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망의 습식 전환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 적절한 습식을 찾아 정착하기.

 고양이와 열심히 씨름해서 습식을 조금씩 먹이는 것에 성공하고, 또 적응해서 한 끼니에 먹는 양도 점점 늘려 나가면 이제 남은 것은 정착하는 것 뿐이다. 장기적으로 고양이에게 급여하기 알맞은 음식을 골라 정착하면 불필요한 지출도 막고 안정적으로 고양이를 돌볼 수 있다. 어떤 음식이 고양이에게 적절한지는 고양이마다 다르지만 선택지가 여러 개라면 그 중 더 나은 선택지는 있기 마련이다.

 주식캔을 넘어 생식 급여를 시작하신 분은 그냥 재미로 읽으셔도 되겠다. 생식 해동이 덜 되었거나 때로 타이밍이 안 맞거나 귀찮을 때 비상용으로 따줄 캔식을 구비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국내 생식 업체는 많지는 않지만 대부분 영양성분비는 꼼꼼하게 공개하는 업체들이다. 그걸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두 번째 문제지만... 

 다음 일기부터는 차근차근 어떤 것이 정착할만한 괜찮은 밥인지 고르는 요령을 쓰기로 했다. 첫 번째는 가장 기본이면서도 의외로 헷갈리는 어려운 문제, 주식캔과 간식캔 구분 방법이다.


주식캔? 간식캔?


주식캔은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없는 제대로 된 '식사'지만, 간식캔은 일시적인 급여에는 문제가 없어도 장기적으로는 영양소 불균형을 유발할 수도 있는 그야말로 '간식'이다. 두 종류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걸까?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동네 병원 수의사에게 물어봐도 잘 모른다고 대답할 확률이 크다. 수년전에는 습식은 간식 개념이니 간식으로만 먹으라는 말도 들었다. 법으로 이것은 '주식캔', 저것은 '간식캔'이라고 라벨에 표기하라고 명령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일본은 간식은 '일반식' 종류로, 미네랄과 비타민이 충분히 든 주식은 '종합영양식' 종류로 허가를 따로 받는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렇게 딱딱 구분 지어지면 좋으련만 한국은 아직 쇼핑몰에서 카테고리를 구분하는 방법도 제멋대로라 습식이면 일단 모두 '간식'에 넣어 판매하는 쇼핑몰도 있고, 이리저리 섞어 넣는 쇼핑몰도 많아 골치가 아프다. 언제쯤 '습식=참치캔=간식'이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으려나.


 (1) AAFCO 기준, 사용 원료와 영양성분 확인하기


그러면 어떤 습식이 장기급여가 가능한 습식일까? 손쉬운 방법은 해당 제품이 AAFCO(미국사료협회) 기준을 충족했다고 적혀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다. 미국사료협회는 매년 10월 매우 두툼한 책자를 발간하여 고양이/강아지 사료라면 마땅히 지켜야 하는 영양성분의 최소 기준을 만든다. 전 세계의 많은 업체가 해당 기준을 분석하여 이를 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나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미국사료협회는 어떤 국제적인 권위를 갖고 직접 사료를 검증하여 '인증'해주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그저 기준치를 발표만 할 뿐 각 사료업체가 알아서 양심적으로 해당 기준을 통과했다고 쓰는 방식이다. 가끔 우연히 계산해 봤더니 한국 표기와 AAFCO 기준이 어긋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우리는 그들의 양심을 믿어야 한다... 


 예전에 한 인터넷 전문가가 쓴 글에선 AAFCO 기준을 넘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적혀있었는데 사실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AAFCO 기준은 그야말로 이거 먹고 영양불균형으로 죽지는 않을, 아주아주아주 최.소.한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영양과잉도 문제지만 아무도 우리 고양이에 먹이는 음식이 최저선 바닥 근처에 있길 원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흔히 '간식 같은/간식에 가까운 주식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다. 먹고 심각하게 아프진 않겠지만 그래도 더 나은 음식을 찾으면 좋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보호자들은 이 주식과 간식을 구분할 방법을 열심히 경험적으로 터득해나가고 있다. 익숙해지면 대강 브랜드만 들어도 주식인지 간식인지 구분이 가기도 한다. 아마 대부분이 주변 사람이 많이 먹이는 익숙한 주식캔 브랜드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구분할 것 같다.

