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웨딩드레스 - 태양







W. 이지















아, 요즘에는 청첩장을 모바일로도 주는구나. 카톡으로 온 청첩장을 빤히 바라봤다. 남자 이름 옆으로 보이는 익숙한 이름. 그녀 부모님의 성함도 같이 자리해있는 이 청첩장을 그저 말없이 빤히 바라봤다. 용선의 취향인 심플한 디자인과 끝에 수놓아져 있는 조그마한 꽃들. 여기 쓰여 있는 김용선, 이 석 자가 너무나도 낯설고 좋다. 이 청첩장 밑으로 용선이 올린 카톡이 보였다.





- 별아! 청첩장 받았다는 문자가 없어서 모바일로 보내! 보면 답장 줘~




"하... 결국 오긴 오는구나."




1년 반의 연애, 그리고 결혼. 용선의 연애 마침표는 결국 결혼이었다. 정말 허탈했다. 저 자신이 원치 않는 결과였다. 그 남자와 싸우고 그 때문에 울고, 힘들어할 때면 가슴속 제일 밑바닥에 깔려 있던 희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하지만 넌 금방 그 남자 곁에서 배시시 웃었고 그 웃음을 볼 때마다 허탈하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어쩌면 그녀가 불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도 몰라주고 오로지 그 남자 곁에만 머물러 있다는 게 괘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치했지만 내가 먼저 그녀를 좋아했었고, 그들이 연애한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좋아했었다. 하아... 이게 뭔 유치한 생각인 건지, 심호흡을 하고 핸드폰을 바라보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렀다.




- 응, 확인했어. 결혼식 때 보자!




종이로 된 청첩장은 진작 왔었다. 처음에 봤을 땐 커다란 바늘이 제 가슴을 후벼파듯 아팠다. 그래서 반송함에 넣었다. 아, 이건 잘못 온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참 쓸데없이 배려심이 많던 너는 다시 새것으로 보내 주었다. 다시 반송함을 넣고 넣고 넣어도 그녀는 그때마다 새로운 청첩장을 보내주었다. 어느 날 반송시켰던 청첩장이 다시 오질 않자 이제 그녀도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모바일로 빼도 박도 못하게 해 버렸다. 도피할 방법이 사라졌다. 청첩장을 못 받아서 못 갔어, 이 방법은 이제 전혀 통하지 않게 되었다.




- 그랭. 바빠서 못 보는 게 아쉽다ㅠㅠ




바빠서는 무슨. 방금 전까지 한가하게 핸드폰으로 인터넷이나 뒤지고 있었는데. 용선이 청첩장을 보내기 시작한 이후로 앞으로 그녀를 보면 표정관리가 안 될 것 같아서, 그래서 일부로 바쁘다는 핑계로 그녀를 피하기 시작했다. 용선이 내 마음을 알아버릴까 봐, 알아버리면 우린 멀어지게 될까 봐 그저 피했다. 멀어지는 건 더더욱 싫었기에 적어도 친구 사이로 남아있고 싶었다. 그녀의 얼굴이 나의 각박한 세상 속 작은 한 줄기의 빛이었기에 결코 잃고 싶지 않다.




- 아! 그리고 사회자 맡아줘서 고마워~ 부담스러웠을 텐데 마안ㅠㅠ 그래도 기대할게ㅋㅋㅋㅋ




미안하다면 애초에 결혼식을 하지 말던가. 사회자... 하, 정말. 그때 내가 정말 왜 그랬는지 원. 진짜 바빴던 날, 만나자던 말에 하던 일도 다 멈추고 그녀에게 달려갔는데 돌아온 결말은 참담했다. 자기 결혼식 사회를 맡아달라, 가장 친한 베스트 프렌드가 사회를 봐주면 너무 좋겠다- 정말 이기적이었다. 나한테는 결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괴롭고 슬픈데 사회라니. 정말 그녀가 미쳤구나 싶었는데 그런 용선에게 더 미쳤던 나는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간 어린 양처럼 그녀의 미소에 고개를 끄덕였다.




"용선아..."




나지막이 그녀의 이름을 불러봤다. 이미 눈물은 하도 울어서 메말라버린 지 오래, 핸드폰을 접고 침대에 누웠다. 어쩌면 난 이렇게 될 거라는 것을 알았을지도 몰랐다.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아니 용선과 그 남자가 사귀고 난 이후부터 매일 밤 잠을 설치고 불안해했었던 게 오늘이 올 것이라는 걸 알았던 것일지도 몰랐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자고 나면 모든 게 다 꿈이길 바랐다. 반쯤 덮었던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마치 무서운 것을 본 꼬마 아이처럼 세상을 외면하고 싶었다. 그렇게 난, 꿈속에서 그녀와 그 남자가 헤어지는 꿈을 꾸었다.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세요? 포스트를 구매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해보세요.

  • 텍스트 2,050 공백 제외
50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