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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기억 속의 그대

W. 몸




언제부터 였는 지, 왜인지는 나도 알지 못했다. 그냥 어느 순간 눈으로 김민규를 쫓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저 동경이었다. 나와는 다른, 사람 좋은 웃음과 끊이질 않는 주위의 아이들. 크고 활기찬 웃음소리, 쌍커풀 짙은 눈. 그냥 김민규라는 사람 자체가 너무나 부럽고, 또 부러워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동경일 뿐이었다고 생각했다. 계기랄 것도 없이 어느 날 문득 내 첫사랑이 시작됐음을 알게 되었다.


김민규를 좋아한다.


뺑뺑이로 돌려 정하게 되는 고등학교 진학에서, 너와 같은 고등학교가 되지 못할까 전전긍긍 했다. 우리 같은 고등학교다! 하고 반 아이가 너와 함께 방방 뛰고 있었다. 난 드물게 상기된 표정으로 너와 같은 고등학교가 적힌 배정표를 꼭꼭 접어 가방에 넣었다. 같은 고등학교, 같은 반, 같은 교실.


보고 싶을 때 고개를 들면 저 멀리 네가 보이는 거.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였다. 네가 주는 사랑은 상상만 해도, 나에겐 너무나 과분하고, 그 사랑을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니까.



해묵은 오랜 첫사랑. 마음이 울적할 때면 너를 떠올렸다. 거짓말처럼 차분히 진정되는 그 느낌이 좋았다. 잔잔한 물결이 이는 이 진부한 감정이, 너무나 오랫동안 품어 와서 이제는 몸의 일부처럼 느겨지는 두근거림이, 질릴 만도 한데 아직도 볼 때마다 설레고 있는 너의 웃음이. 이 모든 게 그저 퇴색하지 않고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기를 바랐다. 혹시나 내가 너를 잊었을 때, 더 이상 네가 기억나지 않고, 너를 사랑하지 않고, 너에게 설레이지 않게 되는 날이 오면, 그 때의 감정을 꺼내어 들고 다시금 너를 사랑할 수 있도록.

나는 이미 죽었으니까. 더 이상 내 심장은 뛰지 않으니까. 심장이 뛰고 있던 그 때 당시 사랑하고 있던 너만이 진정 내가 사랑하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일 터였다. 지금 쿵쾅거리며 뛰고 있는 것은 차가운 금속이 덧대어진 불완전한 살점 덩어리일 뿐이다. 거짓 두근거림이다. 충만하게 쿵쿵거리며 너를 향해 달려가던 그 옛날의 작고 뜨겁던 심장은 썩어 없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이 감정 또한 더 이상 변할 수 없다. 너를 사랑하던, 열렬하게 너를 원하던 그 때의 감정이 단단하게 밀봉된 채로 나는 죽은거야.


나는 죽은거야, 널 사랑하던 그 때의 나는 죽은거야.


너를 향해 외쳤지만, 끝내 목소리는 전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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