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닌니












파라라락, 책장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턱끝을 간질이는 작은 바람이 불었다. 잔잔한 노랫소리가 라디오를 통해 나오고 있는 차 안은 고요했고, 퀴퀴한 오래된 책 냄새가 콧잔등에 주름을 만들었다. 탁, 책장이 모두 넘어간 순간 표지까지 완전히 덮인 책을 무릎 위로 내려두고 고개를 들었다. 검은 밤을 밝혀주는 가로등 사이에 일렬로 선 차들은 규칙을 따라 느릿하게 움직였다.




‘——.’




조수석에 앉은 나와 운전석에 앉은 누군가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나는 맘이 상해 책을 덮었다. 마침 붉은빛을 내던 신호가 초록빛으로 바뀌는 순간 짜증 섞인 숨과 함께 입이 벌어졌다. 힘이 잔뜩 들어간 눈으로 고개를 틀려던 찰나에 훤한 낮이라도 된 것처럼 세상이 밝아졌다. 눈으로 달려든 밝은 빛이 시야를 가렸고, 말은 이어지지 못한 채 틀어막혔다. 상황 파악하기도 전에 뻗어진 팔이 내 몸을 감싸 안았다.


—깜빡, 깜빡깜빡.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겨우 들어올렸다. 눈에 뭐가 들어갔는지 따갑고 쓰린데도 악착같이 눈을 뜨려했다. 상상해보지 못한 근육통과 함께 여러 통증이 몰려왔다. 아파서 우는 건지, 눈물이 흘러 눈이 따가운 건 덜했는데 뺨이 따갑다.


차 앞유리가 죄다 깨져있다. 백미러에 달려있던 사진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에어백이 터졌는데도 너무 아팠다. 웅웅대는 사람들의 고함과 같은 시끄러운 말소리가 귀를 터트릴 것만 같다. 색색대는 쇳소리 말고는 입 밖으로 빠져나오는게 없다. 안전밸트에 짓눌렸던 가슴이 아파서 눈물방울이 더 굵어졌다.


눈을 겨우 굴려 옆좌석을 확인했다. 백미러에 걸린 사진에 나와 함께 찍혀있던 누군가. 그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나를 감쌌던 그는 핸들에 머리를 박은 채 쓰러진 건지 죽은 건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흔들어서 깨우고 싶은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의 생사를 알기 위해 숨을 골랐다. 이름이라도 부르려고, 목구멍에 젖은 솜을 쑤셔 넣은 것마냥 꽉 막힌 걸 뚫기 위해 입모양을 잡았다. 정확히는 잡으려 했다. 덜덜 떨리는 턱을 내리고 입을 여는데, 무엇 하나 뱉지 못했다. 서서히 숨이 멎어간다. 그의 이름이 기억나질 않았다.
















거칠게 흔들리는 몸을 느끼고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나를 안는 품이 꿈 속과 비슷해 처음엔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마라톤이라도 뛴 것처럼 펄떡이는 가슴을 붙들고 나를 안은 품 안에서 숨을 골랐다. 과호흡을 겪었을 때와 비슷했다.




“괜찮아. 아무 일도 없어.”




가슴팍을 얼마나 세게 움켜쥔 건지 손끝이 아렸다. 헐떡이는 숨과 그보다 빠른 심장 박동이 내가 얼마나 큰 공포를 느꼈는지 알려주었다. 정작 나는 곁에 있던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도.


점차 호흡이 안정적으로 돌아오자 알렉스는 토닥임을 멈추고 나를 품에서 떼어냈다. 몰랐는데 내가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가 내 뺨과 턱으로 흘러내린 눈물을 손으로 훔쳐냈다. 어찌나 다정한지 아주 잠깐 앞으로도 그가 내 곁에 있길 바랐다.




“존과 떨어져서 불안해?”




이 꿈은 내가 라조에 오고 쭉 이어져 오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차를 타고 있던 내가 책을 덮는 것으로 시작됐다. 다음 날엔 사고가 났고, 그 다음 날엔 차 앞유리가 깨진 걸 보았다. 점차 길어지는 꿈은 악몽처럼 자는 내내 나를 앓게 만들었다. 알렉스가 나와 침대를 공유하는 이유는 내 불면증과 그의 가이딩 때문도 있었으나 이같은 악몽 때문이기도 했다.


여태까지는 같이 잘 이유가 없지 않나 싶을 정도로 별것 없는 악몽이었는데, 오늘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결국 알렉스는 영호와 떨어져 지내는 탓에 내가 불안감을 가져 이런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내놓았다.




“관련없어.”




