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는 눈. 커튼 사이로 적이 잠들길 기다린다. 나의 친구는 어려움을 마다치 않고 곁에 서서 시선을 던진다. 침착한 숨소리. 네 개의 눈동자가 한 곳을 응시한다.

움켜잡은 손잡이에는 땀이 배고 예리한 날에는 분노가 맺히고. 뿜어진 분노가 혈관 사이사이를 가른다. 갈라진 틈에 환희가 채워나가길. 그 순간이 곧 찾아올 것을 숨죽여 기다린다.

불이 꺼지고 잠에 들 때. 형체에서 멀어질수록 생에서도 멀어지게 됨을 알지 못하겠지. 어두운 방에 깊은 숨소리가 퍼지자 재빠르게 생각해둔 위치로 자리 잡는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한 번 보고 일을 시작한다.


일어서지 못하게 몸을 누르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기분인지 겪어보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생각지 못한 무게가 얹혀지면, 입을 누르고 눈을 삼키고 배를 밟고 존엄을 망가뜨린다.

그리하여 너를 벌한다. 목을 잘라 은쟁반에 올린다 한들 화가 사그라지지 않겠지만 조금은 나아지겠지. 노동을 끝낸 후 후련함이 찾아오듯 반복적인 칼질 끝에도 그러하리라.

예리한 칼날이 목에 닿자마자 하나뿐인 운명에 저항하듯 팔을 뻗어보지만, 나의 친구가 굳은 얼굴로 저지한다. 대동맥이 터지고 곧게 뻗은 물줄기를 감상할 겨를도 없이 두 여자는 목적에 충실한 움직임만 할 뿐이다.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


Artemisia Gentileschi - Judith Beheading Holofer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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