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픽션이며, 필자의 종교적, 과학적 견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행성을 오염시킨다.

그걸 다시 정화한다. 대가는 물론 수명이다.

행성민들은 우리가 행성을 정화시킨다 생각하기에, 우린 숭배받는다.

행성 피타노. 완벽한 사육장이군.



(13) 약 13세기 전

BGM 추천-<blinded by emotions> by Hakaisu 



-행성 피타노, ???년


 27명의 인간들이 넓은 방 안에서 문을 향해 진을 치고 있었다. 한 사람이 적어도 소총 하나씩은 들고 있었다.


 그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방 안을 들어오려는 이들을 경계했다. 아니, 그냥 지나가길 원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위해서는 먼저 그들을 보지 못했다는 불가능한 조건이 필요하다.


 폭음과 함께 문이 터졌다.


 겁에 질린 인간들이 폭발로 인해 생긴 연기를 향해 난사했다. 

 그리고...


 총알에 의해 찌그러진 방탄 철판이 방으로 던져지고, 군인 한명이 들어왔다.


 "'사도'에게 가호를 받은 놈이야! 최대한 많이 쏴갈겨!"


 그러나 들어온 헨리에타-13은 총알을 맞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빠르게 그들 사이로 뛰어든 그녀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인간의 손목을 뒤틀어 총을 빼앗은 후 흉부에 나이프를 박아 넣었다.

 

 총을 쏘던 저항군 한명이 말했다.

 "빌어먹을!!"

 

 헨리에타가 총구가 만드는 직선궤적을 모조리 피하면서 빼앗은 소총의 탄창을 비워냈다. 재장전을 시도하지 않고 총을 버린 뒤 뛰어들었다.

 

 앞으로 17명.


 그녀는 탄창을 갈아 끼우던 남자의 나이프를 꺼내 그의 목을 그었다.


 16명. 간단하군.


 방금 죽인 이의 시체로 이어지는 공격을 방어했다.

 그녀는 폭발물을 반대쪽에 붙이고 적들에게 던졌다.


{ 기적 - 역학 격리 }


 

 남아있는 군인들 중 한명이 자신의 수명을 소모하고 방어기적을 사용했다. 시체는 공중에서 터졌다.

 "어차피 죽을 걸 아니까 수명이 아깝지 않은 건가?"

 "닥쳐 살인에 미친 광신도 X끼야!"



-[ 유사 기적 - '가속' ]


 헨리에타-13은 그 말을 듣고 반박하고 싶어졌지만 가속하며 그의 복부를 무릎으로 걷어찼다.

 그의 권총을 꺼낸 헨리에타는 기절한 몸을 방패로 들고 나머지 인원들에게 난사했다.


 사망 23명. 기절 1명. 전투불능 3명.

 4명 정도는 명령대로 포로로 삼는다.


 그때 다리를 피격당한 인원이 움직였다.

 "피타노여... 영원하라!"

 

 { 기적 - 심지 점화 }



 그의 피부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런. 자폭이다. 막아야 해.


 자폭을 시도하던 인간이 갑자기 문밖을 바라보더니 넋을 놓았다. 옆에 있던 다른 부상자가 말했다.


 "이봐, 스미스. 빨리! 뭐 하는 거야?"

 '놈에게 우주가 얼마나 큰지 잠시 보여줬다.'



 머릿속에서 소리가 울리고, 문을 통해 '그녀'가 보였다. 다른 3명이 형용할 수 없는 공포에 질렸다.

 "행성 하나를 위한 싸움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달아 버린 게지. 스스로 모순을 풀기 전까지는 평생 그 꼴로 살 거다."


 바텐더. 4주신의 실질적인 리더이다.

 

 "잘했다. 헨리에타-13. 성기사단에도 인물이 있었구나."

 

 아직 정신이 남아있는 자 중 한 사람이 외쳤다.

 "개 같은 놈들! 왜 우리에게..."

 "그야 너희가 반란군이기 때문이지. 우린 이 행성을 보호하고 있고."

 "그건 우리가 너희에게 충실히 수명을 갖다 바칠 노예니까! 틀리나?"

