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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사원(중견기업 사무직인데 신입사원이라 혼자 수트 입고 다님. 물론 아무도 강요 안 함. 큰 넥타이에 헐렁한 수트와 엄마가 사준 노트북 가방 같은거) 공식팬카페만 들어가고 컴맹이라 덕질 잘 못 하고 멜론만 계속듣고 출퇴근 시간에 음악 듣는 걸로 스트레스 푼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아이돌모르고 지훈이한테도 별 관심 없음. 군기 들어간 신입사원인데 별로 일 없어서 잡일이나 한다. 거의 인턴~알바수준. 회사로 오는 전화 받고 등기 밀린 거 찾아 오고....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이렇게까지 쉬어도되나 (월급 적어서 그래도 돼) 싶은데 어느 날 첫 월급 나와서 큰 맘 먹고 회사 근처인 광화문 핫트X스에서 다니엘 앨범 10장 샀음. 근데 다니엘 슈스급 솔로고 팬 많아서 팬싸컷 최소 50장임. 지훈이는 그런 흐름이나 인터넷유행어도 잘 모르는 순수한 팬.


지훈이 광탈하고 공카에 글 올렸다가 팬싸컷 얘기하지마라고 댓글 10개 받고 활중 당함. 공식 팬카페에 올라오는 다니엘 셀카 확인하기, TO.다니엘 게시판에 글 남기기가 유일한 낙이었는데 활동중지 당해서 활동도 못하고... 우울해진 지훈이는 원룸에 달린 작은 모니터로 다니엘이 출연한 주간아이돌 결제해서 챙겨 본다. 다니엘TV라고해서 단독 아이돌 예능 프로그램이 시작했는데 그거 본방사수하겠다고 버스 내려서 집에 달려오구그랬음. 다니엘 사진 공카 이동 금지라서 지훈이 그동안 저장도안해놨음. 


지훈이 다니는 회사 제품력만 겁나 좋은 아재 회사. 광고나 홍보 부서도 따로 없어서 지훈이한테 온갖 거 다 맡긴다. 근데 알고보니 사장님 조카가 다니엘. 근데 지훈이네 회사 사실 모터 부품 납품하는 업체라서 광고 모델이나 협찬해줄 일도 없음 ㅜㅜ 그래도 사장님 조카가 다니엘이라니까 히이이이익했는데 지훈이 내향맨이라 뭐라말도못하구 그냥 다니엘씨 노래 좋죠, 인기 많죠 그런 말만 작게 하는 거임. 


사장님도 다니엘 금마 음~~~청 바쁘다! 정도로만 얘기하고 사무실 구석에 책장에 온갖 배달책이랑 좋은생각 1월~12월호 사이에 다니엘 싸인앨범 한장 있는게 다임.  근데 회사에서 미니선풍기를 개발해서 걍 재미상품으로 팔았음. 거의 그냥 재미로개발한 미니선풍기인데 모터가 세고 시원함. (디자인은 구림. 싼 티나는 플라스틱 파란색.) 다니엘이 무대 밑에서 그거 한 번 쓰고 엄청나게 입소문남. 얼마나 제품력이 좋길래 저렇게 디자인 구린 선풍기를 애착선풍기로 쓰냐, 강다니엘이 광고하는 제품들 다 그렇게 좋다던데, 믿고 사는 강다니엘 애착물품. 근데 생각보다 제품력이 너무 좋아서 입소문 남. 사무실로 전화도 많이 옴. 다니엘이 쓴 제품 공구되냐고 다른 기업체에서 단체로 판촉물처럼 구매해가기도 하고.  지후니 요즘은 온종일 전화만 받음. 회사 아재들은 선풍기 부서 만들어야겠다면서 껄껄거림. 


―네. 다니엘씨가 쓴 제품 맞아요. 저희 사장님 조카래요~.


지훈이는 괜히 지가 뿌듯하고 다니엘 덕심 더 차오름. 사장님 처음엔 팔려봤자라고 거들떠도 안 보다가 생각보다 선풍기가 너무 많이 팔리니까 겁나 좋아함. 



* * *


미니선풍기가 미친듯이 팔리는 무더운 여름 날, 사무실 아자씨들이 박사원~넥타이 좀 끌러라~~~보는 내가 더워~~~ 이래서 이제 깔끔한 반팔티에(후니 옷 = 엄마가 사준 옷) 청바지입고다니는데 뭔가 다니엘이 광고하는 유니X로 제품이고, 수익금 일부가 기부되는 옷일듯. 하얀 카라티. 아무튼 지후니는 사무실 아재들 다 외근+ 점심 먹으러 나간 시간에 사무실 지킨다. 혼자 에어컨 빵빵한 사무실에서 도시락 먹는데 매일 봐도 안 지겨운 다니엘 싸인 앨범 자켓 구경하고 싸인 따라그려보고. 다니엘 노래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밥먹었음. 혼자 캥거루스텝~~ 이럼서 손 말아쥐고 낑낑 하면서 오물오물밥 먹음. 근데 누가 들어온 건지 등 뒤로 낯선 인기척이 느껴짐.  깜짝 놀라서 이어폰 뺐는데 다니엘이 뒤에서서 허허허허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 어...아...여...여기 어떻게...

