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SE! 의 3부입니다.

1~2부를 읽으셔야 이해가 용이합니다.






REPLAY

01 + 1.5


W. 롤라





BGM: Club Des Belugas, It Don’t Mean a Thing









  이 새끼가 진짜.


  나는 씩씩거리면서 차 문을 닫았다. 주차장에 소리가 다 울릴 정도였다. 세훈이는 내가 이렇게 물건을 쾅 내려놓거나 문을 세게 닫거나 하면 꼭 혼냈었는데. 교양 없게 뭐 하는 거야. 조심히 내려놔. 시끄럽게 굴지 마. 잔소리도 그런 잔소리가 없었지.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일단 지금은 오세훈이 없고 말이야, 어? 내가 지금 이렇게 화가 난 것도 어느 정도 오세훈 때문이란 말이지, 어? 나는 욕을 읊조리면서 현관문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근데 뭐 내가 귀신이라도 되냐. 다들 나를 보고 기겁을 한 표정이었지만 나는 그 사람들을 쌩하니 지나치며 연이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모두 다 오세훈의 집안사람들이었다. 연이가 사는 집에 오세훈네 집안사람들이 왜 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참 할 말이 많았다. 이 곳은, 오세훈과 정연의 신혼집이었다. 결혼식을 올린 지 이제 갓 한 달이 된 신혼부부지만 이들이 단 한 번도 같이 잔 적 없고, 심지어 침실조차 같이 쓰지 않는다는 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이 곳은 세훈이가 거의 사무실처럼 쓰는 곳이고, 이따금 기자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보여주기 식으로 방문하는 집이니까. 세훈이의 진짜 집은 나와 사는 우리 집이지. 매일 아침에 눈을 뜨고, 매일 밤 나와 함께 잠드는 그런 집은 바로 내가 사는 우리 집이거든. 여기가 아니라, 거기가 우리 집이란 말이야.


  이런 집 같지도 않은 집에 내가 쳐들어오게 된 건 다름 아닌 정연 이 기지배 때문이었다. 나는 인상을 쓰고 1층 로비를 휙휙 둘러보았다. 내가 왔다는 소식에 허겁지겁 달려온 집사가 앞에 섰고, 나는 수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인상을 쓰다 그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정연 어딨어요.”

  “사모님은 2층ㅇ...”

  “사모님 같은 소리 하네.”





  나는 인상을 쓰고 2층으로 난 계단을 올랐다. 그런 내 뒤를 다급하게 쫓아온 아저씨는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저... 도련님... 무슨 일로 오셨는지...”

  “내가 여기 오지도 못 해요?”

  “그건 아니지만... 사모님과 미리 약속을 잡으신 건가 해서 여쭤 보...”

  “아, 그 놈의 사모님 소리 좀 그만해요!”





  2층에 올라 코너를 돌자 이 집에서 일하고 있는 가정부들과 마주쳤다. 깔끔한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은 나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 허리를 꾸벅 숙였고, 나는 여전히 잔뜩 화가 나서 연이의 방으로 향했다. 그런 내 앞을 기어코 막아선 집사 아저씨의 표정은 정말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여전히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가만히 서 있다 인상을 썼다.





  “비켜요.”

  “사모... 아, 아니... 아가씨에게 먼저 여쭤 보겠습니다. 응접실로 안내 도와드릴...”

  “내가 비키라고 했는데?”





  아저씨는 잠시 내 얼굴을 살피다 결국 옆으로 비켜섰다. 나는 연이의 방 앞에 섰고 그러자마자 나와 집사의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막힘없이 안으로 들어섰고, 몇 개의 문을 지나 연이의 방에 들어설 수 있었다. 내 뒤로 문이 닫혔고 다시금 고요해진 방에서 나는 연이를 한참이나 찾았다. 그리고 그렇게 오매불망 찾아 헤매던 연이를 만나게 된 곳은, 욕실이었다. 나는 벌컥 문을 열었다가 드디어 이 곳에서 뭔가 소리가 나 안을 살폈다. 욕실에 들어서자 잔잔한 클래식 선율이 흘러나왔다. 나는 안을 둘러보다 커다란 욕조 앞에 섰다. 새하얀 거품이 가득한 욕조 안에는 연이가 있었다. 긴 머리는 가볍게 틀어 올린 상태였고, 그 아래로 드러난 하얀 어깨는 물기에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연이는 내게 등을 보인 채 가만히 앉아 있다 슬쩍 고개를 들었다. 나는 여전히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삐딱하게 서서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팔자 좋네?”





