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꽃 





 평소 같았으면 졸리다고 칭얼거리고 서준의 품에서 꾸벅꾸벅 졸았을 현이지만 해를 보러 간다는 생각에 기대를 했던 건지, 소원을 빌 수 있다는 것에 기대를 했던 건지 날밤을 새우고도 퍽 멀쩡한 상태였다. 얼마 전 이준이 사다 준 귀도리를 씌우고는 패딩까지 입혀준 서준은 현이 말했던 학교 얘기가 떠올라 마음이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현은 정말 해를 보며 두 눈을 꼬옥 감고서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 서준은 그런 미신 따위 믿지 않는다며 그저 현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준과 세빈은 손을 잡고서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띠었다. 


 집으로 돌아온 현은 저를 재우려는 서준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곧장 스케치북을 꺼내들고는 열심히 그림을 그려댔다. 흰 종이에 그려진 건 학교 앞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서준은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라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어떻게 설득을 해야 하나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제가 생각해도 조금 무리이긴 해요. 그때는 윤수가 있었으니까 괜찮았던 건데."


"고집이 세서 큰일이야."



 이번에도 서준이 찾은 것은 이준이었다. 제 옆에 붙어있는 조직원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따스한 사람이기도 했고,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면이 공존하는 보통의 사람은 이준뿐이었으니까. 



"제가 한 번 얘기해 볼까요?"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다."


"하아... 어떡하면 좋지. 현이 마음도 이해가 가긴 하는데... 그래도 챙겨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일단 너무 신경쓰지 마. 내가 잘 얘기해 볼 테니까."


"네. 저 필요하심 바로 부르세요."


"그래."



 대화가 끝나고 서재로 들어가 의자에 앉고는 몸을 기대는 서준이다. 따스하게 말하며 설득할 자신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억지로 현의 감정을 눌러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예전처럼 현이 도망이라도 갈까 싶어 믿지 못하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 현이 원하는 건 어떻게든 다 가지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챙겨줄 이가 없는 학교 생활은 말하지 않아도 불 보듯 뻔했다. 





"서, 서준."


"왜."


"이, 이거... 현이가 그, 그렸어요."



 서준이 터덜터덜 방 안으로 향하자 현은 기다렸다는 듯 쪼르르 달려와 스케치북을 내밀었다. 어느덧 색칠까지 완벽하게 되어있는 그림에도 서준은 차마 잘했다고 칭찬을 해줄 수가 없었다. 현 또한 서준이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듯 조금은 불안한 눈빛으로 어색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리 와서 앉아 봐."


"네에..."



 먼저 침대로 가서 걸터 앉은 서준이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치자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대답하는 현이다. 서준은 절대 화를 내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생각을 해 봤는데 학교는 무리일 것 같아."


"...왜, 왜애?"


"정윤수가 없잖아. 너 정윤수 없어도 학교 다닐 자신은 있는 거냐."


"...유, 윤수도 같이 가, 가면 돼."


"등신아. 정윤수는 이미 졸업을 했는데 어떻게 또 학교를 가."


"왜애...?"


"...보통 학교에 다시 다니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어. 이미 배울 건 다 배웠을 테고 이제 사회인으로 점점 나아가는 중이니까. 자기 개발을 해도 모자랄 이 시간에 또다시 고등학교에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는 말이야."


"...모, 몰라."



 서준의 얘기가 어려운 건지 현은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댔다. 서준은 대체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도 않았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현에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아무튼 안 된다는 말이다."


"시, 시러."


"이번에는 고집 피워도 소용없어. 절대 안 된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서준의 단호한 반응에 현은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이내 소리 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닌지라 서준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현을 달래보려 등을 쓰다듬는 행동을 했지만 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잠옷 소매로 눈가를 벅벅 닦아대며 문 근처로 향했다. 



"앉아."



 서준의 말에도 현은 그 어떤 대꾸도 없이 울어댈 뿐이다. 손으로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던 서준은 몸을 일으키고는 빠른 걸음으로 현에게 다가갔고, 문고리를 잡고서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현의 손목을 덥석 잡아왔다. 



"적당히 해라. 지금도 많이 봐주고 있으니까."



 현은 여전히 엉엉 울어대며 대답이 없었다. 서준 쪽으로 고개를 돌린 현은 이내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씩씩거리며 서준의 팔을 붙잡더니 아주 세게 깨물어버렸다. 



"윽...!"



 얼마나 세게 깨문 건지 피가 송글송글 맺혀가고 있었고 서준은 화산 폭발하듯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잔뜩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현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실내화를 신은 발로 서준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겨울용 털 실내화인 탓에 아프진 않았지만 점점 더 버릇이 없어지는 현의 행동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현의 손목을 조금 더 세게 잡는 서준이다. 




"흐으... 이, 이거 놔...!"



 잔뜩 화난 표정으로 손목을 잡고서 다시 침대가로 현을 끌어당기는 서준이다. 현은 발버둥을 쳐댔지만 서준의 힘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서준은 침대에 걸터 앉고는 제 허벅지 위로 현을 눕혔다. 여전히 발버둥 치는 현에도 불구하고 곧장 현의 잠옷 바지와 속옷을 허벅지까지 내려버린 서준은 왼손을 현의 허리춤에 끼워 넣고는 오른팔을 높게 들더니 이내 통통한 엉덩이에 내려치기 시작했다. 



짜아아악-!


짜아아악-!


