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직업알선센터에서는 주기적으로 문자가 온다. 교육과정이 있는 경우도 있고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교육과정은 주로 IT직종이나 자격증 반으로 매일 일정시간 정해진 장소에가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취업이되면 출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3개월 계약직 콜센터가 아닌 이상은 출근을 해야 한다. 처음부터 온라인으로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할 수가 없다. 병원을 너무 자주 가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고용하는것으로 사업장은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장애인 취업박람회가 열리는 것이다. 

어떤 일도 할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매우 큰 좌절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사회에 "쓸모있는" "의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은 소속감의 욕망이고 "인간답게 사는 것"에 대한 욕망이다.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도식에 따라 살았기 때문에(졍규중고등학교졸업-대학진학-졸업), 또한 그것을 성취해내기 위해 정말 인간이 할 수 있는 갖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나는 육교를 건널수 없는 몸상태로 학교를 다녔고, 중간.기말기간에 쓰러져 입원하고 휴복학을 반복하길 수차례, 결국 대학 졸업까지는 8년이 걸렸다.) 내가 그것들에 관계없이 "무쓸모한 인간"이라는걸 받아들이는데는 너무나 강렬한 슬픔과 저항이 있었고, 그건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다.

나는 요즘 집에서 그림, 자수 등 시간을 "떼우는"일에 몰두하고 있다. 몰두하다보면 하루가 간다. 그런데 그것이 단지 사회적으로 근로무능력자가 되어버린 나의 "시간 떼우기"일까. 이런식으로 논리를 가져가면 나는 자/살을 미루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림을 그리거나 자수를 하거나 어떤 몰입을 하면 진공상태의 정신이 되고 매우 평화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너는 아무 가치가 없고 그저 너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비루한 몸을 유지시키고 비루한 시간들을 견디는 것에 불과해"라는 의견을 가장 아래에, 깔고 있는 한, 나는 절대로 "삶"이란걸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의미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의미있는 삶은 우선 사람으로 태어나 다른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죽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질병기록도 시작했으며, 누가 읽을지 모르지만 이 짧고 부족한 글이 그리고 고통을 견디는 나의 모습이 조금이나마 위안과 용기를 준다면 그것으로 내가 태어난 "의미"를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이의 너무나 지루한 시간들을 "떼우는"것이 필요하다. 언제나 긴장상태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조급해 할 수는 없다. 특히 당신이 이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적 역량"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것은 자살사고로 가는 지금길이다. 조금은 다른데에 눈을 돌리고 힘든 시간을 "떼우며"보내는 것들이 필요하다. 그러다가 정말 꼭 억울했던 한 가지 한 가지를 조금씩 풀어놓는 것이다. 그것들의 밸런스가 잘 맞춰질때, 나는 내 운명을 충분히 애도하면서도 용감하게 맞설 수 있다.

요즘 빠져있는 펀치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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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여자. 선천성 심장장애인으로의 삶을 기록합니다. 트위터: @kim_mem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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