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주!!!"

"아...아가..하루..아..아기.."

"아기, 보다도! 젠장, 피가 안멈추잖아!  코코!!"

"의사 오고 있어! 일단 더 힘주고 지혈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드리주, 정신 잃마!!"


사랑하는 연인과 의지하던 상사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지만, 조금씩 느껴지는 오한이 심해지며 흐려지는 정신을 잡을 수 없던 드림주는 남은 힘을 쥐어짜서 배를 만지며 생각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된걸까..내게 빚만 남기고 떠난 무책힘한 부모님들 때문에 범천에 들어온 거? 사나운 인상을 으로 여러 소문이 돌던걸 미련하게 바로 잡지 못한거?  아니..그저 이렇게 불우하게 태어난것 자체가 문제였을까? 저주 받은 운 때문에 우리 아기도 태어나지 못하게 된 건가..아...아가, 엄마가 미안해..그리고..'

"드림주!! 정신차려!! 드림주!"

"..미안..해요....사랑해요..하루.."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이 말할 걸...부끄러워서...제대로 전하지 못했던 마음..더 많이..자주 전할 걸..미안해요..'


마지막 마음을 모든 힘을 다해 전한 드림주의 손이 힘 없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산즈의 심장 또한 바닥으로 떨어졌다.


"..드림..주? 드림주!!!"

"...이게 대체..무슨 일이냐고...."


중요한 거래로 인해 이인자인 산즈와 평범하게 거래를 하고 돌아왔던 코코는 돌아온 아지트에 벌어진 이유 모를 피바람, 그것도 그가 아끼는 부하이자 동료의 연인이었던 드림주가 그 피바락의 당사자가 된 것도 모자라서 존재가 알려지자마자 떠나게 된 조카까지 잃은 상황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정작 이 피바람을 일으킨 간부들 아니, 정확히는 방안에 존재하던 모든 사람들이 되려  혼란스러워 보이는 모습에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왜 너희가 당황하냐?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

"..이건..그러니까..."


드림주를 쏜 범인, 하이타니 린도는 드림주가 쓰러지며 떨어진 가방 속에서 튀어나온 [산모 수첩]을 보며 말을 잊지 못했고, 그런 그를 차마 바라보지 못한 간부들은 아픈 머리를 부여 잡고 한숨을 쉬었다.

그때 당황한 부하들 사이에서 무릎 꿇은 채 사색이 된 부하 한명이 덜덜 떨며 산즈의 눈치를 보다가 눈이 마주친 린도의 비서, 모브에게 애처롭게 소리쳤다.


"드림주님이 배신자라면서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모브님!!!"

"....."

"..배신자? 그게 무슨 소리야?!"

"모브님께서 이..이 증거들을 제게 주시면서 드림주님이 배신했다고! 결국 돈에 눈이 멀어서 범천을 버렸다고 하셨습니다! 산즈님의 곁에서 산즈님의 눈을 속이고 돈을 빼돌리고 있다고!!"

"지금..이게..이게 무슨 개소리냐?"


어처구니 없는 부하의 보고에 할 말을 잃은 코코가 부하의 앞에 흩어진  서류들을 거칠게 하나하나 확인하는 사이, 

지목 당한 모브는 자신의 계획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초조해졌다.


이 모든 일의 원인 드림주의 불운도, 배신도 아닌 모브의 손에서 일어난 계획이었다.

그녀는 그저 범천의 이인자의 옆자리가 욕심났을 뿐이고, 가지고 싶은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범천의 일원 답게 자신의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눈엣가시였던 드림주를 치우고, 이인자의 비서 자리를 차지해서 그의 마음을  얻으려고 한 단순하고도 장황한 계획을 세운거 뿐이었는데..

어째서 자신이 탐내던 남자가 드림주의 이름을 애틋하게 부르짓고 있으며, 어째서 드림주의 가방에서 산모수첩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나타난 것인가...그녀는 계획과 너무나도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모브와 보고한 부하의 말에 언젠가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하고 있던 다른 부하들 또한 산즈와 드림주의 모습에 머리 속이 뒤죽박죽했다.

그들에게 드림주라는 사람은 칼에 찔려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차가운 사람.

