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이렇게까지 말을 안 하고 지낸 적이 있던가. 애초에 집에 있는 시간이 줄었다. 일부러 집을 피했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독서실은 너무 조용해서 집에서 공부하는 게 더 좋다는 말을 했던 게 무색하도록 독서실에 틀어박혀 살았다. 가족들은 수능이 가까워지니 아무리 나라도 예민해지는구나 생각하는 듯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배세진을 피하려고 마음먹었을 뿐이다.

배세진을 피하겠다고 새벽 5시에 일어나 혼자 아침을 먹고 등교했고, 학원과 독서실에서 살다가 새벽 2시에나 집에 들어왔다. 과외도 그만두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것까지는 하지 못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걸 새삼 온몸으로 절실하게 느꼈다. 아예 안 보고 살자니 죽을 것만 같았다. 오히려 더 마음이 강렬해졌다. 청개구리 심리인지 뭔지, 나랑 배세진은 절대 안 되니까 잊자고 다짐하면 다짐할수록 배세진이 보고 싶었다. 듣고 싶었다. 닿고 싶었다.

가족끼리 이게 말이 되냐 싶다가도, 피 한 방울 안 섞인 데다가 같이 산지 일 년도 안 됐는데 가족은 무슨 가족이냐 싶기도 했다. 한마디로 공부할 정신이 전혀 아니었다. 배세진이 내 눈치를 보는 게 느껴질 때마다 확 책상을 뒤엎고 손목을 잡아채고 싶었다. 놀란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쥐고 키스라도 해버리고 싶었다. 뺨을 맞아도 좋겠다고, 상상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하다못해 내가 무슨 마음인지 털어놓을 수만 있다면 나을 텐데. 나 자신조차 부정하고 욕하는 시커먼 마음이지만, 그거라도 털어놓을 수 있다면 좋겠다.

……고백을 한다. 생각도 못 해본 선택지였다. 당연히 차이겠지만, 고백을 한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둔다면. 괜찮지 않나. 배세진과의 평범한 일상을 포기하고…… 부모님만 모르면 된다. 혼자 날 키운 아빠나, 혼자 배세진을 키운 엄마만 모르면 된다. 끔찍하게도 이기적인 생각이라 내가 혐오스러워졌다. 내가 특별히 이타적인 인간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지만, 이렇게 이기적일 수도 있구나 싶어서.

배세진의 몸이 내 몸에 포개어졌을 때 미친 듯이 날뛰던 심장 소리를 기억한다. 이날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쿵쾅대는 심장을 고스란히 느끼며 나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알고 싶지 않아서 모른 척 억지로 밀어내왔던 감정. 웬만하면 끝까지 모른 척 눈을 감고 있고 싶었다. 확인해봐서는 안 됐다. 애써 쌓아왔던 것들이 모조리 뒤흔들려 무너져 내릴 걸 알면서도, 기어코 확인해본 내가 싫었다. 근데 어떡해. 이대로는 안에서 뭐든 터져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참다가 죽느니 이기적으로라도 살아야지.

 

그래, 살아야지. 나는 의자를 내팽개치듯 벌떡 일어나 거칠게 짐을 챙겼다. 갑작스러운 소음에 곳곳에서 얼굴을 내밀었지만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고민은 길고 결심은 한순간이다. 한쪽 어깨에 대충 가방을 메고 독서실을 뛰쳐나간다. 지금 가면 아직 깨어있겠지, 아니, 자고 있어도 깨워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으니까.

급하게 비밀번호를 누르느라 두 번을 틀렸다. 엄마가 방에서 나와 고생했다며 인사를 했지만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노크도 없이 배세진의 방문을 열었다. 책상 앞에 앉아 찡그린 얼굴로 노트북을 두드리던 배세진이 화들짝 나를 돌아본다. 들어온 사람이 나라는 걸 확인하자 뒤늦게 눈이 커졌다.

 

“무, 무슨 일이야……?”

 

긴장한 게 훤히 눈에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전례 없던 예민함을 보여주던 동생이 수능을 한 달 남기고 느닷없이 방에 찾아왔으니 나라도 긴장할 것 같았다. 나는 문손잡이를 잡은 채로 심호흡을 했다.

 

“형.”

“어, 어어, 응.”

“나 수능 올1 맞으면 소원 들어줘요.”

