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화야 미안하다, 좋아한다.(꼬옥)

저승사자가 나빴네 그러게 왜 그렇게 예쁘고 난리ㅡ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죄송합니다


김 신이 안포커페이스 주의. 사랑에 빠지면 원래 그런 거라고 변명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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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방 삼촌, 저것 좀 봐.”


덕화의 손짓 한 번에 곱게 빨래를 개키던 여의 시선이 앞의 텔레비전으로 향했다. 빠르게 지나가는 화면 안의 뉴스 앵커가 다급하게 속보를 전하고 있었다.


겨울에 갑자기 잎이 난 벚나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기상이변.


게다가 속보. 덕화가 소식을 듣고 막을 세도 없이 시민들의 빠른 제보가 들어간 모양이었다. 하여튼 간에 그 놈의 기분 간수도 제대로 못하지. 잠시 놀란 듯 보던 여가 표정을 구기고는 속으로 몇 마디 얹었다. 저기에 내가 제보라도 할까. 저거 이 집 사는 도깨비가 그런 거라고.

저 현상의 원흉이 자연적 이변이 아닌 도깨비일거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딱 하나. 아까 김 신과 은탁이 가겠다고 한 마트가 저 근처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겨울이라 그 가지들이 모두 앙상했지만, 마트 옆 흐르는 하천가에는 벚나무가 일렬로 빼곡히 심어져 있었다. 하얗게 눈이 내리는 하늘이 까만 밤을 배경으로 아닌 때에 벚나무는 푸른 싹을 피워내고 있었다. 저승사자 300년을 하다 처음 본, 지나치게 색다른 장관이었다.

이 사태를 수습해야하는 덕화는 물론이겠지만, 여에게 있어서도 그것이 그리 달갑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기타 누락자랑 같이 있다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보지. 하긴, 제 신부랑 있는데 싫을 게 뭐 있나. 잠시 침묵하다 또 하긴, 비가 안 오는 게 어디야. 안 그래도 이따 다시 출근해야하는데.

비가 안 와서 다행이긴 한데 마음이 묘하게 불편했다. 스스로도 그것이 우스웠고. 뭔데. 나는 도깨비가 불행하길 바랄 정도로 그 신 노릇하는 도깨비를 안 좋아하나. 그렇다고 결론짓기엔 역시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 작자가 불행하면 비가 온다, 일에 방해가 된다. 여는 어떤 의미에서건 절대로 도깨비가 불행하지 않기를 바랐다.


게다가 그 미운 정이라는 것이, 제 마음속에 참 묘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 도깨비도 900년 정도의 시간 중에, 자신도 300년 정도의 시간 중에 1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마주했을 뿐인데. 그 덕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던 여는 도깨비의 괴로움 속에 살아남았고, 그렇게 도깨비는 여를 받아들였다.

거실 한 가운데서 덕화는 연신 중얼거렸다. 저거, 우리 삼촌 때문이겠지? 절대 그렇겠지? 저걸 어떻게 수습하지…? 저거 수습 안 했다가 우리 삼촌 외계인인 줄 알고 잡아가면 어떡해? 머리를 쥐어짜내는 소리가 들릴 턱이 없는데 덕화의 비명 하나하나가 그렇게 들렸다. 아니면 피가 말리는 소리이거나. 어느 쪽이든 제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이런 일로 엮이는 건 지난 한 번 도와준 것으로 족하다. 그 날 그렇게 십 수 명에게 암시를 걸고 여는 다음 날 거의 기절했다. 그러고도 출근했다. 직장인이니까. 이번만큼은 그런 시간 외 근무는 피하고 싶었다.

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안일도 끝났으니 이제 생각을 비우고 야채 주스를 마시며 드라마나 보고싶다. 김 신에 대한 생각을 잠시나마 떨쳐놓고 싶었다.

그러나 마냥 생각이 접히지 않았다. 김 신이 같이 있으면 그렇게 좋아하는 기타 누락자는 도깨비 신부, 덕화는 삼촌과 조카. 여의 머릿속에 마지막 의문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슨 사이일까.




[깨비사자] 봄 _ 中




신은 덕화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미안하다는 사과라기보다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자기어필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이 삼촌이 일부러 그랬겠어. 다 어른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지.”



