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추지 않은 알람이 울렸다.당신의 장난이겠거니 짐작한다.비척비척 일어나 어스름한 새벽을 바라본다.저 새벽빛도 당신의 장난일까.깨지 않고 싶은 꿈에서 날 이끈 당신의 놀이는 오늘도 한번 더 살아갈 빛을 내게 보여준다. 영원히 잠들 수 있을 것 같던 자신도 한풀 꺾어 당신 곁에 두었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있다.아침을 기다리지도, 하루를 원하지도 않는데 흘러가는 시간이 서러워 별이라도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심산이다.그렇지만 곧 빛은 손 밖으로 사그라져 간다.점점 밤이 짧아지고 해가 길어진다.또 네가 오는 계절이다.


너무 긴장하지마라.너의 길을 가라.상투적인 말이 살을 파고든다.무심하게 던진 위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리란 걸 그도 잘 알고 있을테다.그렇지만 좀 더 신경써서 날 보듬기엔 나는 그에게 아무런 존재도 아니란 것도 안다.미웠다.


견뎌라 는 말은 웃고있지만 손엔 회초리를 드는 것 만큼이나 모질다.이 문제가 말하는 사람,인간성의 됨됨이 때문인지 단어 자체가 뼈아픈 건지 가늠하기 어렵다.그 결정은 그저 듣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견뎌라.내가 말하기엔 어떤가.


오르던 곳엔 아무도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다.그곳의 어머니를 독차지하고 싶은 욕망이었다.그날밤 절뚝이는 걸음으로 다시 올라 당신을 만났다.빛나는 몸에 가만 손을 댔다.온도가 느껴지지 않는다.물가에 비친 당신을 바라본다.날 보지 않는다.


확인이라는 불안속에 당신이 숨었다.받고 싶어서, 받고 싶어서 물은건데 당신은 끝까지 도리질을 치며 입을 다문다. 몇번을 물어도 메아리만 친다.왜. 왜.... 제 말을 다 한 이가 다시 말을 더듬는다.단어 하나가 떨어져 발을 벤다.



이년전



그리는 사람 / Twitter: @myeol_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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