 혹은 사용원료와 영양성분이 적힌 라벨이 복잡하고 구체적인지, 단순한지를 따지는 방법도 있다. 길고 짧은 것은 너무 주관적인 기준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니 예시로 랜덤하게 아무 주식캔 3개와 간식캔 3개의 라벨을 가져왔다.



주식 1


주식2


주식3


간식1


간식2


간식3



 생각보다 직관적이다. 장기급여를 위해 다양한 영양성분을 갖추려면 성분 라벨이 장황해질 수 밖에 없다. 사용 원료에 복잡하게 각종 미네랄 첨가물을 적은 주식캔과 다르게 간식캔은 대부분 간단하다. 한국은 전 성분 표기가 의무가 아니므로 증점제, 보존제, 조미료 등 다른 첨가물이 무엇인지도 전부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열심히 신경 써서 만든 제품이면 이를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재료를 장황하게 적어넣을 것이다. 한 남작가가 쓴 <음식의 언어>라는 책에서도 비싼 레스토랑일수록 메뉴판에 표기된 음식 메뉴의 평균 어절 길이가 길어진다는 재미있는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었다.

 따라서 (1) 사용원료 길이가 무척 짧거나, (2) 등록성분에 법적으로 배합사료라면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하는 7가지(수분, 조단백, 조지방, 조섬유(Crude fiber, CF), 조회분(보통 무기질, 미네랄 총합을 의미), 칼슘, 인)가 모두 표기되어 있지 않거나 하면 간식캔일 확률이 매우 높다. 


(2) 조지방 함량 확인하기


 또 다른 쉬운 방법은 조지방 함량을 보는 방법이다. 나는 제조과정을 모르니 이유를 정확하게 모르지만 간식캔은 보통 턱없이 부족한 지방 함량을 갖고 있다. AAFCO에서 제시한 고양이의 최소 지방 요구량은 9%이니 캔의 지방 함량을 따져 9% 이상이면 주식캔일 확률이 높고, 그 이하이면 간식캔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위에 나열한 주식캔의 지방 비율은 6.3%, 5.0%, 6.5%, 간식캔은 0.4%, 0.5%, 0.5% 이다.

 어라? 다 9% 이하인데? 싶으면 이제 건조중량(Dry Matter Basis, DMB 혹은 DM) 계산에 익숙해질 차례다. 습식사료는 수분 함량이 많으므로 수분을 제외한 실제 중량을 건조중량이라고 한다. 다른 음식과 비교하기 전 항상 건조중량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건조중량은 보통 (구하고자 하는 함량 %) 나누기 (100% - 수분 함량%) 곱하기 100 으로 계산한다.

 첫 번째 주식캔은 (구하고자 하는 지방 함량 6.3%) / (100% - 수분 85%) * 100 =  6.3 / 15 * 100 = 42 이므로 건조중량이 42%가 나온다. 넉넉한 지방 함량이다.


 하지만 이렇게 매번 복잡하게 계산할 수도 없는 일. 평균적으로 수분 함량이 80% 안팎이라고 가정하고 지방이 2%를 훌쩍 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면 좀 더 간단하다. 지방이 만일 2-3% 근방이라 헷갈릴 때 건조중량을 계산해보면 되는 것이다. 고작 1%, 0.xx%단위면 돌아보지 않아도 간식캔. 이럴 때도 유용한 계산기가 있으니 사용하면 좋다.

 건조중량 계산기 -> http://fnae.org/dmb.html


 물론 여기에도 슬픈 함정은 있다.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시한 '사료 등의 기준 및 규격' 제 9조 10항 관련한 별표를 열어보았다. 


[별표 13의2] <신설 2015.8.21., 개정 2019.10.24.>
사료의 등록성분의 함량 수준 등의 기
준(제9조제10항 관련)

(...)

3. 배합사료의 등록성분은 당해 성분의 배합비 설계치 또는 분석치가 다음 각 호의 허용범위 이내이어야 한다.(권고기준)

가. 등록성분은 ±20% 이내 최저량(이상 표시 대상)으로 표시하는 등록성분은 가급적 120% 이내, 최대량(이하 표시 대상)으로 표시하는 등록성분은 가급적 80% 까지만 가능)

예) 조지방이 30%로 설계 또는 분석된 배합사료는 실제 성분등록시 등록성분량은 24.00 ~ 36.00%로 등록

(...)


