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트윈파파_w. 제철망개



「우리, 그냥 친구 할까요?」


지민의 기분이 좀 나아졌을까, 기대를 하며 전화를 받은 정국은 몇 초간 눈앞이 흐릿해졌다. 촬영할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었고 집에 올 때는 좀 기운이 없어보였지만 그다지 짚이는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뭐 때문에?


“…네?”

「정국씨 만나는 거, 너무 쉽게 생각한 거 같아요.」

“전 아닌데요.”

「….」

“만나요. 집 앞으로 갈게요.”


정국은 차를 몰 생각도 못하고 무작정 지민이 사는 단지 쪽으로 뛰었다. 지민이 나오지 않으면 문이라도 두드릴 생각으로 미친 듯이 뛰었고 다행히 저 멀리 지민이 보였다. 도대체 오늘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정국은 며칠 전에 지민과 첫 키스를 했던 장소에서 갑자기 이별을 요구하는 지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보고 멋있다더니, 그냥 빈말이었나? 내가 그렇게 바보 같았나? 좀 덜떨어져 보였나? 아까 내가 간식을 너무 많이 주워 먹었나? 지민의 마음이 어디서 어긋난 건지 알 길이 없는 정국은 초조한 얼굴로 지민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지민은 정국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정국씨.”

“네.”

“남자, 만나본 적 있어요?


없었다. 지민이 좋아지고 고백하기로 마음먹었을 땐 이미 성별 따위 초월했는데, 지민은 그게 그렇게 마음에 걸렸던 걸까.


“정국씨는 정민이를 낳았잖아요. 여자가 다시 좋아질 수도 있고.”

“그게 문제예요?”

“그것도 그렇고….”

“그럼 왜요?”

“…정국씨를 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하, 지민씨.”

“그렇게 빨리 정할 게 아니었는데, 제가 너무 생각 없이….”

“전 아니에요. 생각 없이 고백한 것도 아니고. 헤어질 거 생각했으면 처음부터 지민씨한테 반하지도 않았어요.”

“….”

“난 안 헤어질 건데, 지민씨는 벌써 그런 생각하고. 저 진짜 슬퍼요.”

“정국씨….”

“진심 아니죠? 아니라고 해요, 빨리.”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요. 나 좋아한다고 하면 되지.”

“아, 진짜, 정국씨…ㅎㅎ 웃기지 마요….”


지민의 눈썹이 팔자로 휘어지며 웃음이 터졌다. 분명 심각했는데, 지민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지민은 눈물이 찔끔 나오도록 웃었고 정국은 속으로 안도했다. 지민은 살며시 안아오는 정국을 밀어내지 않았다. 정국은 지민을 벤치에 앉혀놓고 ‘도망가지 마요!’ 하고서 쏜살같이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파인트로 사왔다. 오늘 촬영 잘 했으니 저에게 주는 상이라고, 지민에게 떠먹여 달라며 졸랐다. 우리 샐리도 그런 거 해달라고 안 하는데, 지민은 민트초코를 크게 한 스푼 떠서 정국에게 먹였다.


“지민씨, 솔직히 말해요. 무슨 일 있었죠.”

“아니에요, 그냥….”

“아, 숨기기 없기.”

“…정국씨 너무 인기 많아서. 누가 채갈까봐서요.”

“아, 아무도 저 안 데려가요, 걱정 마요.”

“정국씨랑, 자고 싶다고 막….”

“뭐요?”

“아니, 아무튼… 정국씨 인기 많아서 큰일이라구요.”

“지민씨 말고는 안 잘껀데요.”




“…네?” “네?”





