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물입니당

*시간이 왔다갔다 합니당









검은 눈동자는 잠에 취해 흐릿했다. 우시지마는 자신이 잠들어 있었음을 알았다.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겨울이 끝났다면, 그가 봄에 눈을 떴다면, 살갗이 이렇게 추울 리 없었다.

눈.

그의 굴은 입구가 넓은 편은 아니었다. 먹을 걸 가득 쌓아두고, 제 몸집을 불린 후 잠을 청했다. 좁은 입구와 그의 거리는 딱 다섯걸음 정도였다. 우시지마는 쏟아지는 달빛 사이로 눈이 쏟아져 들어온 걸 알아차렸다. 복슬복슬한 꼬리를 지닌 눈이었다.

“…뭐야, 깬 거야?”

새하얀 눈뭉치가 쭉 찢어진 입으로 속삭였다. 우시지마는 그걸 가만히 바라보다, 그게 두 눈을 가지고 있음을 알았다. 바짝 얼어붙은 듯한 작은 몸은 눈으로 만들어 졌어도 부드러워 보였다.

“…캥!”

우시지마는 손을 뻗었다. 잠결의 일이었다. 눈뭉치가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빳빳하게 솟은 꼬리가 보였다.

눈뭉치는 꼭 여우처럼 우는군.

그렇게 생각한 우시지마는 따뜻한 눈뭉치를 끌어당겼다. 턱밑에 닿은 눈은 예상대로 따뜻하고 보드라웠다. 마음에 들어. 그는 눈을 품에 안고 기분 좋게 몸을 말았다. 제 품에서 꼼지락거리던 눈뭉치도 그가 눈꺼풀을 내려놓자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왜 안 먹는 거야?”

품 안의 눈이 바르작거렸다. 우시지마는 그걸 꼭 끌어안았다. 자신의 굴 안으로 들어온 눈. 우시지마는 만약 눈이 봄까지 녹지 않는다면, 그런 생각을 하며 까무룩 잠에 들었다.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을까.

봄이 오면 자연히 눈은 녹을 거였다. 하지만 우시지마는 품 안의 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작고 따뜻하 눈.

만약 이 눈이 녹지 않는다면, 우시지마의 외로움은 사라질 거였다.




*      *      *




그리고 정말 봄이 왔다.

“우시지마.”

제 눈은 이제 사랑스러운 가을의 빛을 띄고 있었다. 아름다운 눈동자처럼 갈색 옷을 입은 오이카와는 자신을 보며 꼬리를 흔들었다. 우시지마는 무거운 눈꺼풀을 깜박이다가, 손을 뻗어 그를 끌어당겼다. 기실 삼 년 전에 눈을 떴을 때, 우시지마는 회색과 흰색이 반반 섞인 여우가 정말 눈뭉치인 줄 알았다.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건 아주 늦게 깨달았지만.

그가 마을에 돌아가지 않고 제 굴에 머물게 된 이유를 우시지마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오이카와는 그가 이해하기엔 너무나 섬세한 여우족-오이카와가 항상 이렇게 말했다-이었고, 우시지마는 곰이었다. 그들 사이엔 본능이라는 깊은 골이 있었다. 우시지마는 무의식중에 그가 오이카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깼어? 이제 좀 잠이 달아나는 거 같아?”

다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저를 들여다보는 작은 여우를 사랑스럽게 바라볼 뿐.

반쯤 눈을 감은 우시지마는 혀를 내밀어 오이카와를 핥았다. 사실 그가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강물에 가 몸을 씻는 일이었다. 겨우내 몸을 씻고 먼지를 털어내지도 않았는데 오이카와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말을 꺼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나른해진 우시지마는 팔을 뻗어 그를 끌어당겼다. 털이 아무렇게나 뭉쳐 있었다. 강에 몸을 씻어내고 개운해지고 싶었다. 오이카와만 좋다면 그와 함께 씻고 싶었다. 겨울잠은 길었고, 우시지마는 이번 겨우내 한번도 깨지 않았으니까.

기다려봐.

하얀 앞발로 제 코를 밀어낸 오이카와가 푸르륵 몸을 털었다. 탐스러운 꼬리, 매끄러운 몸체, 까맣고 촉촉한 초가 유연하게 휘며 길게 기지개를 켰다. 우시지마는 그가 겨우내 잠들지 않은 만큼 일찍 몸단장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원래는 천천히 제 털색을 바꾸는데, 올해는 유독 털갈이도 빨랐다.

아름다운 여우.

몸을 바르르 떤 오이카와는 천천히 사람의 모습을 취했다. 하얀 양말을 신은 듯한 손은 길고 뼈마디가 굵은 사내의 손으로, 통통한 꼬리는 자취를 감추고 매끄러운 몸을 지닌 청년으로 변한다. 우시지마는 그가 제 앞에 앉자 일단 몸을 일으켰다. 겨울잠의 끝이라 몸이 산처럼 무거웠다.