 "틀리지 않았어. 안타깝게도 다른 이들에게 말할 기회는 더 이상 없겠지만. 고작 반란군 6만명 가지고 체제를 전복시킬 수 있을 거라 기대했나? 미개하긴. 도대체 반란은 왜 시작한 거지?"

 "승산이 있어서 싸운 게 아니야! 아무도 반박하지 않으면 대중은 그걸 옳다고 생각할 거기 때문이지. 우리가 마지막일 것 같냐? 개자식들아!! 너희가 영원히 우리 위에 있을 것 같냔 말이다!"  

 "글쎄."


 바텐더가 손짓하자 떨어져 있던 권총이 그녀 손으로 날아들었다. 바텐더는 안전장치를 풀고 방금 폐인이 된 스미스의 이마에 납탄을 박아 넣었다. 방금까지 그녀에게 소리치던 인간이 놀라며 움츠러들었다.

 "놈에게 안식을 준 거? 고마워 할 필요 없다. 

 1800년 가량 우릴 위해 노예짓을 해온 족속이니 이 정도 쯤이야.

 다시 통보해주지.

 너희가 마지막이다. 이번 반란 역시 진압되었다."




(14)


 지금이 언제인가? 피타노 행성 주민들은 AP 3085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AP. 정화 이후. (After Purification).

 피조신 '하얀 인간'의 정화로 구분하는 연표다.


 즉, 4주신이 강림하고 이 행성을 신앙으로 장악한 이후를 의미한다. 




-AP 3085 (현재)

-행성 피타노


 제임스 힐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차를 마시는 그의 옆에는 아담 스트리터가 있었고,

 그의 앞에는 전직 상비군, 마틴 워드가 앉아 있었다.

 "오랜만이구만. 마틴. 이제 설명을 해줘야겠어. 그놈이 어떻게 접선지를 알아냈지?"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는 걸 깨달은 마틴 워드가 한숨 쉬었다.

 "나는 모르는 일이네. 내가 그 역겨운 놈들과 뭐하러 상종하겠나?"

 "이 자리에 있는 세 명만 접선지를 알고 있었어! 나는 아닐 테고, 이 젊은이는 죽다 살았으니 아닐 거란 말이네."

 "그래, 그래. 애송이, 스트리터라고 했나?"

 
 아담이 기분은 나빴지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자네가 공격받았다는 증거는 뭐지?"

 "예?"

 "진화신과 맨몸으로 붙어서 살아남았다는 걸 먼저 의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제가 시체가 되었어야 의심을 받지 않는 겁니까?"

 "이해가 빠르군. 스트리터."

  

 제임스가 얘기를 듣다가 마틴에게 따졌다.

 "마틴, 그만두게! 아담은 공격 타깃이었고, 공격을 지시한 놈은 아담의 원수네."

 "원수라고?"

 "비리 장교. 이 친구가 때려눕힌 뒤 고발해서 동반 해고당했지. 원한다면 공격을 지시한 놈이 그놈이란 걸 증명하는 자료를 보여줄 수도 있네."

 "줘보게."


 마틴 워드가 자료를 받고 말했다. 

 "이런 미친. '우주군 사령부 징계위원회 기록'? 잘도 빼돌렸군. 어디보자... '동면 접근 권한', '강제동면 진화신 프로필'...." 


 한참 동안 서류를 살피던 마틴 워드가 아담에게 사과했다.

 "이런. 내가 오해했네. 미안허이, 스트리터. 자네는 아닌 것 같구만. 자네가 때려눕힌 상관은 한명밖에 없을 테니까 말일세."

 아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요."

 "좋아. 그럼 내 결백만 증명하면 되는 거고?"

 "맞네. 마틴."

 마틴 워드가 손짓하자 그의 손바닥에 작은 정육면체가 나타났다.

 "이것까지 꺼내고 싶진 않았는데."


 { 계약서 연람 }

 "이해해 주게. 자기가 어떤 '계약'을 했는지는 다들 숨기고 싶어 하지 않는가? 항목들을 일부러 어기게 해서 수명을 모조리 없애버릴 수도 있으니까."