쩍쩍 갈라진 거친 소리가 나왔다. 칼칼한 목을 한 손으로 덮자 알렉스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를 벗어났다. 물 한 잔을 가져 온 그가 내게 주려했으나 덜덜 떨리는 손은 컵을 쥐자마자 침대를 엉망으로 만들만큼 진동했다. 결국 내 어깨를 감싸 안은 알렉스가 직접 내게 물을 먹여줘야 했다. 그저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환자라도 된것만 같다.




“씻고 올게.”

“애들 불러줄게.”

“됐어. 씻는 것 쯤은 나 혼자 할 수 있어.”




식은 땀에 푹 절어버린 몸을 씻어내고 싶었다. 그 김에 정신도 좀 차리고. 침대 밑으로 내려가자 알렉스는 못마땅한 듯 보였다. 날 대하는 모습만 보면 딱 영호과다.




“내가 씻겨주길 바라?”

“…고마워.”

“잠깐만 기다려. 그리고 오전 중에 아무 것도 하지 마. 나도 네 옆에 있을 거야.”




일순간 머리가 핑 돌아서 휘청였을 뿐이다. 금방 자세를 잡았는데, 알렉스가 나를 잡아주는게 좀 더 빨랐다. 나를 다시 침대 끄트머리에 앉혀 둔 알렉스는 잔뜩 골이 난 채로 방 밖의 사람들을 불렀다. 내 목욕을 도와 줄만한 사람을 부르라는 거였다. 죄다 거친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내 수발을 들어 줄만한 사람이 있을까 했더니 두명이 방 안에 들여보내졌다. 운동 후 근육이 뭉칠 때마다 풀어주던 전문 마사지사였다.




“잠깐 현기증이 난 거야. 내가 할 수 있어.”

“네가 씻는 중에 쓰러지면 난 이 둘의 목을 그을 거야. 그래도?”

“…알겠어.”

“씻고 나오면 아침부터 먹자. 기다리고 있을게.”




언제나와 같이 다정해진 알렉스는 그대로 방을 나갔다. 나와 면을 튼 마사지사들의 덜덜 떠는 손이 나를 욕실로 이끌었다.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으나 내가 해 줄 수 있는게 없다. 따지고보면 나도 인질이라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욕조에 물이 차는 동안 자면서 경직됐던 근육을 풀었다. 내 어깨와 다리를 주무르는 그들 또한 알렉스가 안보이니 점차 긴장을 녹여가는 듯 했다. 몸을 뉘인 채 눈을 감고 있으니 꿈 속의 일이 뒤늦게 밀려온다. 깼을 적처럼 손을 떨거나 과호흡을 일으키진 않았다. 그저 살결 위로 뚝뚝 떨어지는 오일처럼 고요하게 회상했다.


꿈은 나의 마지막일 것이다. 서여주 몸에 들어오기 전의 내 삶의 끝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기억을 기반으로 둔 꿈인 듯 했다. 덮었던 책은 홍주연이 주인공인 원작이 담겨있을 테고, 나는 책을 덮음과 동시에 사고가 나서 이곳에 있을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는 가정일 뿐인데 왠지 모를 확신이 앞섰다.


기억이 안 나서일까, 전 삶에 대한 미련은 없다. 돌아간다 하더라도 내 몸뚱이가 살아있을지도 모르겠고. 다만 궁금한 점은 있다. 운전석에 있던 사람.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안고 보호하던 사람은 누구일까. 늦은밤 가로등 빛을 비껴나가 서있던 탓에 그의 얼굴은 그림자에 잡아 먹혔고, 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기 어려워했다. 그러다 잔뜩 골이 나서 그를 돌아보았을 때는 이미 너른 품에 보호 받은 후였다.


나는 또 다른 가정을 하나 더 세웠다. 어쩌면 그 또한 이 소설 속에 들어온게 아닐까 하는 가정을 말이다. 아닐수도 있지만 만약 그가 나와 같이 소설 속에 들어 온 거라면….


뜨끈한 물 속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같이 차에 타고 있던 사람과 내가 어떤 관계인지, 그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으나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 하나는 알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영호였다. 그가 나와 함께 소설로 들어 온 사람이라면? 난 너무 좋지. 서여주가 아닌 진짜 나와 관계를 가진 사람이니까. 하지만 영호는 아닐 것이다. 정확히는 영호를 포함해 빈즈 내엔 없을 것이다. 그들 중 나와 함께 이곳에 건너 온 사람이 있다면, 해리성 장애라는 말을 듣고 한 번쯤 자신과 같은 처지인 사람일까 의심했을 테니까.