  내 말에 연이가 생긋 웃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 돌려 욕조 앞의 창밖을 보았다. 나는 벽에 살짝 기댔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 인상을 썼다.





  “너 나랑 싸우고 싶냐?”

  “그럴 리가요.”

  “그래? 근데 내가 아침에 비서 누나한테 받은 연락은 뭐야?”

  “글쎄요. 제가 지시한 건 아닌데요.”

  “아, 그러시겠지. 우리 대단하신 정 상무님이 시킨 건 당연히 아니시겠지.”





  가시 돋친 내 말에 연이는 그저 웃기만 했다. 새하얗고 작은 손이 이내 욕조의 거품을 어루만졌고, 욕실에는 잔잔한 물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연이를 노려보았다. 연이의 마르고 긴 목을 타고 물방울이 톡, 떨어졌고 그건 어쩐지 새벽이슬처럼 맑기만 했다.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참 백합 같단 말이야. 하얗고 청초한 그런 백합. 나는 녀석을 가만히 보다가 괜히 또 성질이 나서 구둣발로 욕조를 걷어찼다.





  “내가 여기까지 쳐들어왔는데 할 말은 없고?”

  “신경 쓰이니까 좀 나가주실래요?”

  “땡.”

  “아직 식사 안 하셨으면 같이 하실래요?”

  “땡. 한 번 더 틀리면 진짜 죽는다, 너.”

  “알았어요. 아버님께 전화 드릴게요.”

  “존나 딩동댕이다, 이 짜증나는 꼬맹아.”





  벽에 기대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여전히 창밖만 보고 있는 녀석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런 내 손길에 그제야 고개를 돌린 연이가 생긋 웃었다. 나는 고개 숙여 녀석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가볍게 키스를 한 후에는 욕조 아래 계단에서 내려왔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내 모습을 확인했다. 바로 촬영을 하러 가야 해서 풀세팅한 그대로 온 거였는데 역시, 오늘도 존나 잘생겨버렸다. 나는 수트의 매무새를 다듬으며 여전히 욕조에 앉아 있는 연이를 힐끗 보았다.





  “저녁 전에 전화해. 나 저녁엔 오세훈 꼭 봐야 하니까.”

  “점심 안 하셨으면 진짜 같이 해요. 혼자 먹기 심심하거든요.”

  “촬영가야 돼.”

  “미뤄드릴게요.”

  “네가 오세훈이냐?”





  오세훈, 이라는 말에 연이가 입가를 살짝 가리며 웃었다. 조용한 욕실에 물소리가 났다. 이제 욕조에서 나올 맘이 들었는지 연이가 천천히 일어서는 것 같았다. 나는 거울에 좀 더 가까이 서서 내 피부를 확인했다. 요즘 바빠서 에스테틱을 좀 빼먹었더니 피부가 푸석해졌네. 내일은 진짜 꼭 가야겠다.





  “오빠, 바로 나가실 거예요?”

  “어.”

  “그럼 저랑 같이 나가요.”

  “너 밥 먹고 나갈 거라며.”

  “오빠가 같이 안 먹어준다면서요.”

  “언제부터 나 없이 못 살았어?”

  “언제는 오빠 없이 살았어요?”





  얼씨구. 저게 또 까부네. 나는 거울에 비친 연이를 보며 피식 웃었다. 욕조에서 몸을 일으킨 연이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내딛는 걸음마다 물이 뚝뚝 떨어졌다. 연이는 자연스럽게 샤워 부스로 들어갔고, 나는 익숙하게 욕실 안 장식장으로 향했다. 





  “알았어. 먹고 가줄 테니까 한 시간 안에 식사랑 화장이랑 다 해. 나 지각비 내기 싫어.”

  “가끔 보면 오빠는 돈 문제에 참 예민한 것 같아요.”

  “야, 누가 돈 아까워서 그래? 신뢰의 문제라고, 신뢰의 문제. 대배우 김준면이 어떻게 지각을 해? 내 사전에 그런 건 용납할 수가 없어. 그리고 돈 문제에 안 예민한 사람이 어디 있어? 니들이나 안 예민하지.”