*




아침에 널어놓은 빨래가 점심이면 바삭하게 마를 정도로 날이 더워졌다. 정국과 지민은 이따금씩 말을 놓을 정도가 되었고 정국은 장난스레 ‘쥐민아-.’ 하고 부르기도 했다. 지민은 애들이 없을 때 가볍게 슬쩍 백허그를 해오는 정국이 반가웠지만 그마저도 오래 하진 못했다. 정민이와 샐리는 늘 아빠와 오빠를 찾았고, 둘에게는 아이들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정국은 정민이를 데리고 두 번 지민과 샐리의 집에 찾아왔다. 정민이는 더운 날씨인데도 후드가 달린 티를 입겠다고 아득바득 고집을 부렸고 정국은 그저 편안함을 이유로 생활한복을 색깔별로 장만해서 즐겨 입기 시작했다. 정희는 제발, 지민의 집에 갈 때만이라도 다른 것을 입으면 안 되겠냐고 나무랐지만 정희도 정국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우리 쥐민씨는, 내가 뭘 입어도 좋아한다고 흥얼거리며 아들을 데리고 나서는 부자의 모습에 기가 찼다.



지민은 정말, 정국이 무슨 옷을 입든 별 반응이 없었다. 생활한복이 색깔별로 있다는 것에 놀라기는 하면서도 ‘신발도 고무신 신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하면서 오히려 장단을 맞췄다. 정국은 지민이 그린 동화책을 보면서 ‘히야~.’ 하며 연신 감탄을 했고 정민이는 샐리가 하자는 놀이라면 군말 없이 같이 했다. 넷은 정국이 고구마 맛탕 다음으로 잘 만든다는 깍두기 볶음밥을 먹었다. 정민이는 원래 매운 김치를 싫어했지만 샐리 덕에 배추김치부터 조금씩 먹기 시작해서 아빠가 만든 볶음밥도 무리 없이 잘 먹었다. 물론 고기반찬이 있었지만. 

정국은 집으로 돌아가기 전 지민과 진득한 키스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껌딱지 같은 아들이 도통 떨어지질 않았다. 그래서 정민이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다용도실에 있는 지민에게 다가가 말도 없이 지민의 머리통을 붙잡고 무작정 입술을 쭉, 맞추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별안간 키스를 당한 지민은 기분이 얼떨떨했지만 곧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정국이 두 번째로 놀러 왔을 때는 지민이 먼저 정국에게 똑같이 돌려줬다. 지민은 화장실을 쓰고 나오려는 정국을 도로 밀쳐 넣고 다짜고짜 입술을 들이댔다. 정국은 놀랄 새도 없이 꾹 눌러오는 입술의 쿠션감에 머리가 어질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입을 쓱 닦고 나가는 지민의 뒷모습이 생소할 정도로 쿨해 보여서 정국은 정민이의 손을 잡고 현관을 나서면서도 어안이 벙벙했다. 저런 박력, 본 적 없는데…?


“아빠, 얼굴 빨개. 더워?”

“…어? 어, 더워, 덥네.”

“조심히 가요. 정민이도 빠이.”

“삼쵼, 안녕계세여. 샐리야 안녕.”




*




남준은 여름마다 지원받는 휴가 혜택에 지민과 샐리도 함께하고 싶었다. 정국과 별 탈 없이 잘 만나는 지민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은 샐리가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혹시 실례가 될까 남준은 정희에게 먼저 제안을 했고 정희는 곧바로 지민에게 연락했다. 안 그래도 샐리를 데리고 쇼핑을 가보고 싶었는데, 휴가를 대비한 여름옷 장만은 좋은 명분이 되었다. 지민은 괜찮다고 극구 사양했지만 정희의 고집이 더 셌다. 결국 샐리의 옷은 지민의 카드로 계산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그렇게 남준과 정희는 휴가 시즌이 되기 전 어느 무더운 여름 날, 정민이와 샐리를 데리고 백화점에 나섰다. 샐리는 혼자 있을 오빠를 걱정했지만 정국이 함께 있을 거라는 말에 곧 안심했고 정민이는 신이 나서 차에 앉아서도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걸 옆에 앉은 샐리를 보고 겨우 참았다. 신이 나는 건 정민이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남준과 정희는 생전 처음으로, 여자아이를 위한 쇼핑을 한다는 것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샐리야, 이거 입어 볼까?”

“네.”

“쒸, 이게 더 예쁜데.”

“그럼 정민이 마음에 드는 것도 입어 볼래?”

“네.”