다음으로는 가장 아니길 바라는 사람들, N팀이 떠올랐다. N팀은 내가 해리성 장애 판정을 받은 걸 모르지만, 기억을 잃었다는 소리에 한 번쯤은 아닐 거라 부정했…구나. 하나도 빠짐없이 그랬네. 그들 중 운전석에 앉아있던 사람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있다면 누구일까? 아니길 바라는 사람은 있으나 그이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그들 중 있을 바에야 차라리 글 속에 함께 들어오지 않은게 낫다. 있다면…, 홍주연이라면 나름 괜찮을 것같다.


어차피 나도 내 외관과 똑같은 사람과 들어 온게 아니다. 내 겉모습이 어땠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서여주 같지 않았음은 안다. 서여주 몸을 깨어났을 적의 이질감이 확신을 보탰다. 만약 외관이 같은 사람이라면 알렉스와 비슷할 것이다. 잠에서 깼을 때 알렉스를 보고 잠시 현실과 꿈을 혼동했을 정도였으니.


가장 이상적인 사람은 알렉스와 덩치도 비슷하고 내가 가장 믿는 영호인데, 앞서 말했듯 그는 내가 해리성 장애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뜨끈한 물에 잠겨서 생각을 많이한 탓인지 머리가 어지럽다. 내가 왜 이곳에 온 건지, 운전석에 있던 사람은 누군지, 만약 이곳에 함께 왔다면 누구인지. 씻는 내내 같은 생각을 하다가 가운을 걸칠 때가 돼서야 생각을 털어낼 수 있었다. 없다고 단정 짓기보다 누군가 함께 왔음을 가정하고 끊임없이 추측과 의심을 반복하기로 결론 내렸다. 의심은 언제나 나를 안전한 길로 이끌테니, 관찰부터 시작하기로.




“여주 너….”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알렉스 또한 씻고 왔는지 뽀송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부터 말리려고 어젯밤 알렉스가 앉았던 화장대로 향하자 그가 실실 웃는 얼굴을 하고 나보다 먼저 화장대 앞에 선다. 이번엔 자기가 말려주겠다며 드라이기를 쥐고 내가 앉길 기다린다. 연애 놀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 헛웃음 지으며 스툴에 앉았다.




“엄청 말랑해졌네. 얼굴이 빨개서 복숭아 같아.”




케어를 위해 함께 있던 마사지사들은 알렉스 손짓 한 번에 문 밖으로 퇴장했다. 방 안에 남은 사람은 알렉스와 나, 단 둘 뿐이다. 젖은 머리 위로 시원한 바람을 쏘아주는 알렉스 손길이 부드럽다. 얘는 악역이 아니었더라면 미용실에서 일 했어도 될 거 같은데, 진짜 미용실에서 일했다면 엔터 쪽 회사에서 명함 뺀질나게 받았을것 같기도 하다. 껍데기 하나는 완벽하니까.


그가 나와 함께 이곳에 온 사람이라면 어떨까. 거울을 통해 들여다 본 알렉스는 내 머리를 말리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내겐 다정하지만 남에겐 한없이 차갑고, 사람을 죽이는데에 거리낌 없으며, 다수의 인생을 나락에 처박는 알렉스. 그가 정말 나와 함께 온 사람이라면…, 원래 세상에선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떠오른다. 이곳과 같았을까? 그렇담 그와 나는 무슨 관계였길래 차에 나란히 타고 있었을까.




“왜 그렇게 봐.”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내 시선을 단번에 알아차린 그가 드라이기를 끈다. 뽀송뽀송한 머리카락을 빗어주는 그가 푹 꺼지는 보조개를 보인다.




“나 떨려.”

“…배고파.”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 배만 채우면 돼.”

“그럴 순 없지.”




내 머리 위로 입을 맞춘 그가 옷 갈아입고 얼른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며 나를 일으켜 세운다.




“너랑 먹으러 가려고 맛있는 곳 알아뒀어. 머니까 옷 가볍게 입어.”

“멀면 예쁘게 입어야 하는 거 아냐?”

“차 타고 불편하잖아.”

“많이 멀어?”

“강원도.”

“여기 경상도 아냐?”

“맞아.”




웬만하면 이 자식이 운전석에 함께 온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 만약 알렉스가 나와 함께 온 사람이라면 꿈 속에서처럼 짜증을 오만상 낼 거 같으니까. 도대체 뭔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알 수가 없어.
















알렉스는 강원도까지 가서 아침을 먹지 않았다.




“여기가 강원도야?”




산길을 타고 내려가 있는 식당에 차가 서길래 나도 모르는 새에 텔레포트 센티넬이 차를 옮겼나 했다. 차를 탄지 10분 뒤의 일이었다. 센티넬과 함께 있다보면 상식이 사라지곤 해서 물어봤던 건데, 알렉스는 배 찢어질 것처럼 웃어댔다. 얼마나 웃어 재끼는지 눈물까지 찔끔이길래 혼자 식당에 들어갔다. 짜증나는 새끼.


