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01. 18. 하이큐 통합 온리전 ' 우리도 했어, 배구를 ' 에서 판매한 '쿠로야치' 단편 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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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오 테츠로, 뼈대가 깊은 무인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당연하게 검을 그리고 활을 배웠다. 모든 것은 이 세상을 살기 위한 것이며,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그의 아버지는 누누이 이야기했다. 이 세상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 전부터 그에게 박힌 것은 단 하나였다.

'아, 내 몸에서 검이 사라지는 순간 죽는 것이구나.'


***


"테츠로, 이분이 네 주인이 되실 '야치 히토카'님이시다."

"······."

주인. 아홉이라는 나이에 처음 만나게 된 제 주인이라는 사람.

"쿠로오 테츠로라고 했던가."

"예."

"앞으로 우리 옹주마마를 잘 부탁하네."

"······예."

처음 보는 제 모습에 낯을 가려 제 어미 뒤에 몸을 숨긴 다섯은 먹었을까 하는 아이였다. 야치 히토카. 죽기 전까지 아니 죽어서도 제가 섬길 주인은 저보다 넷은 어린 작은 옹주마마였다.

"옹주마마, 여기 있는 자가 마마의 호위가 될 자이옵니다."

"······호위?"

"예, 마마. 앞으로 이 어미만큼이나 자주 볼 자이니, 얼굴을 익혀 두시지요."

다정한 어미의 말에 제 작은 주인은 쭈뼛대며 얼굴을 내밀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뽀얀 얼굴과 밝은 갈색빛의 눈동자. 노오란 개나리꽃을 닮은 머리칼까지. 칼바람이 썡하니 부는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야치를 보는 순간 쿠로오는 봄바람을 느꼈다.

"······잘, 부탁드리옵니다······."

"마마, 편히 말씀을 하셔도 괜찮사옵니다. 마마의 호위가 될 아이 이옵니다."

쿠로오의 눈치를 보던 야치는 우물쭈물하다 자그마한 입술을 열었다.

"잘, 부탁해······."

야치의 말에 쿠로오는 무언가에 홀린 듯 천천히 한쪽 무릎을 굽혔다. 차가운 흙바닥에 닿는 무릎이 시렸지만 쿠로오의 시선은 야치를 향해 있었다.

"쿠로오 테츠로입니다. 마마, 앞으로 잘 부탁드리옵니다."

고개를 숙인 쿠로오의 시야에 고스란히 들어 온 제 손 크기만 할까 한 자그마한 발. 그 발이 제 앞에 한 발짝 가까워진 순간 쿠로오는 움찔하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쿠로오는 난생처음 제 눈으로 태양을 보았다.

"응, 테츠로."

활짝 웃는 야치의 모습은 밝은 빛을 한껏 내뿜는 태양과 같았다.


***


"마마."

"······."

쿠로오의 부름에도 야치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멍하니 천장을 바라 볼 뿐이었다. 늘 행복한 미소만을 담았던 야치의 얼굴에는 미소는커녕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위태로움만이 담겨 있었다. 갑작스러운 후궁의 죽음. 믿기지 않는 어미의 죽음에 야치는 벌써 사흘 밤낮을 꼬박 새웠다. 잠도 자지 않고, 식사마저 다 물린 채로 텅 비어버린 눈동자를 지닌 채 있을 뿐이었다.

"마마, 제발 한 술이라도 뜨셔야 하옵니다."

"······."

쿠로오의 말에도 야치는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제 앞에서 천천히 쓰러져가던 어미의 모습이 좀처럼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던 붉은 핏덩이가 자꾸만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옹주 마마, 강해지셔야 합니다.’

‘어머니······.’

‘꼭 강해져서 이 나라에, 전하께 쓰임 받는 사람이 되셔야 합니다.’

‘······.’

‘이 어미 몫까지 꼭 살아주세요.’

‘어머니······, 어머니······!’

‘마지막으로······불러봐도 괜찮겠지요.’

‘······아니 됩니다. 어머니······! 쿠로오, 가서 어의를 좀······!’

‘······히토카.’

‘······.’

‘사랑한다.’


눈을 감으면 더욱 선명해지는 어미의 죽음. 믿을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을 따스하게 안아줄 것 같은데. 사랑하는 우리 옹주마마. 나의 히토카. 라며 지독한 악몽에 시달린 것이라며 달래줄 것 같은데. 아무런 손길도 그녀에게 닿질 않았다. 차가운 공기만이 야치의 몸을 감쌀 뿐이었다. 

공허한 눈동자. 떨리는 몸. 푸석해진 머리카락. 얇은 소복. 그녀를 감싼 공기에 쿠로오는 이를 악물었다. 어째서 이런 시련이······. 이제 조금 행복해지려나 싶었다. 계집을 낳은 후궁은 행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어미는 달랐다. 진정으로 제 딸을 사랑했고, 아꼈고,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입가에 늘 어리던 그 미소를 지켜주려 애썼다. 나는 국모가 되지 못해도 좋으니, 우리 히토카만은 행복하길 바란다며 후궁은 쿠로오에게 말하곤 했다.


