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이 다 지나가서야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의 하루는 이미 시작하고 남았을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지금부터가 일상의 시작이었다. 작은 치킨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나로서는 지금 일어나도 괜찮았다. 잠을 깨고 나서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했다. 세수를 하고 난 뒤 피부를 위해 얼굴에 스킨과 로션을 바른 후에 식사를 하려고 주방으로 갔다. 주방으로 가서 무엇을 먹어야할 지 결정하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 안에는 눈에 띄게 먹을거리가 없었다. 밥솥에는 밥이 있는 것을 떠올리고 냉장고에 있는 김치를 꺼냈다. 꺼낸 김치를 먹기 좋게 자른 후 가스레인지를 켰다. 가스레인지를 켜서 팬을 올린 다음 기름을 두르고 팬이 달궈질 때까지 기다렸다. 팬에 손을 대서 달궈졌다고 여길 무렵 자른 김치를 팬 안에 넣고 볶았다. 김치를 다 볶고 나서 밥솥 안에 있는 밥을 위에 올려 먹었다. 밥을 다 먹고 나서 가게로 나가기 위해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씻고 날씨를 확인해서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했다. 화장을 다 끝내고 외투를 입었다. 외투를 입고 가스 밸브가 잠겼는지 불이 켜진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현관문을 나섰다. 1층으로 가려고 엘리 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는데 간발의 차로 엘리베이터는 위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는 꼭대기인 20층에 멈춘 후 내가 살고 있는 16층에 멈췄다. 엘리베이터가 16층에 멈추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니 엄마와 아기가 같이 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서 1층에 도착할 때까지 조용히 있었다. 1층에 도착해서 아파트를 나오니 이삿짐차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에 멈춰서 이삿짐을 옮길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며칠 전에 내 위층에 사는 사람이 이사 갔는데 그쪽에 사람이 이사 온다고 생각하고 이삿짐차를 지나쳤다. 이삿짐차를 지나쳐 내가 운영하는 치킨 가게로 향했다.

 

 

 치킨 가게가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지자 가게 안은 한가로워졌다. 가게 안이 한가로워지자 아르바이트생이 집에 갈 준비를 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런 아르바이트생에게 말했다.

 

  “알바생, 정리는 내가 할 테니까 먼저 가.”

 

 내 말을 듣고 아르바이트생은 집에 갈 준비를 하다가 멈추고 내게 물었다.

 

  “정말 그렇게 해도 되나요?”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서 사람들이 많아서 아르바이트생이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기에 그 말을 듣고 대답했다.

 

  “알바생, 사장이 가라고 하라고 할 때 가는 거야. 오늘 수고했고 내일 보자.”

 

 내 말을 듣고 아르바이트생이 바로 갈 줄 알았지만 아르바이트생은 가게 바닥을 걸레로 다 닦고 나서야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옷을 갈아입은 아르바이트생은 내게 말했다.

 

“  사장님이야말로 수고하셨어요. 내일은 뵙겠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의 말에 나는 손을 흔들었고 인사를 한 후 아르바이트생은 가게를 나갔다. 아르바이트생이 가게를 나가고 나서 마무리를 위해 가게를 살폈다. 가게를 다 살핀 후에 불을 끄고 가게의 문을 닫았다. 가게의 문을 잠그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면서 내 가게를 향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다른 가게에 비해서 일찍 문을 닫는 것에 대해 손님들은 불만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로서는 다른 가게들이 열심히 영업을 할 시간인 오후 11시만 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가게에서 집까지 오는 대중교통은 버스밖에 없었는데 그 버스도 늦게까지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집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를 타니 시간대 때문인지 술에 취한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 사람들이 앉은 곳과 떨어져 앉았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을 바라보니 창밖에 보이는 건물들이 불이 켜져 있었고 차들도 불을 켜고 달리고 있었다. 