 

숨을 삼십 분은 참은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던 배세진의 긴장이 누그러진다. 예전처럼 싱글싱글 웃어보려고 했지만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당연히 그 정도는 해주지……!”

“그리고 하나 더요.”

“……그래, 하나 정도는 더 있어야지!”

“형 따라 같은 대학 붙으면 또 소원 들어주기.”

 

정말로 배세진에게 있어서는 별것 아닌 이야기였나 보다. ‘하나 더’를 이야기했을 때 잠깐 비췄던 긴장이 다시 삽시간에 사라졌다. 처음 말했을 때만 해도 심사숙고해서 승낙했던 기억은 이제 없나 봐. 이번에는 진짜로 웃음이 났다. 나 정말 배세진 좋아하는구나.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는 거 아니지?”

“에이, 그럼요~ 괜찮아요. 제가 스트레스 많이 받을 성격입니까~ 그냥 한 달밖에 안 남았으니까 뒤늦게 시간을 쥐어짜고 있는 거죠.”

“……그럼 다행이고.”

 

배세진의 얼굴에 미미한 웃음이 번진다. 또다시 심장이 울린다. 바싹 말라버린 입술을 혀로 축이고 떨리는 손을 감추며 문을 도로 연다. 그럼 저는 다시 공부하러 가요. 고개를 돌려 눈도 마주치지 않고 헐레벌떡 방을 빠져나간다. 아…… 뭘 했다고 힘들다. 그대로 문에 기대 주저앉고 싶었지만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서 내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내던지고 침대에 엎어졌다. 내가 무슨 소원을 빌 줄 알고 자꾸 그렇게 냉큼 승낙해, 배세진. 그저 베개에 얼굴을 묻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14

밥을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까지 표정관리가 안 되는 사람인 줄 처음 알았다. 시험이 끝나면 마냥 후련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후회가 많이 됐다. 딱 한 글자만 더 봤더라면, 잠을 한 시간만 덜 잤더라면, 같은 부질없는 생각들.

고사장을 나왔을 땐 이미 해가 다 저물어 어둑어둑했다. 아빠한테 전화를 드리려 핸드폰을 키자마자 멀리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그리 크지도 않은 목소리였는데, 여기저기 울음소리가 판치는 그 소란 속에서도 홀로만 또렷했다. 배세진이었다. 뒤를 돌아보자 찬바람에 머리가 엉망이 된 배세진이 뛰어오고 있었다. 참 이상하지, 세상이 똑같이 돌아가는데 배세진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나를 향해 천천히 뛰어온다. 그러다가도 순식간에 내 앞에 서서 숨을 고르는 걸 보자마자 끌어안을 뻔했다. 부모님이 1초만 늦게 왔어도 확 안아다가 입술을 부볐을지도 모른다. 제때 와주신 게 천만다행이었다. 정작 배세진은 그렇게 열심히 달려와 놓고도 아무 말도 못 했다. 우물쭈물하다 기껏 한다는 말이 뭐 먹고 싶냐는 말이라, 배세진답다 싶어 웃음이 터졌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펜을 던지듯 내려놓는다. 부모님은 몰라도 배세진은 내가 먼저 말 걸기 전까지는 절대 안 올 거다. 별수 있나, 내가 가야지.

 

“형님, 저예요.”

 

노크를 하자마자 안에서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한 템포 쉬었다가 문을 열었다. 배세진이 긴장한 얼굴로 양 무릎에 주먹을 쥔 손을 올리고 여길 쳐다본다.

 

“가채점 끝~”

“…….”

“왜 안 물어봐요?”

“……물어봐도 돼?”

“안 될 것도 있어요?”

 

웃으며 걸어가 침대에 걸터앉자 배세진이 의자를 끌고 앞으로 다가온다. 한 번 짜증을 낼 법도 한데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닌가 보다. 말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하는 배세진에게 졌다는 듯 두 손을 들어보였다.

 

“한 개 빼고 다 1등급이에요. 한 개는 커트라인 2등급인데, 웬만하면 등급컷 안 바뀔 거 아니에요.”

“바, 바뀔 수도 있을 걸……!”