살갑게 다가가도 제대로 대답조차 해주지 않고 사람을 무시하는 싸가지 없는 사람. 

언제나 돈이 우선인 돈에 미친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드림주였다.

그런데 그런 드림주가 다른 사람도 아닌 범천에서 수령을 제외한 제일 두려운 존재이자,  수령과 범천을 위해서 죽고 사는 그 이인자 산즈와 애틋해 보이는 모습에 순간 자신들이 꿈을 꾸고 있나 싶었다.


"지금..드림주씨랑 산즈님이..."

"..내가 헛것보는게..아닌거지?"

"그럼 지금...산즈님 아이를 가진..드림주씨가..억울하게 죽은..그런 상황인..미친."

"..우린 다 죽었다."

"모브씨 말이니까 당연히 맞는 줄 알았더니!"

"근데..그럼 뭐야? 드림주씨가 배신이 아니면..저 서류는 뭐고, 모브씨가 한 말은 뭔데?"

"......설마..모브씨가 드림주씨한테..누명..씌운.."


부하들의 수근거림이 심해질 때, 서류를 다 확인 한 코코가 정색하며 서류들을 패대기쳤다.


"지금 이 말 같지도 않게 조작 된 서류 가지고,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멋대로 일을 벌인거야? 어?! 린도!! 설명해!"

"...모브의 말이었어. 아니 애초에! 드림주잖아! 이미 배신의심까지 있었던 전적이 있는 드림주라고! 신임하는 부하 말을 믿게 되지 전적이 있는 부하 말을!"

"린도!!!"

"형아!"

"린도, 이건...하..일단 산즈랑 코코가 오면 처리하자고 잡아만 두라고니까 왜 멋대로!"

"나도 억울해! 누가 저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걸 알았냐고! 언제부터 부하 한명 죽었다고 이렇게 심각윽!"

"형이 닥치라고 했잖아."

"지금 그 새끼 입 닫는다고 일이 끝날거 같아?! 네가 말한 전적 내가 몇번이고 확인하고 보스 확인까지 받은 헛소문이었다고 몇번을 말해! 애초에 그런 전적이 확실했으면 산즈가 곁에 뒀겠어?! "

"사랑에 눈이라도 돌.."

"야, 산즈가 아무리 눈돌아도 보스랑 범천관련으로는 공과사 나보다 더 철처하게 하는 놈인거 몰라?! 너희가 소문에 휘둘릴때도, 두 눈을 직접 본건만 믿는다고 직접 드림주 서류 하나하나 확인하고, 행적 다 확인하고 나서 헛소문으로 확인까지 한놈이야.  그렇게 철저한 놈이 사랑에 눈 멀었다고 보스한테 영향미칠 배신자를 곁에 뒀을 거 같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무슨 소란이야."

"..보스."

"......설명해."


그때, 소란을 듣고 찾아온 마이키의 등장에 방안을 또 한번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마이키는 평소와 달리 자신이 왔는데도 아무 반응 없는 산즈와 그의 품안에 힘 없이 안겨 있는 드림주 그리고..


"..산모 수첩?"


이 피튀기는 현장과 어울리지 않는 수첩의 존재에 인상을 찌푸리며 간부들을 노려봤다.

모두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는 상황에서 눈치없이 발악하는 이가 있었다.


"수령님!! 전 정말 억울합니다! 제..제발 살려주십시오!"

"하?"

"저 모브! 저 여자가 분명 드림주님이 배신했다고 절 속였습니다!!  간부님들의 신입을 받는 모브였으니까! 의심없이 간부님들께 고발해 달라고 해서 전한 죄 밖에 없습니다!"

"닥쳐!!"

"린도님!!"

"저...전....전 그런 부탁 한적..없어요..."

"뭐?...야!! 이 미친년아!! 네가 그랬잖아!  드림주가 배신했다고!! 넌 어차피 린도님 비서니까! 내가 고발하고 배신자를 잡으면 분명 승진 할 수 있을 거라고!!! 산즈님과 코코님이 있으면 드림주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할테니까 두 분이 없을 때 고발하라고 네가 말했잖아!!!"

"..리..린도님은 제 말 믿어 주실거죠? 저 진짜 억울꺅!!!"