―노크 했는데 못들으셔서.


지훈이 폰 떨구고 엄청 당황한다 가까이에서 보는 다니엘은 피부도 엄청 뽀얗고 메이크업해서 눈에 음영넣은 섀도도 넘 인형같구 키도 크고 다리도 넘나 학다리마냥 길었다. 다니엘 시그니쳐인 흰 셔츠가 반짝반짝거렸음.


―삼촌은 어디갔어요? 와. 어렸을 때 엄마랑 와보고 첨 와보네. 고새 음청 낡았네~ 


다니엘은 중얼중얼거리면서 사무실 여기저기 기웃거림. 지훈이가 폰으로 사장님한테 전화거는데 사장님이 지금 운전중이라고 가는중이라고 난향(지훈이네 최고 소중한 거래처들하고 밥 먹는 중식당) 에 예약해놨으니까 거 다니엘 커피라도 사다주라함. 그래서 지훈이는 커피...좋아...하세요?(아이스아메리카노 좋아하는거이미알고있음) 이래갖고 다니엘이 아 네 좋죠 이래서 잠시만 앉아서 기다리시라고 사무실 중앙에 있는 손님 소파에 다니엘 앉히구 후다닥 나가서 커피 산다. 아이스 아메랑 자기 마실 바닐라라떼 사서 회사 카드 긁고 회사이름으로 된 쿠폰도 찍음.


다니엘한테 커피 주고 앞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다니엘이 엄청 눈꼬리 휘어지게 웃는 거임. 지훈이 폰 아이링이 다니엘 콘서트 굿즈였는데 다니엘 싸인이 프린팅되어 있었음.나름 일코템이라고 샀는데. 다니엘이 알아보고 큭큭거리면서 아니 그거 언제죠? 작년 잠실콘이었나? 

―네에... 잠실콘 맞아요...사장님 십오분 후에 식당으로 도착하신대요.... 

근데 지후니 폰잠금화면도 다니엘 앨범 커버임. 얼굴 잘 안 나온 일코짤. 암튼 다니엘은 선글라스 쓰고 지훈이랑 같이 걸어서 식당가는데


―삼촌 회사에 이렇게 젊고 귀여운 분이 계시는 줄은 몰랐네요. 아, 제 팬이라서 하는 말은 아니고.



* * *


지훈이는 아까부터 너무 긴장돼서 죽을 것 같아갖고 아무 말도 못 하고 얼굴도 빨갛다.

그 와중에 사진이 너무 찍고 싶었음. 식당 예약한 룸에 도착해서 사장님 기다리는데 


―다니엘씨 사진 한 번 ... 괜찮을까요...? 


 다니엘은 물 마시다가 예! 하는데 지훈이는 같이 찍는 게 아니라 다니엘을 찍음. 그래서 다니엘이 에잇 이리줘보세요~ 이러면서 같이 셀카로 찍음. 지훈이 다니엘한테 폰 받는데 손 덜덜덜덜덜덜 떨고 다녤은 지후니 폰 배경 자기 앨범커버인 거 보고 또 아학 ㅋㅋㅋ이러면서 웃음. 사장님(성격 불 같음 분조장 심함) 오다가 접촉사고났는데 갖다 박은 새끼들이 싸갈스가 바갈쓰라고 늦는다고 함. 예약해놓은거 박사원이랑 먼저 먹으라고 다니엘한테 미안하다고함. 다니엘은 사실 삼촌이야 나중에 봐도 되고 귀여운 (게다가 자기 짱팬인) 사람이랑 밥먹어서 넘 좋았음.


박사원이랑 밥먹는데 박사원 여기서 첨 먹어봐서 직원분한테 음식 예약한 거 주세요... 직원한테속닥속닥 말하고 앉아서 애써 시선 돌리며 게살스프 홀짝 홀짝 먹는데 다니엘이 폰도 한 번 안 보고 박사원만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헤실헤실거리는거임. 박사원은 부끄러워서 손부채질하고 얼음물마시니까 다녤이 먼저 말 건다.


―성함이?

―박지훈입니다.

―아 지훈씨 혹시 나이가?

―다니엘씨보다 세 살 적습니다.


감추려하지만 너무나 다니엘잘알인 지훈이가 다니엘에겐 그저 너무 귀엽고웃김. 3인 코스요리 예약한 지라 휘황찬란한 큰 접시들 나오고 둥그런 테이블에서 덩그러니 둘이 밥 먹는데 지훈은 긴장감에 더해서 도시락까지 먹다 와서 배도 안 고픔. 그래서 깨작깨작거리는데 다니엘은 아우 배고프다 오늘 아침에 화보촬영있어서 부을까봐 어제 저녁 굶었거든요. 이러면서 엄청 먹어댄다. 박사원은 평소 다니엘 먹방 브이앱도 좋아해서 눈 앞에서 보니 신기하고 정말 저렇게 잘 먹는구나 싶음. 공카회원분들한테 후기쓰면 안되나? 이러면서 혼자 마음속으로 저장해야하나, 전지적 건전한 팬 시점으로 생각함. 지훈이가 음식은 안 먹고 큰 눈으로 골똘히 고민만하니까 다니엘이 벌떡 일어나서 지훈이 접시에 음식까지 덜어줌.


