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시작 전에 내 소개부터 해야겠다…. 나이는 20~25살이고, 가정사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있던 우울증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긴 불안증이 함께 있다. 성인이 되면서 예민해진 성격 때문에 주변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데 더군다나 그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하다. 정신적 여유라곤 찾아볼 수도 없고, 직장이 아닌 아르바이트의 연속에 +자취+연애 중+모임 잦음으로 금전적 여유도 없다.

HPV 고위험군 16번, 53번(고위험추정/비특정이라고도 함), 58번
HPV 저위험군 6번(곤지름 유발)
헤르페스 2형
유레아플라즈마 파붐
유레아플라즈마 라이티쿰
가드넬라

현재 감염된 병들

 나는 이번 연도에 내가 이겨내기 힘든 우울을 마주했다. 우울은 사람을 만나면서 잊으려 했다. 친구들과 자주 만나면서 꼭 그 자리에는 술이 끼어있었고, 술맛을 모르던 나는 하이텐션을 유지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지만 맨정신을 유지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술자리에서 만난 남자애와 첫경험으로 가볍게 원나잇을 했다. 어릴 때부터 성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번 경험으로 묘한 해방감에 휩싸였던 게 문제였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남자애와 술자리에서 잠자리로 이어갔다. 연애로 발전은 했지만 얼마 못 가 정리됐고 이때부터 미친 듯이 막 나가기 시작했다.

사람에게 거절당하고 우울함에 빠져 아토피는 심각해졌지, 다니던 정신과는 당시 내 마인드도 문제였고 비용도 세서 못 갔지. 심지어 다른 애정보다 특별한 감정으로 날 사랑해주는 애인의 애정이 필요해졌다. 분명 초반에는 그랬다. 하지만 우울증은 나를 계속 개헛소리 망상으로 끌고 갔고, 결국 내 성격이며 외관이며, 가진 것들 중에 봐줄 만한 게 없다고 판단해서 그래도 내 몸만큼은 괜찮겠지? 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결론에 다다르게 했다.

중간 생략으로 어쨌든 여태까지 나와 섹스를 했던 사람들을 정리해보자면 원나잇-전남친-원나잇 3명-현남친 이렇게. 처음 원나잇 빼고는 두 번 이상씩 했었고, 몇 명은 노콘돔으로 들어갔다 나온 적도 있었다. 특히 원나잇은 개새끼였던 게 나 몰래 빼놓고 몰랐다는 둥 말했던 것(이게 말이 되냐).

참나 내가 섹스가 하고 싶을 수도 있지 하여간 몸새끼 예민해서 사람 귀찮게 한다.

아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성병에 가진 편견이라 하면 '문란하게 놀면 걸리는 거 아닌가'가 있는데, 날 보고 그런 말을 한다면 나는 그러려니 하겠지만 사연도 모르는 다른 HPV 보균자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세상 불쾌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평생 한 사람과 섹스했는데 걸린 것 뿐인 사람도 있으니까. 이곳저곳 본인의 사연을 써둔 글들을 보면 정말 안타까운 일들도 많다. 그저 만나는 사람/파트너에게 HPV가 있냐없냐/옮냐 안 옮냐 하는 운빨 문제라서….(그래서 이 글을 쓰는 것도 많이 고민했다. 쓰기 전에는 나로 인해 인식이 더 안 좋아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누가 나보고 문란하게 놀았다, 모두 자기 불찰 아니냐 해도 나는 딱히 별 생각이 없다. 당연하지만 내 잘못도 아니고, 생각해봤자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며 이미 나는 보균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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