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님과의 동거 썰에서 튀었던 주인 무는 강아지 이야기입니다.

http://twitter.com/onon501/status/760162174467657729

↑↑↑↑↑ 백일님 저는 이거 기다리고 있으니까...(급기야


* 캐붕/미래 날조 주의

* 오오가미 말투가 평범해져서 심각하게 상냥합니다. 대세는 HSK 슈퍼 달링.


* 2편은 http://canlie61.postype.com/post/279461/


* 제 존잘님이 그려주신 것도 보고 가세요. [티스토리] [트위터]



오오가미가 학원을 졸업함과 동시에 사쿠마와 오오가미는 동거를 시작했다. 소파 옆 자리에 앉아 오오가미가 펼친 악보를 보며 머리를 맞대고 손가락을 겹치기도 하고, 가볍게 버드 키스를 주고받던 것이 프렌치 키스로 이어지기도 하고, 한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 끌어안고 잠들기도 하는 평범한 일상들. 그러던 두 사람이 처음으로 몸을 겹친 날. 어쩌면 사쿠마는 그 날 오오가미의 버릇을 제대로 들여 두어야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 * *


이갈이를 하는 강아지 같다.


천장 벽지의 기하학적 무늬를 눈으로 좇으며, 사쿠마는 오오가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으응? 사쿠마 선배?”

누워있는 사쿠마의 위에 겹치듯 엎드렸던 오오가미가 양 팔 사이에 사쿠마를 가두듯 상체를 일으켰다. 머리를 쓰다듬으니 무언가 다음 액션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쉬고 있을 때면 오오가미는 무장해제된 것처럼 표정이 풀려, 제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는 얼굴이 된다. 짐승의 것처럼 샛노랗게 빛나는 그의 눈을 마주하며 사쿠마가 고개를 저었다.


“코가는 이갈이를 하는 강아지 같구먼.”

“그러니까, 몇 번을 말해. 강아지가 아니라 늑대라고.”

오오가미가 삐쭉 불만을 토했다. 사쿠마는 그런 오오가미를 토닥이듯 뒷목과 등을 쓰다듬었다. 고롱거리는 소리를 내며 오오가미는 다시 사쿠마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는다. 아니, 정확히는 입술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이를 드러내어 여린 살을 깨물어 댄다. 사쿠마가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목덜미를 깨무는 건 이 몸과 같은 흡혈귀가 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하네만…….”

사쿠마는 오오가미를 끌어안으며 몸을 틀어, 옆으로 누운 채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사쿠마가 누워있을 땐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던 오오가미가 더 유리한 자세를 취할 수 있었지만, 이리 되어버리니 도리어 다리에 잡힌 모양새다. 자자, 코가, 이제 그만 하자꾸나? 사쿠마는 강아지를 어르듯 검지를 오오가미의 콧등에 가져갔다. 그 때, 오오가미가 고개를 틀어 제 얼굴 앞에 들이밀어진 사쿠마의 손가락을 입에 넣어 잘근잘근 깨물었다.


“코…가!”

사쿠마가 황급히 손을 뒤로 무르려 했지만 오오가미는 아예 양 손으로 사쿠마의 손을 꼭 잡아 손가락 마디마디를 깨물고, 손가락 사이의 여린 살을 이로 긁고 혀로 핥는다. 검지에서 중지, 약지까지 깨물어대던 오오가미의 이가 손바닥을 죽 긁어 내렸다.

“코—가, 그만 하는 것이 좋겠구나,”

사쿠마는 오오가미에게서 자유로운 반대편 손을 들어, 그의 이마를 쓱 밀어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그는 순순히 사쿠마에게서 떨어졌다.


* * *


오오가미는 틈만 나면 사쿠마를 깨물어댔다. 아파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도 없고, 상처가 나지 않을 정도로는 손속을 두니 뭐라 말하기도 애매해 넘기고 넘긴 일들이 누적되어 이리 되어 버린 것일까.


지금도 그렇다. 히비키에게 빌려온 DVD를 보겠다고 소파에 앉아 있었더니, 밥솥을 눌러 놓고 쪼르르 달려와서는 사쿠마의 발치에 앉아 소파 시트에 적당히 놓여있는 손을 가져다 손가락을 깨물고 있다. 정신을 차리면 항상 이런 식이다. 침대에 누워있으면 등 뒤에서 슬금슬금 다가와 목이니 등이니 깨물어 대고, 소파 옆자리에 앉으면 입술을 깨물고 콧등을 깨문다. 저를 눕힌 자세에서 관계를 가질 땐 손가락이든 어깨든 보이는 대로 입에 넣고 이로 씹어 댄다. 인간의 아이는 신생아 시절 손에 집히는 대로 입에 넣으며 세상을 인식한다고 하던데, 오오가미가 그 정도로 아직 어린 아이인 것도 아니고……. 정말로 개껌이라도 사와야 하는 날이 온 것인지도 모른다.