“에이~ 기대 안 합니다. 어차피 저 논술 준비도 잘 해놔서 괜찮고. 아, 영어는 만점이에요. 이게 다 좋은 과외선생님 둔 덕분입니다~ 어이구 선생님, 감사합니다~”

 

일부러 과장해서 웃으며 배세진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아 흔든다. 배세진은 웃지 않았다. 심각한 얼굴로 혼자 뭔가를 열심히 고민하다가 내가 손을 놓고서야 뒤늦게 입을 연다.

 

“……어쨌든 영어가 만점이니까 소원 들어줄게.”

“뭐예요, 그게. 안 해요~ 공정하게 해야죠.”

“아니, 내가 해준다는데 왜……!”

“후회할 건데.”

 

꾹 쥔 주먹을 들고 소리를 지르려던 배세진은 내가 목소리를 깔고 한 말에 금세 주먹을 내려놓았다. 뭐라 말하고 싶은 건지 입술을 달싹거리길래 기다렸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약속대로 가야죠~ 내가 말한 건 올1이었잖아요. 성적표 받았는데 1등급으로 바뀌어 있으면 그때 다시 말할게요. 그리고 어차피 한 개 더 있어요. 형이랑 같은 대학 가는 거. 안 까먹었죠? 그건 진짜 내가 딱 따온다.”

 

어차피 한 개가 더 있다는 말에 배세진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시 배세진의 손을 양손으로 붙잡는다. 피하지 말라는 듯 눈을 똑바로 마주 보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코앞에서 배세진의 눈동자 속에 비친 나를 바라본다.

 

“……ㅇ, 왜?”

 

이쯤에서 멈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내가 더 가까이 다가간 건지 배세진이 슬쩍 몸을 뒤로 뺐다. 뺀 만큼 더 다가가진 않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배세진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것도 못 견뎌서 어떡해요. 내가 소원으로 ‘10cm 이내 거리에서 눈 맞추고 있기’ 같은 거 말하면 어떡하려고.”

“그런 걸 말할 리가 없잖아……. ……할 거야?”

“글쎄요. 비밀.”

 

웃으며 손을 놓고 도로 물러난다. 전부 다 그냥 한 소리다. 당연히 소원으로 저런 걸 빌 생각도 없고. 별 이유는 없었다. 그냥 한 번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배세진의 눈동자 안에 이세진이 잠겨 들어 부유하는 경치는 생각보다 더 괜찮았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경치라서, 나는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되새겼다. 배세진의 눈 안에 내가 들어있던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곱씹었다.

 

 

#15

미약하게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끊었다. 부모님 두 분께는 모두 전화를 드렸으니 이제 배세진에게도 말해야 하는데, 수도 없이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들, 선생님들, 친척들, 사돈의 팔촌까지 잠깐 사이에 수십 통은 받은 것 같다. 통화가 끝나면 이어서 바로 전화가 오고, 또 끝내면 바로 전화가 오고,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연달아 통화를 하게 됐다. 이번에는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과의 통화를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걸려오는 또 한 통의 전화를 잠시 노려보고 있는데,

 

“너, 왜, 이렇게, 전화가, 안 돼……!”

 

문이 벌컥 열리더니 배세진이 뛰어 들어와 헥헥대며 고함을 쳤다. 고개를 홱 돌려 멍하니 배세진을 바라보던 나는 가만히 스마트폰의 전원을 종료했다. 씩씩 숨을 몰아쉬며 성큼성큼 걸어온 배세진은 내 침대에 풀썩 앉았다.

 

“……어떻게 됐어?”

 

그러고는 기세 좋게 들어온 게 무색할 정도로 내 눈치를 본다. 나는 아직도 멍하니 배세진을 보던 얼굴을 급하게 바꿔 표정을 띄웠다. 늘 보여주던 웃는 얼굴로.

 

“어떻게 됐을까요?”

“야.”

 

대놓고 초조하게 짜증을 부리는 배세진을 보며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웃고 있으니 합격이겠지 생각은 하면서도, 또 그 상대가 나인지라 마냥 확신은 못하고 있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났다.

 

“소원 들어줘요.”

 

가만히 눈을 깜빡이던 배세진의 얼굴에 느리게 웃음이 번졌다. 보기 드문 환한 웃음이었다. 아니, 처음 보는 것 같다. 작은 미소는 종종 봤어도 이렇게 활짝 웃는 건 역시 처음이다. 예쁘다. 정말 예뻤다. 넋을 놓고 하루 종일 바라보고 싶을 정도로 예쁜 광경이었다. 무어라 축하의 말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얼굴을 보느라고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고, 소원은 나중에 말할 거야?”