알렉스는 미안하다며 나를 안았다. 사과만 하면 됐지 왜 안는 건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 새끼가 들먹인 이유는 이러했다.




“강원도까지 꽤 걸린대. 널 굶길 순 없으니까 밥부터 먹고 출발하자고.”

“여기서 먹을 거면 강원도는 왜 가는데?”

“조만간 여길 알아차릴 테니까.”




누가? 하고 튀어나오려던 질문이 삼켜졌다. 누구일지는 뻔하지. 아무 말 없이 입 안에 음식물을 넣었다. 어쩌면 내가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지금일지도 모른다. 이곳엔 알렉스와 나 뿐이고,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짜내면 그를 따돌릴 수도 있다. 잘만 하면 천러에게 연락이 닿아 나를 데리러 오게 할 수도 있고.


그럼에도 아무 말없이 알렉스와 시시껄렁한 농담을 나누며 손을 꼭 잡은 채 식당을 나서는 이유는 별게 없다. 그들에게 돌아갈 이유가 없으니까.


빈즈와 라조 중 누가 거리낌 없이 N팀을 무너트릴 수 있을까? 영호를 비롯해 빈즈 전원 모두 나를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다. 우정이든 연민이든 사랑이든 어쨌거나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나를 너무나 사랑해주는 영호가 팀의 리더이고, 그들은 영호의 말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가지고 움직였다. 영호가 N팀을 죽이고자 한다면 빈즈는 그를 따를 거다.


하지만 빈즈는 잃을게 너무 많다. 타국의 센터 팀에게 상해를 입혀도 법적 처벌로 넘어갈 판에 죽인다면 전세계가 그들을 입에 올리고 손가락질할 것이며, 처벌로만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형으로 죗값을 치르라고 할 수도 있지.




“한국 휴게소에는 맛있는게 많다던데.”

“네가 그 말 하니까 회오리 감자 먹고 싶어.”

“해오…, 뭐?”




반면 라조는 이미 전세계적인 범죄 조직이다. 그들이 센터 팀 하나를 박살낸다고 잃을게 없다는 말이다. 있더라도 알 바인가. 끽해야 라조를 쫓는 나라에 한국이 추가 될 뿐이다. 내가 빈즈와 라조 중 후자를 택하는 건 당연했다. 난 라조가 아닌 빈즈를 사랑하니까.




“알감자랑 회오리 감자랑 소떡소떡도 먹어야 돼. 우리 그거 다 먹고 올라가자.”

“맛있어?”

“한국의 맛을 보여줄게.”




사랑하니까 떠난다는 말이 이상하다고? 글쎄, 나는 너무 이해가 되는 말이라 공감 못하겠다. 영호와 빈즈의 인생도 챙기면서 내 복수를 할 수 있는데 굳이 그들의 인생을 무너트릴 필요가 있을까?




“나 사실 먹어보고 싶은게 있어.”

“뭔데?”

“수정과.”

“흠, 한 번 찾아볼까? 우리 강원도로 빨리 가야하는 거 아니잖아.”

“그거 매워?”

“글쎄. 계피를 맵다고 느낀다면 맵지 않을까?”

“흠, 계피가 매울 수 있나?”

“좋은 자세야. 네가 말하니까 나도 먹고 싶어졌어.”




알렉스의 핸드폰을 빌려 수정과가 파는 곳을 찾았다. 한국에서도 많이 팔지 않는데다가 찾더라도 맛있는 곳이 한정적인데, 잘 찾아봐야 했다. 함께 차에 타서 수정과 파는 곳을 찾았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있을 경주에 맛있는 곳이 있다길래 네비에 찍어서 알렉스가 시동을 걸게 만들었다.




“경주 들리는 김에 좀 놀다 갈래?”

“그럴까?”

“점심도 거기서 먹자. 데이트 어때?”




데이트 소리에 눈이 반짝인 알렉스가 시원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경주에 문화재 어쩌구 하는데엔 썩 관심 없어보였는데, 보리빵 소리엔 입맛을 다신다. 알렉스를 설정한 사람이 한국인이라서 그런걸까. 어째 애가 한국인 입맛에 길들여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거대한 폭풍 한 가운데에 있어서 그런가, 이곳에 온 후로 가장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 순간이 불안하면서도 고요해서 태풍을 따라 걷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위험한 생각인 걸 알면서도.
















해가 뜨기 전이라 어슴푸레한 하늘 아래, 바다 앞 벤치에 앉은 영호는 손바닥만한 사진 하나를 쥐고 있었다. 위아래로 젓니가 빠진 여주가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브이를 그리고, 어린 날의 영호 또한 여주와 같은 자세로 웃는 평화롭고 뜨겁던 늦여름날의 사진이었다.




