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는 내 세상은 이것보다 평화로울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로워


여전히 세상은 네가 없어진 지도 모르게 조용하고


분명 톱니바퀴의 재료 하나가 빠진 것일텐데 원래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대로 돌아가


나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너와 난 플레이어였는데 네가 사라지고 다시 보게 된 이 세상에서 우린 그저 NPC였어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며, 오류가 나면 다른 NPC로 대체될 수많은 대체품 중 하나


그나마 위안인 것은 우리 둘의 역할이 나름 중요한 NPC였다는 것일까...?


아마 그래서 이제 새로 만들어나갈 세계 속 나에게 네 일부가 남았을지도 몰라 어느새 내가 너를 따라하고 있더라 


다행히도 서버 종료가 아닌 시즌 2로 넘어간 것 같아, 난 여전히 이 세계 속에서 네가 남겨둔 단서를 찾아 추억하고 있어


너의 반강제적 은퇴. 결국 네가 내 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너의 선택이라고들 하지만... 난 알아 내가 그 선택으로 너를 몰아넣었다는 것을.


내가 그때 널 잡지 않았다면 넌 다른 선택을 했을까 후회해봤자 이미 지나간 일이겠지


새하얗게 웃던 너. 나를 꾸밈없이 봐줬던 너. 넌 내가 널 도왔다고 말하지만 알게 모르게 더 많이 날 도와준 너. 


내가 지금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네가 있어서였고 내 처음은 너였어. 네가 붙여준 그 별명은 아직도 나를 상징해. 시간이 지나면 다른 이름이 붙을 수 있겠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고 명예롭게 여기며 내가 나를 설명할 때마다 쓰일 별명은 네가 붙여준 그 별명이야.


여전히 일상에서도 네가 떠오르고 늦은 새벽 심심하면 돌아보게 돼 가끔가다 떠오르는 상대를 향하던 조용하고 고요하지만 유려한 그 손놀림. 


너는 내게 있어 최고의 파트너로 남을거야 말하지 않아도 내 생각과 뜻을 읽고 따라오다 못해 길을 열어주기도 하는 파트너.


너보다 실력이 좋은 사람은 있겠지 근데 그 사람이 뭐. 내 파트너가 될 순 있고? 사는 세계가 다른데? 


됐고 식물이 잘 어울리는 너. 거기선 마음 편히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이런 말 하는게 어색하다고 웃지 말고 난 진심이니까. 내가 거기 갈 때까지 기다려


아... 혹시 지옥에 간건 아니지? 뭐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더라도 결국 우리가 한 행동들은 범죄에 속하는데... 뭐... 네가 지옥에 있다면 나도 결국 지옥으로 갈 테니까 별 상관은 없나...


아무튼! 밖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 있어서 네 생각이 났어. 그래서 한번 감성에 젖어봤고. 알다시피 내가 좀 바쁘잖아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편지 써보겠냐


뭐... 말은 이렇게 하긴 했지만... 보고싶긴 하네 할로윈에 안 찾아오면 강제로 끌어내릴 줄 알아 ㅎ 나도 나름 잘 지내고 있으니까 너도 잘 지내. 안녕 내 파트너



이 편지를 읽은 독자님. '너' 와 '나'는 누구로 읽으셨나요? '너'를 카이토, '나'를 신이치로 읽으셨나요? 아니면 '너'를 히로미츠 '나'를 레이로 읽으셨나요.

누구로 읽으셨든 둘 다 정답이에요 의도해서 의뭉스럽게 썼으니까요.

생각하셨던 커플링과 다른 커플링으로 한 번 더 읽어보셔도 괜찮을 거에요 카이토와 히로미츠, 신이치와 레이 서로 닮은 점이 많더라고요 결국 카이토가 죽었다는 설정이 되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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