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엉킨 실타래를 풀듯이 기억을 풀어헤친다. 손에 잡힌 기억은 눈앞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는 누군가. 다정하고 가느다란 손이 손가락 끝에 털실을 감아쥐며 나를 보고 있다. 나는 털실에는 관심도 없이 뭉툭한 뜨개바늘로 쿡쿡 손바닥을 찔러보다가 그를 향해 웃는다. 그가 웃음 섞인 한숨을 터트린다. 아니, 한숨 섞인 웃음이었던가.

 

“좀만 더 집중해 봐. 이거 수행평가라고.”

 

수행평가라니. 기억 속에서조차 그 단어가 너무 낯설어서 나는 무심코 어깨를 움츠리고 만다. 꿈결처럼 낯설다. 이게 진짜 기억이긴 할까. 진짜로 내 지나온 삶에 있었던 장면이 맞긴 한 걸까. 너무 오래된 탓에 마구잡이로 떠올려버리는 상상이 아니고?

 

“아, 이건 진짜 내 취향 아냐. 뭐 이런 걸 수행평가로 해? 털실만 봐도 다 버려버리고 싶다.”

“내가 네 목도리 떠 줘도?”

“그건 좋지. 너무 좋아. 내 목도리 떠 줄 거야?”

“주면 할 거야? 하지도 않으면서.”

 

그제야 그의 무릎 위로 길게 늘어진 잿빛 꾸러미가 눈에 띈다. 한두 줄 뜨다 책상 위에 뭉쳐 둔 내 털실과 다르게 그의 잿빛 털실은 꾸준히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연한 푸른빛이 감도는, 회색의 바탕에 옅은 보라색이 조금씩 섞여든, 우울하고 차분한 색깔. 나는 겁도 없이 그의 무릎에 손을 뻗어 목도리가 될 털실을 쓰다듬는다. 부드러운 고양이 털 같은 감촉. 털실을 쓰다듬은 손가락이 멈추지 않고 천천히 그의 무릎으로 향한다. 매끈하고 동그란 무릎과, 털실과는 비교할 수 없게 부드러운 피부가 느껴진다. 그가 간지럽게 웃는다.

 

“뜨개질 가르쳐 달라더니.”

“가르쳐 줘. 이거 하고.”

“너 그러다가 수행평가 빵점 맞아도 모른다.”

 

대답할 시간이 없다. 지금 그게 중요해? 잿빛 목도리와 뜨개바늘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의 웃는 얼굴이 시야에 가득하다. 털실을 얽듯이 손가락이 얽혀든다.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입술과 발등이 포개졌다가, 떨어지고. 그가 해 준 목도리는 그가 주는 온기의 반의 반도 못 주겠지만, 분명 따뜻하겠지, 그런 생각이 순간 떠올랐다가 흩어지고.

 

빛이 밝은 공간과 따스하지만 텁텁한 공기. 귓가에 입술을 댈 때마다 그의 부드러운 단발머리가 뺨을 간질이던 느낌. 이젠 진짜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그 수행평가보다 훨씬 또렷하고 선명한 감각. 너무 선명해서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그 계절이 끝날 무렵에 그는 내게 선물을 내밀었다. 빨강과 초록이 뒤섞인 포장지가 꼭 크리스마스 같았다. 포장을 뜯자마자 잿빛 목도리가 손바닥에 감겨들었다. 부드럽고 폭신한 게 방금 함께 먹은 케이크 빵 같았다. 나는 아주 기뻐하면서 당장 목에 그 목도리를 감아봤던 것 같기도 하다. 조금 긴 목도리 끝이 가슴께에서 살짝 묵직하게 흔들렸다. 웃는 그의 얼굴 뒤로 잔뜩 흐려진 하늘이 보였다. 그 하늘의 색깔이 꼭 목도리 색깔 같았다. 금방이라도 함박눈처럼 마음을 쏟아낼 것 같은 빛깔의. 기억은 여기서 끊긴다. 실타래를 뚝 끊어내듯이.

 

손을 뻗는다. 목도리는 아직도 내 옆에 있다. 실타래처럼 뒤엉켜 있지만 끊어지진 않았다. 한때 살결처럼 부드럽던 목도리는 손때를 타서 여기저기 낡고 보풀이 심하게 일었다. 털실의 표면은 반질반질해져서 이젠 고양이 털이라기보다 부드러운 식물의 줄기 같은 감촉만 남았다. 목도리를 만질 때마다 그를 생각한다. 너무나 행복하기만 해서 오히려 거짓 같은 기억이지만 남아있는 좋은 기억은 이것뿐이다. 상상해낸 기억이더라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몇 번이나 이 목도리로 목을 매는 일에 실패했다. 마지막 실패는 오 분 전이었다.