“아무래도 이런 얘기는 진지하게 해야 하니까.”

그는 제가 사람 모습을 할 때면, 우시지마도 사람의 형태를 취하길 원했다. 딱 한번, 꽃냄새가 진동하던 봄에 우시지마가 성급히 여우의 목덜미를 물었기 때문이었다. 오이카와는 그 후 일주일간 꼬리에 코를 파묻고 캥캥 울었다. 맹세코 그를 해하려 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이카와에게는, 작은 여우에게는 곰이란 위협이 되는 생물일 수밖에 없었다.

단내가 났었는데.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와 몇 번이고 교접하였으나 성급히 그 목을 문 건 그 봄이 유일했다. 여우는 섬세한 종족이었다. 오이카와는 특히 아름답고 나긋했다. 그가 제 굴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우시지마는 열과 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나 네가 잠들어 있는 동안 마을에 다녀오면서 생각 한 건데.”

끄덕.

무거운 고개를 끄덕인 우시지마는 그를 바라보았다. 여우들은 빼어난 미남미녀만 모아놓은 이들이었다. 다만 그 중에서도 오이카와는 특별해서, 반들반들한 가을 낙엽색의 머리카락이나 잘라낸 향긋한 나뭇가지색의 눈동자가 매력적인 여우였다. 암컷도 수컷도 그를 보면 꼬리를 흔들었다. 우시지마는 만약 제 꼬리가 조금만 더 길었어도 오이카와가 그를 무뚝뚝하다 표현하는 일이 없을거라 여겼다.

옆 동네 늑대들은 꼬리로 감정표현을 잔뜩 하던데.

탐스러운 꼬리를 가진 오이카와는 늑대만큼 감정표현이 풍부했다. 살랑살랑 좌우로 흔들리는 꼬리는 기분이 좋다는 걸 표현했다. 바짝 선 꼬리는 그가 긴장하고 있음을, 축 처진 꼬리는 그가 기운없음을 말해주었다. 그래서 우시지마는 폭신한 꼬리를 보며 그가 어떤 기분인지 알아차렸다. 늘 제 감정과 상태를 살펴주는 오이카와에게 그가 간신히 해 줄 수 있는 일이었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새끼를 치자.”

따라서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을 때에는, 그의 잘 생긴 얼굴과 커다란 눈망울과 마주했을 때 우시지마는 무엇으로 감정을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꼬리가 털에 푹 파묻힌 자신을 보며 오이카와가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우시지마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때?”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그가 물었다. 아름다운 얼굴이다. 매끄러운 여우의 몸체도 그렇지만, 그는 정말 아름다운 이였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신기루처럼 느껴질 만큼.

“오…, 오이카와.”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겨우내 성대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우시지마는 큼, 하고 갈라진 목을 골랐다. 발 밑이 동그랗게 무너진 것 같았다.

“내가 더 잘 하겠다.”

차라리 지금이 겨울이라면.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겨우 추스른 우시지마는 손을 내밀었다. 오이카와는 순순히 제 품에 안겨들었다. 따뜻한 체온이 도망칠 수도 없는 현실임을 일깨워주었다.

“앞으로 더, 더 잘해주겠다.”

차라리 긴 겨우내 꿈이라도 꾸었으면.

밖은 따뜻한 몸이 왔는데, 우시지마는 홀로 차디찬 겨울에 내동댕이쳐진 기분이었다. 꼭 홀로 맞았던 겨울 같았다. 그의 첫 겨울은 막 성인이 되었을 때였고, 언제 굴에서 잠들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열매를 긁어모으고 몸집을 거대하게 불렸지만 그걸론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제 어깨 위로 눈이 쌓인다.

가볍고 팔랑팔랑 땅을 향해 떨어지던 것은 제 어깨를 무겁게 눌렀다. 우시지마는 그 겨울, 굴로 돌아가지 못했다. 포근한 줄 알았던 눈은 그의 체온을 앗아갔다. 손끝부터 서서히 얼어붙어 눈이 감긴다.

“응, 알겠어.”

고마워 와카쨩.

오이카와가 작은 입으로 속삭였다. 쭉 찢어진 주둥이가 아니라 백일홍처럼 물든 예쁜 입술이다. 산수유처럼 새콤하고 꿀처럼 달콤했다. 우시지마는 꿈속에서도 그가 함께하길 빌었다. 굴에 잔뜩 음식을 저장하는 건 그런 이유였다. 겨우내 그가 마을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도록, 잠들어있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자주 찾아 오도록.

혹시나 눈을 떴을 때 그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이번 발정기에는….”

