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이기광 - I

기광의 가장 큰 장점은, 보이 그룹 멤버들이 남성미와 섹시함, R&B 혹은 힙합을 주요 테마로 선택하는 풍조 가운데에서도 각 요소들을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전작부터 사용된 퓨처 베이스 바탕의 여유 있고 풍부한 사운드와 80년대의 댄스곡들을 연상시키는 비트와 베이스가 서로 잘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타이틀 곡인 'Don't Close Your Eyes'와 'Missing You'에서 특히 이러한 무드가 강하게 드러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보컬을 바탕으로 무심한 듯 던지는 랩은 여전히 곡과 끈끈하게 붙어있고, 기광 특유의 섹스어필은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사운드와 컨셉 안에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마이클 잭슨이 다시 한번 성범죄 폭로로 인해 그의 음악과 스타일이 불편하게 감상될 수 있는 타이밍에서, 그에 대한 오마주가 녹아있다는 점은 유감스럽지만 그가 이후로 보여줄 음악과 이미지들을 기대하고 예상할 수 있도록 하는 앨범이다. 그 '이후'라는 것이 약 2년 후라는 것 또한 아쉬운 부분.

에버글로우(EVERGLOW) - ARRIVAL OF EVERGLOW

적당히 무게감을 덜어낸 사운드가 특징적인 딥하우스 곡을 시작으로 파워풀한 댄스, 맑고 풍부한 발라드까지 최근 데뷔한 걸그룹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있는 구성의 앨범이다. 리아킴이 만든 안무와 강렬한 신스 사운드의 조합 역시 독특한 힘을 팀에 부여한다. "봉봉쇼콜라"라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스파클링 시크'라는 팀의 아이덴티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그렇지만  <프로듀스 48>로 이미 얼굴을 알린 왕이런과 김시현은 물론이고 각 멤버들이 각자의 파트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존재감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좋은 시작이다. 타이틀 곡에서 멤버들의 음색이 잘 들리지 않는 보컬 믹싱은 조금 아쉬운 부분.

다이아(DIA) - NEWTRO

타이틀 곡보다도 '안할래'와 같은 수록곡들이 눈에 띄는 앨범이다. 타이틀곡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안할래'는 신사동호랭이 특유의 트렌디하고 유니크한 신스 사운드와 멤버들의 다양한 음색의 폭이 역동적이면서도 균형감 있게 귀에 꽂힌다. 2000년대 초중반의 시부아계 음악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사운드 소스가 특징적인 '손톱달(Crescendo)'은 최근의 감각적인 구성의 아이돌 팝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곡이다. 멤버인 주은과 예빈의 자작곡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오히려 아쉬운 부분은 타이틀 곡인 '우와'다. 키치한 신스와 변주의 곡과 강렬한 형광색의 아트워크는 지금의 '에스테틱'하고 레트로한 아트워크와 하우스 댄스 트렌드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눈에 띄는 구성이 될 수도 있었다. -인스트루멘탈 버전을 들어본다면, 상당히 독특하고 트렌디한 구성의 곡이다.- 그렇지만 멤버들의 음색과 매력을 생각하지 않은 주 멜로디와 믹싱으로 다이아만의 정체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데뷔 이후로 4년이 지났음에도 기획사와 프로듀서들이 이 팀으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재료는 이미 충분히 갖추어졌다. 남은 과제는 방향성을 올바른 방향으로 잡고 끈질기게 밀고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정세운 - PLUS MINUS ZERO

계속해서 안정적인 완성도의 앨범을 선보여온 만큼, 이번에도 눈에 띄는 스태프들을 동원한 풍성한 구성의 미니앨범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에는 수록곡들 사이의 정서와 구성에 최대한 통일감을 주려는 시도와, 프로듀스들의 네이밍을 없애고 정세운 자신의 이름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김윤아의 명곡 'Going Home'이 가진 감정과 정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정세운만의 감성으로 풀어낸 해석 역시 준수하다. 느긋하고 정서적인 태도의 가장 정세운스러운 곡들로 가득 채웠으면서도, 아이돌로서의 정체성 역시 유지하고 있는 독특한 위치의 앨범. 

VAV - THRILLA KILLA

마이클 잭슨과 필 콜린스, 프린스 등 80년대 뮤지션들의 곡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보도자료가 무색하게 그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곡의 몇 군데에 녹아있는 레트로 스타일의 사운드를 제외한다면 오히려 2010년대 초반 보이그룹들이 흔하게 선보였던 일렉트로닉 댄스 스타일에 더욱 가깝다. 이것을 레트로 스타일의 '킬러' 컨셉과 혼합하니 방향성은 더욱 길을 잃는다. K-POP과 라틴 팝의 균형을 적절히 잡고 보컬의 매력이 드러났던 전작 'Senorita'의 좋은 완성도가 더욱 아쉬워진다. 멤버 에이노가 작업한, 멤버들의 목소리가 공간감 있게 잘 드러나는 감각적인 하우스 곡인 'Touch You'가 오히려 전작의 방향성과 맥을 같이하는 듯하다. -하필 이 곡도 마지막의 힘없는 합창과 보컬 믹싱이 아쉽다.- 최근의 많은 그룹들이 비교적 뚜렷한 방향성과 목적을 가지고 활동을 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팀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출발선에서 아직도 나아가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모모랜드(MOMOLAND) - Show Me

SEREBRO의 'Mi Mi Mi'와 '뿜뿜'의 표절 논란을 뒤로하고 어쨌든 '뿜뿜'에서 보여줬던 에너지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역시나 신사동호랭이가 작곡한 'I'm So Hot'은 브라스 사운드와 스윙 등의 요소로 K-POP 특유의 '뽕끼'가 더해진 곡이다. 특유의 흥을 무대에서 표현하는 멤버들의 스킬에도 그동안의 경험치가 녹아있다. 주목해 볼 만한 지점은 3번 트랙부터 시작되는 수록곡이다. 그동안 팀 특유의 정체성을 뒷받침하는 분위기의 무난한 곡들로 채워졌던 전작들과는 달리 청량하고 세련된 신스 사운드와 트로피컬한 느낌으로 가득한 팝 곡들로 가득하다. 곡을 표현하는 멤버들 특유의 에너지는 이 수록곡들이 무대로 꾸며진다면 어떨지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또 기대하도록 한다. 1년간 흥겨운 댄스곡들로 나름대로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온 만큼, 그룹의 에너지와 음악적 정체성을 확장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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