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은 꽤 화려했는데 까놓고보면 너무 너드한 사람이라, 민현은 의외로 잘 생겨먹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면서도 그 잘난 연애 몇번 해 본적도 없었고 심지어 몇번 되지 않은 연애, 모조리 전부 실패했다봐도 무방할 정도로 아주 처참한 꼴을 했었음.

의외로 엄청 소심하고 겁도 많고, 다방면으로 소극적이었던 그는 그래도 말끔한 얼굴을 하고있어서, 연애를 시작하는것에 큰 무리는 없었었는데... 그의 유별난 성향탓에 그리고 하나같이 쓰레기만 잔뜩 꼬여댄탓에. 지금도 여전히 그것이 그에게 트라우마가 된듯 항상 버려질까 절박하게 지내오는 민현이었음.

물론 민현이 과거에 겪은 이별들이 그의 과한 집착으로인한 구속으로 상대가 숨쉴겨를없이 부담감을 느낀이유도 있기야 했겠지만, 그저 민현이 잘생겼단 이유로 한 번 저런 사람과 사귀어보면 좋겠다- 하는 가벼운 이유도 없지않아 있었어서.  그래서 예쁜 악세서리인양 치렁치렁 매달고다니다 그의 너드함에 질려 다른 상대로, 그가 보는 앞에서 환승해버리는게 부지기수였음.

그래서 그게 쌓이고 쌓여 꽤 트라우마로 자리했어서 충분히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으면서도 더, 더 멋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민혆인데... 재환으로선 그것 또한 고쳐주고싶었지만 아무리 저의 사랑을 표현해도 그가 계속 불안함을 느끼니.. 이렇게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왔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가, 그럼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려나 싶었음.



솔직히 이제와서 말하자면 처음엔 재환 또한 일전의 사람들과 다를바없이 그저 그의 잘생겨먹은 고운얼굴이 좋아 별 생각 없이,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그를 소개받았었음. 그래서 이렇게 진중하게 오래 사귈 생각도 없었고, 정 반대의 사람과 이렇게 오래 사귀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눈뜨고 보니 이제 그와 사랑해온지 벌써 6년이더라. 여튼 유별난 집착을 보여주는 민혆도 민현이었지만 이 근방에서 엉덩이 가볍기로 유명한 김재홙이기도 했었어서 처음 둘의 만남을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었는데, 결국 6년이란 긴 시간을 보여주며 의외라는 결과를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이전과 같은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것에 자신의 성향을 고치려 노력한 민현과 그런 그를 유별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할땐 한다고, 민현에게 맞춰가려는 재환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지 않았나 싶음.

하지만, 그래도 완벽히 도려내지못한 민혆의 집착에는 처음의 재환은 많이 당황스러움을 느꼈었고, 그 탓에 몇 번을 싸워대며 다른이들이 비웃으며 예상했던것처럼 매일매일을 곧 헤어질위기에 처해있었던 둘이었음.의외로 인기도 많고 주변인들의 사랑을 듬뿍받는게 당연한 김재환탓에 민현은 그와 사귀면서도 불안감에 항상 찌들려있는듯 했었고 그 탓에 커져버린 열등감으로 인해 그의 집착이나 질투는 날로갈수록 꺼지기는 커녕 커져만갔었음. 그랬기에 자유분방한 김재환은 매일같이 황민현에게 구속당했고, 이런것 까지 티엠아이를 말해주고 허락을 받아야하나 싶을 정도로의 일거수일투족을 말해주길 원했던 그였어서.. 여태 겪어보지 못한 과한 오지랖에 재환은 좀처럼 이해가 가지않는 일들의 연속이어서 꽤 난처해보였었음. 게다가 사람까지 시켜 감시하는듯 해보이니, 재환은 처음에 얼마나 황당했을까... 재환 또한 연애를 안해본게 아닌데, 여태 만났던 사람들도 이렇게까진 과하진 않았다 싶었기에 유별난 민현을 보며 왜저렇게까지 하나 싶었긴 했었는데. 그래도 그렇게 저와 잘 맞지않을것같은 민현을 쳐내기보단 이해하기로 마음먹었던 재환은, 그런 민혆을 위해 아쉬운 인간관계를 조금씩 줄여가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었음.