 

 

 

 

내가 가진 기억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나를 입증해줄 어떤 증거. 사람이거나 혹은 물건. 물론 사람도 물건도 때로 거짓말을 한다. 나도 나에게 거짓말을 하니까. 그래도 그런 증거가 있기라도 했다면, 조금은, 덜 외로웠겠지.

 

이제 내가 무엇이었는지 알 방도는 없다. 거짓을 말할 사람도 물건도 전부 사라졌다.

 

나는 가볍게 기침을 한다. 얼마 전부터 얕은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하늘은 언제나 그랬듯 온통 먼지가 낀 것처럼 뿌옇고 낮았다. 간혹 푸른빛이 돌 때도 있지만 그뿐이다. 태양이 뜨거나 밤이 오는 일은 없다. 하늘은 언제나 잿빛이고, 세상은 천천히 불이 꺼지는 전등처럼 낮게 가라앉은 채로 계절을 유지하고 있다. 비가 막 쏟아지려고 하는 봄날 저녁을 그대로 가둬놓은 것 같다. 살짝 어둡고 묘하게 따스한 그 풍경을.

 

사람은 없다. 나뿐이다.

 

혼자가 된 지는 꽤 오래 됐다. 얼마 전인지 알 수는 없는데, 하루가 지나가지 않으니 시간을 잴 수가 없다. 한 호흡을 쉬고 다음 숨을 내뱉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 세상이 찾아왔다. 어느 순간부터 이 삶이 시작됐다. 정말 어느 순간부터. 대단한 멸망의 시작을 목격한 기억도 없는데. 길 걷다 갑자기 잠들어 꿈을 꾸는 사람처럼. 아니면, 원래 이곳에서 쭉 살았는데 짧은 꿈에 취해 기억을 전부 잃어버린 사람처럼.

 

처음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그렇게 기억한다. 내 곁에는 나의 혼란을 함께 증명해줄 몇몇의 사람들이 함께 있었고 그곳에 그는 없었다. 나는 외롭고 고요한 기분으로 사람들의 말소리를 흘려들었다. 사람들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토론하다가, 이 낯설고 황량한 시공간이 종말이거나 최소한 그에 근접한 무엇이라고 결론지었다. 가장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았던 사람이 목사여서였을까. 모두들 이 불가해한 현실 앞에서는 신을 보는 눈빛으로 그를 봤다. 잿빛 하늘과 그늘이 가볍게 내리깔린 땅. 도시도 완전한 들판도 아닌, 묘하게 텅 비고 문명의 흔적이 흐릿한 이곳.

 

얼마간 떠들던 사람들은 이곳에 해가 지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졸리거나 배가 고프지도 않은 채로, 회색 벽처럼 두터운 세상 안에 갇혔다는 것도. 사람들은 절망하거나 흐릿해져갔다. 처음 이곳에 몇 명이나 있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은데, 또 어느 순간부터인가, 눈을 돌리면 한두 명씩 사라졌기 때문이다. 죽은 게 아니라 사라진 게 확실하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는 없지만. 말소리와 사람의 온기로 차 있던 공간이 조금씩 비어 가던 것을 모두가 느꼈다. 이윽고 나 혼자만 느낄 수 있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는 시체도 영원할까 잠깐 생각한 적 있었다. 결국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곳에는 시체가 없었다. 사람들은 함께 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죽어서 사라진 것인지 다른 어딘가로 빨려 들어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없다. 확신할 만한 게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배우지도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하는 곳에서는 그나마 알고 있던 지식조차 금세 부식되어버린다. 책도 기계도 사람도 남지 않은 영원의 시공간에 홀로 남아 있는 일은 천천히 미쳐가는 일이었다. 어떤 것이 미치고 미치지 않은 경계선인지도 알지 못하는 채로.