‘존, 여주는 날 택했어.’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것들이 응어리졌다. 자신을 비웃는 알렉스의 면상을 쳐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여주를 입에 담는 낯짝은 영호를 마주하고 사라질 때까지 이어졌다.




‘웃기지 않아? 여주가 증오하는 놈들과 손을 잡은 너 말이야. 아, 그래서 날 택한 건가?’

‘여주는 널 원하지 않았어.’

‘믿기 싫겠지만 여주가 직접 날 찾아 온 거야.’

‘그거야 기억을 잃었을 때의 이야기고. 여주는 기억을 잃지 않았어. 저들을 향한 분노가 그 증거지.’

‘존, 나의 순진한 친구. 그 의사도 결국 내 친구야. 그의 말을 믿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의사의 말을 믿은 건 여주가 모든 걸 기억하고 있다 털어놨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보이기도 했다. N팀을 향한 분노는 거짓이 아니었고, 그에 따라 온 불신과 병세 또한 이를 뒷받침 했기 때문이다.




‘여주는 기억을 잃은게 맞아. 저쪽이 아니라 이쪽.’




이미 정신을 잃고 뻗어버린 제노와 자신을 차례로 가리킨 알렉스는 시원하게 웃었다. 그리곤 멱살을 쥔 손을 밀쳐내고 영호의 허리로 주먹을 뻗었다. 자비 없는 힘이 실리 탓에 몸이 휘청이고 거친 숨이 터져나왔다. 미국에서 상대할 때보다 훨씬 빠르고 센 힘이 영호를 멍들게 했다. 늘 허덕이던 가이딩을 영호의 하나 뿐인 약점으로 채운 덕이었다. 차이를 알아차린 건 영호 뿐만이 아니었다.


알렉스는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빈즈의 치타폰이 사업장 중 하나에 와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땐 별 다른 감흥이 없었다. 어느 때처럼 깽판치고 가겠지, 하고 말았다. 어차피 한국에서 시작한 일은 유흥이었다. 사람을 사고 팔고 큰 돈이 오갔으나 그건 N팀을 자신 쪽으로 유인하기 위한 덫이나 다름없었다. 알렉스의 당일 일정은 약사를 죽이고 여주와 자신만의 작은 보금자리로 돌아가 하루종일 노닥거리는 거였다.


그런데 치타폰이 찾아 간 사업장이 하필 홍주연을 처박아 둔 사업장이랜다. 그때부터 알렉스는 머리를 굴렸다. 치타폰의 능력인 포이즌은 공격형이 맞긴하나 수비에 가까운 능력이라 혼자 사업장을 털 수 없다. 그와 같이 있다는 N팀의 플라워 김정우는 가이딩 소모가 심해 능력을 많이 사용하지도 못한다. 이 두가지만으로 알렉스는 계산을 끝마쳤다. 홍주연이 어찌되든 알 바 아니겠지만, 그는 여주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니 영호가 직접 찾아 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의 주먹은 잠깐의 틈도 놓치지 않았다. 영호가 휘청이는 순간부터 넘치는 힘을 전부 쏟아부었다. 능력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언제나 총과 칼을 구비하던 두사람의 끝은 늘 주먹다짐이었다. 영호는 여주를 잃고 약 먹는 법도 까먹은 건지 또는 알렉스가 가이딩을 넘치도록 받은 것인지, 처음으로 두사람 사이에 간극이 생겼다.




‘여주는 기억을 잃고도 날 택했어. 왜일 거 같아?’




알렉스가 영호의 목에 발목을 걸고 걷어차는 순간, 영호는 그의 허벅지에 칼을 꽂아넣었다. 그대로 손잡이를 쥐고 있던 탓에 알렉스의 허벅지가 길게 찢어져 피를 토했다. 벽에 처박히고도 웃는 영호와 다리 하나를 못 쓰게 된 알렉스는 움직임을 멈췄다.




‘걔 생각이야 뻔하지. 날 위해서야. 네가 좋아서가 아니라.’

‘…기분 더럽긴 하지만, 맞아. 네가 주지 못하는 걸 내가 줄 수 있거든.’




알렉스의 푸른 눈동자가 제노를 향해 굴렀다. 그 순간 시뻘건 단도가 알렉스의 눈을 향해 날아들고,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피했을 칼을 이번엔 빗맞았다. 하필 피하는 방향의 다리를 다친 탓이다. 눈가를 스친 탓에 피가 뺨을 타고 턱 끝에 맺혔다.




‘알렉스, 넌 아무 것도 몰라. 정말 그 애를 위하고 싶다면 저 새끼들을 죽여선 안 되지.’