김재환은 황민현과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수십명의 친구들을 단 동네친구 네명으로 줄여내었음. 그것도 애인이있는 놈으로다가 모조리 싹 다 말임. 그리고서도 일거수일투족을 그에게 미리 보고했음. 어디서 누구와 무얼 할거다, 언제쯤 귀가한다, 귀찮게 사진도 찍어 보내주고 주소도 검색해 따로 보내주고..하지만 그런 부단한 노력을 하면서도 재환은 민현에게 계속해서 감시는 받아왔지. 아는 지인에게 부탁하든, 돈주고 사람을 시키든... 재환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 정말 친구를 만나고 있는게 맞는지.. 재환이 나름 노력한답시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진해서 문자로 쳐주긴하지만 믿질 않아서..

그래서 처음엔 그런 그가 깨름칙하긴 했고,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안믿어주는것인지 열이 받기도 했지만. 어쩔수없는 그의 과거사에, 그저 재환은 그럴 수 밖에없는 형을 이해키로 하고서 그렇게 한동안을 지내왔었음.
가끔 감시받는것에 대해 불쾌하기도, 그러면서도 저와 만나면 뻔뻔하게 웃는 모습에 화가나기도 했지만 그냥. 그런것들 다 이해해줄만큼 민현이 좋아서. 그리고 그런 단점들만 빼놓고 보면 한없이 다정하고, 한없이 사랑을 주는 형이 있어서. 그래서 이해할 수 있었던 걸지도.

여튼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나서는 약간 그와 사귀면 치뤄야할 어쩔수없는 통과의례같은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그렇게 기분 나빠오지도 않았음. 그저 조금 서운할뿐? 몇 년이 지났는데도 내가 아직도 그렇게 못미더운가 싶어서. 그러다 3-4년쯤 되었을때에야 비로소 어느정도 신뢰도가 두터워졌나 싶어 별다른 사람을 뒤로 붙이는것 같진 않아 기뻣었고, 그래서 기념일에 굳이 말은 하지 않지만 기쁜 마음으로 같이 케이크도 잘랐던 기억이 있었었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 지던 장마철, 몇년동안 별다른 그런 기색이 없어 온전히 형에게 맞는 연인이 되었구나, 형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구나 싶었던 제 마음을 단번에 박살내버린게 그 누구도 아닌 당사자인 황민현인탓에 김재환은 이제 더 이상 형을 이해하지 않기로 했었지.




* * *



   장난인줄 알았는데. 만나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본것이 허투로 물어본것은 아니었던것인지..
6년동안 사귄 연인보다, 모르는 그 사람의 말만을 믿고, 잔뜩 쌓인 오해가 만들어둔 상황을 눈으로 직접 보고서도 되려 저를 버리고 떠나간 형의 모습에 그게 정말 끝이다 생각 되었었지.

지난 카페에서 무리하게 번호를 요구한 그에게 귀찮아 떠넘긴 명함한장이 화근이었음. 자신의 연락처, 그리고 직장주소. 그것을 빼면 딱히 어떠한것도 적혀있지않은 종이쪼가리였을 뿐이었는데, 제대로 스토킹당하고 있었던 것일까, 연락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문자몇번온게 전부라 그저 그것을 일방적으로 씹고 안일하게 생각하며 그동안을 지내왔었는데... 

