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1일 브런치에 게재한 칼럼입니다.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챕터인 [MAP OF THE SOUL: PERSONA]가 꾀한 변화에 대한 말들이 있다. 방탄소년단에게 관심이 없다가 최근 몇 년 동안 일련의 이벤트들과 뉴스들로 처음 그들을 접한 이들은, 빌보드 차트와 미국 진출로 대변할 수 있는 이들의 최근 행보만을 보고 각자의 기대나 환상을 투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화려한 팝씬에서의 이야기나 거대한 사회 담론이 아닌, 자신들의 내적 성찰과 개인의 삶, 팬덤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간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을 오래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반가움이 더 클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원래 지금의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오던 팀이니까. [MAP OF THE SOUL: PERSONA]는 그들의 근본과 변화에 대한 앨범이다.

[MAP OF THE SOUL: PERSONA]에는 방탄소년단의 초기 음악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작은 것들을 위한 기도(Boy with Luv)'는 데뷔 초의 '상남자(Boy in Luv)'와 맞닿아있고, 'Dionysus'는 오랜만에 선보이는 올드 스쿨 힙합 곡이다. 그렇지만 방탄소년단이 과거의 태도와 스탠스로 돌아갔다는 의미는 아니다. 거친 태도로 사랑을 이야기했던 보이그룹의 전형적인 메세지는 "툭 까놓고 말할게 /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기도 했어"라는 가사대로 허세와 페르소나를 내려놓은 모습으로 변화했다. 'Skit : One night in a strange city'에서 그들의 '이룸'을 나타냈던 "7000명"은 "70억 개의 빛 / 70억 가지의 world / 70억 가지의 삶"으로 확대되었고, [화양연화] 시리즈에서 강하게 드러났던 집과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HOME'으로 귀결된다.

사운드에서도 변화한 점들을 찾아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전매특허였던 가벼우면서도 거칠고 정돈되지 않은 사운드는 3번 트랙 '소우주(Mikrokosmos)'에서 확인할 수 있듯 앰비언트 장르의 곡들과 같이 공감각적이고 정교해졌다. 에드 시런이 참여한 'Make It Right'는 체인스모커스와 함께 했던 'Best Of Me'와 같이 트렌디한 팝 트랙이지만 보컬과 사운드적으로 텐션이 많이 빠지고 더 편안해졌다. 방탄소년단의 최근작들에 담겨있던 감정적 무게나 방황의 흔적들, 사운드적인 긴장감이 후련하게 해소된 흔적들을 앨범 전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이런 변화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Skool] 시리즈에서 [화양연화]로, 그리고 [LOVE YOURSELF]로 이어지는 동안 방탄소년단은 늘 새로운 키워드와 트렌드를 수용하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변화를 모색해왔다. 'DNA'와 'Fake Love', 'IDOL'에서 보여준 방탄소년단의 모습은 그 시기를 지나온 방탄소년단의 흔적일 뿐이다. 그들은 빅뱅이 그랬던 것처럼 마이크를 드롭하며 스웨그를 과시하는 것에 머무르거나, 서태지가 그랬듯 사회 이슈에 깊숙이 파고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팀이 아니다. 인트로 트랙의 "Who the hell am I"라는 질문은 마지막 트랙인 'Dionysus'에서 "내가 아이돌이든 예술가이든 뭐가 중요해"에서 답해지듯 페르소나를 잊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일련의 이벤트들을 지나오며 온 기대와 찬사, 비판을 받아온 지금의 방탄소년단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다. 아이돌로서의 페르소나도, 아티스트로서의 페르소나도 지금의 그들을 대변할 순 없을 것이기 때문에.

'남들이 건 진주 목걸이'라는 가사로 대변되는 페르소나로서의 방탄소년단의 한 장은 끝이 났다. 개인의 감정과 삶, 사랑, 미시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MAP OF THE SOUL: PERSONA]는 일견 방탄소년단이 다시 국내에 기반을 둔 아이돌로서의 자리에 돌아온 것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음반은 음악적으로도 메세지적으로도 어느 정도 그런 성격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이돌로서의 역할에만 집중하던 과거의 -특히 데뷔 초의- 방탄소년단과 지금의 그들은 다르다. 그리고 이 시리즈가 끝난 이후의 그들 역시 지금과는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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