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이 내 혈육한테 차인 썰 푼다

w. 뮤트




세수하는 김에 샤워까지 마친 이설탕은 보송보송한 얼굴로 거실로 나가. 소파에 앉아있는 이제노랑 눈 마주치니까 대뜸 가운데 손가락 날린다. 조금 전의 원맨쇼를 복기하니 너무 민망한 거. 사실 그것보단 이제노가 자기 손으로 턱 닦아준 게 아른거려서 미치겠어. 이러다 여행 내내 이제노 의식할 거 같아서 나름 특단의 조치로 선빵 날린 거야. 타격감은 전혀 없어 보였지만 다짜고짜 욕 날려주면서 흥칫뿡 하니까 어색하진 않은 거 같아.




도영 오빠는?

2층에

넌 안 올라가? 공모전 준비해야 된다며

ㅋㅋ 가긴 가야 되는데




이민형이 난감하다는 듯 웃어. 김소금이랑 황인준 사이에서 무언갈 열심히 대답해주고 있었던 거 같아. 딱 봐도 김도영 따라서 올라가려다 붙잡혔는데 빠져나오지 못한 모양이야. 이민형 바쁠 땐 세상 단호박인데 동생 친구들이라고 다 받아주고 있었던 거지. 안 봐도 비디오라 킥킥 대놓고 비웃으니까 이민형 눈썹 꿈틀거려. 아랑곳 않은 혈육은 김소금 표정 스캔한다. 




ㅋㅋ 아... 김소금

(?ㅎㅎㅎ)




광대 뽕싯 입꼬리는 승천 직전인 김소금. 제 딴에는 포커페이스 유지한다고 했을 텐데 설렘으로 가득한 눈동자가 너무 귀여워서 앙 깨무는 시늉하던 이설탕, 이민형한테 조용히 속삭인다. 너 공모전 포기해 여기서 우리랑 놀아. 경고와도 같은 선포에 이민형은 어이없단 눈빛으로 헛웃음 흘려.




이제노한테 들어보니까 김도영은 저녁에 끝장나는 고기 구워주기로 약속하고서 작업실로 사라졌댔고 지금은 간단하게 라면 끓여먹기로 했대. 어쩐지 이동혁이랑 나재민이 안 보인다 했더니 걔네가 가위바위보 져서 열심히 준비중이래. 황인준 김소금 이민형은 여전히 대화 중이고... 거기에 낄까 고민하다가 말아. 김소금 편하게 짝남 덕질하라고.




너도 먹을 거야?

어 넌 안 먹을 거지?

엥 왜 안 먹어 나 라면 킬러야

배 안 불러?

... 야 ㅡㅡ

ㅋㅋㅋㅋ




푸스스 웃는 이제노를 보니 거북알 사건이 꽤 오래 갈 것 같아. 이설탕 주먹 꽉 쥐고서 개짱난단 표정으로 흘기는데 이제노 눈동자가 턱으로 향하네? 아 죽을래?! ㅡㅡ 또 놀리는 줄 알고 발끈하는데 이제노가 너 로션 덜 발렸어 이러곤 핸드폰 봐. 머쓱해진 이설탕 손바닥으로 얼굴 전체적으로 찹찹 두들겨. 슬쩍 확인한 이제노가 웃음 섞인 한숨 내쉬면서 이런다. 




아직도 있다

아 어디 너 지금 구라치는 거지? 




그러자 이제노가 약간 억울하다는 듯 인상쓰더니 이설탕 얼굴 보면서 멈칫. 곧 나 손 깨끗해 이러면서 손등으로 이설탕 턱라인 슬쩍 문질러준다. 반들반들해진 본인 손등을 증명하듯 보여주는 이제노. 하지만 이설탕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또다시 짝남에게 무방비하게 턱을 내어준 자신에 충격(설렘)을 먹고 도망치듯 주방으로 뛰어가. 그런 이설탕을 이제노는 힐끔 보고 만다.      




발그레해진 얼굴로 도망온 이설탕 주방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에 감탄해. 투명한 여닫이 문으로 분리돼 있어서 몰랐는데 냄새로는 거의 다 완성된 거 같아. 계란까지 퐁당 빠트린 라면이 보글보글. 샛노란 노른자 위로 야무지게 파까지 송송 썰어넣은 거 보고 박수치니까 근처에 있던 이동혁 금세 이설탕한테 다가가 머리 쓰다듬으면서 이런다.




오빠랑 만나면 굶어죽을 일은 없다 그것만 알아둬




그러자 두더지처럼 바닥으로 쑥 꺼져서 이동혁 손 피한 이설탕이 가소롭다는 듯 반박해.




이동혁 너는 미래 여친한테 라면만 먹일 거야? 난 진짜 맛있는 거 많이 먹으면서 살 건데 일주일에 한 번은 무조건 스테이크 썰어야 되고 라면은 물 완벽하게 맞춘 거 아니면 안 먹을 거야 내 꿈이 닭다리 두 개 다 양보해주는 남잔데 너 그럴 수 있어?

야; 닭다리 두 개는 오바지

흠 역시;; -__-

아니ㅋㅋ 그걸로 무슨 배를 채운다고 난 날개도 다 양보할 건데 얌체처럼 바삭한 부분만 갉아먹고 남은 퍽살만 내밀어도 눈물 흘리면서 먹을 자신 있어~

ㅋㅋ 합격 ㅋㅋㅋ

ㅋㅋ 아.. 악마냐?

