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序文





“황제 폐하 납시오!”



수십 개의 돌계단 위 화려한 본궁 앞에 예복을 갖춰 입은 노신이 세상이 들으라는 듯이 목청껏 소리쳤다. 곧 이 황궁의 아니, 이 세상의 새로운 주인이 걸을 중앙의 길만 비워두고 양쪽에 빼곡히 선 신하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황제의 당당한 걸음이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그에 맞춰 커다란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끝에 누가 서 있는지 모를 만큼 많은 궁인을 이끌고 입장하는 새 황제는 피바람이 불던 전쟁터를 휘어잡은 위풍당당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오늘에서야 오야국(烏野國)은 오랜 폭정과 난세를 뒤로하고 새로운 황제를 맞이하는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        *        *




지금 저 문으로 들어가는 가마가 이 길고 긴 줄의 시작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앞에도 그리고 그 앞에도 더 화려한 가마와 재물을 가득 실은 짐수레들이 줄지어 문을 통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마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어 앞을 살피던 스가와라는 한숨을 내쉬다가도 누구에게 들킬까 얼른 얼굴을 집어넣었다. 이 길바닥에 멈춰서 앞의 마차가 줄어들길 기다린 게 몇 시간째인지 모를 정도였다. 몸을 움직이느라 어지럽혀진 치맛자락을 정리하다가 꽉 움켜쥐었다. 손을 떼면 보기 싫게 주름지겠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푸른 핏줄이 다 보일 정도로 손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피가 통하지 않아 긴장한 손은 더욱 차갑게 식어갔다.


식은땀 한 방울 나지 않는 두 손을 비비자 거친 천을 문지르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제 손보다 부드럽고 깃털보다 가벼운 천으로 지은 옷은 화려하기 그지없었고, 허리춤에 찬 장신구는 그보다 더 화려했다. 생전에 입어보지 못한, 그리고 입어볼 일 없는 옷을 정돈하고 집을 떠나기 전 히나코가 만져준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다시 매만졌다. 열흘 걸린 상경 길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데 다 써버렸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황궁 입구가 코앞인 곳에 있었다.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았던 상황이 반강제적으로 찾아왔으며, 어차피 자신에게 있어 ‘선택’이라는 것은 없었다. 정신만 단단히 차리면 될 거라는 무계획의 안일할 생각이 과연 이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겠지만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자신에게 선택권은 없었고, 가마는 황궁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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