  장식장에서 새하얀 가운을 꺼냈다. 연이가 들어간 샤워 부스에서 뜨거운 물이 쏟아졌고, 새하얗고 마른 몸에 묻어 있던 거품이 싹 씻겨 내려갔다. 나는 가운을 손에 쥔 채 욕실 카운터에 두 다리를 올려 앉았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있는 연이를 빤히 보며 무릎에 턱을 괴었다.





  “근데 너는 왜 이렇게 내 앞에서 훌렁훌렁 옷을 벗냐?”

  “오빠.”





  뜨거운 물을 맞으며 샤워를 하던 연이가 부스 밖으로 고개를 뺐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여기 욕실이에요. 씻고 있는 사람 찾아온 게 누군데요.”

  “그렇게 싫었으면 쫓아내지 그러셨어요?”

  “싫다고는 안 했거든요?”

  “오세훈이 이러면 질색할 거면서.”





  오세훈이라는 말에 연이가 정말 티 나게 인상을 찌푸렸다. 상상만으로도 싫은 거지. 대꾸도 안 하고 다시 부스 안으로 들어가는 연이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그리고 샤워를 마치고 나온 연이의 몸 위에 가운을 걸쳐 주었다. 자연스럽게 가운을 입은 녀석은 그 끈을 묶으며 날 힐끔 보았다. 나는 장식장에서 연이가 쓰는 기초 제품을 꺼내주었다. 스툴에 앉은 연이는 차례대로 화장품을 바르기 시작했고, 나는 새 수건을 가져다 연이의 앞에 살짝 앉았다. 그리고 발목을 잡아 아직 물기가 남은 다리를 닦아주었다. 가운 아래로 난 종아리부터 발까지 물기를 닦아주니 연이가 자연스레 반대쪽으로 살짝 몸을 틀었다. 나는 반대쪽 발목도 잡아 물기를 마저 닦아주었다. 





  “세훈이 생일 선물은 준비했어?”

  “저희가 그런 사이일 거라고 생각하세요?”

  “준비했으면 내가 태워버리려고 했지.”





  내 말에 에센스를 바르던 연이가 피식 웃었다. 나는 다 쓴 수건을 대충 아무 데나 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연이가 쓰는 바디 로션을 보았다. 에센스가 흡수되도록 잠시 얼굴을 감싸고 있던 연이가 생긋 웃었다.





  “발라주시게요?”

  “네가 애냐? 내가 이런 거까지 다 발라주게?”

  “세훈씨는 오빠 씻겨주고 발라주고 다 한다면서요.”

  “걔가 그래?”

  “아니요. 오빠가 예전에 술 마시고 말해줬어요.”

  “별 걸 다 기억하네. 그래서 너도 그렇게 발라달라고?”

  “해달라면 해주실 거예요?”

  “아니, 미끄러운 거 씻어내기 귀찮아.”

  “그럼 이제 좀 나가세요.”

  “왜? 이제 부끄럽냐? 내 앞에서 할 거 다 해놓고? 야, 꼬맹아. 너 결혼도 했으니까 말해봐. 나 한 번도 남자로 보인 적 없었지?”

  “그러길 바라세요?”

  “생각해보니까 그렇잖아. 날 좋아했으면 세훈이랑 결혼했겠냐? 아무리 내가 결혼해 달라고 부탁했어도 말이야.”





  연이의 입가에 설핏 미소가 어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연이는 가운의 끈을 풀며 몸을 돌렸다. 잠시 말려 올라가 있던 머리가 다시 풀리고, 어깨 위로 그 긴 머리칼이 쏟아져 내렸다. 내게 등을 보인 채 천천히 가운을 벗은 연이가 뒤를 힐끗 보았다. 허리까지 내려간 가운 때문에 새하얀 상체가 그대로 드러났다. 나는 여전히 카운터 위에 앉아 녀석을 빤히 보다 아래로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정말 가운을 벗고 바디 로션을 바르는 녀석을 지나쳤다. 그러다 나가기 전에 갑자기 생각나서 고개를 돌렸다. 





  “야. 점심 뭐로 준비하라고 해?”

  “이미 하고 있을 거예요. 그거 오빠 몫으로 하나만 더 해달라고 해주세요.”

  “그래서 메인이 뭔데.”

  “에스까르고.”

  “아, 나 그거 싫어. 내가 먹고 싶은 거 해달라고 한다? 그래도 되지? 그런다? 어?”