“오, 오, 오이카와.”

마른 손으로 얼굴을 문지른 우시지마가 입을 열었다. 답지 않게 목소리가 흔들렸다. 오이카와는 잔뜩 의아한 얼굴을 하고 저를 올려보았다. 깜박이는 큰 눈에 담긴 자신은 꾀죄죄하고 굼떠 보였다. 겨울잠을 자고 난 직후였다. 오래도록 씻고 돌보지 못한 몸은 볼품이 없었다. 그의 곁엔 필시 아름다운 여우들이 많겠지. 우시지마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네가 좋아하는 꿀을 따오겠다.”

여우들은 꿀을 따기 어려워했다. 저만큼 두터운 가죽이 없는 탓이었다. 오이카와는 달콤한 거라면 사족을 못 썼다. 우시지마는 그가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꿀을 기꺼워 한다는 걸 알았다. 향긋한 아카시아 꽃에서 채취한 꿀은 우시지마도 아끼는 별미였다.

“사냥도 해오겠다.”

멧돼지도, 토끼도, 야들야들한 닭도.

그는 분명 마을에서 제일가는 사냥꾼이었지만, 홀로 멧돼지를 잡을 순 없었다. 돼지의 옆구리와 앞다리는 오이카와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였다. 물론 토기와 닭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가 사냥해오면 하루 종일 붙어 있었다. 홀로 돼지를 쫓는 건 그에겐 조금 버거운 일이었지만 해낼 수 있었다.

오이카와가 조금이라도 더 그의 곁에 머물러준다면.

우시지마는 그렇게 해서라도 오이카와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다. 새끼라니. 이보다 더 참담한 일은 있을 수 없었다.




*      *      *




벌써 서른 번째였다.

“이상해.”

제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여우는 없었다. 물론 오이카와는 그에 굴하지 않았다.

“이상하지 않아?”

마을은 늘 북적거렸다. 수인들은 반은 사람의, 반은 짐승의 형태로 돌아다녔다. 작은 몸집으로는 촌락에서의 생활이 불편했다. 날랜 이들은 지붕을 뛰어다니기도 했지만, 아주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단히 실례되는 일이었다.

“분명 우시와카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수인이라고는 해도 마을을 운영하려면 체게가 필요했다. 오이카와는 두 손으로 꼬던 새끼줄을 던져버렸다. 단단하게 꼬아 짚신을 만들려던 거였지만 짐승의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일이 훨씬 많은 오이카와에게는 있으나마나한 물건이었다. 물론 잘 만든 짚신은 작은 수인들에게 비싼 갚으로 팔렸지만.

“어어, 다 좋으니까 사이 틀어지는 일만 하지 말고.”

“맛키! 그게 친구한테 할 말이야?!”

곁에서 새끼줄을 꼬던 맛층이 투덜거렸다. 오이카와는 지지않고 빽 소리를 질렀다.

“그치만, 네가 우시와카랑 붙어있는 바람에 편한 건 사실이잖아.”

“뭐!?”

왜 편해? 왜 맛층이 편한 건데?!

깜짝 놀란 오이카와만 덩그러니 놔둔 채로, 그의 친우들은 새끼줄을 꼬는 데 여념이 없었다. 사냥이나 채집에 특출나지 않은 여우들은 손이 섬세했다. 따라서 그들은 줄을 꼬고 나무를 다듬어 장신구를 만들었다. 몸을 치장하는 데 여념이 없는 수인들은 너도나도 여우들에게서 천이며 장신구를 사갔다. 대부분은 손으로 만들어 내야 하니, 겨우내 커다란 작업에 매달리고 나면 자잘한 작업이 남기 마련이었다.

봄이 왔으니 이제 소모품들이 불티나게 팔릴 거였다. 오이카와는 다시 새끼줄을 붙잡았다.

“몰랐냐? 그게 더 이상한데.”

죽마고우인 이와이즈미까지 눈썹을 치켜올린다. 오이카와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마을에 도는 소문따위 아는 게 더 이상했다. 우시지마와 만난 이후부터, 오이카와는 가끔 일이 있을 때에만 마을에 들렀다.

“우시와카자식, 너랑 한 굴 쓴 이후부터 토끼랑 닭은 절대 안 건드린다고.”

토끼와 닭은 여우의 주식원이었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기울였다. 숲에서 사냥을 할 때, 특별히 토끼가 많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곰이 원래 토끼를 먹던가?

물론 겨울이 되면 굴에 토끼며 닭이 쌓이긴 했지만, 원체 우시지마는 빠른 짐승을 사냥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어떤 때 보면 사냥 자체를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물론 가을에 강에서 연어를 낚아 챌 때면 그렇게 귀신같이 빠른 짐승이 없는데, 고기를 좋아하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였다. 고개를 따라 몸이 점점 기울고 있다는 건 그만 모르는 일이었다.