 

왜 나만? 두어 번 목도리를 감아 묶고 죽을 곳을 찾아 떠날 때에는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왜 나만 남았을까? 다른 사람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언제부터 이런 순간이 계속된 걸까? 하지만 떠오르는 기억은 없다. 목도리만이 유일한 단서였다. 그나마 가장 행복한 기억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현실의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 기억은 종말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나는 이 세상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궁금했지만 영원히 알 수 없을 터였다. 내가 어떻게 될 것인지도. 그러다 결국은 그의 기억만을 끌어안고 사라지겠지.

 

몇 번이나 죽음에 실패한 후엔, 차라리 나를 사라지게 해 달라고 빌었다. 죽으면 사라질 수 있는 게 아니었나? 목도리는 끊어지지 않았지만 내 숨을 거둬 가지도 않았다. 어쩌면 나는 이미 죽은 걸까. 먹지도 잠들지도 않는 내가 살아있는 거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나는 실타래처럼 풀어낸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털실에 가늘게 일어난 보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래도 아직 숨은 쉬고 있다. 숨을 쉬고 있긴 하구나. 살아 있진 않은데 숨은 쉬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곳은 불가해한 곳이니까 그 무엇도 상식선으로 받아들이려 하면 안 되는 걸까. 그럼 그냥 불가해한 방법으로 나도 사라졌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이곳보다는 나을 것 같다.

 

나는 목도리를 옆으로 치우고 땅에 드러누웠다. 부드러운 목도리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내 손목을 감았다. 반쯤 뜬 시야로, 무채색의 허공이 고요하게 내려앉았다.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낮게 깔린 하늘이 한 뼘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목도리와 똑 닮은 잿빛의 하늘. 붓으로 찍어 그린 것 같은 흐릿한 구름. 그가 잿빛의 목도리를 뜨며 웃던 순간이 한 뼘 더 멀어졌다. 나는 천천히 흐려지고 있었다.

 

이게 정말 종말이라면, 나는 왜 지금까지 살아남아야만 했을까.

 

그를 만날 수도 없는 이곳에서.

 

목도리를 꽉 쥐었다. 얕은 숨이 사르르 흩어졌다. 마지막 의지도 다 사라진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어지러웠다. 물 위에 누운 것처럼 땅이 넘실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손끝과 온 몸의 감각이 천천히 둔해지다가, 둔해지다가……, 귓속이 먹먹해지는 기분과 함께 눈을 감았다. 이대로 머릿속도 몸도 전부 투명해졌으면. 그냥 나도 이대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아주 간절하게 생각하던 순간.

 

툭.

 

흩어져가던 감각이 갑자기 뾰족해졌다. 먹먹하던 귀가 확 뚫렸다. 소리.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땅 위를 가볍게 치는 소리. 아주 얇고 가벼운 것의 발걸음 같은. 이곳엔 동물이 없었다. 살아 움직이는 거라고는 나뿐이었다. 식물조차도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사람은 전부 다 사라졌다. 그랬었다.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이미 기력을 전부 소진한 몸은 돌덩이처럼 무거워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혹시 토끼나 강아지 같은 소동물의 발걸음이 아닐까 막연히 떠올렸다. 눈앞에 일렁이는 실루엣은 그보다 컸다. 훨씬 컸다. 눈을 감은 채 들었던 작은 발자국소리의 주인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사람의 모습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마주친 사람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사라진 사람이 누구였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혼자가 된 순간이 언제였는지도, 내가 그 뒤로 어떻게 이 시절을 견뎌왔는지도. 기억은 흐릿하고 불완전하고 아무것도 정확하지 않다. 단 하나의 기억만 제외하고.

 

하얀 셔츠에 주름이 잡힌 남색 스커트. 귀밑으로 짧게 자른 단발머리와 가느다란 손가락, 길게 감긴 털실. 한 쪽에만 생기는 보조개, 손때 묻은 검정색 운동화. 목도리를 내밀던 날 입고 있던 물 빠진 청바지와 품이 큰 고동색의 코트.

 

그의 모습이었다. 그가 눈앞에 서 있었다. 환각임이 분명했다. 나는 땅에 오른쪽 뺨을 대고 누운 채로, 눈앞을 가득 채운 그의 운동화 코끝만 쳐다보았다. 그가 어떤 말이든 해주길 바랐다. 아니, 그냥 사라져주길 바랐다. 손목에 묶인 목도리처럼 자꾸 이 땅으로 나를 비끄러매지 않길 바랐다. 그 시선을, 목소리를, 마주하는 순간 나는 또.

