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미 측은 난리가 났다. 생각지도 못한 프로에 그 애가 나와 그런 말을 할 거라곤 생각못했다. 그리고 이목이 집중되어 버렸기에 그 애를 건들기는 더 힘들어졌다.

“씨발! 어디서 저딴게 튀어나와서 지랄이야!”

앙칼지게 내뱉는 욕지거리에 그녀의 매니저가 꿈틀거렸다.

“이도준은 뭐래? 아직도 암말 없대?”

진세미는 잘 다듬어진 손톱이 망가지는 것도 신경쓰지 않는듯 질겅거렸다. 이렇게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네, 형님쪽은 암말 없어요. 그냥 일단 사태를 지켜보고 계세요.”
“그니까, 왜 이번 재계약을 안하냐고! 이럴 때 회사가 없으니까 이 사단이 나는거잖아!”
“언제는 그러라고 좀 쉬라고 했다면서요.”

매니저의 무심한 대꾸에 세미는 제 앞에 있던 컵을 들다 내려놨다. 그래.. 내 잘못이다. 손톱에 이어 입술, 볼안쪽 살까지 질겅거리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는 이도준의 반응에 이어 찌라시로 돌고 있는 그들의 불화설, 별거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만든 이미지인데,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어떻게 그 사람을 내 곁에 눌러앉혔는데.. 자그마치 20년이었다. 처음엔 단순한 이유였다. 빛나고 싶었고, 화려한 삶을 원했다. 최고의 자리에서 그에 걸맞는 남자가 옆에 있길 원했다. 그러려면 그가 필요했고, 그러다 사랑에 빠졌다. 그의 따뜻한 그 눈빛이 오롯이 자신만을 바라봤으면, 그걸 나만봤으면.. 그래서 악독해졌다. 그의 마음을 전부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하면서도, 슬펐고, 그럼에도 만족했다. 겨우겨우 괜찮아지는 줄 알았는데.. 결국.

“일단 기사 내야지 어쩌겠어. 같이 망할 수는 없는데.. 알고 있었다고 해. 만난적은 없다고 좋게좋게. 여전히 나랑 그이는 잘 지내고 있다고. 그리고 시설에 후원금 좀 보내야겠어. 좀 넉넉히 금액 써서.”

기사 덕에 그나마 진세미의 이미지는 지키는 듯 했다. 그치만 그것이 더 큰 후폭풍을 몰고왔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라이관린입니다.

갑작스러운 브이앱이었다.

오늘은.. 그냥 여러 분한테 진실을 말하고 싶은 밤이라서.. 이렇게 갑자기 브이앱을 하게 됐어요.

구독 수와 하트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걸 보며 관린은 고맙단 얘길 연신했다. 그리고 요즘 일상과, 듣고 있는 노래, 멤버들 근황까지 천천히 전했다.

그런데 진짜 여러분에게 하고픈 말이 있어서.. 사실 많이 두려워요.

관린은 특유의 느릿하고도 담담한 말투로 얘길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15살에 혼자 한국에 왔어요. 숙소생활, 많이 힘들었어요. 주말에 혼자 있는 것도 외로웠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이 못먹고. 근데 그때마다.. 지훈형이 집에 데려가줬어요. 지훈형 엄마.. 저한테는 한국마마였어요. 그래서 맨날 마마라고 불렀어요. 마마라고 하면 웃어줬는데.. 밥도 맛있었고. 아! 근데 중국 음식이라고 해준건 사실 맛 없었어요. 마마도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데.. 나때문에 인터넷보고 했다고. 그래서.. 다 먹었어요. 고마워서. 그래서 마마가 사고난 날.. 많이 울었어요. 장례식장이 너무 썰렁해서 더 울었어요.

관린은 이 얘기가 끝나고 잠깐 한동안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때의 일이 생각나는 듯, 다음에 할 말을 꽤나 오래 고심하는 듯 했다.

이 얘기를 꺼내게 된 이유는.. 누군가의 거짓말 때문이에요. 너무 화가 났어요. 그리고...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데.. 그걸 밝혀야 하는데.. 머뭇거리는 나때문에. 그래서 멤버 형들이랑 사무실 분들이랑.. 얘기했어요. 어떻게 해야할지. 형들과도 많이 얘기하고.. 그래서 오늘 브이앱을 해요.

지켜보는 모두가 긴장하게 되는 방송이었다.

마마.. 장례식 끝나고 며칠 후에 지훈형 전화왔어요. 내일 스케줄 있냐고 물어서.. 없다고 하니까.. 같이 다른 소속사에 가줄 수 있냐고 물었어요. 진영형은 광고촬영때문에 안된다고 했대요. 그래서 무조건 된다고 했어요. 형은 단 한번도 저에게 부탁한 적 없어요. 힘이 되고싶어서 무조건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이도준선배님 소속사를 저랑 갔어요. 가는 길에 얘기해줬어요. 만나기로 했대요. 그때 알았어요. 지훈형 아버지가 누군지. 아버지가 누군지 나까지 딱 2명한테만 말했다고 했어요. 나에게는 왜 이곳에 같이 가자고 했는지 이유를 말해야하니까.. 그래서 알려줬어요.
근데.. 거기에 이도준선배님 대신 진세미선배님이 있었어요. 둘은 사무실 안에 들어가고, 나는 혼자 기다리고 있었어요. 근데 안에 말이 다 들렸어요. 지훈형이.. 딱 한번만 만나서 말하겠다고, 그러면 다 없던 일로 한댔어요. 하지만 화냈어요. 욕했어요. 역겹다, 꺼져라.. 더 심한 말들도.. 무슨 말인지 의미도 모르는 욕들을 했어요. 나중에 혼자 몰래 찾아봤는데.. 알고싶지도 듣고싶지도 않은 말들이었어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났어요. 나는.. 무서웠지만, 카메라를 키고 사무실로 들어갔어요. 혹시나 누가 다치거나 그러면 증거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서. 근데 형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어요. 그때 그분이 말했어요. 아직도 너무 생생해요. ‘너도 얼굴을 망가뜨렸어야 하는데.’ 그랬어요. 웃으면서 말했어요. 그리고 저를 보더니 저에게도 욕했어요. 그리고 뭔가를 집어 던졌는데... 형이 감싸줬어요. 난 너무 무서워서 덜덜 떨고 있는데.. 형은 그런 나한테 괜찮냐고 물었어요. 형은 얼굴이 온통 피였는데. 그런데도 계속 그 사람은.. 웃었어요...


엄청난 사실이었다. 단순한 설명뿐만 아니라.. 영상까지 있다는, 만약 소송이 시작된다면 엄청난 히든카드로 작용할 것이다.


저는.. 마마와 형에게 받은 따뜻함을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형이 거짓말에 상처받는거.. 보고싶지 않았어요.


이 브이앱은 역대급 조회수와 어마어마한 댓글, 그리고 진실을 밝힌 한 아이돌의 용기라는 타이틀로 언론에 도배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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