  나는 연이의 대답을 듣지 않고 그대로 욕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집사를 불러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줄줄 읊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이가 나왔고, 나는 녀석을 따라다니며 한참을 떠들었다. 드레스룸에서 오늘 입을 옷을 고르던 녀석은 내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거기에서 딱 나와 가지고 그랬지. 누구야! 누가 내 케이크 먹었어! 그러니까 아니 글쎄, 누가 나왔는지 알아? 촬영 감독님이 손 들고 나오는 거야. 미친, 내가 진짜 화낼 거 다 냈는데 거기에서 그 인간이 왜 나와? 진짜 형이 왜 거기에서 나와 수준 아니냐? 야, 너 이거 입어.”





  내 말에 그제야 연이가 고개 돌려 날 보았다. 나는 연분홍색의 수트 세트를 내밀었다. 깔끔한 연분홍색의 재킷과 긴 바지가 새하얀 연이 피부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지금 녀석이 들고 있는 검은 원피스보다 이게 훨씬 예쁘지. 연이는 잠시 나를 보다가 원피스를 내려놓았고, 내가 준 옷을 건네받았다. 나는 연이가 옷을 입는 동안 같이 할 목걸이와 팔찌를 골랐다. 





  “아무튼 그러니까 내가 거기에서 어떻게 더 화를 내냐? 화도 못 내고 그냥 참았지. 하, 그거 진짜 세훈이가 나 주려고 직접 만든 거였는데 그걸 지가 왜 처먹어. 근데 또 내가 전후사정을 말할 수도 없잖아? 아, 이거 내 여보가 만들어준 건데! 이럴 수도 없고 말이야. 근데 너 왜 결혼반지 안 끼냐?”





  전담 헤어 아티스트가 만져준 머리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해준 화장을 확인하던 연이가 시선을 돌렸다. 나는 반지 케이스에 새 것처럼 들어가 있는 세훈이와 연이의 결혼반지를 꺼냈다. 하여튼 이 새끼들은 내 말을 들어 처먹질 않아. 나는 반지를 꺼내고 탁, 소리를 내며 케이스를 닫았다. 그리고 연이의 손을 잡았다.





  “말 좀 들어라, 어?”

  “세훈씨도 안 끼잖아요.”

  “안 그래도 내가 오늘 끼워서 보냈거든요? 오늘 오세훈 생일이라 기자들이 눈에 불 켜고 손만 볼 거니까 제발 오늘만이라도 껴주세요, 네?”





  연이는 못마땅한 얼굴로 내가 쥔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연이의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슬쩍 시선을 들어 올리니 정말 싫은 표정이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 반지 위에 가볍게 키스했다.





  “날 위해서, 응?”





  생긋 웃자 연이도 결국 같이 웃어버렸다.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식사를 하러 내려왔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재잘재잘 떠들며 점심 식사를 같이 했다. 나오면서는 연이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결국 핸드폰을 들게 만들었다. 나는 연이의 클러치백을 품에 안은 채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신호를 기다리며 그런 날 보던 연이가 피식 웃었고, 그러면서 내 볼을 툭 쳤다. 나는 그 손을 잡아 내 볼을 감싸게 만들고 생글생글 웃었다.





  “네, 아버님. 저예요. 네. 식사는 하셨어요? 네, 저두요. 이제 출근하려구요. 아, 오늘 오전에 좀 일이 있어서요. 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얼른- 하고 재촉했다. 여전히 내 볼을 어루만지는 연이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이따 저녁에 본가 가기가 좀 어려울 것 같아서요. 아니요. 세훈씨가요. 네. 일이 좀 늦게 끝난다네요. 내일 같이 찾아봬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저랑 같이 있을 거예요.”





  나는 실실 웃었다. 그런 나를 보며 연이도 웃었다. 너 진짜 변함없구나. 처음 본 그 날처럼 여전히 똑같네. 아주 나한테 홀딱 빠져서는.





  “네. 아침에 찾아뵐게요. 네. 들어가세요.”





  그리고 연이가 드디어 통화를 끝냈다. 나는 연이가 핸드폰을 아래로 내리자마자 내가 쥐고 있던 손을 내려 손바닥에 쪽쪽 입을 맞추었다. 그런 내게 손을 내어주던 연이가 내가 안고 있던 클러치백을 도로 가져갔다. 나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걸음을 옮기는 연이를 뒤에서 꽉 끌어안았다. 