 ... 슬프지만 국내 사료법이 허용하는 성분 표기 오차는 무려 20%나 된다. 대부분의 업체는 이를 이용하여 xx% 이상(이하)라고만 간단하게 표기한다. 내가 방금 본 9%가 7.2%일 수도, 10.8%일 수도, 더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었다. 예민하게 0.xx%를 따져가며 인 수치를 계산하여 먹이던 만성신부전 고양이 보호자를 충격에 빠트리는 조항이었다.

 라벨에 적힌 숫자를 무조건 믿지는 않되, 그렇다고 모든 것을 의심하면 아무 것도 먹일 수 없으니 적당히 믿어주기로 한다. 21세기는 참 신뢰사회다.. 신뢰사회......


(3) 인:칼슘 비율 확인하기


  다음으로는 인과 칼슘 비율을 보는 방법도 있다. 주식캔이 되려면 인:칼슘 비율이 보통 1:1에서 1:2 사이여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1:1에 맞추면서 칼슘이 아주 소량 많은 상태를 추구하는 것 같았다.

 뼈를 포함한 각종 부산물을 비율 신경 쓰지 않고 한데 갈아넣은 간식캔의 경우 인 비율이 생각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칼슘 비율은 반대로 0.0x%, 0.00x% 등 무척이나 낮은 것이 대부분이다. 척 보았을 때 인(Phosphorus)과 칼슘(Calcium) 비율이 비슷하다면 주식캔일 확률이 높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AAFCO에서 제시한 인:칼슘 비율은 1:1.2 이다. NRC(미국학술연구회)에서 권고한 비율은 1:1.33이다. 대략 이 정도에 근접하면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되도록 1:1.5 안쪽의 제품을 먹이려는 사람들이 많다. 인과 칼슘은 서로 길항작용을 하는 미네랄이기 때문에 총량만큼이나 비율도 중요하니 유의해서 보면 좋겠다. 

 인과 칼슘이 기재되지 않았다면? 당연히 간식캔이다.


(4) 그 외 요소


 마지막은 가격이다. 사람 식탁에 올라오는 고기의 가격과 복잡한 영양성분 연구 비용을 생각하면 쉽다. 작은 캔(85g 안팎)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고기 원료와 공정 비용을 생각했을 때 아무래도 2천원 이하인 캔은 제대로 연구한 주식캔일 확률이 낮다.

 물론 세상에는 가성비가 좋은 저렴한 주식캔도 있고 어마어마하게 비싼 간식 파우치 신상도 많이 나온 상태라 가격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에는 조금 곤란하다. 그냥 참고로만 알아두면 좋다.

 가끔 가격이 높은 제품은 가격이 괜히 높을 리가 없다며 무작정 신뢰를 받는 경우를 보곤 한다. 하지만 혹시 해당 제품이 팔리는 현지 가격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비싼 가격을 보고 고급인 줄 알고 믿고 먹였다가 미국에선 절반 가격에 팔리는 것을 보고 배가 아파 구른 적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 캔에 2천원짜리 캔을 먹일 때와 5천원짜리 캔을 먹일 때 기대하는 수준은 다르기 마련인데. 미국 현지 가격은 대략 2천원을 상회하는 수준이어 배신이라도 당한 기분이었다.


 처음에 언급했던 '간식에 가까운', '간식 개념의' 주식캔 같은 표현은 주로 AAFCO에서 제시한 영양학적 기준은 충족하나 장기적으로 급여하기에는 찜찜한 제품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주성분이 참치와 같은 대형 바다 어종이라 중금속 축적 등 다른 문제가 걱정된다든지, 조미료나 나트륨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고양이가 입맛을 버릴 정도로 자극적인 제품인지 같은 문제가 거론된다. 마트에 입점해있는 대부분의 기호성 좋은 대기업 습식 제품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ㅁㅇㅁㅅ, ㅍㅅㅍㅅㅌ, ㅇㅅㅋㅅ, ㅅㅂ 등)


 게다가 기껏 공부하고 파악하고 있어도 여기에 설명한 모든 내용은 절대적인 한 가지의 기준이 아니다. 영양기준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비싼 간식캔도 있고 적당히 가성비를 추구하는 주식캔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먹이려는 습식이 주식캔인지 간식캔인지 위에 나열한 내용을 종합해도 판단이 어렵고 긴가민가하다면 그냥 다른 확실한 주식캔을 먹이는 것이 낫다. ㅎㅎ




 그러면 지금부터는 간단한 예제를 통해 캔을 직접 판별하는 연습을 해 본다. 추천하려고 모은 것은 아니고 주로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제품을 가져온 것이다.



