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딸랑. 희미한 붉은 빛을 내며 꽈리가 흔들렸다. 깔깔대는 웃음소리, 화려한 불빛과 수많은 정체모를 그림자가 뒤섞여 활기찬 축제를 연상케 했다. 여긴 어디지? 단순하나 중요한 의문은 제 손을 잡아끄는 어린아이의 손길에 잊혀졌다. 웃음소리, 불빛, 제 곁에서 함께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궁금해 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방긋방긋 웃으며 행렬에 끼어들었다. 곁에서 여우의 꼬리가 살랑 흔들린 듯 했다.


살랑이던 검은 치맛자락은 어디가고 고운 유카타를 입었구나. 까마귀를 닮은 거대한 텐구가 고운 금발을 헝클였다. 자아자아 이러시면 행렬에 늦습니다. 어서 가시지요! 여우동자가 외친다. 작달막한 오니가 깔깔대며 꽈리를 툭툭 쳤다. 어서, 어서! 그들이 눈치채기 전에! 요괴와 괴이가 등을 떠민다. 얼떨결에 행렬에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동시에 요괴들이 박수를 쳤다. 


주변이 어두워질수록 호롱을 대신하는 꽈리의 빛은 짙어져갔다. 그 붉은빛이 고와 꽈리를 두어번 쓰다듬자 뒤를 따르던 로쿠로구비가 목을 늘이며 호탕히 웃었다. 꽈리가 곱다면 그만큼의 홍옥을 쥐어주마. 그러니 어서 가자꾸나. 그 말을 듣고 누레온나가 깔깔대며 박수를 쳤다. 동자들이 연주하는 악기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완연한 축제의 모습이었다. 


행렬이 계속 될수록 꽈리와도 같이 붉은 피안화가 길가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행렬은 어디로 가는걸까. 요괴들은 축제와도 같은 행렬을 즐기며 껄껄 웃었다. 여기도 요괴, 저기도 요괴. 무언가 이상하다. 행렬은, 어디로 가는거야? 아카네는 피안화를 한송이 꺾어다 머리에 꽂으며 제 곁에서 춤추던 오니에게 물었다. 그 순간, 행렬이 멈췄다.


사니와는 영력이 풍부하다. 츠쿠모가미를 현현하고 혼마루를 운영하려면 그만한 영력은 당연히 필요한 법. 풍부한 영력을 탐내는 것들은 많았다. 힘을 원하는 악령이라던가, 탐욕스러운 요괴같은 것들. 사니와의 살점 한 조각만 삼켜도, 피 한모금만 마셔도 힘이 배로 증가한다는 소문은 많은 요괴들을 군침흘리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뜻을 함께하는 요괴들이 하나 둘 모여 백귀야행을 만들었다. 어리숙한 사니와를 홀려 잡아먹도록. 저승가는 호롱불을 손에 쥐어주고 화려한 불빛과 음악으로 두 눈과 귀를 가렸다. 저승 한발짝 앞에서 사니와를 갈갈이 찢어 잡아먹을 수 있도록. 저승까지 앞으로 열 발짝. 피안의 꽃을 머리에 꽂은 아카네는 꿈과도 같은 미혹에서 깨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승이로구나. 백귀야행이 나를 저승까지 이끌었구나. 겁에 질린 아카네는 뒤를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텐구가 곱다 칭찬하던 유카타는 흙투성이가 되고, 저승길 앞을 밝혀줄 꽈리호롱만을 쥔 채 아카네는 달렸다. 사니와를 잡아라. 요괴들의 함성소리가 귓가에 자욱했다. 


"벤다!"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아카네를 붙잡으려던 요괴의 손이 바닥을 굴렀다. 눈 앞에서 펄럭이는 하얀 거적에 아카네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주인, 다친 곳은 없나."


어? 으응... 돌아가면 엄청 잔소리하겠구나. 제 미래가 눈앞에 선해 아카네는 말끝을 흐렸다. 아카네가 그러든말든 쿠니히로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아카네를 한 손으로 들쳐메고 한 손에는 바닥을 구르던 꽈리호롱을 들었다.


"그거 왜 챙기는거야...?"


"이곳은 저승으로 향하는 길목이니, 불을 밝히려면 이것을 쓰는 수밖에 없다."


딸랑딸랑, 꽈리가 다시금 흔들렸다. 요괴들은 쿠니히로의 칼질 몇번에 도망친지 오래이다. 깔깔대는 웃음소리도, 화려한 불빛도 없이 오직 꽈리호롱 하나에 의존해서 나아가는 저승길은 무서웠지만 그래도 이건 이거대로 좋지 않을까. 쿠니히로에 어깨에 대롱대롱 매달린 모양새로 아카네는 홀로 쿡쿡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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