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7- 12-25

크리스마스를 맞아 시청에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도 예술의 전당 아이스링크에 타러 갔다가 장갑을 안갖고 오면 입장이 안된다길래 타지 못했다. 올해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스케이트를 포기하고 길 건너의 덕수궁에 가게 되었다. 많은 궁궐들 중에 가장 많이 와봤을 덕수궁은 역시나 익숙했고 고종이 커피 마시던 곳으로 유명한 석관헌은 언제나처럼 예뻤다. 중년의 아저씨께서 기어코 우리 둘의 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해서 석관헌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역시나 별로였지만, 저런 친절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계속 걷다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쓰이는 석조전에 도착했고 보고싶어하던 <신여성 도착하다> 전시가 입장료 무료인걸 알게 되서 관람하게 되었다. 전시 기획, 전시의 목적 다 마음에 들었다. 후려쳐지는 여성들의 역사를 전시해 놓았다. 전시 첫 작품이 나혜석의 판화인데 신여성을 ‘화냥년’이라고 부르는 구세대와 ‘결혼만 안했으면 저년이랑 잘텐데’ 하는 모던보이가 바이올린을 들고 걸어가는 신여성을 바라본다. 첫 시작부터 좋았다.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 번째 섹션이 제일 좋았다. 나혜석이 발간한 <신여성>, <부인> 의 표지들을 볼 수 있었다. 표지들을 꽤나 파격적이었는데 , 그 중 가장은 모노키니를 입은 여성과 ( 요즘 인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야했다) 맞답배를 피는 여성들이었다.  창덕궁 앞에서 양산을 펼치고 있는 신여성들의 사진이라던지 그들이 사용하던 화장품, 나혜석, 김명순의 신문 사설, 그들을 향한 시선을 알 수 있는 남성 평론가들의 후려침. 전시의 전개가 매끄러웠고 도슨트 선생님의 설명도 함께 들으면 완벽했다.

2번 섹션으로 넘어가는 복도는 덕수궁이라사 아름다운 복도였고, 신여성을 후려치는 가사가 담긴 노래와 신여성이 작사 작곡한 노래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건 신기해서 전시회의 행사로 열리는 재즈 음감회에 친구랑 같이 가기로 약속 했다. 

그 다음은 김명순, 나혜석, 주세죽, 최승희와 미술학교를 졸업해서 당대 한국미술을 이끌던 여성화가에 대한전시였다. 약간 미술관임을 드러내고 싶어서 기관의 정체성 표현을 위해 억지로 끼어넣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항상 그 기관의 정체성은 중요시해야하니까. 여성 운동가(?) 개개인의 코너를 만들어 놓은 것은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김명순. 나혜석,최승희는 많이 들어보았고 주세죽은 아직 잘 모른다. 과제하다가 김명순씨의 명언을 접했다. 내 카톡 프사이기도 했는데 ‘나는 훌륭한 사람이기를 원치 않고 자유로운 사람이기를 원한다.’ 이 말이 나를 감동시켰다. 자유롭고 싶어졌다. 그게 기존의 권위와 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나는 자유롭고 싶다.

2.  2017-12-20 : 대망의 종강날

어딘지 몰라서 못가던 <크크아재>. 팀플 조원이 친절하게 데려다주었다. 와인샹그리아가 달달하고 꽤 취한다.


안국역, 사비나 미술관, <Eat, Play, Love> Tarry border. 전시회 취재 겸 다녀왔다. 음식과 철사를 이용한 테리보더의 깜찍한 작품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작은 것들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철사로 하이힐을 표현한게 귀엽다.


부모님이 들어와서 놀란 감자칩
주름에 팩을 하는 대추.
헬멧을 쓰지 않아서 바닥에 머리가 붙어버린 챕스틱.
면도해야 하는 프리다 칼로. 왜 하필 프리다 칼로 사진을 썼을까.
기념품으로 산 엽서. 우유에 녹아버린 시리얼과 무릎꿇은 시리얼 친구들.
전시 취재가 끝나고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갔다. 눈이 많이 왔어서 하얗게 쌓였다. 약간 제주도 같아 보이기도 하고 차갑고 행복했다.  미술관 안에 미술도서를 위한 도서관이 있는데 자료 구성이 인상적이다. 다양한 아트 매거진들과 아트 db, 해외자료를 접할 수 있다. 도서관의 공간구성도 넓고 공부할 수 있는 책상과 쇼파가 충분하다.
계동피자. 취재가 끝나고 성아랑 계동 피자를 먹으러 갔다. 파스타를 먹으려다가 너무 비싸서 다시 계동피자로 왔는데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와인뽕이 차서 와인와인 했다. 행복한 하루였다. 이후 방황하다가, 개혜자 갓벽 골든타임에 입성하게 되는데 ....우리집와서 잔 것까지 완-벽했다.

내 사랑 고고좋담. 나는 고고좋담이 좋아. 따뜻하고 포근한 작업실 가게. 조용하고 친절한 사장님.항상 그리울꺼야 그 공간이. 오프라인 매장을 다시 여신다면 꼭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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