시선을 TV 화면에 고정한 채 사쿠마가 입을 열었다.

“다음 주 화보 촬영 기억하누?”

“당연하지. 언제 얘기했던 건데. 캘린더에도 입력해 뒀잖아.”


질문을 하니 제 손을 다시 자리에 내려놓고 대답한다. 이러니 매번 지적할 타이밍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오오가미가 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어 캘린더 어플을 실행했다. 이 캘린더는 사쿠마와 오오가미 두 사람의 아이디가 연동되어 있어, 서로의 스케줄을 확인하기 용이하다. 전자기기 사용에 미숙한 사쿠마를 위해 언데드 단체 스케줄이나 하카제, 오토가리의 개인 스케줄은 오오가미가 대신 입력하고 있다. 캘린더를 확인하니 역시나 분홍색 형광펜 위로 검은 텍스트가 ‘사쿠마 레이 화보 촬영-지방 로케’라고 되어있다. 그리고 뒤이어 이어지듯 그어진 회색 형광펜. 오오가미가 말했다.


“그거 다녀오면 내가 자리 비워.”

“알고 있구먼. 아도니스 군에게 못되게 굴지 말고, 관계자들 말 잘 듣고 잘 다녀오거라.”

“내가 언제 못되게 굴었다는 거야. ……돌아올 때 맞춰서 냉장고 잘 채워놓을 테니까 다 챙겨 먹어. 매니저 형한테도 부탁해 놓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안즈라도—”


“코가야,”

“응?”

잔소리를 늘어놓는 오오가미의 말을 막으며 사쿠마가 오오가미의 이름을 불렀다. 금안 가득 떠오른 의문을 보며 사쿠마가 눈꼬리를 곱게 휘었다.


“스케줄 사이가 빠듯하니 자네가 일을 마치기 전까지는 제대로 얼굴도 못 보지 않느냐. 사랑스러운 코가가 없는 동안 이 몸이 ‘다른’ 식사를 못 하지 않누? ……촬영 전까지 자국이 지워질 시간이 필요하니 오늘이면 벌써 빠듯하구먼. 자, 이리 오너라?”

소파에 앉아 팔을 뻗는 사쿠마를 보며, 오오가미가 홀린 듯 몸을 일으켰다. 사쿠마의 검은 머리카락이 하늘거리며 소파 등받이 위로 흩어졌다.


* * *


화보 촬영은 매일 정해진 분량을 특정 장소에서 소화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오늘로 벌써 촬영을 시작한지 사흘 째. 오늘은 실내 스튜디오에서의 간단한 프로필 사진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사쿠마는 문득 소속 사무소에서 오퍼가 들어왔다며 계약서를 내밀었던 날을 떠올렸다. ‘유메노사키 졸업생 특집’이라며 들어온 오퍼가 ‘삼기인’으로서의 사쿠마 레이일 줄이야.


사쿠마는 스태프가 건네준 물을 들이키며 카메라 앞의 제 친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히비키는 특유의 환한 미소를 금지당한 채 입을 다물고 냉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검은 터틀넥을 입술 바로 아래까지 잡아 올린 채 얼굴에서 표정을 지우니 제법 오싹한 그림이 나온다. 사쿠마의 입가에 흥미진진한 미소가 걸렸다. 그가 히비키의 촬영을 모니터링 하는 사이 신카이가 옷을 갈아입고 돌아왔다. 스태프와 대화를 나누던 신카이는 문득 저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사쿠마도 마찬가지로 손을 들어 화답했다. 신카이의 옷을 보니 아무래도 다음 콘셉트는 해맑고 순수한 소년인 걸까. 남은 촬영들도 제법 오랜 시간을 잡아먹을 모양이다. 사쿠마는 주먹 쥐듯 가볍게 모은 손을 입가로 올려 검지를 입술에 대었다. 그리고,


“……?”

그저 심란해서 나온 행동이었는데, 무언가 위화감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살짝 벌렸다. 검지 두 번째 마디에 더운 열기가 닿고, 이내 제 치아가 닿는다. 사쿠마는 화들짝 놀라 손을 내렸다.

“‘내’ 지금 무슨 짓을…….”

그는 고개를 홰홰 저었다. 억지로 밤낮을 바꾸어 지내려니 정신이 어떻게 된 모양이다. 급히 눈을 드니 히비키와 신카이는 서로 무언가 귀엣말을 하다 까르르 웃고 있었다. 담당 스태프 하나가 사쿠마에게 다가왔다. 옷을 갈아입어야 할 시간인가 보다. 그는 스태프의 눈짓에 따라 탈의실로 이동했다.