"린도를 방패막이로 써먹으려고? 누구 마음대로?"

"란님!! 꺅!"


살기를 담은 산즈의 목소리에 머릿속에 비상이 걸린 모브가 살기 위해 린도를 붙잡았지만,

분명 벌을 피하지 못할 동생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그녀의 행동을 지켜볼 위인이 아니었던 란은 동생에게 매달린 모브의 머릿채를 잡고 산즈와 마이키 앞에 패대기 치며 말했다.


"저 놈이 드림주가 배신했다는 고발이랑 서류를 들고 찾아왔고,  그걸 심문하던 과정에서..린도가 모브의 증언만 믿고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날뛰어서 드림주가 스크랩 당했어..근데..드림주가..산즈의 아이를 가졌었나봐."

"우리 잘못이야. 들었다시피..아무래도 이 여자가 짠 판에 우리가  놀아난거 같아..미안하다, 산즈."

"드림주 소문만 믿고 제대로 서류를 확인 못 했어. 미안하다."

"...코코."


간부들의 상황 설명에 마이키는 멍하니 드림주와 산모수첩을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코코를 불렀다.

그에,  떨어진 드림주의 가방을 주워 들고 있던 코코가 분노를 삼키듯 힘겹게 대답했다.


"서류는 조작 된거야. 자세히 보면 티가 났을 텐데, 저 등신새끼들이 제대로 확인 안한거고...

아무래도 모브가 작정하고 드림주를 모함한 거 같다고 생각 돼. 드림주의 소문을 신경 안쓰던 사람이 나랑 산즈였고, 마침 나랑 산즈가 거래 때문에 자리를 비웠을 때를 노린거 보면 확실해. 

근데 두 사람이 연애하고 있었다는 건 끝까지 몰랐나 보지?"


코코의 비아냥에 움찔한 모브는 살기 위해 머리를 숙이고 바닥에 엎어져 덜덜 떨고만 있었다.

그 모습을 그저 무표정으로 바라보고만 보고 있던 마이키가 간부들을 훑어보며 물었다.


"..아무도 몰랐던 거야?"

"몰랐지. 나랑 보스 말고는 아무도 몰랐어.  보스한테는 숨기는 거 없어야 한다고 말한거고, 나야 뭐..드림주가 어떤 사람인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눈치챈 거였으니까....드림주가 비밀로 해달라더라, 비서로 승진해서 산즈랑 연애하는 거 알려지면 분명 산즈랑 엮인 이상한 소문 난다고 시간 좀 지나서 알리겠다고...하..."

"그래도 우리한테는 알려줬어도 ㄱ.."

"뭐래. 야, 너희가 단 한번이라도 드림주를 제대로 본 적 있냐?! 없잖아! 한번이라도 제대로 봤었어봐! 그럼 이 녀석이 인상과 달리 그냥 소심하고 서툴러서 제대로 말 못한 순둥이고 부모가 남긴 빚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친 거 뿐이라는거 바로 알았을 거라고! "


처음 듣는 드림주의 사정과 진짜 모습에 간부들과 부하들이 충격 받고 있을 때, 산즈는 침묵한 상태로 멍하니 드림주의 얼굴을 매만지고 배를 쓰다듬다고 있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지금 상황을 받아 들일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연인과 사랑의 결실이었던 아기가 곁을 떠났다는 이 현실을 받아 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저 부모가 남긴 빚에 허덕이며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열심히 일을 한 성실한 사람. 

인상 때문에 오해 받으며 늘 외롭게 지내서 그저 사람을 대하는 것이 서툰 사람.

성격과 맞지 않는 이 위험한 곳에서 온갖 이상한 소문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해명조차 못하고 포기한 안쓰러운 사람이었지만..

그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자 연애조차 서툴러서 감정표현도 부끄러워하고 그의 사랑에 당황하면서도 다정한 미소를 지어주던 사랑스러운 사람.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산즈 부인이 돼서 그의 곁에 있어줄 사람.

마이키만 존재했던 그의 또다른 세상이자 예외가 된 사람.