어라 방금 빈 말이었어?

그럴리가 온 맘 다 해 진심이지 알잖아 오빠 거짓말 못 하는 거

ㅋㅋㅋㅋ 능청 진짜 잘 떤다




반박이라 말하고 장난이라 읽는다. 나재민도 이 둘의 대화가 익숙하다는 듯 신경도 안 쓰고 할 일 중. 애들 머릿수에 맞춰서 그릇이랑 수저 세팅하고 시원한 물도 꺼내고. 얼추 그럴싸해진 식탁에 여닫이 문 슬쩍 열고서 말해. 애기들 라면 먹을까~? 그러자 거실에 있던 황씨 김씨 이씨 이쪽으로 모인다. 




오빠는 안 먹어요...?




세상 조심스러운 소금이의 물음에 이민형은 괜찮으니 많이 먹으라며 웃어. 그리곤 2층으로 사라지니까 김소금은 아쉬운 듯 입 꾹꾹 다물고 의자에 앉아.  




ㅋㅋ 소금 아쉬워~?

ㅎㅎ 여주... 나 너무 행복했다? (속삭) 민형이 오빠가 내 이름 불러줬어 두 번이나...!!

웁스.. 말 아낄게~;;;




이설탕 으악 몸 부르르 떨면서 질색하고 김소금은 꺄르륵. 조미료들 나란히 앉아서 장난치는 동안 남자들은 바쁘다. 나재민은 소금이꺼 이동혁은 설탕이꺼 라면 덜어서 국물까지 완벽하게 양조절해서 배분해줘. 라면엔 사이다라는 이설탕 말에 냉장고에서 사이다 꺼내 컵에 따라주는 이제노와 나머지 아이들 라면 챙기는 황인준. 이 광경을 김도영과 이민형이 목격했다면 굉장히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지도... 




헐 맛있다 대박 잘 끓였어!

많이 먹어 여주야

ㅋㅋ 재민 너도 많이 먹어




그런데 잠깐. 물 비율 면 익힘까지 환상적인 라면 먹방 중 이설탕은 돌연 정지해. 나재민이 김소금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다정하잖아. 소금이한테 물이고 김치고 다 챙겨주면서 라면 후후 불어먹는 거 지켜보며 은은하게 웃는 것도. 원래 누구에게나 다정한 편이기는 했지만 본인만의 아주 특이한 선이 존재하는 앤데 김소금 앞에선 완전 무장해제야. 




어이 가운데 동혁이 껴있다 재민아

응 동혁아 많이 먹어




영혼탈퇴 기계처럼 튀어나온 대답에 이동혁은 헛웃음 흘려. 이동혁이 봐도 수상하긴 했나 봐. 맞지 쟤 지금 좀 이상하지?! 이설탕이 눈빛으로 대화 시도하니까 이동혁이 픽 웃으면서 고개 끄덕여. 헐 대박 나재민이? 생각치도 못한 럽라에 이설탕 흥미로워짐과 동시에 눈치 본다. 그럼 이제노는...?




언뜻 즐거운 식사인 듯 보이지만 이설탕은 라면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빠. 이제노 반응 살펴야 되거든. 애가 어지간해선 겉으로 드러나질 않으니 그냥 조용하고 맛있게 라면 먹는 걸로만 보여. 괜찮나? 나재민이 저렇게 티낼 정도면 이제노랑 오고 간 얘기가 있으려나? 둘이 안 싸웠어?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이제노랑 딱 눈 마주쳐.




하도 힐끔때니 모를 수가 없어. 이제노가 뭐 할 말 있냐는 듯 눈썹 씰룩대니까 고개 도리도리 젓는 이설탕.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 알아서 잘 하겠지 싶다가도 너무 신경이 쓰여서 마음이 무거워져.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지는 거 같아서 한가닥 한가닥 깨작대. 그러자 이제노가 이설탕 입 앞에 잘 익은 김치 하나 대령하면서 이런다.




.. 뭐해?

너도 챙겨달라고 쳐다본 거 아냐?

ㅋㅋㅋ 아니거든...? ㅡㅡ

ㅋㅋ 아님 말고




김치는 이제노 입 속으로 쏙 사라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구는 이제노에 벙찐 이설탕은 생각해. 맞다 쟤 장난끼 심했지. 정말로 친한 애들 한정으로 짓궂은 면모 보여주던 이제노한테 제대로 당해버려서 분해. 괜히 자기 좋아하는 거 아니까 더 그러는 것 같고. 하씨. 혼자 드라마 찍은 이설탕은 분노의 라면 먹방 시작해. 그리고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이동혁은 천천히 먹어 체한다 조용히 속삭이며 사이다 말고 물 담긴 컵 밀어준다.  















대충 허기진 배 채웠으니 이제 뭘 하겠어. 얘네가 이 펜션에 온 이유는 오직 수영장 때문이야. 각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준비하는 동안 이설탕은 2층으로 우다다 달려가서 굳게 닫힌 문 앞에 대고 냅다 외쳐. 




오빠 저희 물놀이 해도 돼요?!




그러자 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문이 열려. 김도영이 그거 허락 받으려고 달려온 거냐며 목소리는 또 왜 그렇게 우렁차냐며 물어. 김도영이 과외했던 학생들 중 원탑으로 예쁨 받는 애가 이민형이었는데 그걸 질투하던 딩초 이설탕도, 지금의 이설탕도 김도영한텐 어지간히 귀여운 게 아니었다.