샐리 하나를 가운데 두고 남준, 정희, 정민이는 서로 마음에 드는 옷을 샐리에게 입혀보려 했다. 셋의 극성에 샐리는 지칠 만도 했지만 고분고분 옷을 입어보고 신발을 신어 봤다. 셋의 스타일은 극명하게 달라서 결국 샐리의 마음에 든 것은 정희가 고른 줄무늬 원피스였다. 샐리의 옷을 고를 때만 지극정성이었다. 남준과 정민이는 시즌의류 매대에서 5분 만에 쇼핑을 끝냈다. 정희는 조금 욕심을 부려 샐리와 함께 입고 싶었던 커플티를 몰래 자신의 카드로 결제했고 딸이 생기면 해주고 싶었던 머리핀, 가방 같은 소소한 악세사리까지 담았다. 거의 샐리 한명을 위한 쇼핑은 그 누구도 불평이 없었고 셋은 자신이 고른 것을 샐리에게 간택 받고 싶어 안달이 났다. 몇 시간에 걸친 샐리 꾸미기 놀이는 샐리의 입에서 ‘배고파요.’ 소리가 나오고서야 끝이 났다.




*




정국은 어쩐지, 누나와 매형이 일부러 이런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애들을 데리고 쇼핑을 다녀오겠으니, 혼자서 심심할 박쌤을 불러 데이트라도 하라며 집을 비워준 것이. 약간 머뭇거리며 지민을 집으로 초대했더니 지민은 어색한 느낌도 없이 ‘샐리 데리고 갈게요.’ 하며 금방 답을 해왔다. 아침을 먹자마자 샐리를 데려 온 지민은 남준과 정희에게 오늘 하루 잘 부탁한다며 참 공손하게도 인사를 했다. 정국은 정민이가 끈적거려서 바르지 않겠다는 선크림을 겨우 바르고 차에 태웠다. 넷을 떠나보내고 나니, 주차장에는 뻘쭘한 정국과, 평소와 다르지 않은 지민이 남았다. 정국은 지민이 사 온 수박을 한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집 안에 단 둘만 있으면, 뭐가 어떻게 될지는 정국도 알 수 없었다. 참아낼 자신도 없고.


정국은 떨리는 들숨날숨을 진정시키며 지민을 집에 들였다. 정국이 점잖게 말아주는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둘은 TV에서 나오는 요리 관련 영화를 봤다. 요즘 정민이에게 갖고 놀게 하는 교육용 장난감을 틀어보기도 하고 정국의 생활한복 컬렉션을 구경하기도 했다. 예상대로 거실은 뛰어다니기를 좋아하는 정민이를 위해 어린이용 매트가 깔려 있었고 높이가 낮은 밥상과 의자, 장난감이 벽 한쪽에 쌓여있었다. 장난감은 의외로 남준이 사다 준 것이 대부분이었다. 남준은 정민이가 조르는 것에 약해서 금방 지갑을 열었고 정희는 앞으로 마트 갈 때는 남준더러 따라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을 정도였다.


“와, 형님 단호하실 것 같은데….”

“전혀요. 엄청 여려요. 정민이한테 제일 약하고.”


서재에는 정희가 쓴 책과 남준이 읽는 책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는지 서재 한쪽에는 CD와 LP가 대량 꽂혀 있었다. 어디서 구한 건지 오래 되어 보이는 목재 책상 위에 턴테이블이 놓여져 있고 고가의 빔프로젝터와 안락한 소파는 홈시어터를 방불케 했다. 지민은 집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서재를 무척 부러워했다. 정국은 지민에게 들리지 않도록 크게 심호흡을 하고 제 방의 문을 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심플한 방이었지만 정민이의 물건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지민씨도 샐리랑 방 같이 써요?”

“침대만 따로 써요. 작년부턴가… 자기도 예쁜 침대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한 번도 뭐 사고 싶다고 한 적 없었거든요.”

“정민이도 슬슬 따로 좀 재워야 하는데, 이 자식 잘 때만 아빠 찾아요.”

“정민이랑 같이 자요?”

“네, 제 방에서 둘이 자요. 가끔 뭐 누나 방에서 잘 때도 있긴 한데 그 부부… 방해 될까봐.”