 "이해하겠네."

 

 '계약서'는 한 오래된 피조신의 기적으로, 계약자들이 약속한 내용을 어길 시 모든 수명이 그 신에게 압류되는 기적이다. 즉, 어기면 죽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계약서'

(갑): 피타노 방위사령부
(을): 마틴 워드


(은방패 부대 전원은 동일 내용의 계약을 요구받음)


1. 피타노 행성민을 위한 명령인 경우, 복역중인 (을)은 (갑)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본 항목은 전역 전까지 유지된다.

2. (을)은 진화신과 어떠한 거래도 할 수 없으며, 폴리모프 개체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에도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금지된다.

3. 2번 항목은 1번 항목에 의해 무효화될 수 있다.

4(을)은 진화신과 관련된 증언에서 거짓을 말할 수 없다.

5. (을)은 기밀로 분류된 정보를 허가없이 발설해서는 안된다. 

6. 피타노 방위사령부가 붕괴되거나 대체될 경우 본 계약은 효력을 잃는다.


 계약: AP.3042. 3월 42일.


 -본 계약의 항목을 어긴 이는 모든 수명을 압류당함을 알립니다.
(인) (고유 신성회로 인증)


 "진품이야. 못 믿겠으면 고유 신성회로를 조사해 보게."

 "이런... 은방패 부대원들이 이런 계약을 했다는 건 처음 아는군."

 "2번 항목과 4번 항목을 보게. 내가 만약 거짓말을 하는 거라면 난 이미 자연사했을 거라네. 이미 전역한 몸이니 2번에 예외는 있을 수 없고. 이제야 날 믿겠나?"


 제임스 힐이 계약서를 읽어보고 말했다.

 "믿네. 아무래도 우린 서로를 너무 의심한 것 같군. 나도 사과하겠네."

 "그럼 이제 자네가 젊은이들 데리고 진행한다는 '프로젝트'를 설명해 주겠나?"

 "자세한 건 참여에 동의해야 말해줄 수 있어."

 "젠장. 악덕 사장 아니랄까 봐."

 

 제임스 힐이 오랜 친구의 말을 듣고 작게 소리 내 웃었다.

 "적어도 자네가 요구했던 것들은 지급할 것이네."

 "신학병기들 말하는 거 맞나?"

 "맞아. 프로젝트가 끝나도 자네 소유로 남을 거고."

 "그렇다면 내가 가담하지 않을 이유가 없군."


 제임스 힐이 마틴의 성급한 결정을 말렸다.

 "마티, 잠깐. 이 일은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을 거야. 행성의 절대 다수에게 쫓기거나 죽을 수도 있어. 신중히 결정하게."

 "그딴 건 상관없고, 병기 보급은 확실한가? 신학병기, 문명공학병기, 유사기적 강화복, 전부?"

 "그건 내가 장담하지." 



 마틴 워드가 씩 웃었다.

 "더 들어볼 것도 없군. 가보자고, 지미 힐."

 




 



 아담에게 그 이야기를 듣던 이시스 워시번이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흥미로운 노인들이네. 그런데 '은방패 부대'는 무슨 부대야?"


 이시스는 아담의 강화복 테스트 사용을 감독하면서 대화하고 있었다. 시험 표준 동작들과 기능 작동을 할 수 있다면, 해당 강화복은 '사용 가능'한 것으로 분류 가능하다. 


 "은방패 부대는 피타노 방위사령부와 직통 연락망을 가지고 있는 정예부대입니다. 자세한 건 다 기밀이라서 저도 잘 모르지만 이 부대가 없었으면 벌써 피타노는 진화신들에게 점령당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진짜 그게 다야? 수상한데... 여긴 우리밖에 없으니까 모르는 척 안 해도 돼."

 

 아담이 웃었다.

 "아니 진짜로 아는 게 없다니까요. ㅋㅋㅋㅋ"

 "좋아. 믿어 드릴게. 액화수명 유통 변수 계산도 거의 끝났으니까 이번만이야."

 아담은 할 짓도 없어서 이시스가 공학용 계산기를 두드리는 걸 바라보았다.


