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요소가 있을 수 있으니 아래 요소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주의 : 스토커





핸드폰을 붙잡고 있어도 느껴지지 않는 진동.

손가락으로 문자 내역을 올려보아도 보이지 않는 상대방의 응답.

보쿠토는 오늘도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했다.

“하아아아- 어쩌지...”
대학생인 보쿠토는 등록금으로 인하여 잠시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고 있다.

저번까지만 해도 편의점에서 나름 성실히 일했지만, 손님과의 트러블로 그만두게 된지 벌써 한 달째. 간간히 단기알바에 연연하며 하루하루 버티지만 이조차 쉽지 않았다.

“으아아아! 지금 통장잔고가 월세를 내고도 빠듯한데...!”

침대 위에 철푸덕 엎어진 보쿠토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왠지 머리가 축- 내려앉은 것 같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벌떡 자리에 일어나서는 중얼거리며 자리를 맴돌기 시작한다.

“휴학 끝나기 전까지 택배 상하차라도 뛸까?! 그 녀석들 말대로 넘쳐나는 게 힘이라서 난 가능할거야...! 헤이헤이헤-이!”
갑자기 결심한 듯이 양 팔을 위로 뻗으며 시끄럽게 외치는 그때.

“띵-동”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흠칫한다.

오늘 택배나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다가 항상 힘이 넘치는 보쿠토인지라, 목소리도 무척이나 크다. 그래서일까, 다른 이웃들에게 종종 항의가 들어오는 터라 벨소리에 자동으로 움찔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버릇이다.

“누...누구세요?!”

문 앞에 가까이가 밖을 지켜보던 보쿠토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간 멍-해진다.

“안녕하세요. 옆집에 이사 온 아카아시 케이지라고 합니다.”

낮으면서도 차분한 음성.

“벌컥-”

그리고 홀린 듯이 열린 문 밖으로 보이는 한 인형.

오랜만에 햇빛을 보는지라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는데,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 보쿠토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름이 아니라, 이사한 기념으로 조금이지만 고기를 돌리고 있거든요. 받아주시겠습니까?”

그리고 그 사람, 아카아시가 한 걸음 더 가까이 오는 순간, 마주친 남색 시선은 결국 보쿠토의 마음을 움켜쥐었다.

“...저기...?”

자신을 부르는 음성에 정신을 차린 보쿠토는 여전히 멍한 눈빛으로 이사 기념 선물을 받고 인사를 한다.

“어...에... 가..감사합니다! 어... 저는 보쿠토 코타로라고 합니다!”

그리곤 허리를 깊게 숙이고 언제나처럼 힘차게 내지르는 소리에, 앞에서 풋-하며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터벅터벅-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멀어진다.

그리고 바로 옆집의 문이 닫히는 순간, 주저앉아버린다.

화끈거리며 노을의 빛 때문일지, 아님 보쿠토의 마음 때문일지 모르게 얼굴이 빨개져있었다.

“하아아아- 어쩌지...”

이제는 다른 이유로 곤란하게 된 보쿠토였다.


------(중략)------


갑자기 다급해진 마음에 안절부절 못하다가 먼저 아카아시의 쓰레기와 분리수거 할 것들을 챙기기 시작한다.

커피 캔과 플라스틱 물병 등으로 가득한 봉지를 먼저 챙기고 쓰레기봉투를 들어 올리는 순간, 매듭이 풀리면서 안에 들어있던 쓰레기도 와르르 쏟아져 버렸다.

“으아아아! 어쩌지?!”

덤벙거리는 자신의 행동을 탓하며 다시 주우려고 허리를 숙이는 도중에, 무언가 익숙한 향기를 맡았다.

가끔 컴퓨터의 영상을 보며 맡았고, 요즘에는 꿈속에서 깨어나서 맡는 밤꽃향기.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였다.

바삐 움직이던 손은 마치 감전된 것 마냥 멈춰버린다.

그 향기를 따라 손을 내밀고 붙잡자, 아직 축축하고도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과연 아카아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냥 아침에 자연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한 것일까 아니면 새벽에 영상을 보면서 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누굴 상상하며 했을까.

그리고

하면서 짓는 표정은, 어떨까.

하나 둘 궁금증이 떠오르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려 막을 새도 없었다.

그저 잠식당할 뿐.

결국, 보쿠토는 궁금증에 함락당하여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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