  “고마워! 진짜 고마워! 아, 진짜 오늘 오세훈이랑 같이 못 보내는 줄 알고 울 뻔 했잖아. 아버님은 왜 또 갑자기 오세훈은 부르고 그러시지. 아직도 나 싫어하시는 건가?”

  “결혼 했으니까 부르신 거겠죠. 사람들 이목도 있으니까. 그럼 세훈씨 오늘 바로 오빠네 집 가는 거죠?”

  “응!”

  “그래요. 이제 그만 좀 떨어지세요. 머리 망가져요.”

  “응!”





  나는 헤실헤실 웃으며 다시 연이의 옆에서 얌전히 걸었다. 회사로 향하는 연이를 보다 나 역시 촬영장으로 향했고, 저녁에 만날 오세훈을 생각하며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오세훈은 정말 퇴근 후에 바로 우리가 사는 우리 집으로 왔다. 원래 같았으면 아버님이 부르는 대로 연이와 함께 본가로 향했을 테지만, 아까 연이가 힘 써준 덕에 그러지 않아도 됐다. 연이는 지금 뭐 하고 있으려나. 저녁 같이 먹을 사람은 있나? 하긴, 내가 지금 누구 걱정을 하고 있는 거야.





  “배불러?”

  “어? 아니, 아니.”

  “안 먹길래.”

  “아, 연이 생각하느라고.”





  곧은 자세로 스테이크를 썰던 세훈이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다 배시시 웃었다.





  “아까 연이 진짜 왕 멋있었다? 아버님한테 척 전화해가지구 아버님, 네, 네. 이러면서 너 오늘 집 안 간다고 하는데 진짜 짱 멋있었어! 나는 아버님 앞에서는 한 마디도 못 하겠던데.”

  “그랬구나.”

  “응! 연이가 그런 거에 있어서 좀 카리스마가 있잖아. 아, 그래서 벌써 상무이사인 건가? 몰랐는데 연이가 좀 빠른 거라면서? 하긴, 스물일곱에 호텔 상무면 진짜 능력 있긴 한가 보다, 그치.”

  “응.”

  “근데 아까 보니까 연이 연분홍색 진짜 잘 어울리더라. 나 맨날 연이 보면서 생각하는 건데 되게 백합 같지 않아? 티 하나 없이 깨끗한 백합 생각나.”





  오세훈은 조용히 스테이크를 입에 넣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보다 피식 웃었다. 그리고 가볍게 턱을 괴었다.





  “연이 얘기 재미없지?”

  “어.”

  “그래도 명색이 네 와이프인데 관심 좀 가져주면 안 돼?”

  “관심 가지면 또 그거대로 삐질 거면서 빈 말은.”

  “그래도~ 고맙잖아. 안 해줘도 되는 건데 오늘 전화까지 해서 너랑 나랑 같이 생일 보낼 수 있게 해주고.”





  오세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아니, 진짜 오세훈이고 정연이고 나 너무 사랑하는 거 아니야? 서로 이렇게 싫어하는데 나 하나만 보고 어떻게 결혼까지 해줬대? 나는 티 나게 불쾌해하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세훈이는 결국 포크를 탁 내려놓고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었어.”

  “그런 분이 저녁까지 연락도 없었냐?”

  “바빴다니까.”

  “얼마나 바빴어? 내 생각도 못 할 만큼 바빴어?”

  “잠깐 했어.”

  “어떻게 잠깐만 해? 내 생각을 어떻게 아주 잠깐만 할 수 있어? 준면이 서른두 살이니까 삼십이 초만 좀 삐질게! 일! 이! 삼! 사!”

  “식사 할 때 소리 지르지 마.”

  “오... 육... 칠... 팔...”





  내 말에 오세훈이 결국 피식 웃었다. 나는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배시시 웃고 애교를 부렸다. 정말 일이 많긴 했던 건지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그래도 웃으니까 좋다. 귀여운 나 보니까 또 힘나고 그러지? 이제 척 보면 척이라니까. 내가 너에 대해서 모르는 게 어디 있겠어? 그치, 자기야.


  저녁을 먹고 나서는 함께 욕조에 들어와 앉았다. 오세훈은 욕조에 기대 창밖의 야경을 보며 와인을 한 잔 더 했고, 나는 그 반대쪽에 앉아 거품을 후, 후- 불며 놀았다. 