연습1(인터넷 최저가 110g 2,150원)


 사용원료는 아주 간단하다. 등록성분은 5가지로 인과 칼슘을 제외하여 표기하였으니 간식이다. 조지방도 0.5%(건조중량 2.17%)으로 9%에 한참 못 미치는 양이다. 다른 페이지를 뒤져도 AAFCO에 대한 언급이 없건만 교묘하게 고양이 주식사료라고 언급하여 판매하고 있었다. 덧붙여 '습식사료와 건식사료를 번갈아 급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것만 먹으면 안된다는 것을 지들도 알고 있는거 아닌가? (-_-;;)

 고로 연습1은 간식캔이로구나!


책임 회피라니..




연습2 (인터넷 최저가 170g 4200원)


  연습2 제품은 용량이 많아도 정가(6천원)가 비싸 눈길을 모은 제품이었다. 과하다는 것은 알았는지 오랜만에 보니 가격이 은근 내려와 있었다. 캔입이 아니라 테트라 팩으로 포장하여 캔 쓰레기를 줄여 좋은 호응도 받았었다. 그런데 주원료가 짧은 듯하다. 간식일까?

 성분표기에서 7가지를 정확하게 표기하고, 인:칼슘 비율이 1:1.5로 적당하며, 조지방도 5.5%(건조중량 30%)로 넉넉하다. 주식캔 맞다! 사실 제품을 직접 사보면 한글 스티커로 붙어있는 라벨에 비타민과 미네랄을 무엇을 넣었는지 아주 장황하게 주원료가 나열되어 있다.

 이래서 쇼핑몰 상세페이지 외에 공식 홈페이지, 실제 한글 라벨 등을 다 종합해서 따져야 한다. 이게 귀찮으면 다른 거 먹이자. (흥)



연습3(인터넷 최저가 85g 930원)


 저렴하고 기호성이 무척 높아 유명한 캔이다. 접근성도 좋아 나도 기호성이 필요한 환묘를 돌볼 때 종종 한두 끼를 먹이곤 했었다. 라인이 여러 가지라서 예시로 몇 가지를 가져와 보았다. 원료 목록 길이는 덜 구체적이라 짧은 편이지만 '비타민', '미네랄', '타우린' 등 필수적인 영양소는 갖추려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역시 실제 판매하는 한국어 라벨을 보면 해당 항목이 좀 더 복잡하게 나와 있다.

 그런데 조지방 함량이 라인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특히 첫번째로 나온 참치와 흰살생선 캔은 조지방이 0.3%라고 적혀있다. 건조중량을 따져도 1.36%이니 지방 비율부터 이미 탈락이라 간식캔이다. 다른 제품은 AAFCO 기준을 통과하였다고 적혀있으며, 지방 함량이 최소 기준치를 넘겼고, 7가지 의무 표기사항을 모두 표기하였으며, 인과 칼슘 비율이 괜찮으므로 주식캔의 조건은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몇 가지 캔은 조지방 함량이 2.0%라고 적혀있다. 2%에 수분 78%를 계산하면 건조중량이 9.09%로 간신히 AAFCO 기준치만 넘긴 비율이다. 따라서 해당 라인은 일부를 제외하면 정말 최소한의 영양성분은 지킨 주식캔이지만, 기왕이면 다른 영양이 풍부한 캔을 고르는 것이 낫다 정도의 평을 할 수 있겠다.

 참고로 대부분의 캔은 이렇게 맛별로 등록된 영양성분이 은근 다른 편이다. 사용하는 고기 종류가 다르니 당연한 결과. 오히려 서로 완전 다른 고기를 사용했는데도 등록된 영양성분이 모두 완벽하게 같으면 잘 만들었대도 조금 수상쩍게 느껴진다.