마당에 튜브도 몇 개 꺼내놨으니까 그거 가지고 놀아 공기 채우는 거 현관문 앞에 상자 안에 넣어놨어 

네!

같이 가줄까?

아니요 저희가 할게요 감사합니다

ㅋㅋ 민형이는 같이 안 놀고?

그것도 물어보려고 왔어요 야 이민형 너 안 놀 거야? 애들이 너도 같이 놀았으면 좋겠대




그러자 노트북 두들기던 이민형 안경 벗으면서 미간 문질러. 방 안으로 고개 빼꼼 넣은 이설탕이 올... 올... 진짜 좀 작가 같다 너; 이러니까 웃다가, 어깨 뻐근한지 의자에 푹 기대고 고개 젖혀. 한껏 기울어진 의자 등받이 끼익대는 소음과 함께 차분한 목소리로 묻는 이민형.




나도 가야 돼?

..? ㅡㅡ ㅋㅋ 오빠 너 지금 우리 어리다고 무시하는 거지 동생이라고 귀찮은 거지? 참나 고작 한 살 차이면서 어른인 척 대박이다 나도 귀찮거든 너?

아니 그건 아니고 ㅋㅋ

같이 놀자 뭐 싫음 말아라? 우리 완전 재밌게 놀 거다~ -_-

그래 민형아 가서 놀고 와 머리 좀 식혀

아으.. 이것만 마무리하고 갈게 그럼

아싸 오키 너 빨리 안 나오면 안 껴줄 거야 알겠지? 어?

ㅋㅋ 알겠다고




이설탕 신나서 계단 내려가는데 옛날 버릇 나온다. 팔 꿀렁꿀렁 오징어 춤 추기. 요상한 행위예술에 가까운 이 퍼포먼스는 진짜 기분 좋을 때만 하던 건데 주로 어릴 적 이민형이랑 놀면서 그랬어. 이민형이랑 놀면 어딘가 모르게 든든하고 듬직하고 그렇거든. 믿는 구석이 있으니 과거 놀이터에서 늘 천하무적이던 이설탕 지금도 그런 비슷한 기분을 느끼나 봐. 콩콩 바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머리 동그랗게 만두 만들어서 단단히 고정시키고 선크림까지 야무지게 바르기 완료. 나재민 제외 남자 애들은 벌써 물 안으로 들어갔고 소금이는 다리만 퐁당퐁당 중이야. 이설탕도 그 옆에 앉아서 다리부터 적셔.




김소금 우리 잠수 내기 하자

헐 좋아 

물 밖으로 먼저 나오는 사람이 있다가 꼬붕하기

좋아 지금 바로 해?

들어간 담에? 악 차가워 나 먼저 들간다?

아아 이여주 같이 들어가

언니한테 안겨




먼저 풍덩 들어간 이설탕이 팔 뻗으니까 김소금 와락 안기면서 큭큭 웃어. 야 김여주 업혀. 물 속에 있으니 김소금 업는 건 식은 죽 먹기. 이설탕 완전 카리스마 있게 소금이 둘러업고서 근처를 천천히 배회하기 시작해. 그러면서 고급 정보 흘려준다. 소금아 있다가 이민형 온대. 그러자 김소금 눈 개땡그래져서 이설탕 목 확 끌어당겨. 




켁 야아 목 조여

미안 ㅠㅠ 근데 진짜 온대? 우리랑 같이 논대..?

응 내가 무조건 오라고 했어 대충 마무리만 하고 내려온대

헐... 나 얼굴 괜찮아?

ㅋㅋㅋ 아 무조건 괜찮지 ㅡㅡ

눈썹 살아있어?

엉 살아있어 너는 눈썹이 진짜 야무져

ㅋㅋ 근데 너희 오빠 수영 잘 해..?

잘 할 걸 예전에 수영 배웠었어

못 하는 게 뭐야?

...;; 진짜 많아 일단 계란후라이

그건 내가 진짜 잘해..

그럼 이번엔 너가 나 업어줘

좋아




맥락없는 전개에도 둘은 행복하다. 김소금 등에 등딱지처럼 붙은 이설탕이 발로 물장구 왕창 치니까 지켜보던 이동혁이 튜브 두 개 던져줘. 꼬맹이들은 이거 갖고 노세요. 땡큐. 조미료들 빵빵하게 공기 채운 튜브 하나씩 옆구리에 끼우고서 각자 물동동의 시간.




마침 해가 연해서 뜨겁지도 않고 물도 엄청 시원해서 천국 같아. 남자애들이랑 공놀이 좀 하다가... 이동혁한테 물 왕창 먹고서 개삐진 이설탕은 저 멀리 구석탱이에서 김소금이랑 잠수놀이 시작해. 무조건 더 오래 버티면 이기는 게임인데 여태 말로만 내가 더 잘해 나 잠수 개잘해 이러다가 실전으로 보여줄 날이 온 거야. 그래서 엄청 들떴다.