그리고 오늘도 이 사랑스러운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거래에 나섰고 무사히 일을 마치고 코코의 간식과 드림주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던 중 기대할 소식이 있다며 빨리 돌아오라는 평소와 달리 들떠보이는 그녀의 연락을 받고 빠르게 돌아온거 뿐인데, 왜 그녀가 총에 맞고 쓰러져있는 건지 도통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린도가 그녀에게 총을 쏜거지?

바닥에 떨어진 산모 수첩은 뭐지?

배를 부여잡으며 울먹이는 드림주의 아래로 왜 피 웅덩이가 고이기 시작하는 거지?


산즈는 혼란스러웠다.

평생 곁에 있을 거라고 믿고 있고, 함께 하기 위한 준비도 거의 끝났으니 이제 그의 세계가 완벽해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의 세계에서 제일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날리 없다고 중얼거린 그는 그녀의 심장이 뛰지 않는 다는 걸 받아 들일 수 없어서 몇번이고 그녀의 심장 소리를 확인하려고  가슴에 귀를 기울이고,  심장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이미 멈춰버린 심장은 다시 뛰지 않았고, 몇번을 확인한 끝에 산즈는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세계가 무너졌다는 것을.


점차 차갑게 식어가는 드림주를 꽉 끌어안고 굳어있는 산즈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이 드림주의 죽음으로 가득 차기 시작하자, 그녀를 곱게 뉘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즈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의 주시하며 숨죽였고,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산즈는 그대로 던져둔 칼을 들었다.

그리고 그 누가 반응하기도 전에 


"사..산즈니익!!"

"산즈!!"

"......"

"미친놈 고삐가 풀렸네..난 몰라."  


거짓 고발한 부하를 향해 몇번이고 인정 사정없이 휘둘렀고, 한참 동안 부하가 움직이지 않자 그제서야 칼을 내린  산즈는 몸을 돌려 모브를 향해 다가왔다.


"야! 일단 진!"

"네 동생도 이 자리에서 뒤지는 꼴 보기 싫음 치워."

"린도."

"형!"

"이 새끼 아직도 정신 못차렸네? 야, 네가 멋대로 총 쐈다며? 네 비서 말은 다 맞고 드림주는 아니다? 네 동생 머리 나사 풀렸다. 제대로 조이지?"

"...그럴 필요가 있을 거 같네..린도, 오늘따라 왜 이래?  사랑에 눈 먼 건 우리 멍청한 동생같은데? 산즈에게 드림주가 너에게 모브같은 존재인거 모르겠어? 근데 네가 도왔든 안도왔든 저 여자의 수작질로 네 손에 애랑 연인이랑 다 잃은 산즈라고."

"사..산즈님! 전 그냥..산즈님의 곁에 있고 싶었을 뿐이에요! 소문도 나쁘고 산즈님께 도움도 안되는 여자가 곁에 있는거 좋지 못하다고 생각해서..그래서 산즈님을  위윽!"

"저런, 심지어 이용 당했었네? 한심한 놈."

"네까짓게 뭔데 드림주를 단정지어."

"모브!!"

"내가 잃은 것처럼 너도 똑같이 잃어."

 

모브의 말같지도 않은 변명에 분노한 산즈는  그대로 또한번 사정 없이 칼을 휘둘렀고, 그대로 쓰러진 모브의 모습에 발버둥친 린도였지만 그는 일단 기다리라는 형과 간부들의 말을 무시하고 좋아하는 여자 말에 미쳐날 뛴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그날 이후, 산즈는 완전히 달라졌다.

더 이상 소리치며 웃음짓던 산즈는 없었다.

약을 하지 않을 때는 그저 묵묵히 마이키의 곁을 지켰고,

약을 할때는 드림주의 옷과 물건들을 품에 안고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그리워만했다.

그러다 얼마 뒤..


"간부님!! 산즈님이!!"

"산즈가 왜?"

"아무래도 약을..."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환영으로라도 그녀를 계속 보려고 하다가, 과한 섭취로 인해 결국 구녀와 아이의 곁으로 떠나게 되었고 그를 외면하고 있던 린도는 그에게 드림주의 존재가 얼마나 특별한지 그제서야 깨달으며 자신의 섣불렀던 행동을 후회했다.




 기적적으로 생존엔딩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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