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
저를 사랑하세요?"

"당연한걸 묻는군."

그런데 어쩌죠, 마카롱?

나는 마카롱을 사랑하지 않는 걸.

도자기같은 피부에는 붓으로 섬세히 그은 듯한 우울함에 축 처진 입술이 매끄럽게 피어났다.

어쩌면 좋아요, 나 마카롱을 사랑하지 않아.


사실은 먹는 마카롱은 존좋.






흔한 판타지 소설의 이동방식과 닮게 나는 차원이동을 했다. 평범하게 예쁜 영애에게. 그 영애는 엑스트라1이었다고 해야하나. 판소를 읽긴 읽지만 읽고 난 뒤에는 남는 게 없는 빌어먹을 기억력을 가진 나였다.
하녀들에게 내 이름을 들었을 때도 머릿속에 흔적조차 남지 않는 그런 수준이였다.

일축하자면, 소설에 이름도 안나오는 엑스트라다.


전 세계가 어땠냐면, 그냥 지금이 좋다.
방년 16세. 철없는 소리도 잘하고 철도 조금 들었다. 가족들이 걸리고, 공부하는 것도 마음에 걸리긴 한데. 한번 와본 겸. 한번 누리다 가기로 했다.

계급제 사회에 자작은 다른 공작, 후작 등등에 비해 폄하되긴 하는데 죠라 살 맛 난다. 전체적으로 정말 못사는 몰락 귀족이 아닌 이상 다 한자리씩 꿰차서 잘먹고 잘살았다. 어느 귀족가 부럽지 않을 만큼 잘먹고 잘산다.

물론 나보다 높은 귀족들은 훨씬 더 잘먹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아무렴 분에 넘쳐서. 참고로 사교계 데뷔는 했다. 막 티타임을 가지러 다니기도 하는데 과묵한 나는 묵묵히 케이크와 다즐링, 홍차, 시럽 잔뜩 넣은 아메리카노, 휘핑크림은 싫어한다. 대망의 마지막, 마카롱.


나는. 마카롱에 환장하는 뇬이다.

많이는 아니고 적당히.
........아마?


요즘 하는 일은 그다지 없다. 이 곳엔 아카데미도 정말 지위가 높거나 특출난 아이들만 갔다. 나는 그런 게 별로 없어서 손가락 빨며 맛집탐방이나 다닌다.

자작이라는 애매한 지위 탓인지 격식 좀 차리는 분위기의 식당에서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데 많이 서글펐다......ㄸㄹㄹ

그래서 주변 인테리어가 예뻤던 베이커리에 들어가 눈에 불을 키고 마카롱을 훑었다.

"여기 마카롱 다 주세요!"

한 20개 쯤 있다.
헉! 심지어 레몬 망고 딜리셔스 한정판이 무려 2개나! 가격은 비싸지만 내 돈 아니라 별 상관없다. 일찍 오길 잘했네.

가볍게 손이 한정판 마카롱에 닿으려 대기타고 있었으나, 손에 잡힌 것은 하나 뿐이였다.

뭐지?

"저기, 그거 제 마카롱."
"아아, 사람이 있었군요?"

고급스런 복장에 말투, 기사까지.
자작보단 높아보인다. 에이씨, 하나 공쳤다. 아까워. 빨리 포기하고 몸을 돌리니 귓가에 우아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퍼졌다.



"그 남은 하나는 제 것이 아니던가요?"


정정.
저 희대의 썅년 말투.라 고쳤다.

"그러셨군요."

기어들어가는 말투로 바꾸었다. 여기는 철저한 계급제 사회니까. 설설 기어야 그냥 무탈했다.

공손히 두 손으로 마카롱을 건넸다.

앗차, 실수 마카롱이 떨어졌네.

마카롱의 매끈한 라인이 부서졌다. 머리에 사거리마크가 새겨진 것을 본 나는 튀었다.

뒤늦게 기사를 시켜 날 잡아오게 한 뇬은 내 지리를 잘 파악하는 능력으로 날 못잡게 했다.
사실 이건 내 희망사항이고, 잡혔다. 비러머글.

한 190센치는 되는 것 같은 잘생긴 기사에게 순식간 술래잡기해서 5초만에 잡힌 것 처럼 허탈했다. 나름 큰 키라 자부했던 나는 뒷덜미를 잡힌 채 대롱대롱 끌려갔다.

뭐 손목이라도 잡아줄꺼라 생각한건 너무 과했나?

말 그대로 번화가 길 한복판 대롱대롱 매달리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무엇보다, 나 안무겁나?

결국 여자 앞에 호령당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나는 최소 할리우드에 진출해야겠다. 연신 고개를 숙이는 나를 쳐다보는 댕그란 두 눈깔과 내 팔목으로 자리를 이동한 손가락이 눈에 띄었다.

"죄송하다는 걸로 모든 게 끝나면."

시발, 설마 다음문장이....설마.

"해결되지 않을 것이 무어 있을까?"

고개를 푹 숙였다.

"신분이 무어냐. 미천한 것."
"와이즈 자작의 적녀, 에스더 베키 와이즈입니다."

"하찮은 것. 제국의 달에게 그러한 무례를 저지르고도 무사할 줄 알았더냐?"

자연스럽게 사람을 찍어누르는 하대.

ㅈ까라 그래.


"................."
"감히 나의 말을"
"무시하지 아니하였습니다. 누가 감히 제국의 달이신 분께 누를 끼치겠습니까."

일 터졌다. 썅.
내 나불대는 주둥아리는 끊임없이 말을 잘하기로 유명세를 탔다.

"마카롱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그것을 부수는 것조차 매우 떨리는 일이옵니다. 외람되오나 저는 세기의 마카롱 영애라 불리고 있습니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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