퇴근시간 올라탄 버스에 지정좌석인양 비워진 맨 뒤 왼쪽 창가자리를 앉던 재환이 그 날 누군가 앉아있음에 약간 아쉬워하며 반대편인 오른쪽으로 자리를 했던 날, 왼편에 앉아있던 놈이 굳이 사람도 없는데 오른편으로 스리슬쩍 다가와 옆에 앉는것에 그저 별난사람이라 생각했다. 근데 대뜸 안녕하세요, 재환씨 하며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투로 말하는것에 놀라 돌아보니 그 뻔뻔한 낯짝을 하고서 명함을 들고간 카페의 그 작자가 아닌가. 처음엔 그냥 우연인줄 알았지. 어쩌다 같이 탄 버스... 근데 알고보니 며칠전부터 회사 주변을 서성이며 퇴근시간, 몇 번 버스를 타는지.. 오늘에서야 아는 척을 했던거지 며칠을 더 같은 버스를 탔다며 자랑스레 말하는 녀석에 정말 미친놈이 제대로 꼬였구나 싶어 재환은 질색을 했음.

그러며... 어디 내리는지도 알아 집도 금방 찾을 수 있을것 같다며 좋아라하는데.. 남자가 남자를 스토킹 하는것도 경찰에 신고하면 들어주는가.. 싶은 생각까지 들은 재환이 장난신고라 생각하면 어쩌나 싶어 끙끙 앓으며 다른 방법을 강구해내는 와중, 가장 좋은 방법은, 반듯한 애인있는걸 보여주는게 좋을것 같아서 민혆의 번호를 꾹꾹 눌러 부탁이라도 해볼까 했지만은...  황민현이 좀 바빠야지. 게다가 별거 아닌 일에 괜히 호들갑떠는걸로 보일 수도있으니까.. 근데 그렇다한들 저 방법말곤 뭐 짜다스레 그렇다할 방법은 따로 없어서... 그저 돈을 주고 사람을 시켜 흔신 두들겨 패줄까 라는 1차원적인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는데.. 요며칠 진득스럽게 출근길, 퇴근길, 혹은 혼영보러갈때, 혼밥하러갈때 불쑥불쑥 귀신마냥 등장하던게 요즘 뜸 하기에 제풀에 지쳐 드디어 떨어져나갔나 싶어 조금 안심하던 때였지.


하지만, 비가 오는 날엔 유달리 재수가 더럽게 없다고.
천둥번개를 동반한채로 미친듯이 쏟아지는 비에 바짓단은 온통 다 젓어버려 꿉꿉함은 배가 되었고.. 비바람은 또 어찌나 휘몰아치는지 우산이 뒤집혔다 말았다 하는 바람에 거의 고장난것이나 다름없을 우산을 들고서 낑낑거리며 집앞에 도착했는데 이 지랄맞은 날씨에도 기어코 찾아와 대문 앞에서 저를 반기고 서있는 스토커자식에 재환은 놀라 뒤로 나자빠질뻔했음.


" 미친새끼, 우리집 주소는 어떻게 알았어 "


" 그냥 따라다니면 되죠 뭐 "


" ...진짜 돌았네 "


" 같이 들어가도 되요? "


" 미쳤어? "




한때 별에 별 놈 다 만나본 김재환이지만 이정도로 진심을 다한 미친놈은 처음이었어서 오소소 팔뚝위로 닭살이 돋는게 눈에 보였고 머리끝이 쭈뼛쭈뼛서는 느낌이들어왔음. 그래도 크게 걱정은 안되는것은 나름 학생때 축구도 했었고, 체격도 비슷한게 힘으로 어느정도 제압가능할것같기도 해서 정말 따라 들어오면 정강이를 날려버려야지 생각하며 그저 거의 뒷걸음질치다시피 오지마, 따라오면 죽인다. 반협박하며 집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겁도없이 그럼 저희집 갈래요? 하며 팔을 붙드는 녀석이 진짜 제정신은 아닌것 같아 되려 그의 팔을 붙잡고서 쿠당탕 소릴 내며 계단을 내려왔음. 


