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이겠지.

아니면, 그냥 모르고..

태형의 웃는 모습은, 그 때 그 귀신의 얼굴과 똑같이 닮아있었다.

기분이 좋다는듯, 원하는걸 이룬것처럼. 왜? 

왜.

태형은 내가 열다섯살이 되던해, 엄마가 죽은 그 순간부터 나에게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 이해 한다. 나에게도 이제 태형이밖에 없으니깐.

가족이니깐.

엄마가 죽고난후 1달까지만해도 늘 태형은 내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다 잠에 들었다. 그리고 가끔 아침이 되면 태형은 울고 있었다. 안쓰럽고 불쌍한 하나뿐인 내 동생.

그래서 내가 여자친구가 생긴게 싫은건가?

아니면 모든 걸 알고, 지금 나에게.

태형은 오늘 아침만해도 오랜만에 일을 쉬는 아빠랑 신나게 수다를 떨다 학교를 갔다. 엄마가 이젠 없지만 행복한 가정. 하지만 김태형은 남이다.

점심시간 때쯤이면, 아니면 학교가 끝나고 태형은 전처럼 나를 찾아올것이다. 

[나 오늘 조퇴하고 연습실감~]

세시쯤 태형에게 카톡이 왔다. 나는 학교가 끝나고, 아르바이트도 가지 않고 집으로 달려갔다. 편의점 사장님껜 급한 일이 있다고 했다. 아는 형에게 대타를 뛰어달라 부탁하고 집으로 달려갔다. 

나는 태형이 알고있으리라, 가끔씩은 생각했다.

차라리 사실대로 알고있으니, 저를 그만 속여달라고 말하는걸 상상까지 했다.

태형의 방문을 열었다.

속수무책으로 엉망이 된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때, 유전자검사 서류를 훔쳐간 사람은 태형일것이다.

아니면, 내가 오다가다 잃어버렸던걸까?

나는 태형의 옷장과, 서재들을 전부 뒤지기 시작했다. 

태형은 그럼 4년이나 날 속인걸까? 

태형의 방은 지나치게 평범했다. 방구석엔 동전 몇개가 돌아다니기도 했다. 


"형. 뭐 해."

".......어?"


태형은 언제 들어왔는지, 표정 없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태형은 교복 차림이었다. 태형은 여느때와 똑같은 얼굴이었다. 언제나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미소를 띤 태형.


"내 방 뒤졌어?"

"아니. 미쳤냐."


나는 금방까지도 미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설마 김태형이.. 난 더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해서 침대 모서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 찾아?"

"어.. 그.. 손톱깎이."

"거실에 있는데?"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책상 밑엔 동전이 굴러가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쭈구려앉아 동전을 주웠다. 


".........."

"아. 그건 안돼!"


나는 책상밑에 있는 종이에 손을 뻗었다. 태형이 길길이 날뛰었다. 태형이 내 머리채를 잡았다. 난 망설임 없이 종이에 손을 뻗었다.


"............."


입에 침이 말랐다.

만약에, 만약에 진짜 알면 어떡하지? 나는 이제 네 친형이 아니기에. 그래서 바뀌는게 있나. 사실 김태형이 친동생이 아니라는것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

"아...... 성적표라고........"


김이 빠졌다.

구겨진 종이엔 태형의 점수가 적혀있었다. 등수도, 꼴등. 난 한숨을 푹 내쉬고 종이로 태형의 머리를 가볍게 때렸다.


"아으아아아. 난 공부는 싫단말야!"

"그래도 수리 4점이 뭐야. 진짜.."

"아, 몰라. 아빠한테 얘기하지마라."


태형은 뿔이 나서 씩씩거렸다. 한껏 못마땅해져서 인상이 팍 구겨진 얼굴이었다. 난 침대에 누워서 한참을 웃었다. 태형은 웃기냐며 신경질을 냈다.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


내가 바보같이 큭큭거리면서 웃자, 태형은 서재에서 앨범을 들고왔다. 태형은 읏차, 하며 침대에 누웠다. 


"이게 뭐야?"

"우리 사진 다 모아놓은거."