 그래고리 워시번이 둘이 있던 테스트실로 들어왔다.

 "이시스, 강화복 자아연결 끝냈어. 아담, 네가 주문한 신학병기는 거의 작업이 끝났어. 내가 뭐 방해한 거 아니지?" 


 그래고리가 아담에게 무기의 설계도와 사용 설명서를 건넸다. 아담은 설레는 표정으로 받았다.

 "알고 있겠지만 연습에 시간이 좀 걸릴 거야."

 "할 수 있어. '하얀 인간' 생포 계획이 언제였지?"

 "세 달 뒤. 워드 씨도 그때 합류할 거야. 신성무기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쓰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몰라. 계획엔 차질 없어야 돼."

 "알고 있어."


 "보고서는 거기 놔두고 가, 그래그."

 둘의 대화가 끝난 틈을 타 이시스가 말했다.

 "책상 위?"

 "맞아. 이따 보자, 동생."



 그래고리 워시번이 방을 나갔다.

 "이시스."

 "왜?"

 "그래고리가 원래 저런 성격이 아니지 않았어요?"

 

 이시스가 잠시 회상을 하고 말했다.

 "AP 3076년에. 숙부, 그러니까 그래그 아버지가 실종되셨어."

 (9년 전인 AP 3076년은 그래고리가 19살일 때이다.)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나요. 아마 그 해에-"


 이시스 워시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플로렌스가 죽었지."

 "이런."

 "제일 소중했던 사람 중 두 명이 사라진 거지. 한 해에."

 "그때부터군요. 엄청 친하진 않았지만 2차 학교 다녔을 때는 분명히 저러지 않았거든요."

 "넌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는데?"

 "지금보다 밝았어요. 더 활발했고, 더 많이 웃었어요."

 "나도 그렇게 기억해."


 아담이 기억을 살피다 또 다른 점을 하나 더 발견했다.

 "고학년 땐 플로렌스 레인이 거의 항상 그래고리 옆에 있었죠."

 



 그래고리 워시번이 작업실 의자에 앉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통은 언제나 그랬듯이 다시 찾아왔다.

 빌어먹을, 사실 이게 두통인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세상에 어떤 두통이 각성제로만 진정된단 말인가?


 그래고리는 입안에 각성제를 두 알 털어넣었다. 머릿속에서 마구 날뛰던 생각들이 한순간 협력해 가라앉는다.

 그는 책상을 바라봤다. 수식과 다른 메모들을 써 갈겨놓은 종이들이 있다. 그는 그것들을 모두 한곳에 정리했다. 그러자 종이들 아래에서 음원 앨범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AP 3075년에 만들어진, 플로렌스의 밴드의 첫 음원들이다. 정식 유통 이전에 플로렌스가 죽어서 팀은 해산했지만.


 플로렌스. 그녀에 대해 내가 뭘 기억하고 있지?

 아직 상당히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있지만 점차 희미해져 간다.


 그는 자신이 기억하는 것들을 나열해 보았다.


 어떻게 만났던가?

 어떻게 가까워졌는가?

 어떻게 연인 관계로 발전했는가?

 어떻게 함께했는가?

...


 어떻게 죽었는가?

 젠장.



 거기까지 미치자 그래고리는 그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아직 눈물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다시 놀랐다.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그. 나야. 오늘 일정 잊진 않았지? 기적 연습 안내한다고 했잖아."

 

 하인리히의 목소리다. 그래고리는 앨범을 정리하고 눈을 닦았다.

 "지금 나갈게, 헨리."





...

 지금 복수할게, 플로렌스.




(16)

 

 -행성 피타노, 도시 '퍼티누스 ('하얀 인간'의 대신전이 있음)


 '하얀 인간'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눈, 머리카락, 피부, 모든 것이 완벽한 백색을 이루고 있다. 표준적인 정화용 피조신의 모습이다.


 이들은 환경을 인간에게 적합하게 바꾼다. 철저하게 인간만을 위한 그 과정에서 생태계가 조금씩 망가지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이들이 상당히 쓸모 있다는 점은 이미 증명되었다. 심지어는 문명보존기구조차 이들을 모방한 정화형 인공신을 생산하니 말이다.


