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향 타는 글이니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꼭 피해주세요. 제 글을 처음 접하신 분들은 공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전개 상 강압적 장면 (체벌, 기합 등)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 소설은 소설일 뿐, 현실과는 전혀 다른 가상의 세계관, 허구적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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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이다온




낙오 M + : 성적 뒷이야기






" 성적표, 확인하고. 성적에 이의 있는 사람들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 각 담당 선생님께 이의신청해라. "



드디어, 대망의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었다. 그동안 여느 때와 같이 특별반 수업을 하고, 밥도 같이 먹었지만 성적에 관련된 말은 아예 꺼내지 않아 불안하던 찰나였다. 정우가 할 말을 끝내고, 교실을 나서자마자 아이들은 성적표를 확인하느라 바빴다.

다온도 제 앞에 놓인 성적표를 뚫어지게 바라보다 천천히 끝을 잡은 후, 떨리는 마음으로 펼쳐보았다.



" 아... 망했어. "



시험 성적이 나오는 오늘까지 일부러 시험지를 펼쳐보지 않았는데,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점수가 생각보다 더 낮았다.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낮은 점수. 다온은 한 번 더 성적표를 확인하고는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절망했다. 아무래도, 시험지를 확인해봐야 될 것 같았다. 시험지가 어디 있었지... 시험지가..



" 뭐해? "



시험지를 찾아서 사물함과 가방을 뒤지던 중에 선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다온은 고개를 들었다.



" 시험지 좀 확인하려고... "

" 왜? 성적 이상해? "

" 생각보다... 더 낮게 나와서. "



어디, 나도 좀 보자. 선우가 다온의 책상에 있는 성적표를 가져가 확인하며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좀, 낮긴 하네. 라고 말하더니 시험지 좀 보자며, 이제 아예 다온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뭐야, 채점도 안 했어? 선우가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자 고개를 끄덕인 다온은 한숨을 길게 쉬었다.



" 야... 선우야. 혹시 답안지 있어? 좀 빌려줘. "

" 어, 잠깐만. "



다온의 부탁에 선우가 자신의 자리에서 시험지를 가져와 건넸다. 여기 답이랑 다 체크되어있어, 이거 봐. 응, 고마워. 다온이 떨리는 마음으로 정답을 체크했다. 시험 성적에 이렇게 긴장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학교 다닐 때에도 시험 기간은 밀린 잠을 몰아 자는 날이었지,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문제를 풀지는 않았다. 확실히 살면서 경험하지 못 했던 떨림이었다. 이 모든 게 김정우에게 혼이 나기 싫어서였긴 했지만, 정우와 수업을 한 후로 아는 것이 생기면서 다온 자신도 아주 조금은 점수에 욕심이 생겼다.

이번 시험도 망했다고 생각은 하긴 했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어느 정도는 점수가 올랐을 거라는 설레는 마음도 반절은 있었는데. 성적을 받자마자 든 좌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 아.... "

" 왜, 왜. 점수가 달라? "

" 응, 점수가, 다르네. "



어디, 나도 보여줘 봐. 다온이 손에 힘이 풀린 듯 들고 있던 시험지를 턱하고 내려 놓자 선우가 뒤이어 성적표와 시험지를 확인했다.


" 야,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것 같은데? "


그러게. 차이가 크게 나네. 다온이 허탈한 듯 숨을 길게 내쉬었다. 점수가 같은 과목도 있었지만. 다른 과목이 몇 개가 있었다. 아무래도 OMR카드 작성을 잘못한 것 같았다. 시험을 볼 때 답안지 작성을 제대로 못 해서 몇 번을 바꿨었는데, 그때 너무 긴장해서 다시 작성 중에도 실수를 많이 했었나보다.

머리를 부여잡고 좌절하다 문득 그날이 생각났다. 역시, 그날 밥을 먹다가 젓가락을 떨어뜨리고, 공부를 하다가 펜과 책을 다 떨어뜨린 게 문제였을까. 다 미신이긴 했지만, 지금 다온은 실오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누군가에게 책임 전가를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몰랐다.

나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너희들 때문에 시험을 못 본 거라고. 지금은 그렇게라도 위안으로 삼지 않으면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았다.



" 안 되겠다. 답안 확인하러 가자. "

" 답안? "

" 응, 어떻게 밀렸는지는 봐야 될 거 아니야. 점심시간에 확인하자. "



때마침 수업을 시작하는 종이 울렸고, 다온은 자리에 앉아 성적표와 시험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아서 수업 시간의 대부분 자습을 하라고 하기도 했고, 시험이 끝났으니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온은 4교시 동안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거나, 책상에 엎드려있었다. 이미 끝나버린 것이라 잊어버리고 싶은데, 잊혀지지 않았다. 정우에게 혼이 날 생각을 하니 더더욱 잊히지 않은 것이겠지만.

그렇게 어느덧 시간은 흘러 4교시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고, 선우는 멍하니 앉아있는 다온을 끌고 무작정 교무실로 향했다. 야, 빨리 가자. 점심시간에 확인하는 애들 있으면 밀려.



" 와씨... 다들 빠르네. "



선우의 예상대로 답안지 확인해달라는 아이들로 교무실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럴 줄은 몰랐는지. 다온은 놀라 입을 다물지도 못 한 채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 야, 뭐해! 정신 차려 이다온. 뚫고 가보자. "

" 여길? "

" 응. 할 수 있어. 발리와. "



선우가 다온의 손을 잡고 다른 학생들을 뚫고, 성적표와 점수가 다른 교과 선생님을 만나 하나씩 답안지를 확인하였다. 역시나, 다온의 시험지와 OMR카드에 체크 된 답이 달랐다. 이다온, 멍청한 새끼.

시험지와 카드를 확인하면 할 수록, 다온의 낯빛이 점점 더 어두워지자. 선우는 조용히 어깨를 두드리며 다온을 위로했다. 자신이라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면 죽고 싶을 것 같았다.



" 이제, 김정우 과목이지..? "

" 확인... 하지 말까. "

" 그러기엔. 형이 우리를 너무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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