 ☆


 그 때 익숙한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하차벨을 눌렀다. 버스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나는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 내가 사는 아파트까지 걸었다. 아파트의 입구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누군가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엘리베이터 앞에 누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 옆을 보니 키는 184cm에 입술을 붉고 하얀 피부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그 남자를 한 번 훑어보고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춰서기를 기다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 남자는 17층 버튼을 눌렀고 나는 16층 버튼을 눌렀다. 17층 버튼을 누른 남자는 처음 본 사람이었으므로 오늘 위층으로 이사 온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만 할 뿐이었다. 17층 버튼을 누른 후 그 남자는 그때서야 내 존재를 알아차렸는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 남자는 내 얼굴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흘리는 그 남자를 향해 한 마디를 건네려고 했지만 엘리베이터는 16층에 도착했음을 알렸고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지만 우는 그 남자의 얼굴은 잊혀 지지 않았다. 그 남자가 신경 쓰이긴 해도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하니 집으로 들어가 불을 켜고 씻은 후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소주잔에 소주를 부어 한 잔 한 잔 마셨다. 그러다 소주병이 빈 것을 깨닫고 잠자리에 들었다.

 

**

 

엘리베이터에서 나를 보고 울었던 남자는 내가 퇴근할 때마다 거의 매번 마주쳤지만 그에게 말을 걸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그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저번에 저보고 우신 분 맞죠?”

 

내 물음을 듣고 그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후 고개를 숙인 후 사과했다.

 

“저번에는 너무 예쁘셔서 눈물이 흘렀나봅니다. 신경 쓰이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한 후 그는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를 따라서 엘리베이터에 탄 후 먼저 16층을 눌렀고 그는 뒤이어 17층을 눌렀다. 그가 17층 버튼을 누르고 그에게 물었다.

 

“매번 17층을 누르시던데 17층에 이사 오신 건가요?”

 

내 물음을 듣고 그는 대답했다.

 

“네, 17층에 이사 왔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는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면 혹시 이름을 물어봐도 되나요? 작업 걸려는 건 아니고 위아래로 사는데 서로 이름은 알면 좋을 거 같아서 그러는 거예요.”

 

내 말을 듣고 그는 엘리베이터의 층수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며 내게 말했다.

 

“이름은 김우빈입니다. 가명이나 예명 이런 거 아니고 진짜 제 이름이니 믿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의 이름을 듣고 웃음이 나서 나도 대답했다.

 

“제 이름은 써니예요. S.U.N.N.Y.”

 

내 이름을 듣고 나서 그가 내게 무언가를 되묻는 듯 했으나 엘리베이터가 16층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렸고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김우빈이라며 말하며 가명이나 예명 아니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떠오르자 귀엽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리고 그가 누군지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아파트에 사는 누군가에게 물어보면 그에 대해서 알 수 있겠지 생각하며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와 잠이 들었다.

 

 

 자신을 김우빈이라고 소개한 사람에 대한 정보는 아파트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치고는 너무 적었다. 찻집을 하고 있었고 나이는 30대 중반이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는 무엇이든지 조그만 단서하나라도 알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물었다. 휴대전화 번호를 물으면서도 그 사람이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사람은 내 휴대전화에 그 사람의 번호를 적어줬다. 그 사람의 휴대전화 번호를 받고 나서 나도 그 사람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서로의 번호를 알고 있었지만 그 사람의 성격상 먼저 전화를 하지 않을 거 같아서 가게에 나가지 않는 날에 내가 먼저 그 사람에게 전화했다. 그 사람이 전화를 받은 것을 알고 수화기 저편으로 말했다.

 

  “여보세요?”

 

 내 목소리를 들은 후에 한참동안 말이 없어서 다시 말했다.

 

 “여보세요? 김우빈씨 핸드폰 아닌가요?”

 

 그 말을 듣고 그때서야 수화기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써니 씨가 먼저 전화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요.”

 

 그에게 전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할 말이 많았는데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잠시 침묵하고 있는 사이 그가 내게 물었다.

 

  “제게 볼일이 있으셔서 전화한 게 아닌가요?”

 

 그의 물음을 듣고 내가 그에게 전화를 한 목적이 떠올랐고 그에게 말했다.

 

  “김우빈씨, 혹시 회사에서 일하는데 방해했다면 미리 사과할게요.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 다음 주 월요일, 장소는 아파트 오는 길에 빵집 옆에 있는 카페, 시간은 오후 3시 괜찮죠?”