그 말에 덕화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니, 삼촌이 그냥 어른이야? 삼촌은 어르신이야, 어르신. 눈비폭풍 불게하고 겨울에 꽃도 피우는 이상한 어르, 신이라니까! 답답한지 울분을 터뜨리며 덕화가 소리치자 김 신의 차가운 시선이 가닿았다. 뭐, 어르신?



“이렇게 잘 생기고 세련되고 멋진 나에게 어르신이라니, 덕화 네가 언어 공부가 좀 필요한 듯하구나. 그러니 누누이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갑자기 웬 사극톤? 그러지 말고 어르신, 아니시고 삼촌. 이번 일 처리는 어떻게 하실 거야. 이미 방송국에 속보 들어가서 온 세상에 쫙 퍼졌다니까! 포탈 사이트 검색어 1위 기록이랑 기록은 ‘겨울에 싹이 난 벚나무’가 다 갈아엎어치웠어요─삼촌!”



그러다가 잡혀가서 고문이라도 당하면 어쩔건데! 질릴대로 질린 잔소리가 웬일로 끝없이 덕화의 입에서 쏟아졌지만 신은 이미 덕화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저 귀찮은 듯 몇 번 손을 설레설레 젓고는 알아서 하라는 말만 반복할 뿐인 반응에 덕화는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제게 닥쳐온 이 비극의 원인이 무엇인지라도 알고 싶었다.



“아, 그럼 그것만 알려줘.”

“뭐.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 그건 네가 알아서 잘….”

“아니, 그 고딩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뭐 때문에 그렇게 기분이 좋으셔서 꽃을 피우셨는데.”

“꽃을 피운 게 아니라 잎이 돋게 한 거지.”

“그게 지금 내 알 바야! 이유라도 알자고! 삼초온!”



잔뜩 울상을 지으며 울부짖는 덕화의 모습에 신은 조금 미안해지던 참이었다. 저렇게 억울해하는 꼴을 보니 알려주고 싶긴 한데 솔직히 저도 그 이유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 입만 벙긋거리길 여러 번.



“그, 봄이, 오나봐.”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아, 몰라. 봄이 오는 거 같다고.”



고민하던 신은 그 말을 끝으로 소파 위에 팔짱을 끼고 제 몸을 휙 돌렸다. 덕화를 향해 신의 등이 말을 하고 있었다. 나 건들지 마. 더 묻지도 마, 라고.

그러나 조용히 넘어갈 덕화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도깨비 삼촌 밑에서 쌓은 눈칫밥은 또 몇 년이고, 카드를 받기위해 몸부림치던 세월은 또 몇 년이냐. …실제로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제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렇게 느낀 것이고.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일을 덤터기로 얻은 데에 대한 보상이라도 얻어야했으니, 덕화는 무리수인 것 같아도 아무 패나 막 던졌다.



“삼촌 혹시,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이미 저를 보지 않는 등 뒤로 아무렇게나 던진 말에 신은 의외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좋아하는 사람 생겼냐는 말에 단호하게 돌아섰던 등이 움찔거리는 모양새에 덕화는 재빨리 이 때다 싶어 덤벼들었다. 연예기자라도 된 양 바쁘게 신의 어깨를 흔들며 물었다.



“뭐야, 그거 지은탁이야?”

“아, 아냐. 이 나이에 좋아하는 사람은 무슨.”



아까는 어르신이란 말에 그렇게 화를 내더니.

어이없어 혀를 차던 덕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부라니까 제일 가능성 있는 말이긴 한데, 아무래도 반응이 아니고. 삼촌 성격에, 좋아하는 사람 이름이 나오면 아니라고 하면서도 펄쩍 뛸 것이 분명했다.

아직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싶어 신이 들어봤을만한 이름들을 하나하나 고르며 뱉던 중에도 완고하게 굳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던 신의 등이, 하나의 호칭에 움찔하더니 번쩍 돌아섰다.



“끝방 삼촌이,”

“왜 거기서 그 자 이름이 나와!”



갑자기 불호령 같이 떨어진 말에 덕화가 화들짝 놀라 손을 벌벌 떨어댔다. 아, 아니…그게.



“아까, 끝방 삼촌이 나랑 삼촌 마시라고 맥주 사다뒀다고….”



그래, 좋아하는 사람을 캐내는데 덕화는 진즉에 포기하고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다. 신이 좋을대로 골라듣고는 소리를 버럭 지른 것이었다. 아차 하는 탄식이 신의 얼굴 위로 흐르고, 반대로 덕화의 얼굴에는 얼떨떨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 어떻게든 시치미를 떼야 하는데. 설레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 위로 신이 단호하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야, 그런 거.