―편히 드세요.


둘이 식사하고 나서 사장님 오시고 사장님이랑 다녤이랑 사투리로 엄청 빠르고 거친 대화 함. 엄마는 잘 계시냐, 니가 선풍기 함 썼다고 중국에서도 수입한다고 연락이 왔다. 내가 너 딴따라한대서 얼마나 말렸는데. 강다니엘이 우리 집안에 자랑이다~ 이런 꼰대 대화 계속 함. 지훈이는 지금 어색해서 토해버릴것같음. 다니엘이 덜어준 꿔바로우 겨우 다 먹었더니 이번엔 사장님이 양장피 엄청 많이 덜어줌. 이 집안 사람들 다 손 큰 게 분명함. 둘 다 덩치도 큼. 사장님 고량주 시키더니 반주라면서 먹는데 지훈이는 겨우 한 잔 받음. 박사원 술도 잘 못 함. 점심부터 반주라뇨ㅠㅠ 사장니임.... 

짠! 해서 셋이 동시에 마시는데 지훈이는 혀만 할짝했는데 써서 미칠 것 같음. 눈치보면서 물 엄청 마셨음. 다니엘이랑 사장님은 둘이서 반 병 마시고. 지훈이는 안 그래도 긴장했고 배부르고 배아프고 에어컨을 틀어도 얼굴이 시뻘건데 술까지 마시니까 거의 뭐 정신 놓을 것 같음. 밥 먹는데 사장님이 지훈이 강단 팬인거 알고 


―우리 훈이가 니엘이 윽수로 팬이라고 막 떠불떠불 자란하드만. (안 했음) 오늘 실제로 보니까 막 긴장해가지고 밥도 잘 못묵네. 핫핫핫핫 원래 도시락도 두공기씩 먹던 애가 헛헛핫핫핫.


지훈이 더 장꼬임.  다니엘 그저 웃고. 사장님 술 마신 주제에 일한다고 사장실 올라가고 다니엘은 회사구경하고 싶다함. 아니 여기 공장도 아니고 그냥 회사 사무실이라 별것도없는데...

사장님은 사무실에서 믹스커피 한 잔 타서 사장실로 계단 걸어 올라가면서 


―훈아 거 강다니엘싸인이랑 사진이랑 다 뽑아먹어라~~ 어?


다니엘은 사무실 슬쩍슬쩍 보면서 세트장온거같다고 킥킥대고 지훈이 또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다니엘이랑 회사 로고 보이게 사진 찍구 미니 선풍기 다섯대에 다니엘 싸인 받고 자기 늘 들고 다니는 선풍기에도 조심스레 싸인 요청함. 다니엘이 해주면서 이거 지워질 것 같은데요... 이러더니 안그래도 삼촌이 가져오래서 챙겨온 앨범들 가득 들어있는 쇼핑백에서 앨범 꺼내서 싸인해준다. 


' To. 너무너무귀여운 박지훈씨 '


지훈이랑 다니엘 삼실 소파에앉아서 어색한 티타임 가지는데 박사원 머리엔  '이제 다니엘씨 갔으면 좋겠다 어지럽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부장님 과장님 언제 오세요.'


―지훈씨는 인스타해요?

―아니요(다녤염탐용 계정있음)

―카톡은 있죠?(농담이었음)

―네! 있습니다!

―제가 콘서트 초대권 드릴게요 연락처 좀 주세요.


녤이 폰 건넴. 박사원은 자기 번호 꾹꾹 찍구 폰 돌려받은 녤은 바로 전화 건다. 지훈이 폰 위이잉 울림. 지훈 넘 덥고  아까 마신 고량주 한잔이 올라 와서 미니 선풍기 돌림. 와중에 싸인안지워지게 손가락 최대한 떼고 쓰는데 다니엘 웃겨죽음. 지훈이가 정말 순수하게 용기 내서


―다니엘씨 오늘 찍은 사진... 앗! 셀카 말고 다니엘씨 단독 사진이요. 공식카페에 올려도 될까요? (준회원방에 올리려고)

―지훈 씨만 봤으면 좋겠는데.


지훈이는 순간 역시 연예인이다 싶었음. 암튼 그렇게 회사에서 선풍기 구매자 싸인 제품 나눠주는 이벤트도 열고 싸인씨디도 주고 지훈이가 싸인 선풍기로 이벤트 열어서 선풍기매출 50배 늘었음. 사장님은 훈이 인마 천재 아니냐. 선풍기 부서 만들어주께 니 팀장해라~이러고. 지후니 요즘 일도 많이 늘구 인정받는것같아서 어깨 으쓱함. 다녤은 번호 따간 후로 한 삼일은 연락 없더니 바로 지훈이 꼬셔서, 예약해둔 맛집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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