" 아, 왜그래요 좋아서 온건데 "


" 신고하기전에 그냥 가 "


그러고서 오피스텔 로비로 다다라서는 현관에서 거의 밀어내다시피하며 그를 밀어내며 그를 내보내려는데 마침  쉬는 날이면 찾아오는 민현이었으니까. 현관에서 마침 들어오려는 민혆과 마주하자 안도감에 화색이돈 재환이 마침 잘되었다 싶어, 스토커자식에게 애인 있는거 맞다고, 그러니까 그만좀 치근덕 거리라고, 그만좀 찾아오라고 해주려 했는데 황민현 은 그저 아무런 표정 없이, 그저 그 장면만을 보고서 만나는 사람이 있는게 맞았네. 하며 오히려 자신이 상처받았단 표정을 하고있지.


" 아니...! 형 오해야! 얘는 그냥 "


" 뭐가 오핸데? 퇴근길, 영화관, 너 가는 곳곳마다 같이 있었던걸 봤는데, 왜? 얘도 그냥 친구야? "


" 친구도 아니야! 얜 그냥 미친 스토커... "


" 이젠 하다못해 집까지 "


" 형 내 말은 안들어? 얘가 그냥 막무가내로 들러붙는거라니까! "


" 그쪽이 연락처 가르쳐준거잖아요. 내가 언제 들러붙었어? 지도 마음에 들어 가르쳐준거면서. "


" 뭐라고? "


" 지난 월요일에도 집에 있었다면서 "



혼란스러운 와중 형 입밖으로 나온 지난 월요일에 겨우 기억을 곱씹어 떠올린 재환이 아차했지. 그냥 문득 형 생각나서, 그냥 아무 의미없이 형 선물이나 사줄까 하다, 뭐하느냐고 묻는 형에게 거짓말했던게 화근이었던듯 이젠 그것조차 연관지어 생각하는듯 한데, 그런 재홙은 너무 답답해서. 그냥 형 줄 선물 사러 나간거였다고, 꼴에 서프라이즈랍시고 이벤트도 해주려고 몰래 나간거였다고.

하지만 형의 얼굴에선 의심이 좀처럼 거두어지지않았어. 그저 저와 옆의 남자를 번갈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상상까지 했는지. 그저 진실이 아니길바랬던것인지,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보여진 현실에 잔뜩 분노해선 벌벌떨리는 손을 하고서. 그저 실망이란 말만을 내뱉는 민현인데, 지난 월요일, 어디갔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있는 형을 보아하니 6년동안 그렇게 무탈하게 지내와놓고서도 저를 못믿고서 감시를 했네. 그것으로도 모자라 6년 사귄 저의 말은 하나도 안믿으면서, 돈주고 시켜낸 처음 보는 사람, 그리고 처음 마주하는 사람의 말은 철썩같이 믿고?

6년동안 나는 뭘 한거지, 문득 생각이 들었지. 황민현을 위해 최대한 맞춰주고, 그에게 어느정도 신뢰를 얻어내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리고 애초에.. 약속일날 나와줬더라면 저런 벌레가 꼬이지도 않았을거란 억울함도 들어.


" 왜 내 말은 안, 믿는데. "



너무 억울해서, 말을 하면서 설움이 북받쳐 자존심 상하게 울어버릴것 같아가지고 꾹꾹 간신히 참아내며 또박 또박 한 번 더 말해주지만 형은 그저


" 재홙아, 나도 너무 무서워. "


그저 그렇게 등돌려 떠나버릴뿐이었음.




* * *





   헤어지자고 말은 그 누구도 안했으니 아직은 헤어진게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형은 형대로 바쁘고 재환 또한 재환대로 바쁜일이 생겨서.. 그래서 재환은 그냥. 형에게 헤어지자는 네글자만을 담은 문자를 보내고서 형 번호를 아예 지워버렸음. 많이 서운해서 많이 울기도 했는데, 형탓만은 하고싶지 않아서. 바보같이 형 성격알면서 거짓말을 했던 자신의 탓도없지않아 있었고, 귀찮아서 정말 번호를 떠넘겨준 탓도 있으니... 그저 여기까지가 형과의 연인가보다 생각하며  지내온 6년이란 세월이 너무도 길어 형과 헤어지고서 많이 힘들것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시간이 해결해주겠거니 하며 조금 마음을 편하게 가지기로 했었음.