하나둘셋 하면 들어가는 거야 그리고 먼저 나온 사람이 솔직하게 고백하기

오키 




둘이 동시에 숨 들이마신 후에 눈으로 하나둘셋! 하고서 물 속으로 꼬르륵 잠수해. 근데 김소금이 웃음 터져서 푸학 물방울 소리 크게 들리니까 이설탕도 빵 터져서 올라오고. 아 뭐야 뭔데 제대로 다시 햌ㅋㅋㅋ. 물방울 기포 소리도 웃겨 죽을 나이인 열여덟들, 서로 물미역된 머리 보고 겨우 진정된 웃음 다시 터트려. 그렇게 계속된 잠수놀이 벌써 열 번째 라운드야.




이제 각자 노하우가 생겨서 제법 오래 버티기 시작해. 김소금은 물 속에 있는 계단 옆 난간 붙잡고 안정적으로 자세 취하는데 이설탕은 그냥 몸에 힘 쭉 빼고서 참는 거라 시체처럼 둥둥 떠다녀. 물에 몸을 맡긴 터라 동동동 떠다니다가 남자애들 근처까지 떠밀려 왔는데, 이동혁이 그거 보고 식겁해서 이설탕 건져올린다. 




푸학 야 머야 먼데 내가 이겼어?! 엥 이동혁?




이설탕 완전 화들짝 놀래서 어푸어푸 얼굴 물기 닦으면서 물어. 그러자 이동혁이 이설탕 휘청거리는 거 잡아주더니 손가락으로 물 튕기면서 핀잔한다.




사람 놀래키는데 뭐 있다 넌 놀랐잖아 시체처럼 떠다녀서;

ㅋㅋ ㅡㅡ 너 땜에 나 졌잖아!! 일부러 그런 거지? 김여주도 하고 있는데 ㅡㅡ

야 김여주가 어딨는데ㅋㅋ

여기 음?? 아 저기!

그니까 니가 여기까지 떠밀려 왔다고 놀랄만 하지 않냐

ㅋㅋ ㅡㅡ 참나 아까 물 왕창 먹였으면서

그래서 서운했어~




곧 김소금이 내가 이겼다!! 외치며 저 멀리서 손 흔들어. 이설탕 완전 아쉬운 얼굴로 이동혁 흘겨봐. 근데 뭐 밉지는 않다. 사실 이설탕 물에 대한 공포심 떨쳐내고 즐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거든. 수영도 겨우 개헤엄 치는 게 전부였으니까 어떻게 보면 놀랄만 해. 게다가 이설탕은 모르겠지만 이민형이 얘네들한테 이설탕 좀 잘 지켜보라고 부탁했었어. 알게 모르게 이동혁 이제노 황인준 나재민 눈깔이 조미료들에게 향해있었다.




대박사건 나 지금 영감 떠올랐어

시체놀이 소금아!! 우리 시체놀이 하자

ㅋㅋ 하.. 진짜 초딩이냐? 

야 너도 해 이제노! 황인준! 이리와 봐 우리 시체놀이 하자 




유치하다는 이동혁 목덜미 잡고 무서운 표정 짓는 이설탕. 이제노도 흔쾌히 알겠다고 했고 황인준도 황당하지만 오케이 해. 가운데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 이설탕 설명 경청한다. 제일 완벽하게 둥둥 오래 떠다니는 사람이 이기는 거래. 이거 이겨서 뭐가 좋은 거냐는 이제노의 물음에 이설탕은 이렇게 대답해. 그냥 재밌잖아. 그러자 헛웃음 지으면서도 고개는 끄덕여. 그늘막 아래에서 쉬고 있던 나재민이 심판 겸 판정단 해주기로 한다. 




하나둘셋!




하지만 시체놀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 수영잠수왕들이 대거 합류한 탓에 이설탕 김소금 성적이 너무 지지부진 했거든. 나재민의 편파판정에도 이제노랑 이동혁이 번갈아가면서 이기고 있는 상황. 이럴 순 없다. 잠시 휴식시간을 선포한 이설탕 김소금한테 이럴 줄 알고 물안경 챙겨왔다고 잠시 기다리라고 해. 그리고 숙소 안으로 빠르게 사라져. 




아 깜짝아 이동혁 뭐해

목 말라서

수영장 물 마시면 되잖아

ㅋㅋ 넌 왜 들어왔어

나? 비장의 무기 챙기려고

야야 물 떨어진다 내가 수건 깔아놓은 곳으로만 다녀

나 방에 들어가야 되는데 

조심해 미끄러우니까




빵빵한 에어컨 바람에 오들오들 떨며 방으로 들어가는 이설탕.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둔 물안경 꺼내서 후다닥 나오려는데 문 바로 앞에서 휘청, 본인이 뚝뚝 떨어트린 작은 물웅덩이 밟고 미끄러져.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예견하고 대기타던 이동혁이 바로 앞에서 팔뚝 잡고 일으켜준다.




헐 대박 

ㅋㅋ 야 조심 안 해?

.. ㅋㅋ 나 넘어질 줄 알고 기다린 거임?

피곤하다 챙길 게 너무 많아서

즐 야야 이거 봐라 나 물안경 있다 이거 있으면 잠수 더 오래 할 수 있음

물안경이랑 잠수 오래 하는 거랑 뭔 상관인데

몰라? 물안경 있으면 약간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잖아 너네 얼굴도 다 보이니까 방해할 수 있고

ㅋㅋ 야 그거 쓸 수 있겠어? 줄 끊어진 거 같은데

엥? 헐!




