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늘 내게 무심했다. 내가 그녀의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나라는 존재 자체에 별 관심이 없는 듯 싶었다. 그녀는 천계의 일로 언제나 바빴고 특별히 관심 있는 대상은 신이 창조한 세상의 돌봄 뿐인 듯했다.

 “…엘.”

 근 몇개월 만에 불러보는 이름이 내 입에서 어색하게 흘러나왔다. 그에 이쪽을 돌아본 그녀가 늘 한결같이 예쁘게 웃으며 내 이름을 불러온다.

 “우리엘.”

 그녀의 맑은 음성과 함께 심장이 저려왔다. 그녀의 아름다운 자안에는 한결같은 자애로움이 담긴 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하염없이 그녀의 눈을 바라보는데 그녀가 물어왔다.

 “그쪽은 괜찮니?”

 항상 그랬다. 먼저 내가 돌보는 세상의 안위에 대한 물음이 나에 대한 물음보다 앞섰다. 그런 그녀가 익숙하면서도 왠지모를 씁쓸함에 입안이 썼다.

 “그럼 당연하지. 언니는… 아니, 엘은 괜찮아?”

 나의 호칭에 날카로워지는 눈매를 보곤 내가 급히 호칭을 바꾸었다.

 “응. 다만 신경쓰이는 곳이 있어서.”

 “왜?”

 “여기야.”

 그녀가 손으로 내 눈 앞을 한번 쓸자 그녀가 말한 세상이 보였다. 전체적인 에너지가 심하게 왜곡되어 있었다.

 “…뭐야. 왜이래?”

 나의 물음에 짤막한 한숨과 함께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곳을 담당하는 천사에게 물어봤는데. 사람들의 의지로 행해진 일이라 우리가 개입할 수가 없나봐.”

 “…엘.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지?”

 “맞아.”

 “언니!”

 “내가 그 호칭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지.”

 그녀의 자안이 날카롭게 나를 훑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그녀가 왜 언니라는 호칭을 극도로 꺼려하는지. 나의 외향적 특징이 그녀와 달라서 그런건지. 거울을 볼때마다 원망하게 된다. 왜 나는 그녀처럼 새하얀 백발이 아닌 흑발인지. 왜 나는 그녀처럼 아름다운 자색 눈동자가 아닌 불길한 적안인지. 그녀가 언니라는 호칭을 싫어하는 것이 나의 외모 때문은 아닌지.

 “미안.”

 “…미안하다 우리엘. 내가 그곳에 가서 해결하는 동안 네가 좀 보살펴주렴.”

 “다른 방법은 없는 거야?”

 “내가 직접 인간으로 환생하지 않고서는 개입할 수가 없어. 알잖아.”

 그렇게 엘은 인간으로 환생했다. 자신의 영혼을 둘로 찢어서 하나는 센으로 하나는 지젤로 태어나게 했다. 아마 그녀는 센의 자의식이 사라지면 그것을 해결할 방법으로 지젤을 이용하려 했을 것이다. 그녀가 인간으로 환생하기로 택한 그날. 나는 비참한 심정으로 떠나간 그녀의 자리를 보고 있었다. 어째서 그녀가 그토록 인간을 사랑하는지 나로써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에겐 그녀가 전부였기에 더더욱 이해가 되질 않았다. 버림받은 느낌에 사로잡혀있던 나에게 신의 음성이 들려왔다.

 ‘내가 그곳으로 보내줄까?’


아름다운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글을 읽으면 새로운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좋아서 경험하고 싶은 세상을 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수월령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