 

겨우 정신이 든 건 배세진의 입에서 ‘소원’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였다. 왜 본인 얼굴이 저렇게 발개져 있어. 내 얼굴도 아니고. 무의식중에 배세진의 볼을 쓰다듬었다. 뜨겁지는 않아도 뜨끈하기는 했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말랑말랑했다. 말없이 볼만 쓰다듬어대자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다.

 

“왜 대답―”

“지금 말할래요.”

 

지금 말할 거라는 선택지는 생각 못했을지도 모른다. 눈을 세 번 연속 깜빡이는 걸 보면.

 

“고백 하나 들어줘요.”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인데도 배세진이 못 봤길 바랐다. 배세진은 여전히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숨을 어떻게 쉬는지도 잊은 것만 같다.

 

“그게 소원이야?”

“네.”

“뭔지는 몰라도 들어주는 건 그냥도 할 수 있는데……?”

“안 돼요.”

 

부연설명조차 없는 확고한 대답에 배세진의 눈동자가 굴러간다. 아무래도 별수 없겠다고 생각했는지 느리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천천히 배세진의 얼굴에서 손을 떼어낸다. 침을 삼킨다. 바싹 말라버린 입술을 혀로 축인다. 한참 입술을 달싹이다 입을 연다.

 

 

#16

형을 좋아해. 언제부터인지 정확히는 나도 몰라. 그냥 언제부턴가 형만 보면 심장이 막 요동쳐. 없으면 보고 싶고, 목소리라도 듣고 싶고, 손이라도 닿고 싶고 그래. 내가 또라이 같지? 나도 내가 미친 새끼 같아. 근데 어떡해. 아니라고, 아니라고 애를 쓰고 머리를 쳐봐도 형이 안 떨어져. 혼자 나 키운다고 고생한 우리 아빠 생각해서라도, 혼자 형 키운다고 고생한 형네 엄마 생각해서라도 이건 아니라고 노력했어. 근데 안 돼. 이미 터져버려서 지울 수가 없어.

내 감정을 명확히 알아. 이건 동경도 아니고 형제애도 아니야. 동경이라기엔 형은 내 이상향이 아니고, 형제애라기엔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한테 일 년도 안 돼서 형제애 같은 게 왜 생기겠어. 그러니까 이건 그냥,

 

사랑이야, 형.

 

 

#17

…….

…….

……내가, 선생님 취향이냐고 했지.

응.

사실은 그게 아니야. 나는…… 나는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가 주는 사랑이 취향이었던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가 왜…… 그랬는지.

…….

난…… 결핍된 사람이야. 그래서 너랑은 안 돼. 넌 너무…… 좋은 애잖아.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사람이잖아. 나에 비하면…… 나는 너무 부족해. 너무 많이 부족해.

아니. 형한테 부족한 건 딱 하나야.

…….

사랑.

…….

내가 그걸 채워줄 수 있어. 내가 그걸 줄게, 형.

……그게 아버지의 사랑이라면? 너는 못 줄 거잖아.

그건 우리 아빠한테 받아. 나는 나대로 다른 걸 줄 거니까.

…….

나는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사람이 아냐. 사람은 누구나 어딘가 비어있어. 아무리 안 그래 보여도 다 속으로는 하나쯤 결여돼있다고. 그게 사람인 거야.

…….

그래서 나는 형이 필요해.

…….

형의 빈 곳은 내가 채워줄게. 형은 나를 채워줘.

……안 돼.

왜?

엄마가…… 엄마가 너무 행복해 해. 아빠랑, 너랑, 같이 이렇게 지내는 게 행복한가 봐. 나는 엄마가 요즘처럼 행복해하는 걸 처음 봤어. ……그래서 안 돼, 나는……. ……고 그럴, 수가 없, 끅, 어…….

…….

나는… 안, 돼, 우리는…… 흑, 으, 미안, 미안해,

…….

미안, 해, 끅, 미, 미안해…….

…….

흑, 윽, 미안해…… 정말 미안해…….

 

 

#18

나는 Y대를 버리고 S대에 진학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결과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버린 건 Y대가 아니라 배세진이었다.

그리고 나는 입학도 하기 전에 입대를 했다. 도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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