잡동사니 서랍에 구겨져 있던 거 그냥 챙겨온 거라 줄이 끊어진 줄도 몰랐어. 헐 이거 어떡해? 완전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이동혁 쳐다보는 이설탕. 눈썹 휭 내려가서 시무룩한 얼굴이 누가 보면 돈이라도 잃어버린 줄 알겠어. 그래서 이동혁 입꼬리 올라가려는 거 꾹 참고서 물안경 살핀다.




이거 내가 고쳐주면 뭐 해줄래

.. 칭찬? 

ㅋㅋ 시체놀이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횐데?

줄이 끊어졌는데 어떻게 고쳐 야 글고 너 소원권이나 빨리 쓰삼 ㅡㅡ 걍 폐기시켜버리기 전에

결정적인 순간에 쓴다니까 그러네

뭐가 결정적인 순간 혼자 드라마 찍냐?

모노드라마가 아니야 이건 긴장감 넘치는 삼각관계라고

... 삼각....?

ㅋㅋ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내가 곤란하지 물만두야

뭔 물만두 ㅡㅡ

머리에 만두 얹고 있잖아

아~ 

뭘 또 아~ ㅋㅋㅋ

ㅋㅋㅋ 아... 진짜 사람 겁나 짱나게 한다 너;

있어봐 쓸 수 있게 해줄게




이동혁 막 이리저리 물안경 만지기 시작해. 제법 진지하게 고치니까 이설탕도 덩달아 진지해져서 가만히 지켜봐. 물안경보다는... 이동혁 얼굴. 애매하게 마른 머리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자 인상쓰며 쓱 쓸어넘기고는 끊어진 줄 부분 마저 매듭지어. 




역시 남자는 물에 젖어야 한다더니 뭔가 좀 잘생겨 보이는 거 같고. 마른 줄로만 알았더니 검정색 래쉬가드 위로 은근히 근육 윤곽이 비치잖아. 헐 이동혁 근육 있냐?!;; ㅡㅡ 이러고 놀려야 정상인데 웬일로 이설탕은 조용해. 이설탕이 추위에 떠니까 거실 에어컨 차단시킨다고 방 문 닫은지도 오래. 고요한 방 안에서 물기 뚝뚝 떨어트리고 있는 지금이 괜히 민망하고 그렇다.




.. 헐 고쳤어?

근데 맞을지 모르겠다 사이즈 너무 줄어들어서 야 지금 써보자

어? 어어

ㅋㅋ 왜 멍을 때려

아냐 써볼래 아 줘 빨랑!!!!

씁 소리를 지르네? 주세요 해봐

ㅋㅋ 아니.. 아 주세요 ㅡㅡ ㅋㅋ

ㅋㅋㅋㅋ 




근데 사이즈가 너무 타이트해진 거지. 야 이거 나 안 들어가겠는데..?;; 이설탕이 물안경 요리조리 둘러보면서 말하니까 이동혁은 고개 저으면서 대답해. 아냐 할 수 있어. 써봐 빨리. 이동혁의 성원(?)에 힘입어 어찌저찌 쓰는데 성공하긴 했는데... 




ㅋㅋ 야 ㅡㅡ 자국 남을 거 같아 겁나 짝아 앞도 잘 안 보여 눈이 이상하게 떠져




앞이 뿌얘. 이동혁 실루엣도 애매하게 보이고 안경 안에도 엄청 더러워서 시야가 대박이야. 무엇보다 금방이라도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압력에 웃음이 막 터져. 이거 신생아 용이야 완전 짝아졌어. 이게 고친 거냐?! 이설탕이 물안경 렌즈 감싸면서 따지니까 이동혁이 앞에서 손 휘휘 저어. 이거 몇 개. 세 개? 땡 두 개. 헐 진짜 안 보여. 




그러다 점점 가까워지는 둘. 이동혁 등은 이미 문에 닿았고 이설탕은 더 다가와. 약간 머쓱해진 이동혁이 야 뭐하냐 하면서 이마 콩 밀어내려는데 장난끼 발동한 이설탕 이번에도 비죽 입꼬리 올리면서 얼굴 들이밀어. 왜 동혁아. 또 부끄러워? 나는 너 잘 안 보여. 너 어딨어? 




흡사 금붕어 같은 엽기적인 눈을 하고서 도발하는 이여주에 결국 이동혁 빠직 헛웃음 흘려. 요거 봐라. 한 이동혁 본인 손으로 이설탕 두 손 곱게 봉인하고서 줄 건드리니까 빠듯하게 버티던 물안경 점점 위로 올라가. 




휭... 휘이이잉. 까꿍.




선글라스 쓴 것처럼 애매하게 이마에 걸쳐진 물안경과 선명하게 드러난 이설탕의 두 눈동자. 그리고 이미 가까워질대로 가까워진 두 명 사이로 빈 틈은 아주 조금이었어. 어디 지금도 맹랑하게 들이댈 수 있나 보자 이런 심산으로 여유롭게 이설탕 지켜보는 이동혁. 




얌전해졌네 우리 여주

... 놔라...

ㅋㅋ 아무 것도 못 할 거면서 왜 그렇게 도발을 하냐

도발이라니 그런 끔찍한 단어 쓰지 마라... 그건 내 비엘에서만,

하이고 뭐 이혁? 이혁보단 내가 더 낫지

.. 이혁은 돈도 많고 어깨도 빌딩만 하고 그... 거기도.... 아니, 그게 아니고 ㅡㅡ..

... ㅋㅋ

.... ㅋㅋㅋ

야 너는 진짜... 부끄러움이라는 게 없어?