“아… 그렇겠네요.”


숨 막히는 정적이 몇 초나 이어졌다. 정국은 매일 아들을 끼고 자던 침대 위에 지민이 앉아 있는 모습이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지민도 어색한지 뻣뻣하게 허리를 세우고 앉아서 괜히 정민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 자동차를 만지작거렸다. 원래 애인이 집에 놀러오면 뭘 했더라? 밥 먹고, TV보고. 그거 말고 할 거라곤….


“지민씨.” “정국씨.”


누나, 형이 나간지 얼마나 지났더라? 정확히 몇 시간이나 흐른 건지 모르겠지만 금방 들어올 것 같진 않다. 얼마 전에 경험한 박력있는 지민씨를 한 번 더 느끼고 싶다. 지민도 정국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는지 동시에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눈이 마주치자 망설임 없이 둘의 입술이 맞붙었다. 생김새, 말투만큼이나 성격도 내성적일 것 같아서 스킨십에는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곧장 입술을 벌려 혀를 받아들이는 지민의 태도에 정국은 속으로 잘못을 뉘우쳤다. 역시 사람은, 생긴 걸로 판단하면 안 돼. 

정국이 꽤 저돌적으로 혀를 감아 오는 것도 지민은 밀려나지 않고 조금 전까지 장난감 자동차를 쥐고 있던 자그마한 손으로 정국의 뒤통수를 잡고 더 강하게 제 쪽으로 눌렀다. 원래 알고 있던 지민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대담함도 정국은 기뻤다. 선이 가는 몸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옷 위로 조금씩 더듬어 보니 지민의 몸은 의외로 탄탄함이 느껴졌다. 옷 아래로 숨겨져 있는 실체가 더 궁금해져만 갔다. 지민은 벽에 기대어 앉아 양손으로 정국의 머리를 감쌌고 정국은 무릎을 꿇은 채 지민의 입술에서 뺨으로, 목으로 영역을 넓혔다. 얇은 반팔 티 안으로 손을 넣어보니 보드라운 복근과 갈빗대가 만져졌다. 집에서만 일한다더니, 이런 몸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정국은 알면 알수록 지민이 궁금해졌다. 더운 기운이 훅 끼쳤고 정국은 입고 있던 생활한복의 상의를 벗으려 단추를 풀었다. 헐렁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하필 이럴 때 이놈의 단추는 왜 이렇게 잘 안 풀리는지. 지민이 입을 떼지 않은 채 단추 푸는 것을 도왔고 손을 넣어 상의를 재끼니  깎아 만든 듯 잘 갈린 프로모델 다운 근육이 나왔다. 지민은 잠시 입을 떼고 호흡을 고르며 정국의 상체를 감상했다.


“하아….”

“지민씨…!”


계획한 것도 아니었는데 익숙한 수순처럼 지민이 깔리고 정국이 그 위를 덮었다. 에어컨을 켜지도 않아 열기가 숨통을 조이는 방안에서 침대 들썩이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만 울렸다. 정국은 지민의 팔을 올려 가리고 있던 티셔츠를 말아 올렸고 아주 남성미가 넘치는 것은 아니지만 뽀얗게 잔근육이 잡힌 지민의 가슴으로 입술을 옮겼다. 그러면 지민은 손을 뻗어 정국의 등줄기를 훑었고 엉덩이가 아슬하게 만져지는 곳까지 바지를 내렸다. 정국은 지민이 이렇게 적극적인데 내가 만약에 여기서 멈추거나, 해도 되냐는 따위의 질문을 하면 병신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 지민씨.”

“네, 하아….”

“콘돔, 가져올게요.”


지민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고 정국은 부리나케 누나부부의 침실로 거의 순간이동을 했다. 형님, 하나만 쓰겠습니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전에 한 번 봤던 기억을 되살려 협탁의 서랍을 열었다. 다행히 박스가 뜯어져 있는 콘돔이 보였고 정국은 입이 찢어질 듯 소리 없이 웃었다. 예쓰…! 지민씨!!!!!








“압빠아-!!!”









***



에헤헽


살려주새오 (달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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