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턱을 넘어 본 적이 없어. 그것이 브루스가 가지고 있는 렉스루터에 대한 첫 기억이었다.


어른들과의 파티가 지겨웠던 브루스는 부모님 품을 빠져 나와 그 넓은 저택을 돌아다녔다. 술 냄새와 가식적인 웃음 소리에서 벗어나자 고급스러운 나무의 향이 짙게 났다.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몸집이 작은 소년-브루스는 자신보다 조금 어릴 것 같았다-이 있었다. 그 소년을 보자마자 남의 집을 함부로 돌아다녔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 브루스는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늘어놓아야 했다.


“어, 안녕. 여기 화장실이 어디야? 길을 잃어버려서.”


렉스는 그 당시의 상황을 ‘거짓말쟁이와의 만남’이라 일기장에 기록했다. 추운 겨울이긴 했지만 유난히 냉기가 흐르는 이 서재에서 춥지도 않은지 소년은 얇은 셔츠와 얇은 슬렉스 만을 입은 채로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브루스의 말대로 ‘길을 잃어버린 소년’과의 만남에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1층에도 화장실은 있을 텐데.”


경계를 하는 모습이 마치 길고양이 같게 느껴져 브루스는 움찔했다. 새끼긴 해도 짐승. 아래에서 봤던 인상 좋은 척 하던 루터 씨가 생각나 브루스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 난 1층 화장실에 가봐야겠다.”


뒷걸음질 치던 브루스를 보고는 안심하며 고개를 돌려 책을 내려다봤다. 햇빛을 받지 못한 것처럼 하얗다 못해 창백한 목선이 작은 조명 빛 아래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그 끝에 핀 푸른 꽃까지도. 브루스는 그 시선의 끝에 있는 푸른 꽃을 놓치지 못하고 다가가 셔츠를 잡아 당겼다.


“야.”


반동으로 몸이 일으켜진 소년의 발 밑으로 짤랑 소리가 들려왔으며, 그 소년이 입을 열자 입김이 세어 나오는 듯했다. 발에 묶인 족쇄를 힐끔 쳐다보던 브루스가 목덜미에 있는 멍을 꾹 누르자 작은 소년이 인상 쓰며 비명을 질렀다.


“루터 씨가 혹시 너 때려?”


브루스가 물었다. 창백한 얼굴, 족쇄를 한 유난히 몸집이 작은 소년, 주최 파티인데도 소개받지 못하는 아들.

얇고 작은 글씨들로 가득 찬 두꺼운 양장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루터. 대답해.”

“소란 피우지 마.”


브루스의 팔을 뿌리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소년이 대답했다. 나뭇가지 같은 손을 뻗어 손가락 끝으로 문을 가리켰다.


“아니. 나 이대로는 못 나가.”


한숨을 내쉬던 렉스는 금속이 서로 부딪혀 내는 소름 끼치는 소리를 이끌며 문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팽팽해진 사슬을 힐끔 내려다보다 문턱을 가리켰다.


“이 문턱을 넘어 본 적이 없어.”


문이 다시 닫히고 렉스가 천천히 셔츠를 벗었다. 피부가 원래 파랗다고 말해도 믿을 정도로 온 몸이 피멍으로 물들어져 있었다. 브루스는 그의 어깨를 살짝 잡았다. 추운 곳에 오랫동안 있어서 그의 몸이 얼음장 같았다. 창백한 피부에 몸에 핀 꽃들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언제부터 그랬어?”

“언제부턴지 기억 안 나.”


브루스의 음색이 떨려왔지만 렉스는 추위에 몸을 떨었다. 그의 멍에 브루스는 입을 맞췄다. 흠칫 놀라는 작은 소년이 작게 소리를 내뱉었으나 브루스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다른 멍에도 입을 맞췄다. 입술과 살이 맞닿으며 나는 소리와 작은 입에서 흘러나오는 옅은 신음소리가 그 찬 공기를 따뜻하게 댑혔다.



전에 썼던 썰기반으로 썼는데 아직 일부분밖에 안써서 아마 후편을 쓰지 않을까?

그리고 문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 브루스웨인은 고담의 브루스웨인이었으면 좋겠다.


17세 여고생, 트위터 합니다. 맞팔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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