.. 말실수야 잊어줘 나 그렇게 변태는 아니야

아냐 너 계속 변태해 잘 어울려




머리에 스치는 이동혁의 이상형. 변태. 변태... 변태. 단 두 글자 변태. 이설탕은 뒷통수를 둔기로 맞은 것처럼 멍해져. 아 설마. 진짜로. 진짜로? 




뭐래..!;;

ㅋㅋ 너 존나 귀여운 거 알어 지금?

.. ㅋㅋ ㅠㅠ 야 이거 놔줘 나 진짜 민망해... 이씨 ㅡㅡ

ㅋㅋㅋㅋㅋ 아; 야 어디 가




단단히 잡힌 손은 무용지물, 그래서 별 수 없이 머리통으로 가슴팍 공격하고서 탈출하는데 성공해. 바로 현관문으로 나가는 방법도 있었는데 머리 회전이 느려져서 일단 화장실로 숨고 보는 이설탕. 이동혁이 밖으로 나가는 인기척이 들릴 때까지 숨죽이고 있다가 슬쩍 문 열어. 그런 이설탕 앞에 드리운 건 이민형. 오잉 언제 나왔대. 이민형은 대답 없이 아무렇지 않은 척 현관으로 향하는 이설탕 불러세워.




ㅋㅋ 야 이여주 잠깐 와 봐

뭐.. 왜

둘이 뭐했어 방 문 닫아놓고

ㅋㅋ? 봤어?

왜 시간차 두고 따로 나와? 어?

아;; ㅡㅡ 됐거든? 뭔 시간차야!

에흐ㅋㅋㅋ 쪼끄만 게 진짜

아 뭐래;;!!! 빨리 나오기나 해..




찔리는 게 많을수록 발걸음을 빨라지는 법. 그림자도 버거울 정도로 빛의 속도로 사라진 이여주에 이민형은 황당하다는 듯 한숨을 내쉰다. 사실은 웃겨 죽겠는...




어쩌면 이설탕의 인생의 대부분은 누군가를 피하는데 쓰게 될런지도. 여태까지 이제노였는데 이번엔 이동혁까지 추가됐어. 어지간하면 이동혁을 항상 이기는 이설탕이었기에... 더 당황스럽고 민망스럽고 혼란스럽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거. 김소금 데리고 오려고 했더니 이민형의 등장으로 그건 불가능해졌어. 그래서 수영장 끄트머리에서 혼자 놀아. 꿋꿋하게 물에 안 들어간 나재민을 존경스럽단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뭐해




언제 나왔는지 이제노 다리가 보여. 와 곱다. 길다. 하얗다. 하씨 이설탕 제발 그만해 이 변태야; 그러니까 니가 자꾸 말실수를 하는... ㅠ. 상상력이 너무 좋아도 골아프다. 이설탕 미약한 자괴감에 빠져서 이제노 다리에 힘 없이 물 튀기면서 이래.




뭐 바보야... 너 물놀이 다 했어?

어 

더 해 그래야 있다가 고기 맛있게 먹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데 처량해보여

뭐.. 나 신경 쓰이냐? ㅡㅡ

어 신경 쓰여 불쌍해

ㅋㅋ 죽을래 뭐가 불쌍해

ㅋㅋ

왜 웃어

이제 물에 젖은 강아지 같네

ㅋㅋ 아씨... 그래 나 귀엽다 완전 큐티발랄 강아지 같지? ㅋㅋ 진짜 어떡해? 너무 사랑스럽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방지축 드라마 주인공 같지 

멀리는 가지 말고

ㅡㅡ ㅋㅋ 야 이제노 앉아봐 니 목소리 잘 안 들려




그러자 쭈구려 앉아서 눈높이 맞춰주는 이제노. 그래도 이설탕이 고개 바짝 들어야 했는데 해 눈부셔서 인상 찡그리니까 이제노가 다시 일어나면서 말해.




나와 저기 앉아 있자

어디?

나재민 옆에

오.. 좋아 나 꺼내줘




이제노가 손 내미니까 잡고서 으쌰 나온 이설탕, 본인 팔뚝 슥슥 문지르면서 이런다. 우와 비치타올 따듯하겠다. 이제노는 빤히 보이는 속내에도 모르는 척 한 번 되물어.

 



ㅋㅋ 뭐 달라고?

아니 그냥 따뜻할 거 같다구 그거 어디서 났어?

내가 가져온 건데

헐 준비성 뭐임...

뻥이야 도영이 형이 챙겨주셨어 

헐 ㅡㅡ 또 있어? 

숙소에 

흠ㅎㅎ 귀찮다...

ㅋㅋㅋ 

ㅋㅋㅋㅋ 이쯤 되면 줘야 되는데? 그치




그러자 이제노 그럴 참이었다며 이설탕한테 타올 둘러줘. 헐 땡큐. 아쉽다. 떠는 거 더 보고 싶었는데. 나지막히 덧붙이는 말에 이제노 어깨 퍽 치면서 나재민 옆 썬베드에 앉아. 