  “그래서 서현이랑 서준이 언제 귀국한대?”

  “여름에.”

  “대학은 한국에서 다닐 거래?”

  “몰라. 얘기 안 해봤어.”

  “조카들한테 관심 좀 가져라. 조카라고 많기나 하냐? 서현이, 서준이 그리고 성훈이 이렇게 셋 밖에 없으면서.”





  나는 손을 뻗어 욕조 옆에 세워 둔 비눗방울 통을 집었다. 그리고 거품이 가득한 욕조의 물을 담고 몇 번 흔들었다. 어느새 오세훈은 그런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비눗방울을 후- 하고 불었다. 투명하고 말간 비눗방울이 두둥실 떠올랐고, 나는 히히- 하고 웃으며 연신 방울을 만들었다.





  “근데 서현이가 원래 머리가 좀 좋은가? 서현이 5개 국어 한다면서? 5개 국어면 뭐 뭐 하는 거지.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뭐야?”

  “프랑스어.”

  “우와, 진짜 짱이다! 머리 좋은 사람들은 평소에 무슨 생각할까? 막 나는 그런 사람들 머릿속이 너무 궁금해. 내 머릿속은 그냥 엄청 잔잔하고 평화로운 꽃밭이거든!”





  오세훈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나는 비눗방울을 후- 후- 불다 그게 두둥실 천장까지 떠오르는 걸 멍하니 보았다. 그러다 다시 오세훈을 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매 순간이 치열할까? 이런저런 똑똑한 생각이 많아서 되게 복잡할 것 같아. 천둥번개가 친다거나, 막 실타래가 정신없이 얽혀있다거나 그런 거 말이야. 아! 그래서 예전에 경수한테 물어본 적이 있거든. 글쓸 때 무슨 생각하냐구.”

  “그랬더니?”

  “그냥 별 생각 안 한 대. 글 쓸 때 딱 그 글 속의 세상만 생각한다고 하던데? 근데 그것도 진짜 멋있지 않아? 자기가 그 세상을 만들어서 그 세상에 푹 빠져버리는 거잖아. 머리가 나쁘면 그런 걸 할 수가 없다구.”

  “그건 누구 얘긴데?”

  “머리 나쁜 거? 내 얘기지!”





  날 신기하게 구경하던 오세훈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괜히 내 쪽으로 물을 튀겼다.





  “내 얘기 해줄까?”

  “네 얘기? 그래! 우리 세훈이도 똑똑하니까~”

  “내가 보기엔, 네가 제일 신기해.”

  “나? 내가 왜?”

  “너 연기 할 때, 진짜 다른 사람 되는 것 같다고.”





  나는 들고 있던 비눗방울 통을 내렸다. 멍하니 자길 보는 날 두고, 오세훈은 또 한껏 다정하게 웃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거든. 어떻게 배역에 저렇게 몰입 할 수가 있지. 네 머릿속엔 대체 뭐가 든 걸까. 근데 그런 생각이 지금 네가 하는 거랑 똑같은 것 같지 않아? 경수씨나 내가 보기엔 네가 더 대단해. 네 세상이 훨씬 더 견고하고 복잡하거든. 그리고 너는 그 복잡한 세상을 간단하게 보여주는 천재인 거고.”





  나는 오세훈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비눗방울을 탁 닫고 두 무릎을 끌어 모아 안았다.





  “자기야.”

  “응.”

  “나 지금 좀 떨렸어.”

  “왜?”

  “자기한테 백만 스물한 번째 반해버렸거든.”





  피식 웃은 녀석이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리고 이리 와- 라고 말하며 손을 뻗었다. 나는 헤실헤실 웃으며 다가가 녀석에게 안겼고, 그러자마자 바로 입을 맞추었다. 진짜야. 나는 너한테 이렇게 매일 반하고 있어. 어쩜 너는 나를 이렇게 매일 사랑해줄 수가 있어? 네 앞에 서면 난 정말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아. 네가 그래. 너는 내 하루를, 내 일주일을, 내 한 달을. 그냥 내 매일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어. 이런 너를 내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욕조에서 나와 함께 샤워까지 하고 난 후에 나는 바로 앉았다. 그리고 오세훈은 그런 내 몸의 물기를 닦아주고 바디로션도 꼼꼼하게 발라주었다. 나는 가만히 앉아 녀석의 손길을 받다가 피식 웃었다. 꽤 집중해서 내 몸을 만지던 녀석이 그제야 고개를 들었고, 나는 내 앞에 당연하게 무릎을 꿇은 세훈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손 미끄럽지 않아?”

