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양쪽이 전열을 가다듬었다. 

아이들 쪽은 다시 백화검을 집어든 다니엘을 필두로 세이메이가 준 총을 쓰는 관린과 은제탄환을 장착한 돌격소총으로 무장한 태동 및 그가 이끄는 부하들이 앞장 섰고, 성운과 재환은 각각 백호보주와 만파식적으로 원거리에서 지원했다. 

그 동안에 진영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부상당한 아이들을 안전한 장소로 끌어다 모으기 시작했다.

남자 쪽은 조마구, 깡철이, 삼두일족응, 그리고 시체 군단으로 이루어졌다.

이상하게 여태까지 적극적이던 남자는 더 이상은 앞에 나서지 않고 요괴와 시체들을 앞세웠다. 



"너네 다 죽었어!" 태동의 등장에 힘을 얻은 다니엘이 전장을 이리저리 누비면서 적들을 베고 또 벴다. 

'탕탕탕탕' 관린이도 다니엘과 함께 제천단을 누비며 적들의 급소를 정확히 맞히는 사격솜씨를 마음껏 뽐냈다. 세이메이가 걸어준 발화탄(發火彈) 주술 덕분에 관린은 굳이 은제탄환이 없이도 퇴마가 가능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예 탄환 자체가 필요가 없었다. 

"정화(淨化)!" 재환이도 언제나처럼 든든한 후방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천운석(天隕石)!" 결정타는 예상외로 성운이 날렸다. 아이들도 난생 처음 보는 주술이었다. 백호보주가 성운의 힘에 반응해 희게 빛나더니 천둥소리 같은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별똥별이 제천단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3초도 안지나서 도착한 작은 운석 조각이 삼두일족응의 머리를 가격했다. 은제탄환, 정화 주문, 백화검 등에는 상처만 입었을 뿐 쓰러지지는 않던 삼두일족응이었지만 천운석 공격에는 일격에 소멸했다. 

태동의 등장도 그랬고, 성운의 삼두일족응 제거는 싸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잘하면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줬으니까. 

"오오오! 형 진짜 대박! 짱!" 다니엘이 전투중인 것도 잊고 성운을 향해 엄지를 내보이며 감탄했다.

"야, 한눈 팔지마!" 전장에서 자칫 잘못하면 바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에 재환이 그런 다니엘을 바로 혼냈다. 평소 같으면 다니엘을 관리했을 지훈, 성우, 민현이 전부 정신을 잃은 상태였기에 늘상 투닥 거리면서도 실제로는 영혼의 단짝인 재환이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에 기절한 아이들을 모두 요원들 뒤의 안전지대로 옮긴 진영이도 전투에 합세했다. 

"진공(眞空)!" 깡철이는 날아서 피했지만 진공지대에 갇힌 조마구는 호흡이 불가능해지자 괴로워했다. 

'탕탕탕' 관린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세 방을 관자놀이, 목, 심장에 명중시켜서 조마구를 죽였다.  

한편, 뒤에서 울려 퍼지는 낭랑한 목소리에 재환과 다니엘은 진영이 '진공'을 외치자마자 바로 뒤를 돌아봤다. 

"야! 나보고는 한눈 팔지 말라더니, 지는?" 

"야! 뒤에서 소리가 나니까 반사적으로 본 거지. 아까 너처럼 전투중에 나댄 거랑 같냐?" 다니엘이 시비를 걸자 발끈한 재환이 말려들었다. 

"뭐가 그렇게 다른데? 그리고 나댔다고? 말 참 곱게 한다."

"아오.. 진짜 이 골빈 애를 데리고 내가 뭘 한다고..."

둘이 또 투닥이는 게 길어질 것 같자 진영이 '또 시작이네..'라는 생각을 하며 둘 다 앞을 보라는 의미에서 등을 떠밀었다. 



순식간에 전세가 기울어서 남자 쪽은 이제 소수의 시체와 깡철이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진영의 활약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진영의 진공 공격을 피하기는 했지만 일개 인간이 펼친 공격에 움찔해서 피했다는 사실에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크게 생긴 깡철이는 진영을 노리고 공격을 해왔다. 그 공격은 바로 몸 속 깊은 데서 생성된 천불을 쏘아내는 것이었다. 

이무기 요괴인 깡철이가 불을 다루게 된 이유는 용이 되지 못한 울분과 화가 속에 쌓여 속에서 천불이 일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불의 속성이 얼마나 강한지 깡철이가 내려 앉은 곳 주변의 호수와 강은 말라버리고 가축들은 뼈까지 모두 불타 녹아버린다는 얘기가 있다.

"피해!!!!" 같은 불의 속성을 지닌 박우진이 깨어 있었다면 쉽게 무력화 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한 다니엘이 큰 소리로 외치며 옆에 있던 재환을 잡아 끌었다. 조금 전에는 그렇게 싸우더니 또 친구라고 챙기는...

그런데 진영은 피하기는 커녕 품에서 뭔가를 꺼내서 날아오는 깡철이의 불 공격을 향해서 내밀었다.

"야! 배진영!!! 뭐하는 거야?!" 이번엔 성운이 식겁해서 외쳤다.  

좀 전에 큰 부상을 입고 기절한 아이들을 요원들에게 맡기던 중, 진영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대휘가 입고 있던 스웨이드자켓 안주머니에 소중히 보관되어 있던 백천경이었다. 세이메이가 걸어준 '반탄(反彈)' 주술을 장착한 백천경은 진영의 예상대로 깡철이의 불 공격을 튕겨냈다. 오히려 자신이 쏜 불 공격이 돌아오자 당황한 깡철이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걸 직격으로 맞았다. 

"크아아아아아"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퍼지는데 영안을 지닌 아이들에게는 보였다. 여지껏 깡철이 몸을 보호하듯이 감고 있던 붉은 막이 옅어진 것을. 이번에도 그 틈을 놓치지 않은 관린이 깡철이를 향해 총을 쐈다. '탕탕탕'

깡철이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제천단 위로 추락했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는지 다시금 꼬리를 마구 휘두르며 공격했고, 입에서도 불을 뿜어댔다. 이번에는 다니엘이 백화검을 들고 돌격해서 깡철이의 머리를 잘라냈다.

"잘했어!" 재환과 다니엘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진짜 이 둘은 친한 건지 앙숙인 건지..' 분명 좀 전까지 서로 으르렁 대더니 또 순식간에 바뀐 두 사람의 관계를 보던 진영이 고개를 저었다.

저번에 일본에서도 환녤과 팀을 이뤄서 멍충한 형들 관리하느라 고생했던 진영이 ㅋㅋㅋ




녤른! 특히 윙녤에 환장하고 워너원 고루 아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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