‘그게 여주를 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바보같긴. 저것들이 죽는다고 여주가 눈물 한방울이라도 흘릴까?’

‘멍청한 건 너야. 그 애가 정말 네게 도움을 요청한 거라면 N팀을 죽여달라고 하지 않았을 걸.’

‘……….’

‘복수는 셀프야, 알렉스. 남이 해주는 복수따위는 도난 당한 것과 다름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러나 네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듯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던 알렉스는 능글 맞게 웃으며 찢어진 다리를 움직여 벽에 꽂힌 칼을 쥐었다. 그의 움직임을 본 영호 또한 무릎을 짚고 일어나며 자세를 잡는다.




‘하지만 존, N팀은 여섯이야. 가이드까지 합하면 일곱이지. 그 중 하나쯤은 도난 당해도 괜찮지 않아?’

‘여주 것을 빼앗겠다고?’

‘아니지. 넌 너무 극단적이야. 예시부터 잘못됐잖아. 도난 당하는게 아니라 그 애를 위해 앞서 겪어보는 거라고 생각하는게 어때? 저것들을 어떻게 죽여야할지 연구하는 거지. 성공한다면 여주가 따르기만 하면 되고, 실패한다면 내가 사용한 방법을 쓰지 않으면 그만이잖아?’




미친 소리를 실실 웃으며 하는 알렉스를 향해 뭐라도 날려주고 싶었으나 영호는 더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뼈라도 부러진 건지 흉통이 느껴졌고, 가진 거라곤 알렉스 손에 쥐어진 단도가 마지막이었다. 알렉스도 마찬가지였다. 찢어진 다리는 서있는 것조차 버거웠고, 계속해서 피가 흐르는 탓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넌 정말 여주와 어울리지 않아.’




아픈 탓인지 표정관리도 안 됐다. 영호의 말 한마디에 알렉스는 처음으로 그의 앞에서 얼굴을 구겼다. 알렉스는 망설임 없이 칼을 던졌다. 칼 끝이 향한 방향은 쓰러져있던 제노였고, 영호는 간신히 몸을 움직여 그의 앞을 막아섰다. 대신 죽으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으나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늘 누군가를 지켜오던 삶에 새겨진 버릇 같은 거였다. 물론 그게 아니었더라도 칼을 막으려는 행동을 보이긴 했을 텐데,




‘하하, 미친놈. 쓰레기를 보존하기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하는 사람은 너 뿐일 거야.’




영호는 몇년간 알렉스를 상대하면서 오늘만큼 강했던 그를 만난 적이 없다. 가이딩을 제때 받지 않았고 대체제도 복용하지 않아서 본인이 약해진 탓도 있겠지만, 알렉스의 넘치는 힘만큼 다친 몸을 움직이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니까, 제노를 대신해서 칼 맞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단 뜻이다.




‘보스!!’




어찌저찌 피한다고 급소는 피했으나 배에 칼이 꽂혔으니 작은 상처는 아니다. 영호는 간신히 숨을 몰아쉬며 제노를 지켰고, 알렉스도 더 서있지 못해 휘청일 적에 누군가 찾아왔다. 알렉스의 조직원이었다. 그는 알렉스를 대신해서 영호를 죽이려 들지 않았다. 오래 전에 충성심을 보이겠답시고 영호에게 덤비려던 조직원을 직접 죽인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주 잘 데리고 있어. 찾으러 갈 테니까.’

‘하하, 개소리 마. 넌 여주 못 찾아.’




알렉스가 퇴장했고, 영호는 죽은 듯이 쓰러진 제노를 후려쳤다. 그가 알렉스에게 얼마나 처맞았든 영호보다는 상태가 좋을 테니 깨워서 데려가기 위함이었다. 문제는 나가고서도 한참을 못 벗어났다. 알렉스 개자식이 조직원 중 메이즈 능력을 가진 센티넬을 데려왔던 탓이다. 미로처럼 꼬이고 꼬인 길을 간신히 정신 차린 제노와 한참을 헤매었다. 통신구까지 먹통으로 만든 알렉스 욕을 한시간, 겨우 닿은 연락으로 지원을 기다린 것도 한시간. 약 두시간 가량 알렉스 손아귀에 갇혀있던 영호는 천러와 마주하고 나서야 정신을 놓았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났다. 사흘간 꼬박 기절해있던 영호는 말끔해진 정신으로 다시금 여주를 찾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왔다. 부산엔 알렉스도 없고, 그의 사업장 대부분이 정리된 상태였으나 그럼에도 이곳에 왔다. 여주와 작은 시골 마을로 들어가 평화롭게 살자던 약속을 되새기기 위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야할까? 알렉스가 여주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영호에게 뱉는 말 한마디마다 불안이 스며있었으나 여주에게 폭력적으로 다가갈 거 같단 느낌은 없었다. 자신을 닮아 똑똑하고 사랑스런 동생이 라조에서 알렉스의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는 듯 했다.