“삼촌─설마설마!”

“아, 아냐. 진짜 아냐. 잘못 들었네. 내가. 크흠.”



신은 덕화의 눈치를 슬 보며 시치미를 떼다 창밖을 보았다. 세상에. 밖에 진짜 꽃이 폈다. 아, 진짜 큰일 제대로 났다 싶은 마음에 눈을 돌리자 덕화가 저를 향해 방긋 웃고 있었다. 봤구나. 그렇다면 이제 시치미 떼기도 글렀다. 하여간, 이 입이, 생각이, 마음이 주책이다.



“삼촌.”



이제 끝났다싶어 마른세수를 하고 있던 신의 바로 옆으로 덕화가 자리를 옮겨왔다. 괜찮아. 우리 삼촌에게도 봄이 왔어. 아주 집 밖은 완전 봄이야─



“여기도, 완전 봄이구.”



그렇게 말하며 덕화가 신의 가슴팍을 제 손가락으로 콕콕 수차례 찌르더랬다. 손가락이 제 가슴을 찌를 때마다 신의 시선이 덕화에게로 매섭게 꽂혔다. 살기 맺힌 눈에 덕화가 잠시 눈을 여러차례 깜빡거리며 헛기침을 하더니, 애써 다시 웃으며 말했다. 정말 어디까지나, 사람 좋은 무해한 미소로.



“그러지 말구 삼촌. 내가 이번 일도 잘, 아주 잘, 처리할게.”

“…….”

“그리고 내가 끝방 삼촌한테도 비밀로 해줄게.”



아, 신은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아주 제대로 약점 잡혔다. 이 도깨비 김 신이, 고려의 상장군 김 신이.

기대감에 찬 얼굴로 덕화의 손이 제 무릎에 가지런히 올려져있었다. 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 중얼거리는 목소리와 동시에 갑자기 신의 방문이 쾅! 소리를 내며 혼자 열리더니, 방 안 쪽에서 손바닥만 한 얇은 것 하나가 총알 같이 날아와 덕화의 바로 옆을 스쳐 대리석 바닥에 가차없이 박혔다.



“그건 네 카드.”

“…와! 삼촌! 진짜 고마워! 내가 약속은 잘 지켜! 꼭 비밀로 할게, 내가.”

“이면서, 네 목숨의 담보.”



신이 비릿하게 웃음과 동시에 방긋 웃던 덕화의 표정이 다시금 굳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본래는 저승사자와 거래를 할 때나 목숨을 담보로 해야한다지만,



“당연하지. 그 입단속이 곧, 네 목숨 단속하는 건데.”



지금의 도깨비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흉흉한 눈빛으로 단호하게 말한 신은 유유히 자리를 벗어나 제 방으로 들어갔다. 등 뒤로 덕화의 딸꾹질 소리가 들렸다. 녀석, 많이 겁 먹었나보다.



“자, 잠깐만, 삼촌! 힉, 이거 카드만. 히끅, 좀 빼줘! 제발!”



대리석에 박힌 카드를 움켜진 덕화의 외침이 애처롭게 텅 빈 거실을 울렸다. 그래, 이번엔 확실히 겁 좀 먹어야할 거다. 살고싶거든 말야. 덕화의 울부짖음을 무시한 채 신의 방문이 쾅 닫혔다. 밖에는 여전히 꽃들이 만개해 정원에 색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실로, 만개하는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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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거 하편이라 하고 끝내고싶었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게 하면 한 번 업로드 하는데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눈물 줄줄)

하루에 한 번씩 단문쓰는 게 목표인데 어느새 1일 1연성을 하는 중이고... 다음에는 진짜 단문 써올 겁니다. 중편 장편 안 해요ㅡㅡ(미래의 나 : 이거 연성해야됨;;; 장편각;;;) 솔직히 정말 다음엔 뭐 연성할지 모르겠다. 이거 하편 쓰고 끝내버릴까 행복한 사랑무 쓸까 단편쓸까 결정장애 수준보세요...다 모르겠고 일단 자겠습니다 호잇

 이제보니 중편만 5000자를 썼구나. 그래 기특하다. 많이 썼네.(뿌듯(대체





뭘 파는 걸 포기한 잡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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