   민현이 자꾸만 재홙을 감시하는것에 대해서는 그를 못믿는다는 이유보다는 우습지만 아마 너무 사랑해서라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음. 믿기에, 아닐걸 알지만 재차 자신의 눈으로 귀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 민현은 재환과 사귀어 오면서 그가 자신을 많이 이해하고 배려해주고있단 사실을 은연중 느꼇음. 초창기 연애때엔 재환을 믿지못해 사람을 시켜 여러번 감시를 했었는데, 재환이 바보도 아니고 그러한 사실을 몰랐느냐? 전혀 아니었고 저가 이런것밖에 안되는 사람인걸 알면서도 못 본 척, 저가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를 아예 이해하고 넘어가줬었음. 그랬기에 여태 사귀어온 사람들보다 훨씬 특별하고 소중했던. 그랬기에 매일이 간절할만큼, 재환을 절대 놓고싶지 않았던 황민현이었는데. 그랬기에 언제나 재환에게 멋진사람이고 싶었던 민현에게는 별안간 닥친 위기에, 민현은 답지 않게 많이 초조했었음.  그랬던 이유 때문일까 그러던 그때 타이밍 좋지 않게도 “ 오는길에 재환씨 봤는데, 어떤 남자랑 같이 있더라. 친구는 아닌것같던데? " 생전 연락도 잘 하질않던 사람의 말에 어쩌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서. 그래도 사랑하는 제 연인을 믿자 생각하면서도, 한켠으론 너무 불안해서. 그래서 했던 어쩔수없는 선택이 그렇게 불씨를 지필줄은... 바보같이, 전혀 상상도 못했던듯 했지. 여튼 그렇게 갈라진 둘 사이에, 민현은 몇주간 미친듯 일에만 매진하였고 6년이란 긴 시간동안 사랑해온 저의 연인과 헤어졌다는 슬픔이 아직 와닿지 않은것인가 그저 공허한 마음을 하고서 하루하루를 보내왔는데. 그러다 문득, 재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모두 잘못되었고 오해라는것을 알아내었을때앤 민혆은 돌아버리는줄 알았다. 무엇의 잘잘못을 떠나서, 미련하기 짝이없어 그렇게 애지중지 붙들고있던 소중한 제 연인을 스스로 놓아버린 멍청함에, 사과를 하며 붙잡을 자격도 없을것같단 사실에 속이 바싹 타들어가기만 했대.




  재환 또한 많이 힘들어했지. 민혆과 헤어졌단 사실의 슬픔도 있지만, 6년동안 그를 사랑하며 보여줬던 제 진심이 무참히 짓밟혔단 충격이 더 커서는 더욱 이별의 아픔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었던것 같기도 했었음. 그저 시간이 약이고 답인걸까, 그럼 언제쯤 괜찮아질까 기약없는 잊혀지고 괜찮아질날을 기다리는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이다보니까 매일매일이 힘들어 앞이 막막하기만 해. 그래도 그랬던 재환이 조금 마음을 풀 수 있었던 계기는, 그러는 와중에도 민현이 어쩌며 지내고있을까, 계속해서 오해는 하고 있지않을까 하며 걱정 반 억울함 반을 하며 어떻게 닿은 형의 지인의 연락으로 조심스레 민현에 대해 안부를 물어오는데 바보같이, 그렇게 손을 놔버리고서 저가 먼저 등돌려놓고선 생전 마시지도 않는 술, 병나발 부는것도 모자라 그렇게 악착같이 매달리던 일까지 그만두고서 참담하게 살아가고 있대.