“형, 끝났어.”




함께 내려 온 천러가 바다를 보고 앉아있던 영호에게 다가왔다. 영호가 고개를 들자 천러 뒤로 그림자 하나가 뒤따랐다. 도영이었다. 영호는 여주와의 약속을 곱씹기 위해, 천러는 이동을 위해, 도영은 부산에서의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함께한 조합이었다. 어쨌거나 그들의 행패로 사유지가 망가졌으니 손해배상을 해야 했기때문에 센터의 입장을 전달하러 온 도영은 불편을 감수하고 두사람과 동행했다.




“이 사진 본 적 있어요?”




영호는 쥐고 있던 사진을 도영이 볼 수 있도록 들었다. 여주와 영호가 나란히 찍힌 사진을 본 도영은 고개를 저었다.




“여주가 가족에 대해 말한 적이 없어서요. 오빠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사진은 다시 영호의 지갑 속으로 들어갔다. 영호와 여주는 같은 사진을 나눠 가지고 있는데, 한 번도 못봤다는 건 그만큼 여주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걸까. 영호는 동생과 눈 앞의 남자의 관계를 가늠했다. 가이드 하나 새로 들어왔다고 몇년을 함께한 여주를 팽겨친 그들은 더 볼 것도 없이 개새끼라 불리기 충분했으나 그들의 전담 닥터라는 인간이 정말 N팀의 생각을 조종한 거라면 그들 또한 피해자였다. 어쩌면 여주가 아닌 새로운 가이드를 환영했던 것도 그의 탓이 컸을지도 모른다.




“아시겠지만 여주는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애잖아요.”

“…내가 과거라고?”

“아니, 그게 아니라, …여주는 처음부터 바깥 이야기는 잘 안 했어요.”

“물어 본 적 없어요?”

“우리가…, 외부에서 좋은 기억이 없어서요. 그 탓도 있을 거예요. 외부 이야기를 불편해하니까 여주도 우리를 배려해서 말을 안 했던 거겠죠.”




도영은 영호와 눈도 못 맞추고 답했다. 글 속 주인공답게 N팀 모두 과거가 다사다난했다. 남들은 센터에 들어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삶을 죽어라 싫어하는데 반해, 도영은 센터에 들어오고 나서야 살만하다 느꼈으니까. 이는 비단 도영 뿐만 아니라 N팀 전부가 비슷하게 느끼고 있는 일이었다.


해서 팀 내의 분위기로 평균을 냈다. 여주는 그들과 달랐음에도 다수에 의해 소수가 속을 삭히는 식이었다. 여주가 감내하면 모두가 평화로우니까. 누구 하나 과거를 물으면 분위기에 휩쓸려 썩 좋지도 않은 과거사를 줄줄 읊을 것 같아서 아무도 여주에 대해 묻지 않았다. 대신 본인들이 느낀 여주 자체를 평가했다. 이는 관계 형성에 꽤 좋은 영향력을 발휘했으나 안타깝게도 같은 이유로 몇년간 쌓아올린 관계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그들은 여주가 왜 화를 내고 울고 서러웠는지 묻지 않았다. 모두가 본 여주는 그저 주연을 시기하는 것일 뿐이고, 자신들이 바로 잡아주면 여주 또한 주연을 받아들일 거라고 판단했다. 판사도 뭣도 아니면서 우매한 짓을 한 것이다. 바로 잡아야 할 것은 여주가 아닌 자신들의 행동이었는데, 다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수를 꺾었다. 여주의 배려로 인한 이해가 당연해져서 그게 배려라는 것도 잊고 말이다.




“김도영씨는 여주가 먼저 라조에게 손 내밀었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자리를 털고 일어난 영호가 질문을 던졌다. 도영이 아는 여주는 악이 아니었다. 주연이 오기 전까지의 여주는 그러했다. 그렇담 주연이 오고 나서의 여주는? 명백한 악이라고 판단했다. 주연이 오고 난 후엔 주연이 분명 팀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 죄책감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여주는 N팀에게 충분한 가이딩을 하지 못했으니까. 등급만 따져 미리 선을 그었던 탓에 생겨난 오해였지만, 어쨌거나 그들이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 가이딩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해서 주연을 필요로 한다는게 미안한 탓에 여주를 피해 다녔다. 여주와 부딪히다 튕겨나간 동혁이나 재민 같은 팀원들과는 다른 이유로 여주의 미움을 산 것이다.