 

 내가 되는 시간대로 정한 것이라 그쪽에서 거절을 하면 다시 시간을 조정할 의사가 있었지만 그는 내 말을 듣고 바로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 그러면 그때 보기로 하죠.”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든 생각은 그날이 어떤 날인지 그는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쉽게 그 날 만나자고 할 내 말에 만나자고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와 약속했던 날짜인 다음 주 월요일은 발렌타인데이었다. 거의 매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그를 처음 본 순간이었을까 아니면 그 이후였을까는 기억나지 않았다. 어느 시점부터 그에게 생긴 호감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특별한 날 그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고 싶어서 그 날로 정한 것이었다.  



 그와 발렌타인데이에 만나자는 약속이 정해진 뒤로 가게에 잘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초콜릿을 만들어야하나 사야하나부터 시작해서 그 날 무슨 옷을 입을지 어떤 화장이 더 내게 어울리는지 세세한 부분이 다 신경 쓰였다. 그러한 부분 하나하나를 신경쓰다보니 발렌타인데이 당일이 다가왔다. 발렌타인데이 전날에 초콜릿을 만드느라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한 상태로 아침을 맞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어제 발렌타인 초콜릿을 만드느라 어질러진 주방을 정리했다. 어질러진 주방을 정리한 후에 샤워를 하고 얼굴에 기초 화장품을 발랐다. 기초화장품을 바르고 나서 아침을 먹으려고 했지만 어제 초콜릿을 만드느라고 초콜릿만 먹었더니 입 안에서 초콜릿의 단맛이 맴돌아서 식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식사는 하지 않고 초콜릿을 만들기 전에 골라 놓았던 옷을 입고 화장을 했다. 화장을 끝내고 나서 머리를 하려고 미용실로 향했다. 항상 다니던 단골 미용실에 며칠 전부터 오늘은 중요한 날이라고 말을 해놓았던 탓에 미용실의 직원들은 신경 써서 내 머리를 손질해주었다. 머리 손질이 끝난 후 시계를 보니 약속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인 카페로 가서 그의 모습을 찾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계산대에 서 있을 때 그가 카페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고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내 모습을 보고 그는 내 옆으로 와서 내게 사과했다.

 

  “기다리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그는 나를 볼 때 항상 사과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말했다.

 

  “하나도 안 기다렸고 저도 방금 왔어요. 음료는 시키고 오세요.”

 

 그는 내 말을 듣고 내 뒤에 섰고 나는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그가 오기를 기다렸고 그는 음료를 주문한 후 나를 못 찾았는지 한참동안 두리번거리다 내 모습을 발견하고 내 건너편에 앉았다. 건너편에 앉은 그에게 말을 하려고 할 때 진동벨이 울려 음료를 받으러 다녀왔다. 음료를 받은 후 그가 시킨 음료도 나왔는지 내가 자리에 돌아올 때 그가 일어서서 음료를 받으러 갔다. 음료를 받고 내 건너편에 그가 앉은 것을 확인한 다음 초콜릿을 꺼내며 그에게 말했다.

 

  “이거 발렌타인 초콜릿이예요. 처음 나를 보고 눈물 흘리는 남자, 그럼에도 계속 신경 쓰이는 당신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요. 김우빈씨, 제 남자친구가 되어주세요.”

 

 내 말을 듣고 그는 내가 내민 초콜릿을 받고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준 초콜릿을 챙기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카페 밖으로 나갈 때 그의 얼굴이 빨갛게 된 것을 떠올리고 웃었다.

 

**

 

 잠에서 깼다. 왕여 혹은 김우빈이라는 당신과 헤어진 후 6년이 지났다. 이번 생에서는 소식을 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를 잊을 수는 없었다. 가끔씩 이런 식으로 꿈속에서 그와 이런 방식으로나마 만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방식으로 당신과 만난 꿈을 꿀 때면 나는 혼자 침대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흘리며 살아있지 않지만 당신이 잘 살고 있기를 빌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연성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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