태형은 큰 앨범을 내밀었다. 나는 홀린 듯이 앨범을 바라봤다. 아기인 태형을 억지로 들고 좋아하는 나와, 울면서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태형의 사진. 진짜 귀엽지?!, 태형은 신나게 말했다. 


"어릴 때는 내가 훨씬 컸네."


태형은 킥킥거리며 내 팔에 팔짱을 끼고 자연스레 기댔다. 나는 잠시 태형을 바라봤다. 어깨가 넓어져서 교복 상의의 어깨가 꽉 낀것같았다. 언제 이렇게 컸지?


"근데 엄마, 아빠 사진은 왜 없어?"

"그냥~"


태형은 흘리듯이 말하고 킥킥거렸다. 나는 우리의 어린시절이 가득한 사진들을 바라봤다. 태형은 금방 관심이 사라졌는지 핸드폰 게임을 하기에 열중이었다. 난 웃으면서 태형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근데, 태형아."

"어?"

"어제......."

"응."

"어제 그 내 여자친구한테 왜 그랬어? 아니. 뭐 이미 깨져가지고 여자친구라고 하기도 웃긴데.."


나는 쭈볏거리며 어제의 얘기를 꺼냈다. 태형은 아무 말 없이 게임에 열중이었다. 나는 대꾸도 하지 않는 태형을 가만히 쳐다봤다.


"모르고 그런거지?"

"............."

"일부로 그런거 아니지?"


태형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나를 쳐다봤다. 태형은 여느때처럼 웃고있었다.


"그러니깐 누가 여자친구같은거 멋대로 사귀래?"




***


"너무 잘해주니깐 형한테 집착하는거지."

"............."

"나는 내 여동생이랑 말도 제대로 안해. 존나 쳐다만봐도 짜증나서."


다음날, 호석을 학교에서 만나자마자 털어놨다.

호석은 내 얘기를 듣고 별거 아니라는듯 대꾸했다. 난 호석의 말을 듣자마자 책상에 엎드렸다. 나는 책상에 엎드려서 핸드폰으로 유나에게 카톡을 보내려다 말았다.

진짜 미안해. 그거 오해거든.......

이라고 보내려다 그만두고 호석을 쳐다봤다. 호석은 내 얘기에 관심도 없었다. 호석은 언어 문제집을 끄적이고 있었다. 


"그건 걱정거리도 안된다. 설마 태형이가 너 좋아해서 그러겠냐? 친형제인데?"


친형제가 아니니깐 문제라고..

호석이 알리가 없다.

나는 친한 친구들한테도 얘기한적이 없다. 누군가 알까봐. 소문낼까봐. 


"그치."

"어릴때의 집착이지. 아, 걔 잘생긴게 귀여운 구석도 있네."

"............."

"확실히해. 우선순위를. 태형이 평생 끼고 살거야? 결혼하면 형제도 잘 안본다."


태형은 우리 둘이 사람이 없는곳에서, 사는게 꿈이라고 했다. 말도 안되는 꿈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나이에 어린 생각들.


***


내 꿈은 부자가 되는것이었다.

엄마가 죽고 나서 생긴 꿈이었다. 엄마의 병세로 집안이 급격하게 기울고, 아빠의 연이은 사업실패에 난 15살이 되던 해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태형은 내가 편의점에서든, 가게에서든 일하고 있으면 늘 테이블에 앉아 나를 기다렸다. 태형은 그 때도 무척 눈에 띄는 외모를 하고 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가게에 들어올때마다 태형을 쳐다봤다.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태형의 손을 잡고 집에 가서 태형에게 요리를 해줬다. 태형은 내가 해준 밥을 먹고 자랐다. 아빠는 늘 일을 하느라, 늦게서야 집에 들어왔다. 태형은 하루종일 나와 시간을 보내고 내가 해준 밥을 먹고, 나와 한 침대에 붙어서 잠을 잤다. 그리고 어리광이 심한 태형은 가끔 엄마 생각이 난다고 엉엉 울었다. 귀엽고, 불쌍했다. 나는 훌쩍이면서 태형을 위로했다.

