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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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을 쥔 줄리의 손이 떨려왔다. 잘못 봤는가 싶어 눈을 깜빡였다. 그럼에도 하얀색 말풍선 안에 단호하고도 검게 쓰여진 여섯 글자는 선명했다. 방금 씻고 나와 젖은 채로 헝클어져 엉망인 머리카락이 줄리의 피부에 거미줄처럼 달라붙었다. 그 불쾌한 감촉은 차가웠다. 그녀는 몸에서 모든 긴장이 스르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따갑게 제 몸을 찔러오는 자극들이 허벅지를 타고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코가 찡했음에도 그녀는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온몸의 물이 말라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에 힘을 주고 전원버튼을 눌러 폰을 꺼버렸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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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줄리는 그만두기로 했다.

2022.5.7 - 새 중편 공개

안녕하세요 ENFJ 지옥의 연성러입니다! 다양한 글을 읽고, 많은 분들과 친해지고 싶어요 작가를 꿈꾸고 있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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