  “씻으면 되지.”

  “귀찮지는 않고?”

  “전혀.”





  그리고 오세훈은 다시 내 다리에 로션을 발라주었다. 나는 턱을 괴고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씻고 나서는 바로 오세훈의 품에 안겨 침실로 향했다. 나를 조심스레 침대에 눕힌 녀석은 내 위에 올라타 가운의 끈을 천천히 풀었다. 나는 편하게 누워 그런 오세훈을 올려다보았다. 머리가 꽤 많이 길었네. 바빠서 머리 다듬을 시간도 없나. 나는 깔끔하게 올린 머리가 아닌, 편하게 헝클어져 있는 검은 머리를 보다 배시시 웃었다. 내 가운을 완전히 젖힌 녀석이 내 가슴부터 배까지 천천히 쓸어내리다 날 보았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내 볼을 톡, 쳤다.





  “왜 웃어.”

  “예뻐서.”

  “그런 나 놔두고 왜 오늘 정연이랑 밥 먹었어.”

  “연이도 예쁘니까.”





  오세훈은 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표정이 대답인 건가. 녀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내 가운의 한 쪽을 잡아당겼다. 나는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러 가운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오세훈은 그걸 집어 바로 침대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리고 자기가 입고 있던 가운도 벗어 던졌다. 나는 대 자로 누워 그런 녀석을 바라보았다. 협탁으로 손을 뻗은 녀석이 콘돔과 젤을 꺼냈고,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 가슴팍을 피아노 치듯 두드렸다. 





  “나 하나만 물어보자.”

  “응!”

  “거짓말하기 없기.”

  “응! 약속!”





  제 앞에 내밀어진 새끼손가락을 가만히 보던 녀석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 손가락에 제 손가락을 걸었다. 나는 그 손가락을 끌어당겼다. 마지못해 끌어당겨진 오세훈이 내 위에 올라앉았고, 나는 그런 녀석의 다리를 쓰다듬으며 배시시 웃었다. 나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던 오세훈은 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너.”

  “응, 나.”

  “정연이랑,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었어?”





  또, 또. 이 새끼 의심병 또 도졌다. 나는 피식 웃고 녀석의 무릎을 탁 때렸다.





  “아니었다니까.”

  “그럼 하나 더.”

  “그래.”

  “잔 적은 있어?”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침묵을 지키는 시간은 일 초, 이 초, 삼 초. 그렇게 꽤 오랫동안 지속됐고, 그러다 한 십 초쯤 지났을 때 오세훈이 엄청나게 인상을 찌푸리며 침대를 두 손으로 짚었다. 나는 그 때까지도 그런 녀석의 얼굴만 바라보다 결국 웃음이 터졌다. 깔깔 소리까지 내며 웃는 나를 보면서 녀석은 이제 씩씩거리고 있었다.





  “잔 적 있다고? 걔랑? 어?”

  “아, 표정 존나 웃겨. 사진 찍어두고 싶다.”

  “대답 안 해?”

  “아니, 누가 있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너 혼자 넘겨짚고 난리야? 허들 선순 줄?”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당연히 없지. 미친 거 아니야? 그 꼬맹이랑 뭘 해?”





  나는 한참을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 오세훈은 그런 날 두고 아주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 내가 웃음기를 싹 뺀 건 녀석이 내 머리칼을 꽉 쥐어서였다. 나는 침대를 굴러다니며 웃다가 녀석에게 머리채가 잡혀 입을 꾹 다물었다. 





  “너 또 일부러 그런 거지.”

  “뭐가.”

  “나 화나게 만들어서 오늘 또 잔뜩 혼나려고.”

  “헉.”

  “뭐.”

  “오세훈 드디어 눈치 챔. 우리 사귄 지 육 년 됐는데, 드디어! 자, 눈치왕 오세훈을 위해 우리 모두 박수 쳐줍시다!”





  나는 실실 웃으며 손으로 녀석의 가슴팍을 톡톡톡 박수 치듯 쳤다. 잔뜩 애교를 부리는 날 보던 녀석이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고 나는 그게 또 너무 좋아서 침대를 데굴데굴 구르고 싶었다. 있지! 나는 세훈이 네가 화내는 게 너무 좋더라! 너 화나면! 있지! 세훈이 너 화나면!