나는 강아지보다 고양이에 가깝댔어 ㅡㅡ 탕후루 눈깔을 가진 귀여운 고양이

누가 그래

소금....이가 (눈치)

앙칼진 강아지로 해 그럼

아 강아지 진짜 좋아하네 아니지 날 좋아하는 건가? 이제노 너 나한테 빠지면 곤란해 에휴 피곤하다 진짜~

ㅋㅋ 강아지를 좋아하는 거지

그걸 굳이 정정하는 이제노 진짜 개짜증나는 부분 재민아 얘 진짜 완전 딱딱하고 재미없지




그르네. 재미없네. 너무했네 제노가. 빈 말 절대 안 하는 이제노한테 심통나서 휙 맞장구 쳐주는 나재민한테 관심 돌려. 반응이 없길래 고개 돌리니까 피곤했는지 팔짱 낀 채로 눈 감고 있어. 아 잘생겼어 ㅡㅡ. 오늘로서 젖은 머리는 필승이라는 걸 깨달은 이설탕은 나재민이랑 마저 수다 떤다. 머리에 얹은 만두가 보송보송하게 익을 때까지.



 









끝내주는 물놀이 후 낮잠 때리니까 어느덧 오후 일곱 시가 넘어버렸어. 방에서 밍기적 밍기적 나온 이설탕과 김소금은 마침 분주하게 바베큐 준비 중인 김도영의 부탁으로 슈퍼에 가게 된다. 저녁 먹고 공포영화 보기로 해서 그때 먹을 간식도 살 겸 냉큼 신발 구겨 신어.




길 알지? 

아 당연히 알지 자전거! 자전거 앞에서 꺾으면 되잖아

어디로

오른쪽이었나 아 그냥 삘 오는대로 꺾으면 돼

하.. 그냥 내가 갈게

아냐 나 소금이랑 수다 떨면서 가기로 했어




약간 불안하다는 듯 한숨 내쉰 이제노, 헷갈리면 전화하라며 당부해. 이설탕은 걱정 붙들어 메라며 이제노 어깨 팡팡 두들겨준다. 옆에서 가디건 걸치던 김소금도 웃으면서 물어.




제노제노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난 없어 아 아까 나재민이랑 이동혁이 과자 얘기하던데

아 그건 알고 있어 오키 다녀올게~ 

조심히 다녀와 쟤 길치니까 너가 좀 고생해

ㅋㅋ 제노 나 길 진짜 잘 찾아 걱정 마셔




빠이빠이 인사 나누고 구매리스트 중얼거리면서 걷는 조미료들. 해도 슬슬 지고 있겠다,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서 기분 최고야. 소금아 내가 가면서 옥수수밭 보여줄게. 바다도 보인다? 슈퍼 방문해 본 선배로서 이설탕은 훨씬 들뜬 상태야. 늘어지게 낮잠까지 자서 컨디션도 최상.




그래서 조미료들은 사고를 치고 만다. 그저 걸을 수 있는 길이면 대화의 장이 열려서 울다 웃고 넘어져도 웃고 그래.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상형 토크로 후끈후끈 달아오른 둘. 심지어 이민형과의 여행으로 김소금이 할 말이 많아 보이잖아. 혈육이라는 게 영 소름끼치고 막 오글거렸지만 소금이가 따발총으로 얘기하는 게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밌어서 사이 좋게 검은 봉지 하나씩 들고서 걷다가... 또 걷다가... 웃다가.....




결국 이런 엔딩을 맞게 된다... 




이여주 야 너 왜 울어

ㅠㅠㅠㅠ 이동, 혁 ㅠㅠㅠㅠ 소금이 잃어버렸어...ㅠㅠㅠㅠ

뭐? 무슨 소리야 너 다리는 또 왜 그래

넘어, 져, 가지고ㅠㅠㅠ 핸드폰, 슈퍼에 내가, 넘어져서 소금이가, ㅠㅠㅠㅠ

천천히 얘기해 봐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여주야




안 그래도 얘네 왜 이렇게 늦나 싶었어. 해는 벌써 어둑하게 졌고 전화도 안 받고. 게다가 이여주만 혼자서 펑펑 울면서 돌아오니까 마당에서 고기 굽던 남자들 다 심각해져서 설탕이 주변으로 모인다. 김도영은 일단 차키 챙기러 들어가고 제일 표정 안 좋던 이민형이 자초지종 물어.




이여주

.. 응,...

울지 말고 얘기해 봐 여주랑 어디서 헤어졌어? 

그,... 자전거 있는 곳에서 조금 더 걸었는데....




이설탕 말은 이랬어. 막 수다떨면서 걸으니까 자전거 앞까지 너무 금방 도착하더래. 그래서 조금만 더 걷자 어차피 아직은 환하니까 괜찮을 거야 이런 마음으로 쭉 직진했대. 근데 웬걸 노을진 풍경이 너무 예쁘고... 옥수수밭도 좀 전에 봤던 것보다 훨씬 큰 게 보이더라는 거야. 우리 저기서 사진 찍을까? 헐 완전 좋아. 방방 신나서 찍으려는데 이설탕이 핸드폰을 슈퍼 아이스크림 쇼케이스 위에 두고 온 걸 그때 알아차린 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방향 틀어서 슈퍼로 걷다가 철푸덕 넘어진 이설탕. 슬리퍼 신고 까불다가 돌부리에 걸려버린 거지. 슈퍼까지는 거리가 꽤 있었고 발목이 너무 아픈 나머지 김소금이 자기 혼자 얼른 다녀오겠단 말에 붙잡지 못했대. 그제서야 발목 빨갛게 부은 거 보고 계단에 앉힌 이민형, 혼날 거 알고 다친 거 숨긴 게 뻔해서 한숨만 막 나와. 여긴 가로등도 몇 없어서 해가 완전히 지고나면 진짜 위험한데.