 다만 피타노 행성민들은 정화신이 단 한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하얀 인간을 신앙하기 충분하게 만들었다.


 하얀 인간이 그녀의 대신전 안에 있는 왕좌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바텐더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기적 - 문 속이기 }


 그녀가 있는 방 밖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문 반대편에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있었다. 그곳에서 바텐더가 걸어 나왔다.

 "바텐더! 직접 뵈는 건 오랜만이네요."

 "잡담은 생략하도록 하지. 수명 공급을 올렸는데도 아직 '정화량'이 거의 같은 이유는 뭐지?"

 

 하얀 인간이 한숨을 쉬며 한쪽에 방치되어 있는 서류들을 가리켰다.

 "아시다시피 나도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평소엔 인간들 시키는 거 다 안다. 그리고 퍼티누스는 네가 달라고 해서 준 도시로 기억하는데?"

 

 하얀 인간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좋아요, 좋아. 물론 정화량 올릴 거에요. 근데 언니, 도시에 병력이 좀 부족한데 말이죠..."

 "어리광 부리지 마라."


 바텐더가 하얀 인간 가까이 다가갔다. 위에서 무섭게 내려다보는 위압감에 의자에 앉아있던 하얀 인간은 조금 겁을 먹었다.

 "이번까지만 받아주지. 2개월 뒤 성기사단을 지원하라 일러두겠다. 대신 정화량은 계획했던 수치만큼 올려라."

 

 "물론이죠~."

 하얀 인간이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대답했다.



 바텐더가 들어왔던 문의 반대편을 다시 조작하고 손잡이를 돌렸다.


 "하얀 인간, 우린 피타노를 완전히 지배하는 게 아니다. 병력 이동은 어떤 식으로든 눈에 띌 거라는 걸 명심해라."

 바텐더는 문을 나서며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지는 걸 보고 나서야 하얀 인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약간 분한 표정을 지었다.






 

 기적의 3요소.

 '신성', '수명', '신성체'.

  

 하지만 이는 사실 '신성회로', '원동력', '매개가 될 자아'가 맞는 말이다.

 따라서 응용신학적 방법으로 대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래고리는 몇주째 작업하던 글라디우스 하나를 꺼내 들었다. 아담의 주문으로 만들고 있는 신학병기다.

 액화수명 통로와 자아 조절기는 이미 추가되었다.

 

 그는 3D 프린터처럼 생긴 신성회로 조합기 내부에 칼을 넣고 작업을 시작했다.


 신성회로를 조합하기 위해서는 재료인 신성소자가 필요하다. 추출 자체가 어려운 탓에 상당히 비싸다.

 다행히도 세계적인 부자가 그를 지원하고 있다.

 그는 대학 연구실에서조차 해보지 못한 설계를 토대로 회로를 연결하기 시작했다.


 준-물질인 신성소자에 밀도 한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후원만 있다면 얼마든지 사용한다.


 아담 스트리터가 주문한 압도적인 신성구를 완성하기 위해 그는 신성회로의 표적부분을 칼 자체로 설계해야 했다. 상당히 번거로운 응용신학적 계산이 필요하다. 공학용 계산기를 몇번이고 두드려가면서 그는 자신의 첫 작품을 만들어갔다.


 

 그래고리 워시번이 시계를 확인했다. 오늘은 많이 늦었다. 어차피 마감 작업만 하면 끝난다.


 그가 몇 시간 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 있던 물잔은 마시려고 보니 비어있었다.


 이런, 부엌에 다시 갔다 와야겠군.


 그가 작업실을 나가 복도에 나서자 이시스가 뛰어왔다.

 "그래그, 뉴스 봤어? 계획을 변경해야 해!"


 그래그는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의 사촌 누나에게 물었다.

 "뭔데, 이시?"


 "하얀 인간의 도시에 성기사단이 증원될 거래."

 "언제?"

 "두 달 뒤." 


 안돼.


 "제길. 생포 계획은 세 달 뒤야."


 "계획을 변경해야 해, 그래그. 힐 씨는 언제 돌아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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