'쿠로오, 내 하나뿐인 소원이 무엇인지 아느냐.'

'잘 모르옵니다.'

'나는 국모가 되지 못하였다. 평생소원이던 주상전하의 애첩 또한 되지 못하였지.'

'······.'

'그래도 나는 괜찮다.'

'어찌 괜찮으시다는 겁니까.'

'히토카가 있지 않으냐.'

'······.'

'힘 하나 없는 어미이지만······, 그 아이에게만큼은 행복을 주고 싶은데.'

'······.'

'쿠로오 네가 도와주지 않겠느냐.'

'소인이 무얼 도와드릴 수 있겠사옵니까.'

'그저 하나면 된다.'

'······?'

'만약 내가 없다면 네가 대신 그 아이를 따스히 안아주거라.'

'그게 무슨······.'

'생각보다 겁이 많고 여린 아이지. 눈물도 많고. 그러니 같이 울어주지는 못하여도 함께 해주라는 뜻이다.'

'어디 가시려는 것이옵니까.'

'그건 아니다. 내가 갈 곳이 어디 있겠느냐.'

'······.'

'그냥,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지는 것은 무섭지 않더냐. 그뿐이다.'


쿠로오는 떨리는 손으로 제 주인을 끌어안았다. 홀로 남겨지는 것은 무서우니 안아주는 것. 작은 체구지만 늘 태양 같아 실감하지 못했던 그녀의 체구는 오늘따라 더욱더 작게 느껴졌다. 그녀의 몸을 감싸던 한기가 사라지고, 단단하고 따스한 팔이 그녀의 몸을 녹였다.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위로하듯 감긴 팔이 제 어미의 체온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쿠로오의 체온을 느끼던 야치는 공허한 눈동자 속에 그의 모습을 한껏 담았다.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그의 모습에 야치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속에 맺혔던 울음을 끌어올렸다. 다시는 안을 수 없는 제 어미의 손길을 대신하듯 그는 묵묵히 그녀를 안아줄 뿐이었다.

마마, 늘 소인이 곁에 있겠사옵니다.


***


"쿠로오."

"예, 마마."

"어찌 혼례를 올리지 않는 것이야?"

"······."

"사내로서는 늦은 나이인데, 이리 가다가는 평생 홀로 살아야 할 텐데."

"괜찮사옵니다."

"무엇이 괜찮다는 말이야."

"언제 죽어도 모르는 소인은 후손을 만드는 것이 더욱 못 할 짓이옵니다."

"······."

"그리고 소인은 마마의 곁에 평생 있기로 돌아가신 마마께 약조하였사옵니다."

이미 혼례를 올리고도 남았을 나이. 쿠로오의 나이가 벌써 스물하고도 둘이었다. 진작 한 여성의 부군이 되어 오순도순 살아야 할 나이임에도 쿠로오는 좀처럼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 역시 늘 한결같았다.

'언제 죽어도 모르는 자.'

호위를 맡기에 하는 말이겠거니 하지만서도 야치의 마음은 편하지 못했다. 괜히 저 때문에 그의 인생을 망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 하지만 그러면서도 제 곁에 평생 있겠다는 그의 말에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이제는 정말 얼마 남지않은 저의 편. 이미 명을 달리한 제 어머니와 이름뿐인 아버지. 두 사람 모두 이제 야치에게는 아무런 힘이 되어줄 수 없었다. 유일한 자신의 편. 자신의 사람.

"······진정으로 내 곁에 평생 있을 것이지?"

"예, 마마."

"진정으로?"

"그렇사옵니다. 사내는 절대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사옵니다."

"······푸훗."

단호한 쿠로오의 말에 야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진정 그의 뜻이 그렇다면야. 말릴 생각은 없었다. 아니, 말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가 자신의 곁에 있어 준다면야 천만 대군이 부럽지 않았으니.

"나중에 무르지는 않겠지?"

"마마야말로 나중에 무르지 마십시오."

"쿠로오는 나를 그리 생각한다는 말이야?"

"······그것은 아니옵니다."

'제게 여인은 마마뿐이옵니다.'

차마 뱉지 못한 말이 쿠로오의 입안에 한참 동안 맴돌았다. 드디어 미소를 얼핏 보이는 제 주인에게 절대 뱉어서는 안 될 말이었다. 죽어서나 꺼낼 수 있을까. 아마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말이겠지.

'야치 히토카를 여인으로 사모하고 있사옵니다.'

내 주인. 당신을 사모한다는 것을.


***


노래를 재생해주세요.





“내가······, 내가 잘못했어요······.”

“······.”

“제발······, 제발 죽지 마······.”

“······.”

“어머니처럼 떠나지 말아요. 제발······!”