 인 함량이 낮아서 신부전 환묘에게 추천받는 주식캔이라 보았는데 여러 맛 중 한가지는 인 함량이 제법 높아서 뺀 적도 있으니 한번쯤 수치를 보고 맛을 고르면 좋다. 어쩐지 그 맛만 유독 할인하더라!


 나는 주식캔 앞에서는 꽤 너그러운 편이다. 특히 이렇게 기호성이 뛰어나 건사료만 씹던 아이들도 습식을 먹게 해 주는 제품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비싸고 고급인 건사료만 먹는 것 보다 자극적일지라도 습관이 나빠지지 않는 선에서 저렴한 주식캔을 먹어 음수량을 확보하고 습식에 적응시키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연습4(인터넷 최저가 70g 990원)


 주식 파우치/간식 캔이라는 두 가지 라인업을 밀고 있는 역시 유명한 제품이다. 일단 사용 원료 길이는 다른 간식에 비해 복잡하게 무언가 들어가있는 것 같다. 유럽의 일부 제품은 실컷 겔화제를 넣어도 안 넣었다고 숨기는데 겔화제 종류도 세 가지나 정직하게 담아주었다. 7가지 표기 성분도 모두 들어있고, 인과 칼슘 비율도 어긋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제품, 조지방 함량이 낮아 보인다. 실제로 건조중량을 계산해보면 8.33%가 나와 AAFCO에서 권장하는 지방 함량인 9%를 넘기지 못 한다. 아무리 1.0% '이상'이라고 적혀 있어도 애매한 제품이다. 다른 페이지를 뒤져봐도 해당 제품이 AAFCO 기준을 넘겼다고 언급하는 부분이 없다.

 쇼핑몰과 업체는 '주식 파우치'라고 홍보하지만 주식으로 먹이기에는 조금 부족한 제품이라는 뜻이 된다. 쇼핑몰이 적은 말을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숨어 있다.



연습5(인터넷 최저가 50g 2190원)


 연습5는 주식캔에서 꽤 비싼 가격과 높은 고기함량을 자랑하는 모 업체에서 낸 비싼 파우치를 가져와 보았다. 신상이 막 나왔을 무렵에는 체감 가격이 더 비쌌는데 지금은 이래저래 가격이 조금 낮아진 듯하다. 주요원료는 간단한 편이고, 영양정보는 7가지를 모두 포함하지 않았다. 판매용 라벨을 읽어도 역시 인과 칼슘은 제외되어 있다.

 인과 칼슘 비율은 확인하지 못 하고, 조지방은 건조중량 3.46%이니 두말할 것도 없는 간식이다. 그런데 이 제품 또한 주식 파우치라고 홍보하고 있는 제품이다. 가격도 제법 나가고 벌레 이물질 이슈 이후에는 조금 하락세을 탔지만 여전히 신뢰도가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주식으로 알고 계신 분이 많았다. 돌다리도 한 번씩 두드려보고 건너자.


뻥 아니여 뻥?????

 


(연습6 69g 2390원)


 연습 5와 같은 업체의 다른 파우치를 가져왔다. 명화를 본뜬 듯 한 고양이 그림이 있는 해당 파우치는 그래도 바로 앞에 본 심플한 파우치에 비해 무언가 갖춘 것이 많아 보인다. 전 성분이 복잡하고 길며 영양정보는 7가지 항목을 고루 갖추고 있다.

 인:칼슘 비율도 1:2라서 간신히 끝자락에 맞췄지만 잘못된 비율은 아니다. 하지만 이상적으로는 1:1~ 1:1.2를 추구하고 신경 쓰는 사람은 1:1.5를 넘기지 않으려 노력하기 때문에 아마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역시 조지방이 1.5%로 수상하다. 건조중량을 계산해보면 8.3%로 AAFCO 기준에 못 미친다. '최소' 1.5%라고 표기되어있지만 턱걸이에 그치는 셈. 언젠가 또 다루겠지만 고양이는 지방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물을 생성해낸다. 지방 섭취량이 실제 수분 섭취량보다 더 수분 배출량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9%보다는 넉넉하게 먹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지방 관련 식이관리가 필요한 환묘는 따로 공부해야 한다)