  “눈치왕에게 드리는 선물은 바로 저예요! 안녕하세요!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사랑스러운 준면이에요!”

  “... 가만 안 둔다, 너.”





  너 화나면! 있지, 너무 너무 너~무 섹시하거든! 히히.













  그렇게 새벽까지 침대 위에서 뒹굴다 동시에 잠들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오세훈의 몸 위에 엎드려 잠들었고, 오세훈 역시 그런 날 끌어안은 채 곤히 잠을 청했다.


  분명 그렇게 잠들었는데, 내가 아침에 알람에 눈을 떴을 땐 오세훈이 없었다. 뭐지. 오늘 출근하는 날 아닌데. 나는 넓은 침대에 나밖에 없는 걸 확인하고 몸을 일으켰다. 눈을 비비면서 침대 아래로 발을 내리자 몸이 너무 찌뿌둥한 게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 번 하고 침실에서 나왔다. 비틀거리며 속옷을 입고 세훈이를 부르며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을 볼 수 있었다. 샤워를 벌써 한 건가. 오세훈은 흰 가운을 입은 채 테라스 앞에 서 있었다. 나는 자기야- 하고 부르며 다가가려다 녀석이 내뱉은 말에 멈칫했다.





  “이따 언제요.”





  오세훈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내게 등을 보인 채 먼 곳을 보며 통화를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왜지? 왜 기분이 이상하지? 나 없는 곳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해서? 그런 게 뭐 한두 번인가? 근데 왜 기분이 이상하지?





  “여섯 시에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연이구나. 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연이랑 통화하는 게 뭐 어때서? 둘은, 결혼한 사이인 걸. 그리고 전략적인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고. 물론 그게 제일 큰 관계의 정의겠지만 어쨌든 대외적으로 세훈이와 연이는 부부란 말이야. 부부가 이 시간에 통화하는 게 뭐가 어때서? 뭐가 어떻다고 김준면 너는 또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는 거야?





  “자요. 예. 제가 알아서 잘 하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네. 예? 말씀 중에 실례합니다만, 정연씨.”





  나는 괜히 대리석 바닥을 툭툭 찼다. 나 빼고 둘이서 대체 무슨 얘길 하는 거야, 흥.





  “준면이한테 신경 끄시죠. 그 쪽 애인 아니잖습니까.”





  괜히 입술만 삐죽거리다 갑자기 나온 내 이름에 고개를 들었다. 세훈이는 여전히 테라스 밖을 보고 있었지만 왠지 화가 난 것 같았다. 가볍게 허리를 짚은 손은 밤 내내 나를 안았던 그 손이 맞았고, 넓은 등은 내가 수없이 끌어안은 그 등이 맞는데. 왠지 화를 내는 모습은 조금 낯설어 보였다. 세훈이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몸을 돌렸다.





  “내일 포럼 참석해야 하니까 잊지 말고 비서진들한테 의무 사항 전달받으세요. 주총엔 언제 갑니까? 네. 알겠습니다. 이따 본가에서 뵙죠.”





  별다른 말없이 오세훈은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잠시 핸드폰을 내려다보더니 인상을 쓰고 소파에 소리 나게 던졌다. 뭐라고 혼자 작게 중얼거리기도 했지만 워낙 속삭이듯 말해서 뭐라고 한 건진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소파에 던져진 핸드폰 소리에 움찔 놀라 어깨까지 떨었다. 그러다 녀석이 몸을 돌려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런 녀석을 보다 허겁지겁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세훈이 내 옆에 누웠고, 녀석은 내가 여전히 자는 줄 아는지 제 품에 나를 다시 폭 안기게 하고 등을 토닥거렸다. 나는 오세훈의 품에 안겨 있다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잠버릇인 척 그 다정하고 따뜻한 품에 더 파고들었다. 


  하여튼 오세훈 너. 어느 재벌 3세가 날 이렇게 사랑하나 했더니. 어느 집 도련님이 나를 이렇게 예뻐하나 했더니. 어느 기업 총수가 나를 이렇게 아끼나 했더니 아주, 어? 오세훈 너였잖아? 세상 사람들이 경외에 차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는 너, 오세훈 너였잖아.


  어휴, 이 귀여운 새끼.


  어쩌다 날 이만큼 사랑하게 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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