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경수의 집으로 가서 된장찌개를 먹어야했다. 그런데 백현은 그러지 못했다.  

경수의 집에 가기 위해 시동을 걸었을 때 걸려온 전화 그 전화를 받지 말아야 했었다. 

2통째에 전화기를 꺼버릴까 하다가, 전화 대신 문자가 왔고, 




[변백현을 둘러싼 뒷배경 든든한 스폰서 그거 소문 내도 되? ] 







치사하고 치졸한 인간이었다. 경수가 싫어하던  그 사모임에 다시 가지 않기로 해놓고서 백현은 결국 

갈 수 밖에 없었다. 분명 경수라는 걸 알고, 일부러 저렇게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 마냥 했다. 

이번에는 확실히 말을 해두어야 할 것 같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며 방향을 돌렸다.

경수에게는 착한 거짓말 하나 남겨두고. 






그리고 온 클럽 내부에는 그 남자가 중앙에 앉아 있었고, 백현은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 ..... 왔어 백현아? " 

" 네 " 

" 이 모임에 니가 없으면 안되지 - 저기 저 봐봐 요즘 뜨는 애 알지? 쟤가 너 보러 왔다 " 

" ..... 선배 " 

" 이리와봐, 니가 그렇게 기다리던 변백현이야 " 






요즘 한창 뜨는 CF로 이름을 알리고 있던 배우였다. 경수와 전혀 다르게 생긴 얼굴. 백현은 그저 고개만 꾸벅 하는 인사를 남기고는 시선을 다시 선배 배우에게 향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조금 평소와 다른 것 같았다.  푸욱 늘어진 자세며, 풀린 동공, 그리고 테이블 앞에 흩뿌려져 있는 정체불명의 흰 가루까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서둘러 백현은 이 룸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 ... 백현아 한잔해야지 " 

" 아니요. 차가지고 왔습니다 " 

" 그래? 아쉽네. 그럼 술 말고 다른거 하나 할래? " 

" ......무슨 소리세요 " 

" 이번에 구하기 어려웠는데, 어때 한번 안해볼래 ? " 

" ...... 다시는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 이런식의 모임 불쾌합니다 " 

" 뭐? 불쾌 ? " 

" 네 -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

" 도이사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새끼가 " 

" ..... "

" 너네 그거 아냐? 쟤 BD기업 도경수이사랑 스폰사이잖아 " 

" ...... 선배 " 







주먹으로 그를 한대 칠까 하다가, 서둘러 이 공간에 빠져나가는게 좋겠다 싶었다. 음악과 온갖 소리들로 

시끄러웠던 룸이, 한순간 조용해졌다가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스폰? 도경수?  등의 단어들이 

귓가에 자꾸 멤돌았다. 빨리 나가서 경수를 안고 싶었다. 경수에게 어디로 도망가자고 해버릴까, 

그렇게 손잡이를 잡는 순간, 동시에 문이 열렸다. 





" 경찰입니다. " 
















 " 도이사님, 괜찮으십니까. 회장님과 식사..."

" ......네, 계획대로 진행하죠 " 





아침에 민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단 혐의 이므로 음성반응일지, 양성반응일지 검사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했고 꽤 많은 연예인들이 연루되었고 여론이 좋지 않아 백현을 빼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변호사의 이야기에 경수는 제 목을 조이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버렸다. 






저에게 거짓말을 하고 그 모임에 갔다는 것에 경수는 화가 났다. 왜그랬지, 왜 나한테 거짓말을 한거야. 






" 변백현 기사 무조건 막으세요 " 

" ... 저 그런데 이사님 " 

" 왜그러시죠? " 

" 이상하게, 변백현씨만 기사가 계속 나고 있습니다. " 

" ...... 무슨소리에요 " 

" 도회장님 측, 신문사. 거기서 유독 변백현씨에 대한 기사만 나고 있습니다. "

" 김민석 대표 무조건 연결시켜요 지금 당장 " 






여러 연락망을 걸쳐 비서가 연결해준 민석과의 전화를 받자마자 경수는 모진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 회사가 도대체 일을 왜 그렇게 못하는거야? 변백현 기사 하나 안막고 뭐해 형 ? " 

[ ... 경수야 ] 

" 변백현 아니잖아 형. 형 백현이가 그런거 하는애 아닌거 형도 알잖아 형 돈이 필요해? 얼마정도면 돼 ? " 

[ 나도 노력하고 있어 지금,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 

" 아닐거야 그렇지 아닌거지 형 " 

[ 경수야 ] 

" ...... " 

[ 뒤에 너네 아버지가 있어. 나도 못이기고 너도 못이겨 ] 

" ..... 뭐 ? " 

[ 얼마전에 나를 찾아오셨어. 계약해지하라고, 내가 안된다고 했어 ] 

" 그걸, 그렇게 중요한걸 왜 이제야 말하는거야 ? " 

[ 내가 막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거든. 경수야. 형도 지금 복잡해. 백현이 그럴 애 아니란거 알고있고.] 







경수는 차마 전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저때문이라니, 

그런 혐의를 받게 된게. 아직도 실시간 검색어에서 이름이 내려가지 않는게. 자꾸만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것을 막지 못하는게. 모두 다 저의 아버지때문이라니... 






서둘러 아버지와 약속한 그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는 역시나, 아버지 외에 다른 손님이 함께 있었다. 예전 이 여자와 함께 식사를 하다가 

백현을 마주했었지. 경수는 잠시 발톱을 숨기고 제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하기로 했다. 