짜아아악-!



"흐아앙...!!!"



짜아아악-!


짜아아악-!



"흐, 아퍼, 아퍼, 흐아앙...! 그마안, 흐윽, 아흐...!"



 현은 다리를 바둥바둥 거리며 발악하기 시작했지만 서준이 제 몸을 꽉 부여잡고 있는 탓에 도망을 갈 수도 없었다. 서준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기계처럼 손을 내려치길 반복했고 현은 이내 콧물까지 흘려대며 울고 있었다. 




짜아아악-!


짜아아악-!


짜아아악-!


짜아아악-!



"흐끅, 아, 아퍼어...! 현이, 흐윽, 자, 잘못했, 흐어엉...!"


"시끄러우니까 입 닫고 그냥 처맞아."




 잘못했다고 빌면 평소에는 어느정도 유하게 넘어가 주었던 서준이지만 이참에 깨무는 버릇의 뿌리를 뽑겠다고 마음을 먹기라도 한 건지 계속해서 엉덩이를 내리쳤다. 현은 발가락을 빠르게 꼼지락거리며 울어댔고 따가운 엉덩이에 점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지자 결국 손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문질러댔다. 서준은 어림도 없다는 듯이 허리를 부여잡고 있던 손을 빼내 현의 양 손목을 잡고는 등으로 결박시켰다. 



짜아아악-!


짜아아악-!


짜아아악-!


짜아아악-!




 현은 비명까지 내지르며 울어야 했다. 서준의 손은 크고 단단했으며, 힘 또한 좋아 여느 회초리만큼 아팠기 때문이다. 거실에 있던 이준과 세빈은 비명 섞인 현의 울음소리에 두 눈이 동그래졌다. 이내 세빈이 자리에서 일어나 퍽 불안하다는 눈빛으로 방문과 이준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지만 이준은 잠시 생각하는 듯 잠자코 있더니 이내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러실 분 아니잖아. 잡을 건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봐, 나는."



 이준의 말에 놀랍다는 표정으로 엉거주춤 다시 소파에 앉는 세빈이다. 



"형이 웬일이에요?"


"너무 싸고 도는 것도 현이한테 안 좋은 것 같아서..."


"잘 생각했어요. 근데 너무 심하게 우는 것 같은데."


"세빈이 너야말로 웬일이야? 평소에는 현이랑 그렇게 싸워대더니."


"아, 그건 반응이 워낙 귀여우니까 내가 계속 놀리는 거고요."


"그러다가 현이한테 한 방 맞고 같이 싸우잖아, 너..."


"...아, 아무튼요. 담배 한대 피고 와야겠다."




 세빈은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고 계속해서 현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이준은 괜히 마음이 불편해져 부엌으로 자리를 옮겼다. 잔뜩 혼나고 기분이 안 좋아있을 현을 위해 간식이라도 준비해 두자는 생각이었다. 




 한참을 혼난 현은 호흡이 망가져 히끅, 히끅,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들썩이고는 눈물을 줄줄 흘려대고 있었다. 서준은 여전히 화가 잔뜩 나있는 표정이었고 침대 위에 엎드린 채로 누워있는 현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앞으로 버릇없이 굴기만 해.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서준의 말에 다시 서러움이 복받쳤는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어버리는 현이다. 잔뜩 부어 빨갛게 열이 올라있는 엉덩이가 너무 아파 다시 속옷을 입을 수도 없었고, 학교는 절대 안 된다는 서준에게 섭섭했고, 서준을 깨물고 걷어찬 자신의 행동이 미안하기도 했다. 복합적인 감정들은 계속해서 현을 울게 만들었다. 



 한참 감정 씨름을 하고 나니 담배가 당겨와, 마당으로 향하는 서준이다. 저를 보고 허리 숙여 인사하는 조직원들의 행동에도 대꾸 없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깊게 한 모금을 빨아들였다. 


'학교라...'



 서준은 한참이나 울어댄 현이 마음에 걸리는 건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계속해서 학교라는 단어를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고, 어느새 짧아진 담배를 재떨이에 버리고는 집으로 들어섰다. 거실에 있는 욕실로 들어가 손을 씻고는 말라있는 수건에 차가운 물을 묻히더니 이내 물기를 꽉 짜내고는 부엌으로 향하는 서준이다. 



"어? 제가 미리 넣어뒀어요. 여기요."



 티라미수를 만들던 이준은 부엌으로 들어오는 서준의 손에 들린 물수건을 보고는 냉장고 문을 열어, 차가워진 물수건을 꺼낸 뒤 서준에게 건네주었다. 서준은 말없이 자신이 들고 있는 수건을 냉장고에 넣어두고는 방으로 향했다. 



"...사람 속 다 뒤집어 놓고 자냐."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에는 이미 현이 잠든 뒤였다. 엉덩이를 까놓고 엎드린 채 잠들어있는 현의 얼굴은 눈물로 잔뜩 번져있었고, 자면서도 히끅히끅거리며 몸을 떨어댔다.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던 서준은 제 손에 들린 수건을 보고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차가워서 깰 것 같은데.'



 속으로 고민을 하던 서준은 잠에서 깨더라도 붓기는 빼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엉덩이 위로 물수건을 올려두었다. 다행스럽게도 현은 기력이 다 빠져버린 건지 잠에서 깨지 않았고 그렇게 현의 피부가 진정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물수건을 갈아치우며 현의 곁을 지킨 서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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