도영은 여주가 라조에게 먼저 손 내밀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너무나 미운 나머지 악이 된 여주는 또 다른 악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그는 긍정을 표하기 위해 입을 열려 했으나 벌어지던 입은 작은 틈만 남기고 다시 닫혔다. 영호와 눈이 마주치자 맞다 아니다 같은 답을 원하는게 아니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죄책감을 가지는지 혹은 다른 생각이나 감정이 있는지를 묻는 듯 했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당연했다. N팀은 누군가를 판단하고 재단하기만 했지, 스스로를 돌아 본 적 없는 사람들로 가득했으니까. 꼭 영호가 경고하는듯 했다. 네 맘대로 내 동생을 판단한다면 곧장 네 혀를 도려내겠다 말하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요. 들으면 빡치기만 하지.”




곁에 서있던 천러는 겁을 집어먹고 당황한 도영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인간이 덜 됐다고 생각하면서도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은 건, 말해봐야 아무런 반응이 없을 걸 예상했기 때문이다. N팀은 지금 죄책감을 가지고있는 상태라 어떤 욕을 해도 맞장구라도 치는 것 마냥 미안한 티를 내거나 그저 받아들였다. 이런 이들에게 욕을 해봐야 달라지는 거라곤 빈즈가 찜찜함을 떠안는 것 뿐이었다. 악한 건 N팀인데 꼭 자신들이 빌런이 된 것 같다고 런쥔이 온갖 짜증을 부린 것만 봐도 그랬다.




“볼 일 끝났지?”

“응. 가자.”




영호는 별다른 말 없이 도영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천러와 나란히 섰다. 더이상 함께하고 싶지 않다는 듯 천러는 별다른 언질도 없이 도영 먼저 보내버렸다. 도영을 보낸 곳은 센터 내 그들의 숙소였고, 곧장 영호와 이동한 곳은 센터의 심문실이었다.




“형!”

“박쮜성~, 잘하고 있었어?”

“아니, 야, 대박이야. 형, 알렉스 지금 경상도에 없어요. 강원도에 있대요!”

“누구한테 들었어?”

“들은 거 아니고 찾은 거요!”




심문실에 있던 지성은 가지고 있던 태블릿을 영호에게 넘겼다. 누군가의 이체 내역이었다. 입금 된 곳은 도영이 암호를 풀어 찾아낸 보육원 원장의 통장이었다.




“좀 전에 N팀에서 보육원 원장을 데려와서 심문했는데, 강원도 별장을 판 거래요. 집안 가구 전부 버리고 새 걸로 교체할 거라고 괜찮은 사업체 소개 해달라는 말을 했다는데 거주지일 가능성이 커요!”

“형, 바로 갈까?”

“당장은 아닐 거야. 알렉스는 의외로 완벽주의거든.”




영호는 창을 통해 심문실 내부를 훑었다. 방음을 어찌나 잘했는지 영호의 귀에도 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치타폰, 나와. 해줄게 있어.”




그는 알렉스가 다 죽어가는 몰골을 하고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떠올렸다.




‘넌 여주 못 찾아.’




실실 웃던,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낯짝을 갈아 줄 때가 왔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주말 잘 보내고 계셨나요?ㅎㅎ 저번 편에 이어서 알렉 분량이 꽤 되네요. 하지만 다음 편엔 많지 않을 거예요. 있긴 하겠지만, 그는 사약이니까요.


💭 다시 한 번 말할게요. 알렉스는 사약이에요. 저 작자는 라조의 수장이라고요ㅠ 다들 왜 먹지 말라는 것만 주워 먹는 거야ㅠㅠ 금쪽이들 같이 이러지 말아요. 퉤해. 먹지 마아ㅏㅏㅏㅏ!!


💭 참고로 알렉스가 영호와 전투 후 비교적 멀쩡한 몰골로 여주에게 갈 수 있었던 건 데리고 있는 리커버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이딩 소모 최소화 할 요량으로 데리고 다니던 사람인데, 여주가 있음에도 리커버리에게 갔던 건 여주가 놀랄까 봐........ 이러면서 왜 먹지 말라고 하냐구요? 아무래도 그는 범죄자니까..^^


💭 여태 N팀에 대한 분노만 그려오다가 갑자기 많은 것들이 터지는 거 같은데, 다들 정신 사납겠지만 조금만 견뎌주세요. 우리 여주가 행복해야 하니까요.


💭 그럼 이만 가볼게요! 요즘 너무 덥고 습하고 난리도 아닌데 다들 물 많이 마시고 자외선 차단제 잘 바르고 다니셔야 합니다!! 안녕~💚






━⊱༻ 아래는 20화 예고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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