" 아버지  "

" 어, 왔구나. 알지? F일보의 둘째딸 민수연양. 지난번에 만난적이 있다고 하던데... "

" 네, 그때 식사를 끝까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다시 뵙네요 " 

" 네 기억하고 계셨네요. 아... 혹시나 불편해하시면 어쩔까 걱정했었는데. 도이사님 역시 젠틀하시네요 " 

" 오늘은 아버지가 사는 걸테니 편하게 마음껏드세요 " 

" 네 감사합니다. "

 





침묵이 반인 식사가 이어졌다. 경수는 종종 자신의 아버지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억지로 삼키고 있는 

음식이 다시 역류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구역질을 삼켜내고 또 삼켜내었다. 

후식이 나왔을 때, 여자가 입을 열었다. 






" 아- 그때 저희 호텔 앞에서 만났던 그 연예인 기억나세요 도이사님? " 

" ....누구요? " 

" 그... 변백현씨요. 오늘 신문을 보니 약을 했다고..." 

" 그러게요. 저도 아침에 뉴스 봤어요. 좀 놀랐죠 그럴 사람이 아닌데 " 

" 그때도 좀 나름 가까워보이시던데... " 

" 맞아요. 가까운 사이에요. " 

" 어머 그래요? " 

" 그래서 말인데. F일보에서 계속 변백현에게 안좋은 기사가 나더라구요. " 

" 흠흠, 여기는 디저트가 맛있다네. "

" 수연씨가, 좀 막아주실 수 있으세요?  "

" 이렇게 까지 가까운 사이인지 몰랐네요... 알겠어요 도이사님.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

" F일보는 돈을 받고 기사를 써주거나 그러진 않죠 ? " 

" 네. 요즘도 그런 신문사가 있나요? " 

" ...... 그러게요. 좀 부탁드려요 수연씨 . "







완벽한 경수의 승이었다. 경수의 아버지는 헛기침을 했고, 수연은 핸드폰을 꺼내어 전화를 하더니 

경수를 보며 웃어보였다. 






" 오보기사들, 추측성 기사들 모두 내려달라고 이야기했어요. 정말, 변백현씨 좋은 사람인거 맞죠?  "

" 그럼요. 절대로 그럴 일 없어요. 제 전부를 걸 수 있어요. " 

" ..... 도경수 " 

" 그럼 수연씨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 

" 네 오늘 점심 맛있었습니다 회장님. 아버님께도 안부 꼭 전해드릴게요 " 

" 허허 그래요. 그럼 다음에 또 뵙지요 " 





그렇게 수연이 사라지고 도회장은 경수를 노려보았다. 






" 사내새끼한테 미쳐서.... 아주 돌았군 " 

" 죄를 짓지도 않은 사람한테 뒤집어 씌운 아버지도 만만치 않죠 " 

" ...... "

" 그만 건들이세요. " 

" 뭐 ? "

" 다 제가 먼저 시작한거니까요. " 






모두 다 제가 먼저 했다. 스폰 제의도, 좋아하는 것도, 사랑도. 

경수는 문득 두려워졌다. 제가 먼저한 이 모든게. 오히려 그에게 독이 되는 거 같아서. 

그가 멀어지려고 했을 때 그냥 그대로 둘걸. 붙잡지 말걸. 











백현의 검사결과는 당연히 음성이었다.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수사를 받고, 추측성으로 

난무하던 기사들은 한순간에 동정론으로 바뀌어있었다. 백현의 검사결과가 나오고 풀려났을 때 저를 둘러싼 

기자들을 모두 한눈에 담았다. 제가 잡혀갔을 때 저를 부정적으로 취재하던 기자들의 눈빛이 모두 달라졌다. 





귀찮았고, 집에가서 얼른 쉬고 싶었다. 물론 집은 제 집이 아니라 경수의 집이었다.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경수에게 다시는 그들을 만나지 않을거라고. 원한다면 연예계 생활도 그만 둘거라고 

그런 이야기까지 할 생각이었다.  저를 태우러 온 매니저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차에 탔을 때는 

민석도 함께 있었다. 





" 백현아 " 

" ...... " 

" 잠시 쉬자. 그리고 "

" 응 " 

" 도이사가 " 

" ...... 내 걱정 많이 했지. 밥은 잘 챙겨먹었어? 경수? 어때 형 ? " 

" 너 만나고 싶지 않데 " 

" 형, 나 ... 나 거기 간건 잘못한거 맞아. 그런데 나 정말 맹세해 형, 알잖아. 나 순간적으로 망나니처럼 살았던 적 있지만 형. 나 그런거 안해 형 정말이야. 경수는 더 나를 잘 알거야 형 경수 집으로 가자 지금 " 

" ...... 오지말라고 했어. 스폰서 해지 통보도 보냈고 " 

" 내 핸드폰... 얼른 줘 " 

" 백현아 " 






매니저에게 핸드폰을 건내 받아 백현은 서둘러 익숙한 경수의 번호를 눌렀다. 

문득 불안감이 몰려왔다. 경수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들고 갔던 그날. 경수의 오피스텔 비밀번호가 

바뀌었던 그날처럼. 






[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 입니다... ] 






" 경수가 네 반복되는 거짓말에 지쳤다고 ...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데 " 

" ...... "  






다시, 원점이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O, 백, 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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