근데 한참 기다려도 안 오길래, ㅠㅠ... 슈퍼로 갔는데 소금이 아까 전에 나갔다고 그래서 막 찾다가 길을 잃어버렸, 어... 그래서 소금이 여기 있을 줄 알고 온 건데, 없어, 서, 흐,....ㅠㅠㅠㅠㅠ




이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 그냥 풍경이 예뻤을 뿐이고 둘은 그냥 오랜만인 우정놀이에 취했을 뿐인데. 심각하게 듣던 이제노도 약간 자책한다. 본인이 같이 따라갈 걸 하고.




김도영은 경찰서에 신고했으니 같이 찾아보재. 설탕이가 다쳤으니 한 명은 여기서 같이 있어주고 나머지만 움직이기로 해. 이동혁이 남겠다고 하니까 나머지는 김도영이랑 이민형 따라가. 김도영이랑 황인준은 차로, 이민형 이제노 나재민은 주변 돌아다니기로. 이제노는 어떡해 나 때문에 소금이 큰 일 나면ㅠㅠ 하면서 끅끅 우는 이여주 한참 바라보더니 손전등 들고 뛰어간다.




괜찮아 김여주도 길 잃고 약간 당황한 거야 분명 근처에서 우리 기다리고 있을 걸

근데 왜 전화 안, 받아... 내 껄로 전화 걸어봐 지, 금... 응?

알겠어 눈 문지르지 마 벌써 빨간 거 봐




이동혁 이설탕 번호로 전화 걸면서 숙소 안에서 아까 김도영이 일러줬던 구급상자 들고 나와. 발목에 뿌리는 스프레이 찾아서 뿌려주곤 무릎에 살짝 까진 상처도 소독하고 연고 발라줘. 계속 신호음 울리는 핸드폰은 스피커폰으로 계단 위에 올려두고서 이설탕 얼굴 살펴. 




... ㅋㅋ 왜... 쳐다보지 마

ㅋㅋ 웃기긴 웃기지 너도?

아 지금 웃을 기분 아니,야 ㅡㅡ...ㅠ.... 하....

금방 올 거라니까 너가 죽상하고 있는다고 김여주가 나타나지는 않어




그렇게 삼십 분 정도 흘렀을까. 나재민이랑 이제노가 먼저 도착했는데 표정이 나쁘지가 않아. 왜? 찾았대? 이설창 시큰거리는 거 꾹 참고 벌떡 일어나서 물어보니까 이제노가 대답해.




민형이 형이랑 있대 오고 있어 지금 인준이네도 연락 받고 차 돌렸대고

이민형이 찾았대? 어디 있었대?

그건 모르겠어 목소리는 들었어 너 어딨냐고 그러더라

하... 다행이다....ㅠㅠ.....

.. 너는 발목 괜찮아?

응 괜찮아

아픈 거 참지 말고 앉아 있어 더 부으면 병원 가야 돼




애타게 이민형과 김소금만 기다리는 이설탕. 얼마 안 지나서 저 멀리 이민형 얼굴이 보여. 김소금은? 여주는? 미어켓처럼 제자리에서 발 동동 구르며 지켜보는데 세상에, 이민형 뒤에 찰싹 업혀있는 애가 설마 김여주? 오열의 여파로 어깨 부르르 떨면서도 경악스러운 표정 숨기지 못해. 




둘이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건지 이민형 표정도 밝아보이고. 무엇보다... 김소금 표정이 진짜 대박이었어. 완전 수줍게 웃으면서 다리 달랑달랑 흔드는데 도대체 어디가 다친 건지도 파악 불가능. 고통을 미소로 승화시킨 걸까? 그러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한 기분을 느낀 이설탕 재빨리 이제노 쳐다본다. 




.....




역시나 표정이 묘하게 어두워. 하필 핑크빛 분위기 띄우고 있는 상대가 본인 혈육이라 왠지 더 눈치 보이는 것 같아. 아닌가? 그게 아닌가? 입술 슬쩍 깨물면서 어쩌지 어쩌지 이러고 있다가 김소금이랑 눈물의 상봉. 아니 눈물 다 마른 포옹. 서로 할 말이 많은 듯 민망한 눈빛교환 마쳐. 시간이 없다. 이제 이설탕은 이민형한테 혼날 시간이거든...




다들 숙소 안으로 들어가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 이설탕이 이제노한테 슬쩍 속삭여.




야 너 괜찮아?

뭐가?

그... 아니야




역시 괜한 걱정과 참견일 거라는 생각에 이설탕 그냥 얼버무리며 절뚝절뚝 현관으로 향해. 그때 이제노가 이설탕 손목 조심스럽게 잡고서 멈춰 세워. 이여주.




니 말이 맞더라

어? 뭐가...

강아지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나 봐

그게 무슨,

.....

.. 야.....

그냥 그렇다고




담백한 고백에 이설탕은 가만히 서서 멍때려. 제삼자는 이해하기 힘든 대화를 기민하게 알아차린 이동혁도 심란해진다. 진짜 위기를 맞은 것 같거든.















소금이랑 민형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외전으로!

웬만하면 다 생략시킬 것임

소금외전 분량을 위해


설탕이 시점 위주로 돌아가서 

분량 사라진 사랑스런 조연 인준이 내가 미안해..

담주에 챙겨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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