연습7(인터넷 최저가 120g 1200원)


 글씨가 잘 안 보이나? 실제로 모든 사이트에서 사용원료와 등록성분을 가장 구석에 조그마하게 적어서 어쩔 수 없었다. 연습7은 무려 국산 주식캔..을 표방하는 제품이다. 인터넷의 누군가가 정리해놓은 주식캔 추천 목록 중 '1군' 목록에 처음 들어보는 수상쩍은 제품이 들어있길래 재미있어하며 가지고 왔다. 다들 저 제품은 뭔데 1군이냐며 의아해하는 인터넷 글만 한트럭이었다.

 나는 다른 것을 먹이겠지만 그래도 이제 한국 업체에서 무려 '주식캔'을 만들게 되었다니 반가운 마음이다. 그런데 이 제품 또한 AAFCO 기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인터넷의 누군가가 업체에 전화해 물었더니 AAFCO가 무엇이냐며 되물어 황당했었다는 댓글을 하나 보았지만 익명의 댓글은 댓글일 뿐이니 잠시 넘어가도록 한다.

 사용원료는 주식에 가깝게 긴 편이다. 읽어보니 유명한 다른 주식캔들과 다르게 미네랄을 영양제로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일과 채소를 넣어 조절하는 것 같아 재미있다. 각 원물을 잘 분석해서 영양 성분을 배합한게 맞다면 흡수율이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 기호성에 큰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먹으면 다행.

 등록성분도 모두 7가지를 적절하게 표기하고 있다. 조지방은 연습으로 나온 다른 나온 제품에 비해 넉넉하게 높은 편이라 건조중량을 계산하면 무려 41%나 된다. 오히려 지방이 높으면 설사를 하거나 췌장염이나 당뇨 등으로 지방을 조절하여 관리해야 하는 고양이 보호자는 유의해서 먹여야 할 정도로 넉넉하다.

 인:칼슘 비율을 보면 1:3으로 칼슘이 꽤 높다. 아까 인과 칼슘은 서로 길항작용을 하는 미네랄이라는 언급을 했었다. 칼슘 비율이 높을수록 인의 흡수량은 떨어진다. 고양이 몸이 부지런히 항상성을 유지하여 이거 좀 먹인다고 당장 칼슘이 과다해지고 각종 병이 일어날 정도는 아니겠지만 장기적으로 주식으로 먹이기에는 찜찜함이 남아있는 비율이다.

 (사람들이 많이 먹이는 주식캔 목록을 아무리 뒤져도 인:칼슘이 1:2를 넘어가는 제품조차 지극히 한 손 안에 꼽힌다.)

 남이 만들어준 '1군'을 그대로 따르지 말고 스스로 우리 고양이에 적절한 음식을 고를 수 있도록 연구를 하자. 특히나 전 세계적으로 널리 팔리는 제품이 아닌 국산 제품의 경우는 늘 돌다리를 두세번은 더 두드려 보길 권한다.




 

 이제 주식캔과 간식캔을 구분하는 방법은 얼추 알 것 같다. 여기서 '간식캔'으로 분류되었다고 해서 아예 먹일 필요가 없다거나 무조건 건강에 안 좋은 캔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간식캔도 정해진 끼니 외에 유용하게 쓰일 때가 있다. 고양이가 컨디션이 안 좋아 입맛이 심하게 안 좋을 때, 생일 등 기념일을 축하해줄 때, 먹여야 하는 캡슐이 너무 많아 몇 가지 약은 밥에 섞어먹일 때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간식은 하루 섭취 칼로리의 10% 안으로 제한하자는 팁이 돌지만, 간식캔은 정해진 용량이 있으므로 10% 안에서 먹이려면 몇 숟가락씩 며칠에 걸쳐 나눠 먹어야 할 수도 있다. 한 달에 한 번, 몇 주에 한 번 정도로 급여할까 말까 하는 정도라면 하루 끼니 중 한 끼 정도는 간식캔으로 먹여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식습관을 잡아놓으면 참 여러 가지가 편하다.

 다음 일기에서는 이렇게 추려낸 주식캔 사이에서 더 좋은 주식캔을 찾는 나의 기준을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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