 

그가 천천히 다리를 굽혀 쪼그려 앉았다. 단발머리가 사르르 흘러내려 그의 옆얼굴을 가렸다. 다정하고도 가느다란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이쪽은 이미 다 청소가 끝난 줄 알았는데.”

 

똑같았다. 기억 속에서 유달리 선명한 그 목소리와 너무 똑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선명하고, 또렷했던 유일한 기억.

 

“아직도 천국에 가지 않은 아이가 있었구나. 네가 마지막이란다. 이 행성도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해야지.”

 

손바닥이 다가왔다. 피할 힘도 없었다. 목 위로 내려앉는 손바닥은 가볍고도 차가워서, 얼음을 삼킨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은 차갑고 뺨은 뜨거웠다. 내가 눈물을 흘렸던가? 잘 모르겠다.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잔뜩 뒤엉켰다. 지금 눈앞에서 내 목을 조르는 건 누군지. 누구인 게 맞기는 한지. 어쩌면 이건 목을 매단 채로 내가 꾸는 꿈이 아닐지. 아니, 처음부터 이 모든 게 꿈은 아닐지. 나는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은 아닐지. 아마 그런가 보다. 이건 그냥 다 환각인 모양이다. 떨리는 손이 무언가 지탱할 것을 찾아 아무거나 꽉 쥐었다. 닳은 털실의 감각이 손바닥에 느껴졌다. 바들바들 흔들리는 시야로,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게 어렴풋이 보였다.

 

순간이었다. 그의 눈에 무언가 반짝인 건.

 

숨이 갑자기 탁 풀렸다. 목을 매단 후에 몇 번이나 겪어 익숙한 통증이 폐를 찢을 듯이 몰려들었다. 나는 그가 눈앞에 있다는 것도 잊고 거칠게 기침을 토하면서 옆으로 굴렀다. 그가 묘한 눈빛으로 나와 내 목도리를 번갈아 보았다. 갑자기 그의 입에서 한숨 같은 웃음이 터졌다.

 

“아, 설마.”

 

바닥을 짚은 손이 벌벌 떨렸다. 이상하다. 그는 꼭 진짜처럼 웃는다. 환각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

 

“그 때 그게 너였니? 그렇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는데.”

 

나는 팔을 들어 올려 입과 눈가를 닦아냈다. 기억과 똑같은 눈. 똑같은 웃음. 똑같은 옷차림. 하지만 이런 게 여기 있을 리 없지. 그가 여기 있을 리 없다. 같은 목소리로 다른 말을 할 리가. 나를 이런 식으로 기억할……, 리가. 나를 이렇게 대할 리가.

 

그럴 리가 없어. 차라리 환각이라고 해.

 

머리가 핑 돌았다. 그가 뭐라고 뭐라고 더 말했는데 전파가 지직거리듯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물이 다시 쏟아지는 것 같았다. 내가 견뎌온 시간. 내가 견딜 수 있게 한 어떤 기억들. 무의식중에 왼손을 들어 올리려는데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려다보자 손목에 감긴 목도리 끝에 그의 운동화가 보였다. 너무나도 익숙하게 닳은 그 운동화. 그는 내 목도리를 밟고 선 채로 다정하게 웃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너무나 부드러운 그 목소리가 털실처럼 목에 감겨왔다.

 

“이미 죽은 아이야. 나랑 같이 갈래?”

 

마치 두 번째로 목을 조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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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By. 시엘라


9월입니다. 너무도 지치던 8월을 살짝 건너뛰었더니 어느새 가을이네요. 계절이 세 번이나 바뀌어도 역병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어느덧 바뀐 세상에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듯도 싶습니다. 희망을 가졌다가도 지쳐 넘어져 버리고, 절망했다가도 다시 기대해 보는 일상의 반복입니다.

해피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글을 들고 와 버렸는데, 애초부터 잿빛처럼 흐리고 불분명한 글을 쓰는 게 목적이었어서 조금 만족스러운 글입니다. 가끔 종말의 모습을 이래저래 상상해보곤 해요. 이 안의 주인공에게는 마지막 순간 짓밟힌 목도리가 그의 종말이자 시작이 아니었을까. 앞뒤 이야기를 더 풀어내고 싶다...는 말은 매번 쓸 때마다 하는 말이니까 생략할게요 ^^... 

10월에는 또 가을다운 새 글로 찾아올게요. 몸도 마음도 지치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내는 가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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