* * *


기간이 길었다 뿐이지, 함께 호흡을 맞춘 멤버가 신카이와 히비키라 단 한 번의 NG조차 없이 스무스하게 촬영이 전부 마무리되었다. 관계자들도 놀라할 정도로 그들과 자신의 콘셉트 이해력은 상당했고, 그것을 해석해 내놓는 것까지 매우 만족스러운 과정이었다. 사쿠마는 그를 집 앞까지 데려다 준 매니저에게 가볍게 묵례하고 캐리어를 끌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었더니 오, 왔어? 하는 오오가미의 목소리보다 레온이 발치까지 달려오는 행동이 더 빠르다. 옷을 갈아입던 도중인지 오오가미는 팔에 셔츠를 꿴 채로 얼굴만 살짝 비추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사쿠마는 캐리어를 끌어다 거실 한쪽에 두고,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치대며 애교를 부리는 레온을 품에 안았다.


“다녀왔구먼, 코가.”

바지 버클을 잠그고 벨트를 끼워 넣는 오오가미를 보며, 사쿠마가 문설주에 몸을 기댔다. 아직 해가 떠있는 시간이라 머리가 무겁다. 창백한 얼굴의 사쿠마를 본 오오가미가 일순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가, 환하게 웃으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응, 수고했어, 사쿠마 선배.”

“흐음~. 아직 남은 것이 있는 것 같네만.”

사쿠마가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였다. 주인인 오오가미를 닮아 영특한 레온도 사쿠마의 말에 힘을 실어 주려는 것처럼 왕! 하고 짖었다. 오오가미가 사쿠마를 끌어안았다.

“좋아, 착한 아이인지고. 쓰다듬어 주마.”

사쿠마가 손을 올려 두어 번 오오가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 세팅 좀 미리 하지 말라고 몇 번을 헤디에게 들들 볶였는지, 오오가미의 머리카락은 왁스를 전혀 쓰지 않아 보들보들하다. 흡사—


“—레온의 털결 같구먼.”

“…….”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에 오오가미의 표정이 묘하다. 몇 번인가 입술을 달싹거리던 오오가미가 어깨를 떨어뜨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멀거니 바라보고 있으니 그는 마지막으로 스냅백을 눌러쓰고, 선반 위에 미리 꺼내 놓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주워 섬겼다. 제 캐리어까지 체크를 마친 오오가미가 결의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세탁물은 구분만 해서 바구니에 담아 놓고, 식사할 건 식탁이랑 냉장고. 거기 노트에 적어 놓은 대로 꺼내 먹어. 거르지 말고. 역시 빨래거리도 있는데 안즈를 부르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따로 사람 불렀어. 그리고……. 하아…….”

그는 갑자기 사쿠마의 팔을 잡아끌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숨결이 닿으며 온 몸에 긴장이 흘렀다. 여느 때처럼 목에 이를 세우겠거니 바짝 긴장하는데, 그 긴장이 무색하게도 오오가미는 사쿠마에게서 그대로 떨어졌다.


“걱정돼서 가기가 싫어. 젠장, 선배랑 떨어지기 싫어서 함께 데뷔하는 걸 꿈꿔왔는데, 정작 같이 있을 시간이 없다니 너무하잖아. 멋있는 사쿠마 선배를 빼앗긴 기분이야.”

오오가미가 그르렁거렸다. 듣는 사람이 더 낯부끄러울 돌직구에 사쿠마는 괜히 시선을 피하며 눈을 깜빡였다. 오오가미의 열기 가득한 손이 사쿠마의 양 뺨을 쥐고 얼굴을 제 쪽으로 끌어 당겼다. 촉촉하진 않지만 거칠지도 않은 오오가미의 입술이 사쿠마의 것에 닿았다.


“다녀올게.”

“어……. 오냐. 그래.”

얼떨떨함을 감추지 못하고 대답했다. 정말 바쁘긴 했는지 캐리어를 들고 나가면서, 오오가미는 미친 듯이 진동하는 스마트폰을 조작해 전화를 받았다. 사쿠마는 그를 배웅하고 현관문을 잠갔다.

개인 스케줄로 오오가미가 집을 비운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도 어쩐지 집이 텅 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제 스케줄 때문에 떨어져 있다 겨우 만났다 생각했더니 곧장 떠나버려서 그런 것일까? 아예 없을 때보다 줬다 뺏는 것이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사쿠마는 레온을 품에서 내려놓으며 현관문에 몸을 기댔다. 매니저의 차에서 내렸을 때부터 오오가미가 집을 나설 때까지를 하나하나 되짚던 사쿠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렇게나 깨물어대는 버릇이 있으면서, 아까는 한 번도 이를 드러내지 않았지.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자신의 지방 로케. 사쿠마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오오가미가 왜 저를 깨물지 않은 것일까? 이갈이를 하는 시기가 지난 걸까? 그는 실소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별 게 다. 하지만 정말로, 어쩐지 조금

서운하고 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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