그래서 하루는 찾아갔다. 잔뜩 취해 사경을 헤매는 형, 바보같은 꼴을 하고있는걸 보며 잔뜩 비웃어 주려고. 이럴거면서 후회할짓은 왜 하냐고 엄청 비꼬으려고, 그러려고 찾아간건데. 막상 힘 다 빠진 목소릴 하고서 재환아, 재환아 저의 이름을 부르는걸 보니 코끝이 시큰거리잖아.

누구의 도움없이는 자리서 일어나지도 못할것만 같아서 반뼘쯤 커서는, 더럽게 무겁기만한 형 들쳐매고서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집으로 데려다 주려는 김재환. 그의 집에 힘들게 도착했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서. 문을 열고서 그를 침대위로 뉘어주기만 하면 끝일텐데도 아쉬워 그 문 앞에서 조금 망설여. 그러다가도 이내 생각고쳐먹고 문을 열어 형을 침대위까지 데려가 형을 그 위로 뉘어놓고, 이젠 정말 안녕 이라고 집을 나서려는데... 붙잡힌 손에 뒤를 돌아보니, 눈을 감은채로 연신 눈물만 찔끔찔끔 쏟아내며 가지마, 재환아 하며 애처롭게 부르는 황민혆현이지. 잠결에 저러는것인지 뭔지는 모르겠다만 여기 조금만 더 있으면 정말 마음약해질것만 같아서 조금만 비틀면 뿌리칠수있을정도로 약한 힘으로 그러쥔 형의 손이라 별 힘들이지 않고서도 그 방을 나올 수 있었을거면서, 누가 발목을 끌어당겨선 놓아주지도 않는 양 바보같이 우두커니 서서 힘이 주욱 다 빠진 형 손, 미끌어져 내려가는거 김재환이 지 스스로 붙잡아 버려. 그러며 재환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잔뜩 울음이 섞여 뭉개진 발음으로 겨우내 이어나가는 말에 김재환이 울컥해선 눈시울이 붉어져 따끔거려오는거 벅벅 소매로 문질러내며 꾹꾹 참아내.

사실 형이 지난 날에 장문의 사과 편지를 보내왔었어. 어떤 오해가 있었고, 그 오해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사죄 그리고 반성, 그리고 여러가지의 말들... 그것을 보며 민혆은 당연히 제게 자신이 돌아와주길 바라겠지만 돌아가고 말고는 온전히 재환의 몫이기에 그는 강요하지 않았고.. 그랬기에 재환은 돌아간다, 돌아가지않는다 네 아니오로 간단명료하게 정하면 될 이었는데... 재환은 내심 한 번 눈감아 넘어가 줄 만큼, 민현이 형을 사랑해서, 그래서 돌아가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었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니 그러지 않기로 했었지. 마음 고생한 저가 억울하기도 했고 가엾기도 했고, 그래서 민현에게 저처럼 마음고생 해보라는 생각으로. 그러며.. 이대로 거리를 두는것도, 이대로 서로 갈 길 가는것도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선택일것만 같은 생각도 들어서...처음엔 서로 엄청 힘들겠지만, 그것을 이겨내고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것만 같아서 말이었음. 형은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고, 나 또한 나를 더 생각하면서 살고. 정말 그러는게 좋을수도 있겠단 생각이 문득 들어 따로 답장은 하지 않았었지. 그리고 지금도. 

마지막으로 정말 안녕이라고, 정말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그 커다란 손 한 번 손에 꽉 쥐어보고, 그렇게 놓아주고선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었지.



그래서, 그래서 그렇게 비련하지만 서로를 위해 헤어진, 아름다운 새드엔딩으로 끝이나려나했는데...


" 하하 재홙아 엘리베이터 안탈거니? "



무슨 낯짝으로 찾아와서 뻔뻔하게 얼굴을 자꾸 들이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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