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필릭스는 오늘도 어김없이 서창빈의 껌딱지를 자처한다. 사람 손 타는 거 좋아하는 주제에 묘하게 벽을 쳐대는 이필릭스는 서창빈이 그렇게나 좋은 모양이었다. 저거저거, 얼굴이 잔뜩 풀어진 게 어디 짝사랑하는 선배 바라보는 여고생도 아니고 칠레팔레 해서는. 그 꼴을 보자니 그렇게 배알 꼴릴 수가 없다. 저한텐 곧 죽어도 뚱한 얼굴만 하더니. 저렇게 웃을 수도 있는 게. 결국 이민호는 옆에서 빵이나 씹고 있는 황현진에게 묻는다. 얘, 쟤는 서창빈 어디가 그렇게 좋다니? 볼에 빵을 한가득 욱여넣은 황현진은 시큰둥하게 답했다.


"창빈이 형이 제 보기에 너무 멋있대여."

"……."


그럼 이민호는 자존심이 조금 상하고 마는 것이다. 어디 가서 빠지는 외모였던 적 한 번 없다. 오히려 너무 잘생긴 탓에 귀찮을 지경인 인물이다. 바로 조금 전에도 예쁘게 생긴 여자애가 번호를 물었다. 그게 과연 바로 조금 전에만 있던 일일까? 길거리 지나가면 삼십 분에 한 번 번호 따이고 나흘에 한 번 소속사 명함 받는다. 물론 어떤 것에도 답해주지 않았지만, 아무튼 이 정도의 인물이라 이거다. 근데 쟤가 저는 밭두렁 지푸라기 보듯 하면서 서창빈은 멋있다고 껌딱지처럼 굴어. 내가 씅질이 안 뻗치고 배기겠니? 귀여워서 좀 친해져 볼랬더니 쟤가 제 자존심을 긁는다. 좋아. 이쯤 되면 오기로라도 친해지고 말겠다. 쟤가 내 껌딱지가 되도록 만들어야 직성 풀리겠다 이거야. 이민호는 황현진의 어깨를 쥔 손에 힘을 꽉 줬다. 아! 아파여! 황현진이 빽빽대도 아랑곳 않았다. 그냥 이런 생각이나 했다. 너 내 껌딱지로 만들고 만다. 되려 제가 감길 줄은 꿈에도 모르고.




2.


"야, 너 눈이 삔 거 아니니?"

"네?"


이필릭스가 아주 황당하단 눈빛으로 저를 본다. 하지만 이민호는 개의치 않았다. 정확히는 개의치 못했지. 알쓰 이민호는 제 승질 못 견디고 소주 연달아 석 잔 마신 뒤 로그아웃해 버렸다. 긍까 지금 떠드는 건 이민호 아니야. 무튼 아니야.


"너어, 서창빈 멋있담서?!"

"네에…, 그런데요…."

"그럼 나는!"

"…네?"


이민호는 다 풀린 눈으로 이필릭스를 바라본다. 대체 저거 뭐 하는 새끼지. 더도 덜도 말고 딱 그런 눈이 저를 마주 본다. 입꼬리가 어정쩡하게 솟았다. 너 웃기냐? 나도 웃겨. 웃긴데, 근데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너 아니?


"난 안 멋있니?"


결국 말하고 만다. 와, 이렇게까지 찌질할 생각 정말 아녔는데. 그냥 죽지 왜 살아. 일단 혀 깨물기는 실패했고, 이제 차도로 뛰어들어 보자.


"형은, …형은 좀 다르죠."

"엉?"

"형은, 그냥 잘생겼잖아요."

"어엉?"

"형은 진짜 잘생겼어요. 제가 봤던 사람 중에 제일."


…저런 말을 원한 게 아녔는데 사르르 녹아버리는 이 감정을 어쩌니. 저게 단순 칭찬일 뿐인 걸 너무 잘 알겠는데, 형도 멋있어요. 이래서 멋있고 저래서 멋있어요, 이런 답을 바랐는데. 형은 좀 다르다니까, 제 봤던 사람 중 제일 잘생겼다니까 다 괜찮고 그르네. 입꼬리 녀석이 자꾸 치솟는다. 눈치 없기는. 그거 내리겠다 고군분투하던 이민호 귀에 꽂히는 마무리 폭탄 하나.


"그리고 형은, 음. 뭐라 하지, 좀 귀여워요."


정신이 번쩍 든다. 술이 확 깨는 게, 내가 뭘 들은 거지? 엄마, 쟤 좀 봐. 완전 멍충인 줄 알았는데 사람 막 조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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