“귀찮은 멧돼지나 늑대사냥이라면 모를까.”

“솔직히 네가 한 뒷공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냐?”

“아니거든!”

마츠카와와 이와이즈미가 주거니받거니 하는 사이에 오이카와의 인성이 휘말렸다. 다른 건 다 괜찮지만 저를 모함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곰인 우시지마라면 몰라도 여우인 오이카와씨는 결벽하다구! 책상을 탕! 소리 나도록 박차고 일어난 오이카와가 입술을 깨물었다.

“와카쨩이랑 마을 일까지 이야기하는 사이는 아니야.”

수인의 마을은 철저하게 독립적이다. 그들의 독특한 관습과 습성 때문에, 대게 거래와 교류는 마을 밖에서 이루어졌다. 종이 다른 수인끼리의 결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마을 바같에서 살림을 차리고 서로의 마을을 비밀에 부쳤다.

따라서 우시지마에게 멧돼지와 늑대가 마을근처를 어슬렁거린다는 걸 말한 일은 없었는데.

그러고보니 작년에도, 그 전에도 멧돼지와 늑대에 의한 피해는 없었다. 강 건너에서 먹을 게 없단 소리를 들었는데도 그랬다. 짐승들은 수인의 힘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지만, 종족의 특성을 우선시했다. 늑대와 멧돼지는 여우를 밥으로 삼았다. 어린 수인들 중에서도 짐승에게 물려 죽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최근 삼년 동안, 그가 우시지마와 함께 하는 동안에는 전혀 발생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진짜 사랑받고 있나봐, 나.”

덜컥 우시지마에 대한 애정이 차올랐다. 처음 굴에 떨어졌을 땐, 그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뿐이었다. 거대한 곰은 생각보다 더 크고 무거워서 오금이 저렸다. 하지만 두려움은 짧았다. 저를 공격하는 줄 알았던 거대한 손은 그를 부드럽게 끌어당겼을 뿐이었다.

먹지 않을 거야?

제 물음에 우시지마는 뒤를 가리켰다. 먹을 건 쌓여 있었다. 오이카와는 다치지도 않았고, 눈이 그친 후 충분히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큼은 우시지마가 막았다. 굴에는 그가 먹으려고 쌓아둔 먹이 뿐이었는데도, 그는 그걸 제게 다 주며 가지 말라고 속삭였다.

“그러게.”

마츠카와가 시큰둥하게 답했다. 이와이즈미는 벌써 세 개 째의 짚신을 만들고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손으로 하는 건 대게 다 잘 했다.

“근데 왜 새끼치는 건 관심이 없는 건데!”

벌떡 일어난 오이카와가 소리를 질렀다. 속이 답답하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우시지마는 그 뒤로도 새끼 이야기만 나오면 꿀 먹다 걸린 곰처럼 깜짝깜짝 놀랐다. 이제는 제가 나서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할 판이었다.

“진짜 관심 없는 거야? 아니면 덜 자란 거 아냐?”

발정기가 안 됐다거나.

하나마키가 고개를 빠끔 내밀었다. 그는 마을에서도 손에 꼽히는 방직자로, 베틀을 움직여 천을 짰다. 손이 굵은 오이카와나 마츠카와, 이와이즈미로서는 상상도 못할 능력이었다.

“그건 아냐, 나 작년에도 엄청 고생했잖아.”

진지한 얼굴로 오이카와가 말했다.

“윽, 그런 얘기 듣고싶지 않거든.”

고개를 빠끔 내밀었던 하나마키가 도로 쏙 들어가버렸다. 오이카와는 입을 빼죽 내밀었다. 자연스러운 일인데 뭘! 제 투덜거림에 이와이즈미가 무릎 뒤를 가격했다. 엄청난 힘에 다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허심탄회하게 물어봐.”

지푸라기를 던져준 그가 말했다. 역시, 이와쨩, 박력! 오이카와는 조신하게 무릎을 꿇고 숨을 골랐다. 허심탄회하게 물어 본다라. 이젠 제가 입을 열 때마다 비맞은 강아지처럼 떠는 우시지마 앞에서 그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궁금해 죽을 것 같은 건 사실이었다.

도대체 왜, 그는 자신과 새끼를 낳지 않으려는 걸까?

봄이 깊어지는 만큼 의문도 짙어졌다. 이제 여름은 성큼 다가와 있었다.










-To be continue


다음편으로 끝끝!!




레즐리Lesely Christmas=체리크렉Cherry Crack 마약처럼 중독시킬 수 있는 글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Miss, 크리스마스라고 불리고 싶었던 라스트네임은 잊혀진 지 오래. with all my XO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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