어질한 머릿속에 파고드는 말들이 반쯤 감겼던 쿠로오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아, 저 눈에서 또다시 눈물을 쏟게 만드는구나. 쿠로오는 마음이 씁쓸해졌다. 뜨거운 눈물이 제 뺨에 닿을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다. 울리지 않기로 해놓고. 행복하게 해드리겠다고 약조해놓고. 평생, 곁에 있겠다고 약조해놓고.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는 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자꾸만 감기는 눈은 곧 마지막이라고 외치고 있는데, 쿠로오는 애써 그 감각을 외면했다. 아직은 안 돼. 아직은······.

“이름으로 부르지 않아서 미안해요······.”

“······.”

“벽을 세워서······, 미안해요······.”

“······.”

“······고집부려서 미안해요······.”

야치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말들이 쿠로오의 귓가에 맴돌았다. 미안하다는 말. 듣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에게서는 평생 고맙다는 말만 듣고 싶었다. 미안하다는 말의 의미가 이별의 의미처럼 느껴져 더더욱 듣고 싶지 않았다. 울컥 차오르는 눈물과 비례하게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핏덩이가 쿠로오의 목을 자꾸 막았다. 전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는데. 아직, 하지 못한 말이 남아있는데.

“마마······, 송구···하옵니다······.”

“······.”

“약조를······, 지키······지······.”

“그만 말해요······. 제발.”

“······평생······곁에······있······지······.”

“안돼······, 안돼······.”

아, 또 눈물이 떨어졌다. 저 눈동자가 또 빛을 잃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마음을 전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사, 모······했습니다······.”

“아아······, 안돼······!”

“여인······, 야치···히토카······를······.”

“테츠로······. 테츠로······!”

“사모······했습···니다······.”

“테츠로······.”

결국 이렇게 말하게 되었다. 가슴 속에 묻어두고만 있던 절절한 진심. 죽어서도 꺼내지 못할 것이라고. 무덤까지 가져갈 것이라고 다짐했던 말. 처음으로 약조를 어겼다. 죽음의 문턱에 서니 거침없이 말이 터져 나왔다. 송구하옵니다. 송구하옵니다 마마. 소인의 욕심을 부디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이, 나라를······”

“······.”

“품에······안겨···드리지······못하여······.”

“······.”

“송······구, ······하옵······니다.”

턱-하고 멈추는 숨이 마지막을 알렸다. 눈앞이 하얗게 변하고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아찔한 감각이 몸을 감쌌다. 아, 이것이 진정 죽음이라는 것인가. 정신을 놓기 직전, 쿠로오는 제 시야가 밝아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홉의 나이에 보았던 태양. 눈이 부시다 못해 멀어버릴 것 같던 태양.

태양이 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


黒尾 鉄朗 

아들을 먼저 보낸 아비는 제 아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태우며 묵묵히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쫓기는 신세 탓에 그의 시신을 곁에 두고 동굴 속에서 버틴 것이 일주일. 자신을 찾아온 쿠로오의 아비 덕에 야치는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 쿠로오가 숨을 멈추기 전, 목숨을 걸고 지켰던 서신 하나. 야치는 그 서신을 들고 이름뿐인 제 아비와 제 어미를 죽인 자를 마주했다. 욕심내지 않았던 곳. 욕심내지 않았던 자리. 욕심내지 않았던 칭호. 제 편이 온전히 제 곁에 있었다면 결코 욕심내지 않았을 것들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떠난 곳에서 야치는 이를 악물었다.

“······이제 이곳은 제 것이 될 것이옵니다.” 

계집인 저를 사랑으로 보살펴 주신 어머니.

“어머니······.” 

한낱 옹주. 궁에서 버려진 저를 끝까지 지키다 떠난 호위무사.

“테츠로······.” 

평생 그들을 기억하며 살겠노라고 야치는 다짐했다. 살아서는 만나지 못할 둘을 가슴 속에 묻으며.

"마마."

"······."

이제는 한 떨기 꽃이 된 나의 비련들.

"죽어서 만나려나. 후생에서나 만나려나."









너무 아쉬운 글이기에 비하인드 스토리를 쓰겠다고 후기에서 말했었는데, 다들 아시려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운 작품입니다. 조금 더 공들여서 쓸걸. 하고 한숨도 쉬었습니다.

그저 내기에 급급했던 작품이 여러분의 손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부끄럽네요. 네, 부끄러워요.

이어지는 형식은 아니지만, 본편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 부분이 어느 부분의 이야기구나를 아실 정도로 이야기를 꾸며나갔습니다. 본편을 꼭 먼저 보셔야 이해도가 높으실 것 같아요.

쿠로오와 야치. 둘의 절대 이어질 수 없는 사랑은 후생에서 이어질까요. 저승에서 이어질까요.

이후의 이야기를 쓰려면 아마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진정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것이 참 감명 깊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제 글 속의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트위터 @Tori_mingming / @toritori_mf / @this_my_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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