, 다이무스 역시 회사와 직장 일로 바쁜 탓에 키울 여건이 안되기도 한 까닭이었다. 그렇기에 대다수 사람들은 평소의 자신들이 알던 다이무스를 떠올리며 그 정보를 단순한 헛소문 정도로 생각해 넘겨버렸다.

 

그러나 다이무스는 정말, 매우 동물을 좋아했다. 특히 털 달린 동물이라면 무엇이든지. 다만 곁으로는 좀체 표현을 못하는 그의 과묵한 특정상, 그렇게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의 곁에서 수년간을 보필해온 충성스런 가신들은 그런 다이무스의 성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여름밤, 그들의 주인이 커다란 상자 속 두마리 개를 데려왔음에도 그들은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한 조금의 동요도 없이 주인의 젖은 몸을 수건으로 닦고, 상자를 건네받아 작은 강아지 두 마리를 방으로 데려다 주었다.

 

 

"내가 나올 때까지 씻겨놓도록."

 

 

하루 종일 갑갑하게 목을 조르던 넥타이를 비로소 느슨히 풀며 말하는 다이무스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인 가신들이 강아지들을 데리고 방 밖으로 나섰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잠깐 눈으로 훑던 다이무스는 이내 빗물을 함박 머금어 젖은 옷을 벗고 마찬가지로 욕실로 향했다. 우산을 쓰긴 했지만 강아지들이 들어있던 상자는 한손으로 도저히 잡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머리와 옷을 포기해야했다. 어차피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내리던 비는 그야말로 하늘에 구멍이 뚫렸나 싶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우산을 쓰나 마나 쫄딱 젖는 건 똑같았을 거라 위안하며 다이무스는 느긋하게 샤워를 즐겼다.

 

 

"흠."

 

 

체온과 비슷한 온수로 씻고 나오자 침대 아래에는 목욕을 끝마치고 뽀송뽀송한 상태로 눈을 망글망글 굴리는 두 강아지가 얌전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직도 미친듯이 내리고 있는 폭우 속에서 꼴사납게 젖어 볼품없어 보이던 첫인상과 달리, 이제는 제법 그럴듯해 보이는 풍채를 띄고 있는 것이 의외라면 의외였다. 금을 녹여 그대로 털에 부은듯한 개와, 온전한 갈색으로 물든 개는 척 봐도 서로 다른 견종같았다. 굳이 따지자면 금빛 개는 앉은 것 부터 우아하고 날렵하게 생긴 사냥개 같은 견종이라면 갈색 개는 사나운 생김새에 큰 덩치덕에 비쩍 마른 들개 같았다. 이 판이하게 다른 두 개들을 유심히 살피던 다이무스가 문득 무언가를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목걸이?"

 

 

아까는 경황이 없어 미처 보지 못했지만, 두 개의 목에는 각각의 이름표가 걸려져 있었다. 아마 비에 젖은 털들이 엉키며 목걸이를 덮어버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다이무스는 처음에는 채 발견하지 못했던 그 이름표를 잡고 유심히 살펴보기 바빴다. 금빛 개의 목걸이에는 '루드빅' , 갈색 개의 목설이에는 '히카르도' 라는 각각의 짧막한 문구들이 유려한 필체로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역시 누가 키우다 여건이 되지 않아 버린 개들인 것일까, 다이무스는 거의 확신을 짓는 표정으로 제 입가를 매만졌다. 

 

아까 전 주워올때도 그렇고, 사용인들에게 맡길 때도 그렇고. 생각보다도 훨씬 유순하고 경계심 없이 몸을 내맡기는 두 개들을 보며 어렴풋이 사람에게 길러진 개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저 루드빅이라면 모를까, 들개마냥 날 선 생김새를 한 히카르도마저 별다른 반항없이 얌전히 있는 것은 조금 의외였었지만.

 

 

"상관없나."

 

 

어쩄거나 버려져 있는 개들을 주운 건 자신이었다. 기른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제 손으로 넘어온 두 마리의 개를 보며 다이무스는 드물게 얼굴에 힘을 빼고 웃었다. 순식간에 표정이 누그러지며 희미한 웃음을 매단 저들의 새 주인을 두 마리 개는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살랑살랑, 살래살래. 두 개들의 꼬리가 여상히 흔들거렸다. 어쨌거나 새 주인이 그네들의 마음에 안든 것은 아닌 듯 했다.

사퍼 / 다무른 애정합니다♥ / 마이너틱 왼쪽도 다무가 오른쪽이라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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