사실, 엄마가 죽은것은 나에게도 트라우마였다. 엄마는 몇날 며칠 꿈에 나타나 날 괴롭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엄마는 내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태형이 내 꿈에 나타났다.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 태형은 내 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은 여느때처럼 태형과 놀고, 태형과  시간을 보내는 꿈에서부터. 꿈에서의 태형은 태형이 아니었다. 태형은 내 몸과 입술에 입을 맞췄다. 하지말라고 하면, 태형은 서글픈 얼굴로 변해버렸다. 

[어차피 우린 친형제도 아니잖아..]

태형은 내가 할 말을 하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안것처럼 꿈속의 태형은, 왜 안돼냐며 칭얼거렸다. 

[우린 어차피 가족도 아닌데..]


그 무렵부터 난 여자친구를 사귀게 됐다. 이상하게 여자친구를 사귀면 태형이 꿈에 잘 나오지 않았다. 난 해결방법을 찾은것같아서 기뻤다. 매일 꾸던 태형의 꿈이 점점 줄어든다. 태형은 나에게서 점점 멀어진다. 여자친구는 현실적인 사람. 태형은 꿈 속의 그 사람. 

그리고 여자친구와 헤어지자마자 또 태형이 꿈속에 나왔다. 태형은 내 코와 입술에 입을 맞췄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은 명백히 악몽이다. 태형의 얼굴을 한 귀신이었다. 난 눈을 꼭 감고 빌었다.


"아......."


난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핸드폰으로 시계를 확인하고, 이불을 들어 내 하반신을 확인했다.

진짜 제정신이 아냐.

난 이불속에서 한참동안 나오지 않고 꾸물거렸다. 주말이라 오랜만에 늦잠을 자도 되는 날이었다. 

 

열아홉살의 남자들은 야한꿈은 수시로 꾼다. 별거 아니다. 근데 그 꿈 주인공이 내 동생이어서 문제지. 난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야한 꿈 안꾸는법

야한 꿈을 안꾸는법


"야한 꿈 안꾸는법. 이게 뭐야. 형 무슨 꿈 꿨어?!"


으악!

난 깜짝놀라서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침대 밖에서 태형이 내 핸드폰과 나를 보고 있었다.


"넌 인기척도 없이 막 들어오냐?!"

"아니. 잠이 안와서, 형 안자면 같이 놀려구! 일부로 조용히 들어온건데."


태형은 자다 일어나서 붕붕 뜬 머리와, 조금 부어서 귀여운 얼굴로 해맑게 웃었다. 


"근데 무슨 꿈 꿨어?"

"그냥, 별거 아냐."

"왜. 설마 내가 꿈에 나왔어?"

"............"


난 잠시 말을 하지 못했다. 태형의 큰 눈은 날 쳐다보고 있었다. 태형은 단번에 침대에 누워 날 끌어안았다. 태형은 장난처럼 내 위에 올라왔다. 태형은 날 끌어안고 계속 왜? 왜? 질문을 했다. 난 한쪽 팔로 눈을 가리고 태형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태형이 허벅지로 내 다리를 휘감고 움직일때마다 피가 쏠렸다. 발기한것을 들킬것같아서 무서웠다. 이미 알고 있을것같아서 몸을 베베 꼬았다. 태형은 전처럼 내 허벅지에 저의 것을 자연스레 문질렀다. 말도 안되게 태형의 것이 커지고 있었다. 

소름이 끼쳤다.


하지마! 좀! 떨어져!


태형은 그럴수록 장난처럼 엉겨붙었다. 태형은 깔깔거리며 쾌활하게 웃었다. 심장이 튀어 나올것같았다. 나는 그 때 있는힘껏 태형의 이마를 밀었다. 태형은 아프다며, 짜증을 확 내고 벌떡 일어났다. 나는 더이상 신경도 쓰기싫어서 눈을 꽉 감았다. 


"나가. 좀!"

"............"

"왜 안나가?!"


아, 씹..

난 반사적으로 욕이 튀었다.

태형이 그 때, 한 쪽 발로 내 성기를 건들였다. 장난처럼 쓸었을때, 나는 태형의 얼굴을 쳐다봤다.

태형은 재밌다는듯 웃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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