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동 아로마 로스터리는 다양한 싱글오리진 커피를 배치브루(한 배치batch에 대량의 커피를 추출하여 나누어 판매하는 방식)로 제공하는 곳입니다. 지난 3월에 오픈한 신생 매장이구요.

배치브루의 장점 중 하나는 이미 커피 추출이 완료된 상황이라 주문 후 바로 커피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활용하여 6종의 배치브루를 시음해 보고 마음에 드는 커피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일괄 5천원이고 계산은 셀프로 하는데, 가격이 고정이라 메뉴를 고르고 할 것도 없으니 계산이 어렵지 않구요.

마셔보니 맛도 괜찮지만 머리를 잘 썼어요. 배치브루를 약간 진하게 내려서 식혀놓은 후, 아이스 주문이 들어오면 잔에 얼음을 넣어 배치브루 커피를 담아서 내주고, 따뜻한 커피 주문은 즉석에서 한 잔을 추출해서 줍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배치브루는 따뜻한 게 기본이지만, 한국에서는 어떤 커피든 아이스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가니 이런 방식을 채택한 것 같은데요. 호주 시드니가 본점인 SINGLE O의 경우, 호주에서는 싱글오리진 배치브루를 따뜻하게 팔지만, 도쿄에 있는 SINGLE O JAPAN에서는 따뜻하게 제공되는 싱글도 있고 차갑게 제공되는 싱글도 있더라구요. 아로마 로스터리도 날이 추워지면 SINGLE O JAPAN과 비슷하게 따뜻한 배치브루로 제공되는 싱글오리진이 생길 수도 있겠구요.

커피는 기본적으로 선이 굵고 두툼한 바디를 가지고 있구요. 노트에 부합하는 뉘앙스가 제법 잘 느껴지고, 클린컵도 괜찮습니다. 다만 워시드와 내추럴은 클런컵에 차이가 있는데, 워시드 가공 커피가 클린컵이 더 좋고, 내추럴은 발효취가 나거나 하지는 않지만 후반부가 좀 떫고 지저분해요. 참고하시구요.

파라이소92 농장의 디카페인 커피인데, 라거 이스트를 넣고 발효해서 디카페인 특유의 툽툽한 맛도 안 나고, 크렌베리 향이 좋습니다. 디카페인이 필요해서가 아니더라도 맛있게 먹을 맛입니다.

배치브루 중에 일찍 솔드아웃이 된 커피나, 배치브루로 준비하는 6종의 싱글오리진 외의 커피가 있을 경우, 주문이 들어오면 한 잔을 따로 내려서 줍니다. 혹시나 미리 내려놓지 않은, 바로 내린 한 잔을 맛보고 싶으시다면, 이렇게 주문을 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싱글오리진을 즐기는 고객층이 늘어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인데요. 이렇게 다양한 싱글오리진을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맛도 준수한 업장이 생기는 건 환영할 따름입니다.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도보 7분 거리니, 인근에 계시다면 한 번 가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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