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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형성된 무거운 분위기에 얀은 영문을 몰라 했지만 R는 당연하다는 듯 회의의 해산을 선언하였다.


"저..."

 

"쉿... 있다가 말해줄게"

 

훌륭한 학생인 얀은 곧바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질문을 하려 했지만 스테인이 막았다. 스테인은 잠시 Sano가 그저 멍하게 앉아있는 것을 조용히 확인하더니 이윽고 일어나 R에게로 갔다.


"무슨 일이지?" 


좀처럼 진지 모드의 얼굴로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 스테인이기에 R이 먼저 물었다.

 

"혹시"


"혹시, 뭐지?"


"아니다."

 

스테인은 고개를 젓더니 돌아서려다 한숨은 한번 쉬고는 다시 R을 마주 보았다.

 

"혹시 요새 잇쉬에 대해서 들은 거 없어? "

 

"잇쉬? 그 망아지 같은 망나니 공주 말이군. 글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나?"

 

"주구장창 처녀의 피만 주문해서 괴롭히더니 몇 달째 주문서가 안 들어 와서"

 

"처녀의 피라고 하? 그래서 미국지부가 잇쉬라면 치를 떠는 거였군."

 대체 인간 처녀의 피를 어찌 구분할수 있다는 말인가! 얀은 잇쉬에 대한 R의 평가를 듣고 앉은 자리에서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워했다.

 

'그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분도 R에게는 망아지일 뿐이구나'

 

얀은 성년의 일족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지만 잇쉬는 짧은 만남에도 잔상이 오래 남았다. 짤막한 동경과 불쾌함 기분이 스쳐 지나갔다.

 

"뭐지, 이 이상한 기분은.."

 

얀은 탄생 이후 성취하지 못했던 것이 없었다. 그러기에 그녀는 그것이 좌절감이라고 생각지 못하였다. 그것은 닿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감정이었다. 얀이 처음 겪는 생소한 감정을 느끼는 동안 R는 관리 시스템에 접속하였다.

 

"이상하긴 하군, 한국을 떠났다는 흔적이 없는데. 항공 이용 기록도 없고, 카드도 사용하지 않았어."

 

"그럴 리가.."

 

얀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집에 갔을 때 말도 안 되는 양의 쇼핑백과 택배 상자가 한쪽에 쌓여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얀의 말에 스테인의 표정도 사뭇 심각해졌다. 얀은 재빠르게 인간들의 사이트에서 리아 맥그리브를 검색해 보았다. 리아는 지금 할리우드 배우로 활동하는 잇쉬의 이름이었다.

 

"미국 쪽에서도 지금 할리우드 배우 실종이라고 꽤 크게 뉴스가 났어요... 게다가 몇 달 전 기사인걸요?!"

 

"그 기사가 언제라고?"

 

"3개월 반... 정도 전이예요"

 

"마지막 카드 사용 일과 대략 맞긴 하군"

 

R는 그제서야 약간의 주목성을 느끼며 키보드로 몇 자를 적어 넣었다. '잇쉬, 현재 미 응답 상태. 현황 파악 요청(긴급)' 루가 있는 본부에 보내는 메시지였다. 그들은 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관리를 받고 있지만 특별히 개별 행동이 제한되지는 않았다. 언제든지 은둔을 하거나 사는 곳을 이동할 수 있었다.

 

"좀 기다려봐야 할까? 왜 이전에 Sano 없어졌다고 R이 생난리를 쳤을 때 나중에 티베트까지 걸어갔었다고 했나?

 

"내가 언제.. 쌩.. 난리를.."

 

Sano가 없어졌을 때 그가 나타날 때까지 지구의 모든 지부에서부터 심지어 갔을리가 없는 딜문에 있는 연락소까지 3분마다 돌아가며 확인을 했던 R의 일은 꽤 유명하였다. 어쩌면 지금의 관리와 연락체계의 구축은 그것을 2번 겪지 않으려는 각 지부의 의지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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